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독서 치유 공동체 외로움 너머, 서(書) 1

첫 번째 모임의 기록

by off

독서 치유 첫 주제 : 심리학

‘ 딸이 조용히 무너져 있었다. ’ - 김현아 작가

2023년 11월 6일 월요일의 기록


< 나날의 애씀이 지금의 버팀이 되기까지 >


첫 모임 책 분야는 심리학으로 정하고 ‘ 김현아 교수의 딸이 조용히 무너져 있었다’라는 책을 읽어 보자고 제안했다. 요즘 우리는 아이들의 정신적인 문제에 관심이 많다. 아파 보이는 아이들이 점점 많아져서 걱정이 된다. 일단 정신 질환에 대해 알아보고 학교 아이들의 심리적 문제를 어떻게든 돌아보자는 의견이었다.


이 책은 내과 의사인 엄마가 양극성 장애를 앓고 있는 딸을 치료하기 위해 7년 넘게 같이 아파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딸의 자해와 자살을 막고 약을 찾아내고 맞는 치유법을 발견하기 위한 과정들을 객관적이고 학술적으로 풀어내서 더욱 마음이 아팠던 책이기도 하다.


정신의 문제를 가진 사람들도 우리와 다를 바가 없고 그들의 아픔을 인정하고 사회에서 같이 생활해야 한다는 간절한 소망이 고스란히 전달되어 마음이 저리는 책이다.


우리는 이 책에서 동시에 주목했던 점도 있고 의견이 달랐던 점도 있다. 각자 읽고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개인적 읽기에 비해 문제를 넓고 깊게 통찰하게 되고 장점이 많다.


다같이 주목했던 것은 정신 질환의 원인은 불명확하고 유전적 요인이 크다고 하지만 어느 시기 어떤 자극을 통해 나타날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또 무한 경쟁의 시대에 따른 결과로 나타난 여러 정신 질환에 대해 안타까움과 탄식으로 시작하여 고민으로 끝나는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특히 작가의 자본주의에 눈멀어 경쟁 제일주의의 오류를 눈감고 살아온 기성세대에 대한 통렬한 비판은 마음 한편 무거움을 가지게 되었다.


정신 질환 환자를 무능한 존재로 보고 정신 문제는 의지의 문제로 취급하는 선입견과 새롭게 알게 된 비언어적 학습 장애에 대한 논의도 했다.


타인의 양극성 장애를 논의하고 사회 문제를 논의하면서 자연스럽게 중요한 사람들의 마음의 문제에 대해 걱정이 시작되었다. 예상하였지만 우리들 가까운 사람들 중에 한 두 명은 약간의 강박 장애, 불안으로 인한 수면 부족, 심각하게는 양극성 장애를 앓고 있었고 약물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었다.


이 책에 대해 좀 낯설었다는 다른 의견을 낸 사람조차도 이런 말을 말했다.


“ 나는 사실 이 책이 좀.. 양극성 장애가 어떻게 생기고 어떤 문제이고 가족들이 겪는 고통은 알겠는데 좀 어려웠고 공감이 쉽지는 않았어요. 주변에 이렇게 극단적인 경우가 없고..... 아니네요. 있네요.. 생각해 보니 있어요.”


“ 그러니까요. 약물 치료를 받는 친구들 보면 남일 같지가 않고 제가 얼마 전에 친구들을 만났는데 그중에 저만 약을 안 먹고 있었어요. 불안장애 항우울제 공황장애 약들을 먹고 있었어요, 정신 질환은 외로운 병인 것 같아요.”


김현아 교수는 이 책에서 화려하고 멋진 삶만이 삶이 아니라고 했다. 살면서 최악의 경우만 겪지 않아도 삶은 살아가진다고..

우리는 힘듬을 약물 치료가 아닌 내면으로 살아낸 이야기, 지금의 나를 있게 한 내면의 버팀 자원에 대해 말해보기로 했다.


- 40대 A ( 글 쓰는 나)

“ 나는 막살고 싶고 죽고 싶었던 시절, 심리학 공부를 하면서 넘겼어요. 대학원을 다니고 개인 상담을 하고 집단 상담을 통해 막살고 싶고 망가지고 싶었던 내 마음들을 직면하고 돌아본 시기가 있어 지금의 내가 있어요. 지금도 가끔 많이 괴로울 때가 있지만 많이 좋아졌어요.”


내 말에 안타까워하고 더불어 자신들을 돌아보던 그 눈들이 참 이뻤다. 좀 쑥스럽지만 용기내어 자신이 애를 쓰며 지켜왔던 것 , 자신을 이끌 던 내적인 힘을 발견하고 정의 내리던 모습이 귀하고 대견했다.

그리고 우리의 소중한 자원들이 하나 하나 등장하고 힘으로 마음에 자리 잡았다.


