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역할 vs 국민의 의무
정기적으로 가는 곳이 있다. 광화문 교보문고와 영등포 굴다리다. 사람의 지적 생기가 넘치는 곳과 인간의 생존 본능이 추스른 곳이다. 너무나도 다른 두 공간이다. 독서가와 노숙자. 단어에서 풍기는 향기 조차 다르게 느껴진다.
영등포 굴다리 아래에서 인간의 삼라만상을 느낄 수 있다. 대낮부터 취해서 행패 부리는 사람, 보름은 씻지 않는 사람, 무엇 때문인지 잔뜩 화가 나있는 사람 등등
하지만 그들 중에는 깨끗하게 씻고, 길거리를 쓸고, 쓰러진 노숙자를 돕는 인간적 생기가 넘치는 사람들이 있다.
'어떻게 하다 여기까지 오시게 되었을까?'
'국가의 역할은 국민의 안전보장과 삶의 질 보장인데, 왜 그들은 어떤 것도 보장받지 못하는 것일까?'
'그들은 대한민국 국민인 것일까? 단지 노숙자인 것일까?'
'나도 실패하면 혹은 사회적 기준에서 이탈하면 여기로 오지 않을까?'
'내가 없다면 우리 아버지도 노숙자로 삶을 마감하는 것은 아닐까?'
우리가 국가에 모여하는 사는 이유는 '안전보장'과 '삶의 질 보장'이다. 국가는 '국가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국민에게 의무를 요구한다. 우리는 각자의 의무를 수행하고 국민으로서 '안전'과 '삶의 질'을 보장받을 권리를 갖는다.
하지만, 국민은 행복하지 않다. 경제적 불안이 여가시간을 훔쳐갔다. 일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과도한 업무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여유가 없다 보니 인간관계가 단절된다. 사회적 유대감은 사라지고, 혼자 살아간다. 사회적 유대감이 사라지니 마음의 병이 생긴다. 우울증과 정신과 치료 그리고 그 끝은 자살이다. 세계 11위권의 국방력과 경제력이란 유명무실 속에서 소외된 국민들은 '안전보장'과 '삶의 질 보장'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항공기 개발을 하면서 가장 빈번하게 들었던 말이다. 항공기는 다양한 요소가 뒤섞여있다. 구조물을 보강하면 무게와 항력(바람 등 유체에 저항하는 힘)이 증가하고, 소프트웨어 코드 하나를 변경하면 연관된 시스템 전체에 영향을 준다. 다시금 이 항공기가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는지 검증을 해야 한다. 수 차례의 설계 검토회의를 통해 결정된 사항을 번복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나를 변경하면 다른 것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고, 그 영향을 주는 것이 변경 불가능한 것이 있다면 문제를 알아도 바꿀 수 없는 것이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도 비슷하다. 이미 다양한 토론과 합의로 결정된 법률과 정책을 변화시키기 쉽지 않다. 법 조항 한 줄의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생계와 삶이 녹아져 있을 경우 더욱 쉽지 않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속담처럼 충분히 숙고하지 않고 감정적인 새로운 정책결정은 엄청난 폐해를 가져올 수 있다. 잘못된 정책결정에 대한 최악의 예는 1955년 중화인민공화국의 '제사해운동'과 '대약진운동'이다. 이로 인해 약 4천만 명이 굶어 죽는다.
'근본적 문제'의 해결을 위한 '현실적 대안' 제시가 부담스럽다. 내 생각이 잘못되었을 수도 있고, 혹은 내가 고려하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다양한 비판을 수용하고 세부적으로 다듬어야 한다.
변화에는 저항이 생긴다. 저항은 문제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것이다. 모든 물체는 현재의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관성'이 있기 때문이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사회적 관성과 저항을 아무도 다치지 않고, 누구도 손해보지 않게 변화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우리는 그 불가능에 도전해야 한다. 단 한 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우리는 다 함께 힘을 합쳐야 한다.
대한민국 경제구조와 교육제도에 대한 근본적 문제를 현실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풍선효과', '갈등관리', '출구전략'에 대해 깊게 고려하며, 긴 호흡의 현실적 대안을 써내려 간다.
풍선효과 : 문제 해결할 때 또 다른 문제가 생겨나는 현상
갈등관리 : 원인을 분석하고 갈등을 해소, 조정하는 방법
출구전략 :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향 모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