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작가인걸까, 작가이고 싶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1년만이다.
브런치에 글을 쓰지 않은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인스타그램에는 2년 정도 매일 글을 올렸지만, 그것도 2022년 11월즈음에 멈추었다. 오랜 기간, 혼자서 글을 썼다.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지 않았다.
부끄러워졌던 것 같다.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해주신 250여명, 브런치에서 구독해주신 40여명, 도합 300여명.
이분들을 내가 독자라고 불러도 될까? 아직도 잘 모르겠다.
타인을 위해 글을 써보겠다고 생각했다. 나를 위로하는 글이 분명 타인을 위로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매일매일 글을 쓴 결과, 다 떨어졌다. 나에 대한 위로. 샘이 바닥난 기분이다.
그건 좋은 일 같기도 하고, 좋지 않은 일 같기도 하다. 지난 1년간 나는 많이 달라졌다. 더이상 과거의 방식으로 위로받지 않는다. 많은 것들을 배웠고 또 많이 극복했다. 그래서 과거에 나를 괴롭히던 것들이 더이상 나를 괴롭히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것에 대한 글을 쓴다면, 그건 그냥 정보글이 될 뿐이다. 그걸 쓰는 게 맞나? 나름대로 귀한 깨달음들이니 그게 맞을 수도 있겠지만. 쓰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도 아닌데, 막상 마음을 내기가 어려워진다.
핑계는 많았다. 취업 준비중이여서, 공부해야 하니까...
하지만 아무래도 가장 큰 이유는,
부끄럽기 때문이다.
멋모르고 글을 올렸던 지난 날들의 글을 보면,
한없이 부끄러워져서.
너무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누구라도 들어달라고 외쳐왔던 시간들이.
써야만 사는 것 같았기 때문에, 오랫동안 써왔다.
그걸 누군가가 들어주었으면 했다.
그래야 물 속에서 숨을 쉬는 것 같았다.
이제는 그렇지 않다.
이제는 그렇게 하지 않아도 숨을 쉴 수 있다.
이제는 누가 들어주지 않는 글도 괜찮다.
왜냐면, 내가 들어주니까.
혼자서 중얼거리는 이야기가 외롭지 않으니까.
아마도 그게 내가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일 것이다.
그러니까 당연히 쓰고 싶은 글도, 써내야 할 글도 바뀌었겠지.
2022년을 보내면서, 나의 가장 큰 친구는 드디어 내가 되었다.
내 입속에 먹을 것을 넣어주는 건,
아무리 나를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어도, 결국은 나였다.
어쩌면 이런 나로 세월을 조금 보내고 나면,
샘에 또 할 이야기들이 쌓일지도 모르지.
나를 작가라고 불러도 될까?
내 글을 읽어주는 사람들을 독자라고 불러도 될까?
썼으면 작가지 뭐.
읽었다면 독자이고.
세월의 흐름에 맡겨보아야겠다.
조금 더 성장한 내가 가져올 이야기들을 고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