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인간-김대식, 김혜연]
"저 진짜 초등학생 때 너무 질문이 많아서 엄마가 귀찮아할 정도였어요. 선생님."
학습과 생활 무기력 때문에 상담했던 아이에게 관심 가는 사람이나 주제에 대해 누구에게든 상관없이 1일 1질문 해보자는 행동주의 기법을 제안하다 머쓱했다. 오히려 이 아이에게 질문이 생겼다.
"그런데 지금은 왜 다 귀찮고 질문이 없어?"
"음... 학원 선행 따라가다 보면 질문을 할 시간도 없고요. 질문해 보니 어른들은 좀 귀찮아하기도 하고 저도 사실 질문을 하면 할수록 불안해지고... 전 사실 궁금한 것이 생기면 계속 생각해서 끝을 봐야 하거든요. 답을 찾으면 재미있기도 하고... 그런데 진짜 너무 시간이 없어요. 점점 공부가 재미가 없어요. 왜 하나 싶고"
아이와 어른 사이에 끼인 청소년 시기
셋이 여행 갔다가 친구 둘이 싸우면 어떤 기분일까? 불편하고 어색한 사이에 끼여 남은 일정을 같이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숙소에서 결국 중간에 끼여 자야 하는 신세가 된다면?
상상만으로 어색하고 힘들다. 중재하거나 질문하기도 어색하기 마련이고 즐기기도 쉽지 않다. 상담하다 보면 마음이 즐겁고 편한 아이들이 별로 없다. 그렇게 불편한 마음인 아이들은 호기심을 접는다. 자신을 깊게 알게 될 질문을 버리고 학원 숙제를 한다.
좋은 질문들은 답변자를 종종 신나서 떠들게 만든다. 신나서 떠들다 보면 알지 못했던 나의 성장을 알게 되고 마음은 고양된다. 손석희 씨의 [질문들]이라는 프로그램은 좋은 질문이 넘쳐난다. 질문들이라는 프로그램명에서 이미 사람을 깊게 알아보고 싶다는 포부가 보인다. 프로그램에 나와서 말을 하는 유명인들은 모두 신이 나서 말하고 당혹해하며 기뻐하고 눈을 굴리며 살아온 과정을 더듬어 성장한 자신을 말하는 모습을 본다. 그렇게 그들이 신이 난 이유는 좋은 질문을 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좋은 질문을 하는 손석희 씨는 질문하는 자로서의 품위와 조금은 서울 넘는 당돌함을 감싸는 신중함을 여유롭게 보여주고 답변하는 사람들은 스스럼없이 자기의 아우라를 찾아간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은 매력이 있다.
처음부터 서술형 문제에 정확한 답을 기록하는 이가 몇이나 될까? 서술하다 보면 어렴풋이 답에 가까워진다. 객관식 질문과 달리 주관식 질문은 과정에 열려있다. 그래서 좋은 질문들은 열린 질문이다.
급격하게 들이닥친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좋은 질문을 체계적으로 다채롭게 던지는 책은 [사이 인간]이다. 책에 등장하는 무수한 질문을 만나면 순간 아득해진다. 하지만 이 질문들을 끝까지 읽으면 지금까지 기술적 변화를 통해 지구에서 강력한 지배자로 살았던 인간이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존재론적 질문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데이터를 끝없이 모아 인간처럼 주체적 판단을 하고 인간의 명령 없이도 행동하는 범용 ai 가 등장하면 인간은 어떻게 될까? 기계와 달리 깊고 신비로운 영혼과 정신세계를 가진 인간이 이 세상의 지배자였는데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가 우리를 지배한다면? 스스로 판단하는 양심을 인간과 기계의 차이라는 데 이제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을 인간과 구별할 수 있을까?
압도하는 질문들 앞에 위험한 생각들이 넘쳐난다. 위험한 생각들에 둘러싸여 질문과 싸우게 된다. 우리 아이들도 종종 위험한 생각에 직면하여 묻곤 한다.
"선생님. 저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데 인공지능 때문에 망한 거 같아요. 어쩌죠? 지금이라도 다른 거 찾아야 할까요?"
정재승 교수는 책에서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과학자들도 이 기술이 어떤 방향으로 쓰일지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처음에 pc 가 등장했을 때 큰 계산기로 생각했지 이렇게 사용될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새로운 존재와 기술이 등장하면 다양한 변수와 섞이며 이리저리 변하고 모양새를 갖추어 양식으로 자리 잡는다.
인공지능 시대가 제대로 바르게 자리 잡으려면 질문 앞에 도발적 상상이 필요하다. 지금 이 시대에 질문들은 전문가들도 예측이 불가해 보인다. 사이 인간에서도 무수한 전문가들이 질문에 답을 하지만 뚜렷한 길을 보이지 않았다.
책 끝으로 향할수록 우리 모두 뽑기에서 꽝을 뽑았구나 했다. 그리고 모두 같이 꽝을 뽑았으니 위험해도 다행 인가라며 안심하기도 했다. 다만 ... 사이에 끼여 불편하고 불편하니 얼른 벗어나고 싶기도 했다. 인공지능 시대에 쏟아지는 질문들은 인간에게 닫힌 질문일까 많이 공포스럽다. 서술형 문제 앞에서 외운 모든 내용이 사라지는 기분이다.
이제 정해진 답보다는 도발적인 상상력이 더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