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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ssically Jan 15. 2024

인스타그램에서 로그아웃 되다.

여행지 에어비앤비 아파트의 수영장이었다.


남편과 나 둘 중 한 명은 아픈 첫째와 집에 있어야 했다. 혼자 둘째와 셋째를 데리고 갈 수 있는 곳은 집 앞 공원이나 쇼핑몰, 아파트 수영장 정도였고 그날은 내가 둘째, 셋째와  수영장으로 내려갔다. 다행히 둘이 잘 놀아서 나는 선베드에 앉아 자유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책을 읽는 시늉을 잠깐 하고 애들 사진을 찍겠다고 핸드폰을 들었겠지. 사진을 몇 장을 찍고 카카오톡을 한 번 열어봤을 테고 인스타그램에 들어갔을 거다.

‘여행 중인데 올릴 사진이 없네’ ‘근데 지금 그게 중요한가?’ ‘이 정도면 중독인가?’

전 날 저녁을 먹으러 가던 차 안에서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인스타그램을 지워볼까?’ ‘거기에 있는 사진들, 영상들은?’

“인스타그램 백업”이라고 검색해 보니 요청을 하면 다운로드할 수 있게 해주는 기능이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 그럼 집에 돌아가서 백업을 해놓고 지우고.’

‘일단 아이디와 비번은 메모장에 적어놓자.’


나중에 다시 로그인할 수 있어야 하니 아이디/비밀번호를 알아보는 과정에서 로그아웃이 됐다.

다시 로그인하려니 등록되어 있는 한국 핸드폰 번호로 발송된 OTP를 입력하라는데 문자가 오지를 않는다.

한 번 더 시도했는데 문자를 받지 못했다.

그렇게 로그아웃이 되어버렸다.


“엄마, 나 좀 봐바” 부르는 막내가 눈에 들어온다.

두 눈을 잔뜩 찌푸리고 입술을 단단히 오므리고 코를 꽉 잡고는 1초 얼굴을 물에 담갔다.

올라와 얼굴의 물을 쓸어 내느라 5초를 쓰고는 해냈다고 짓는 세상 자랑스러운 표정.


사진으로, 영상으로 담지 않아도 그 장면이 기억에 선명하게 남았다는 느낌, 이 당연한 느낌을 잊고 있었다.

안개가 걷힌 세상을 바라보는 기분이었다고 말해도 식상할지언정 조금도 과장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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