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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Mar 26. 2020

<이기적 유전자> 제 2장

제 2장 자기 복제자

Key word : 생명의 기원, 안정자 생존, 최적자 생존, 자기 복제, 복제의 오류, 자연선택, 수명, 다산성, 정확성, 생존 경쟁

 도킨스는 생명의 기원을 풀어나가기 위해 2장 전체를 할애한다. 그런데 일단 생명의 기원에 앞서서 더욱 일반적인 물리적인 존재의 법칙에 대한 이야기로 서막을 연다. 바로 '안정자 생존(survival of the stable)'이라는 법칙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대부분 안정적인 구조를 이룬 상태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비누 거품은 구형이 되는 성질이 있다는 것과 소금의 결정은 입방체라는 것과 태양에서는 수소 원자가 융합하여 헬륨 원자를 만든다는 사실과 헤모글로빈의 구조에 대해서 언급했다.1 또한 책에는 나오지 않은 예시지만 화학을 조금이라도 공부한 사람이라면 옥텟 규칙(octet rule)에 대해서도 떠올려 볼 수 있을 것이다. 도킨스는 지구상에 생물이 출현하기 이전에 일반적인 물리화학적 과정을 통해서 분자들이 초보적인 수준의 진화를 거쳤다는 점을 지적한다. "최초의 자연선택은 단순히 안정한 것을 선택하고 불안정한 것을 배제하는 것이었다."2


 그렇지만 도킨스는 이러한 물리화학적 층위의 원리를 인간에게 동일하게 대입해서 설명하기에는 힘들다고 이야기한다.3 인간은 1027개 이상의 원자로 구성되어있는 꽤 복잡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 시점이 생물학, 특히 다윈의 생물 진화론이 등장할 타이밍이다. 그렇다고 해서 설명의 근본적인 원리가 완전히 달라진 것은 아니다. 다윈의 진화론은 안정자 생존보다 구체적이고 특수한 예시인 '최적자 생존(survival of the fittest)'를 이야기한 것일 뿐이다. 어떻게 하면 물질이 존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서 어떻게 하면 생존(생물로서 존재)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제 그 질문에 답이 될 수 있는 합리적인 시나리오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도록 하자.



 생명의 기원에 대한 이론은 다양하다. 도킨스는 그 중에서 하나를 골라서 단순화한 다음에 다음과 같이 설명하기로 한다. 일단 30~40억년 전에 지구상에는 여러 가지 유기물로 구성된 '원시 수프'가 만들어졌을 것이다. 이러한 유기물 덩어리는 자외선과 같은 에너지의 영향을 받아 결합해 더욱 커다란 분자가 되었다. 그러다가 우주의 역사 속에서 가장 경이롭다고 할 만한 분자가 우연히 생겨났다. 스스로의 복제물을 만드는 '자기 복제자'가 발생한 것이다. 그것은 어떻게 스스로를 복제해내는가? 다양한 종류의 분자들로 이루어진 이 거대 분자는 친화성이라는 특성을 가졌다. 각 구성요소가 자기와 같은 종류에 대하여 친화성이 있을 수도 있고, 그와는 반대로 동종이 아닌 특정한 다른 종류와 상호 친화성이 있을 수도 있다. 둘중에 무엇이든간에 어떠한 친화성으로 인해 자기 복제자의 각 구성요소는 수프 속의 어떤 친화적인 요소들을 만날 때마다 그것들과 엉겨 붙어서 자신과 같은 방식으로 배열되도록 만들 것이다. 이렇게 엉겨붙은 구성 요소는 최초의 자기 복제자처럼 안정된 사슬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자기 복제자는 자신과 똑 닮은 안정적인 존재를 만들어내고야 만다.


 그렇게 사본을 어느 정도 많이 늘려나간 자기 복제자는 그 과정에서 위대한 복제의 오류를 일으킨다. 이러한 복제의 오류는 같은 조상으로부터 '유래'한 다양한 변종의 복제자의 존재를 가능하게 했다. 그리고 이러한 복제자들이 각각 개체군 내에서 계속해서 자기 자신을 복제하며 존재를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4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그 조건은 충분한 수명, 다산성, 정확성, 생존 경쟁이다. 충분한 수명은 복제자가 자신의 사본을 만드는 데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이 확보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복제자가 짧은 시간 내에 다른 분자들보다 더욱 빠르게 자신을 복제한다면 자연 속에서 살아남을 확률이 높을 것이다. 또한 복제자가 자신을 정확하게 복제할 수 있는 능력이 뛰어나야 생명의 역사 속에서 오랫동안 보존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생존 경쟁은 자기 복제자가 점점 많아지면서 그와 동시에 자신의 복사본을 만드는 데 필요한 구성 요소 분자들이 원시 수프에서 점차 소진되어 생겨날 필연적인 현상이다. 자기 복제자들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자신의 안정성을 증가시키거나 다른 복제자의 안정성을 감소시키면서 생존을 도모하는 경쟁을 펼치게 되었다.


"하나님이 그들에게 복을 주시며 그들에게 이르시되 생육하고 번성하며 땅에 충만하라" (창세기 1:28)


 자기 복제자들은 이렇게 자연선택될 수 있는 조건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생명의 역사 속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적응해가며 진화해왔다. 경쟁 분자를 화학적으로 파괴하는 화학적 수준의 진화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둘레에 단백질 벽을 만들어 세포를 만들어낸 분자생물학적 수준의 진화, 그러고는 마침내 자신을 담을 운반자(vehicle), 즉 생존 기계를 축조하게 되는 진화까지 이르게 되었다. 자기 복제자는 40억년이 넘는 길고 긴 세월동안 죽지도 않고 주위 환경에 압력에 다채롭게 적응하여 꿋꿋하게 버텨온 것이다. 그리고 이제 그들은 세포를, 몸을, 마음을 '창조'해내고 그것들을 '조종'하며 유전자라는 이름으로 앞으로도 기나긴 세월을 다시금 나아갈 것이다. 유전자는 그야말로 '불멸의 코일'이 된 것이다.



1 비누 거품이 이러한 모양인 이유는 기체가 차 있는 얇은 막의 안정한 형태가 구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구에서는 중력이 작용하기 때문에 고여 있는 물의 안정한 표면은 편평한 형태다. 또한 나트륨 이온과 염소 이온이 함께 담겨 있으려면 입방체가 안정하기 때문에 소금의 결정은 입방체다. 마지막으로 태양의 환경에서는 헬륨의 상태가 더 안정하기 때문에 가장 단순한 수소 원자가 융합하여 헬륨 원자를 만든다.


2 리처드 도킨스, 홍영남•이상임 역, <이기적 유전자> 40주년 기념판, 을유문화사, p.64 인용


3 물론 이러한 이야기는 인간에 대한 물리화학적 층위의 설명이 ‘원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 위 글은 예전에 네이버 블로그에서 포스팅했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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