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온 미래 - 장강명
둘째 아이가 태어난 시간을 묻는다. 오래전이라 가물거려 산모수첩을 뒤져 알려준다. 뜬금없는 물음에 용도를 묻자 AI로 사주를 본다고 한다. 사주를 물으러 가면 비싼데 공짜고 그럴싸하단다. 명리 공부한 사람들은 어떡하지.
" 엄마, 친구들은 요즘 심리 상담도 인공지능이랑 해. "
미래가 와장창 깨지는 소리에 오소소 소름이 돋는다. 인간의 가치가 부서지는 공포가 밀려온다. 미래 학자들이 전망하기를 인간을 위로하는 영역이야말로 인공지능 시대의 마지막 보루라 하지 않았던가. 인간 마음은 인간만이 위로하고 다독일 것이라 하지 않았던가. 어른들은 뭐 어차피 여러 이유로 직장에서 밀려 나오는 처지이고 젊은이들에게 자리 양보하고 나온다는 명분으로 직장을 그만두겠지만 우리 애들의 직장은 이제 인공지능에게 밀리게 된다는 걱정을 넘어 공포감이 생긴다. 인공지능의 시대가 아닌 대 걱정의 시대다.
[먼저 온 미래]의 장강명 작가는 알파고의 등장 이후 바둑계의 변화를 통해 우리의 미래를 가늠하며 자신의 직업 세계 문학 노동자 즉 소설가의 미래를 살피는 글을 최근 썼다. 이세돌이 알파고에 패한 충격은 컸었다. 그 사건을 모르는 한국 사람은 드물정도이니 말이다. 인간이 인공지능에 설마 질 것이라 예측을 하지 않았다. 특히 바둑의 기세와 기풍이란 테크닉의 영역이 아니라 믿었기에 더 충격이 컸었다. 바둑은 일종의 예술 혹은 어떤 득도의 느낌이 있달까. 솔직히 그때부터 인공지능이 싫었다. 싫은 데에는 늘 타당한 무언가가 있다. 슬픈 예감들은 늘 야속하다. 우리는 인공지능이 급격한 발전을 실시간으로 듣고 보고 있다. 심지어 엔비디아 주식 그래프도 우리를 약 올리는 듯 기세가 당당하다.
장강명 작가는 인공지능의 바둑계 전반에 도입이 되면서 일어난 엄청난 변화를 여러 인터뷰와 조사를 통해 생생히 전달한다. 말 그대로 일반 직업 세계보다 먼저 인공지능의 공격에 먼저 타격을 입은 상황을 생중계하는 느낌이 든다. 긍정적인 부분은 인공지능을 통해 바둑 기술을 성장시킨 바둑 천재들의 등장과 엄청난 발전이라 할 수 있겠다.
짐작 가능하겠지만 발전에 비해 업계 타격은 쓰나미급이다. 일부 소수를 제외하고는 수입은 줄었고 바둑계는 위축되었고 직업을 잃었다. 특히 획일화된 바둑 기풍은 많은 사람들에게 흥미를 잃게 만들었다. 거기에다 바둑 선생님들은 인공지능과 바둑을 두는 학생들의 보조적인 도움 역할로 전락해 버렸다. 흡사 산업 분야에 기계화, 자동화 이후에 대량 해고가 일어나고 사람이 하는 일은 기계를 점검하는 정도로 변화된 느낌이다.
장강명 작가는 담담히 자신이 좋아하는 소설 쓰기라는 노동도 인공지능에 침공을 이제 막을 수 없음을 담담히 전망한다. 이제 소설가는 인공지능이 써 내려가는 소설에 고용인이 되어 인간이 좋아할 만한 소재인가 구성인가를 점검하는 도우미로 될 가능성들을 던진다. 덩달아 나는 대 걱정의 인공지능 시대에 등장할 산업계 노동계 도우미들을 생각한다. AI 질병 진단 도우미, AI 판사, AI 경영 도우미, AI 교육 도우미... 이제 거의 모든 직종에 들이닥칠 미래인 듯하다. 모든 직업 세계에서 사람은 보조적인 역할로 존재할 가능성이 매우 커 보인다. 지금도 사용해 본 사람들은 안다. 인공지능이 딥러닝을 통해 효율적으로 얼마나 많은 걸 하는지. 거기다 잠을 자지 않고도 일하며 실연의 아픔도 가난의 시련도 스트레스도 없다.
걱정이 되는 것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고 하층민으로 전락하는 것뿐만이 아니다. 인공지능이 어려운 일을 모두 처리하게 되면 사람은 자신이 하는 일에서 의미를 찾기가 어려울 것이다. 인간은 땅을 파서 이곳에서 저곳으로 옮기는 일을 통해 의미를 찾을 수 없다. 기본소득과 로봇세를 통해 정부가 일괄 돈을 지급하고 유흥과 오락, 취미를 즐기면서 지내는 것으로 인간은 존재를 확인하게 될까. 인간은 단지 인공지능의 도우미로 노동하는 것을 통해 만족하고 고무되고 들뜨고 열정 가득하게 삶을 채워 살아갈 수 있을까. 모든 것이 걱정이다. 낙관하고 싶지만 발전의 속도가 내 시선을 비웃는 것 같다. 과연 바둑계의 실패를 통해 우리는 더 나은 미래를 만들고 대처할 방식들을 배워나갈 수 있을까.
진로상담교사로 아이들의 미래 직업이, 노동 환경이 죽음의 집(224쪽 인용)이 될까 걱정이다. 장강명 작가의 조목조목 길고 단정한 미래 예측 문장들이 인간 실패의 한 부분만을 비춘 거라 믿고 싶다.
- 먼저 온 미래 : 340쪽 인용
내 생각에는 인공지능이 아직 할 수 없고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은 따로 있다. 좋은 상상을 하는 것, 우리가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믿는 것, 그렇게 미래를 바꾸는 것이다. 윌리엄 어니스트 헨리의 시 인빅투수 마지막 구절을 변형해 책을 마무리 하도록 하자.
우리는 우리 운명의 주인이다.
우리는 우리 영혼의 선장이다.
아직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