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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ssically Jan 08. 2024

프롤로그

무언가 좀 잘 못 되었다.

여행 중이었다. 아이가 감기에 걸려서 이틀 정도를 숙소에서 지냈다. 조금 나아지는 듯 해 저녁을 먹으러 나가기로 했고 몇 군데 봐 놓았던 곳들 중에 한 곳을 골랐다.

인스타에 본 해산물 요릿집이었다.


레스토랑 2층에서 직원 셋이 음식을 들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내려온다. 아프리카 음악인 것 같다. 가장 키가 큰 언니가 밥을 얇게 깐 큰 쟁반을 머리에 이고 커다란 리본을 한 언니는 해산물이 올려져 있는 삽을 들고 내려온다. 밥쟁반을 식탁에 놓으면 삽에 든 해산물을 그 위에 올린다. 마지막으로 파란 썬글라스를 쓴 키가 작은 아줌마가 제일 신나는 표정으로 소스를 서너 번에 걸쳐 돌려가며 음식 위에 붓는다. 셋이 신나게 춤을 추고 손님들도 함께 춤을 추는 영상이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아이를 데리고 저녁을 먹으러 가고 있다. 앞 좌석에 앉아 그 신나는 레스토랑의 영상을 찍어 인스타에 올릴 생각을 하고 있는데 뒤에서 아이가 여러 번 기침을 했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녁을 먹고 싶어 나온 걸까? 영상을 찍고 싶어 가는 걸까?’

실제 여행은 계획에서 완전히 어긋나 있었지만 즐겁게 잘 지내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싶었다.

무언가가 잘 못 되긴 한 것 같다고, 인스타 감성의 힙한 레스토랑을 가던 그 길 위에서, 그때 처음 생각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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