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그린 사람 : 은유
독서주제 : 사회과학(인터뷰집)
‘앎과 삶을 일치시키려는 이들은 무조건 괴롭다. 그 불편한 마음을 그리다.’ - 시대적 죄책감
어릴 적에 취업을 하면 아름다운 사람으로 주목을 좀 받고 싶었다. 아름답다는 건 권력 같았고 사랑받을 수 있는 정답이라 규정하고 어렴풋한 욕망에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타고난 미모는 삶을 쉽게 만들어 줄 것이라는 이상한 욕망과 믿음은 내 어릴 적 동화에서 배우고 익혔다. 뿐만아니라 친척들의 얼평과 미모 관련 물건을 팔아 보려는 얕은 속내의 자본주의 장사꾼들에게 기꺼이 속아 예뻤으면 아름다웠으면 했다.
24살에 직장에서 꽃답게 존중받기를 바랬으나 희한한 성희롱과 막연하고 막대한 차별을 받았다. 그들에게 여자는 직장 동료가 아닌 연대의 대상이 아닌 희롱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다른 한편 직장 선배들이 내가 겪은 성희롱에 맞서서 같이 싸워줄 때 멋져서 반했고 그들에게 연대라는 아름다운 삶의 태도를 배웠다. 소중한 연대의 이 시작은 연결의 연결을 이루어, 고민하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존경스러울 정도로 열심히 타인의 고통에 민감하고 사회를 걱정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했다.
(이 독서 치유 모임이 특히 그렇다.^^)
내가 만난 연대 속 사람들은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앎과 삶을 일치시키려는 힘든 노력을 하고 둘 사이 생기는 틈에 대한 죄책감을 가지며 살아간다. 그 불편한 마음에 사유하고 또 사유하며 반성하고 또 반성한다.그래서 어수선한 마음과 분노하는 마음의 어느 지점에서 책을 읽고 연대를 하고 글을 쓴다.
반성 끝에 만난 책 ‘크게 그린 사람’을 우리는 울면서 감동하면서 혼자 혹은 같이 두 번 읽었다. 은유작가가 인터뷰한 그 생생한 삶에서 전해진 문장들을 머리에, 마음에 오롯이 간직했다. 글이라는 것은 흩어진 가치의 조각을 정리하고 소심한 선언을 다짐하고 옳은 일을 향해 나아가게 한다. 크게 그린 사람은 우리를 진정으로 살아낸다는 것. 진정으로 삶을 바라본다는 것에 접근하게 했고 매번 먹먹하게 심장을 다독이며 읽어내었다. 읽어 낸 것이 맞다. 미안하고 대단하고 존경스러워서.. 불편한 무엇인가를 느끼며 우리는 읽었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더 깊이 알게 되었고 서로의 아픔과 고통을 연민하게 되었다. 은유 책의 힘이다.
우리가 읽어 내려간 ‘크게 그린 사람’들의 삶은 몇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그들은 작디 작은 존재에게 민감하였다.
모든 존재를 긴밀하게 연결된 존재로 보고 작은 존재의 고통에 특히 민감하였다. 개별적인 존재가 만든 세계를 함부로 대하거나 비판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자신에 대해서도 존중했다.사회가 정한 해석에 맞서 스스로 자기 삶을 해석하고 해석자가 되고 거기서 얻은 진정성으로 타인을 지켜간다.자기만의 속내로 자신을 해석해본 사람들은 살아가는 것이 힘든 것을 알기에 뭐든 우습게 볼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결론이었다.
그들은 시대에 맞서 길을 내어주려하지만 안되면 다른 이를 위해 길 위의 돌이라도 치워주고 시대의 다리를 만들기 위해 기꺼이 자신이 징검다리가 되려는 사람들이었다. 그렇게 싸운다고 뭐가 달라지냐고 묻는 이들에게 내가 그렇게 맞서지 않으면 우리는 시대와 힘에 밀리게 되고 그 뒤에 남는 것은 제자리를 지키는 것이 아닌 절망과 미련이라는 것에 떠밀리게 되는 것이라고 말하며 견뎌내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어느날 갑자기 삶의 역사를 만든 사람들이 아니다. 한순간의 결심으로 면 약자, 노동, 가난, 차별, 폭력 이라는 가혹한 무게를 견딜 수는 없다. 그래서 그들은 하루를 차곡 차곡 살아내고 존재와 존재들을 어어가고 순간을 영원으로 만들어간다.
읽고 이야기하고 감격하고 울다가 혹은 생각에 잠기는 침묵이 있었다. 이어 누군가 이런 질문을 던진다.
‘어떤 마음이면 이런 삶이 가능할까요?저랑 비슷한 사람도 있지만 정말 납득이 안될 정도로 자신의 삶을 던지는 분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우리는 모두 쉽게 이 물음에 답하지 못했다.
크게 그린 사람의 18인의 마음을 어떻게 하나의 마음으로 규정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한가지 규정할 수 있는 분명한 것은 우리가 같이 무언가를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작지만 ^^
이 물음은 우리 자신의 삶으로 연결되어 활동가들을 위한 기부, 지구를 위해 일회용품 안 쓰기, 작고 작은 존재들을 함부로 오해하지 않기,타인을 폭력적으로 규정하지 않기 등으로 차곡 차곡 쌓이고 있다.
우리는 각자 마음에 “인간다움의 가치를 질문하는 고귀한 어떤 것”을 만드는 중이다. 우리는 서로의 사유를 인정하고 공유하는 것으로 같이 크게 그리는 출발점에 있다. 그래서 설핏 행복하다.
참고한 책 : ‘크게 그린 사람’ [은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