서른이 다가오는 것이 조급해졌다
조급증이 있다. 서른 전에 뭔가를 이루지 못하면 안된다는 생각이다. 멀다고 느꼈던 서른은 어느새 성큼 다가와있다. 그것을 상기할때마다, 내가 뭘 했는지, 왜 이것밖에 안되는지 자책하곤 한다.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 결정할 때에도, 몇 년 안에 이뤄지지 못할 꿈들 같아서 두렵다. 그래서 선택하기 망설여지는데, 그렇다고 포기하고 싶지도 않아서 그저 고통이다.
물론 내가 남들보다 나은 것도 있다. 누가 보기에 이룬 것들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위는 너무 높아보이고, 아래는 비교해봐야 무의미하다. 더 빨리, 더 많이 갖고싶은 욕심이니까. '아래'라고 표현하는 것도 교만해 생각하기도 싫어, "그래도 넌 이런걸 가졌잖아."라는 말도 전혀 위로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위를 보자니 질투나고 부러워서 우울하고. 밑도 끝도 보이지 않게 내가 싫고. 그만 싫어하고 싶은데 마인드 컨트롤이 안되는게 또 속상하고 그랬다.
상담 선생님에게 그 이야기를 했더니 원과 직선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다. 이 세상이 직선이라면 나는 언제나 비교할 수 밖에 없다. 모두가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했으니까. 하지만 원이라면 모두가 바깥쪽으로 뻗어나가는 것이다. 그러면 비교가 무의미하다. 모두가 다른 길이니까. 원만큼 수많은 길이 있으니까. 신기하게도 그 메타포에 대해 들은 뒤로, 비교하고 속상해하던 마음이 가라앉았다. 이 세상은 원이니까. 애초에 다른 길이니까.
내 나이 또래에 유명해진 아티스트들을 보면 부럽곤 했다. 나도 서른 전에 얼른 뭔가를 이뤄야 해서 시야가 좁아지기도 했다. 그러나 내 길에서 포텐이 서른에 터질지 마흔에 터질지 칠순에 터질지는 모르는 일이다. 언제 올지 모르는 그곳을 열망하며 매일을 즐겁게, 나아가며 사는 것은 지금의 내 몫이다. 그러니 조금 긴장했던 목근육을 풀어본다. 말랑말랑한 어깨로 이리도 저리도 눈을 돌려본다. 가지고 싶은 게 많고, 한 손에 쥐려니 어렵지만, 어떻게 언젠가는 방법을 찾을지도 모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