-40대 B

“ 저는 제 삶의 많은 부분이 교사 자아거든요. 학생들에게 정말 좋은 영향을 미치고 싶고 지금도 그래요. 그런데 교사 초기에 과했던 학생에 대한 책임감으로 인한 실수들을 돌아보다가 문득 내가 잘해서 아이들이 나를 찾아오거나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아이들이 나의 마음을 받아주는 역량이 커서, 그 아이들의 마음을 돌아보게 되고 그 시간들이 저를 많이 달라지게 한 것 같아요.”

이 말을 듣는 순간 왜 이 사람이 그렇게도 책을 많이 읽고 또 읽는지 이유가 궁금했었는데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 사람이 읽고 적은 많은 글들이 이 사람의 버팀 자원이구나. 이 사람은 지금 성장했구나. 더불어 내가, 우리가 이 자리에 있게 한 것은 소중하고 다정한 사람들이 우리를 향해 보였던 아량과 애정이 우리를 키워냈다는 것을 알게 한 긴 여운의 말이었다.


- 50대 A

“ 나는 타인에 대한 무심함으로 오해를 많이 받았지만 주변에 나를 좋게 봐주고 같이 책 읽고 함께 놀아주었던 동료들을 통해 성장했다고 생각해요. 힘들고 외로운 시간들이 있었고 가족 때문에 스트레스가 있었던 적이 많았는데 그래도 학교 오면 늘 좋았고 동료들이 정말 큰 힘이 되었어요.”


이 사람은 늘 밝고 유쾌해서 동료들이 좋아하고 같이 일하기를 원하는 동료가 많아 보였는데 외로움과 심란함을 동료와의 관계에서 에너지를 얻어 버티고 애를 쓰고 성과를 내서 여기까지 왔다고 겸손한 고백을 한다. 성격적으로 미흡한 부분을 알고 주변 사람들의 관계를 통해 공백을 메우고 관계 속 버팀의 자원을 만들어 가는 고백을 통해 우리는 저절로 감탄하고 감탄한다.


- 30대 A

“ 저는 사람들이 뭘 하든 크게 동요가 없어요. 일종의 무심함이라고 할까. 그런데 교사를 하면서 학생들은 좋으니깐 계속 관심을 기울이려고 애를 쓰고 살아요. 애를 쓰고 노력을 하는 동안 저는 많이 좋아지고 성장한 거 같아요.”


즉흥적인 여행에서도 운전이든 뭐든 챙기고 감당하는 이 사람이 사람에 대한 무심함을 말하다니.. 깜짝이야. 그러나 우리는 무심함이 오지랖보다 오히려 위로가 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잘 안다. 관심을 가장한 무례함보다는 인격적인 무심함이 얼마나 미덕이 되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 이 무심하고 예의바른 사람의 범위 안에 들어 어떤 식으로든 관심 대상이 된 우리는 그저 감사하다.


- 30대 b

“저는 완벽하게 모든 걸 통제하려는 제 마음과 늘 싸우는 것 같아요. 그래서 학교 다닐 때 공부도 잘했고요. 그런데 딸은 저의 계획으로 잘 안되더라고요. ㅎㅎ 저는 요즘 이게 제 숙제예요. 좀 답답해요. 그래서 ”


모두에게 친절하고 많은 말들에 일일이 반응하여 잘 웃는 이 사람은 완벽하게 순하다. 그런데 그 이면에 답답함이 있었구나. 애를 쓰느라 불면의 밤들이 많았겠구나를 알게 된다. 그러나 이 사람은 딸을 통해 완벽의 소중함보다 있는 그대로 사랑함을 배우는 중이다. 어쩌면 이 사람은 딸을 통해 힘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치유를 받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니체는 “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뎌낼 수 있다.” “ 나를 죽이지 못한 것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 준다” 고 했었다. 그래서 결국 삶은 최선을 다해 이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통을 견디는 내면의 자원들을 발견하는 것이 더 소중할 것이다. 우리는 양극성 장애를 가진 딸과 자신의 한계를 담담히 수용해서 사회적 의미를 만들어낸 엄마를 통해 각자가 삶을 살고 애를 써서 가지게 된 ‘ 버팀을 만드는 내면의 자원’에 대해 많은 말들을 해보았다.


사람은 이미 가진 재능으로 빛나는 것이 아니라 한계를 마주하고 고통에서 벗어나고 반성하려고 애를 기어이 쓰는 과정에서 빛나고 소중해지는 것 같다.


처음에 내가 혹시 감당이 안 되는 감정이 생길 때 어떻게 하냐는 질문에 이 모임 사람들은 하나같이 힘든 적은 많았는데 감당은 안된 적은 없다고 어떻게든 잘 풀어왔다고 말했다. 너무나 건강하고 꽉찬 사람들.


이 모임 사람들을 나는 절대로 놓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 나는 매우 판단력이 빠르고 이익을 아는 사람이다. 이 사람들에게 잘 보여야지 하는 영리한 계산을 하고 있다. 기특하다. 나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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