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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Mar 26. 2020

<이기적 유전자> 제 1장

제 1장 사람은 왜 존재하는가?

Key word : 이기주의와 이타주의, 무임승차자, 집단선택설, 유전자선택설


 본 책에서 다위니즘, 즉 생물에 대한 진화론은 논의를 진행하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받아들이고 가야 하는 전제다. 즉, 굳이 다윈이 2백여년 전에 했던 이야기를 다시 반복하려고 책을 낸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도킨스가 이 책을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대체 무엇일까? 거칠게 말해서, ‘집단 선택설’은 틀렸고 ‘유전자 선택설’이 적절한 이론이라는 것을 대중들이 쉽게 이해하도록 풀어쓰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자연선택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는 종이 아니라 유전자라는 것이다. 이는 다윈 이래로 가장 위대한 생물학자로 평가받는 윌리엄 D. 해밀턴(William D. Hamilton)이 이타적 행위의 존재를 설명하기 위해서 발전시킨 혁신적 아이디어라고 할 수 있다. 해밀턴의 아이디어는 전문적인 학계에서도 주류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진화론을 조금이라도 접해봤던 비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진화론에 대한 집단선택설과 같은 직관이 생각보다 뿌리깊은 것 같다. 책이 쓰인 당대에는 TV, 교양 진화론 서적은 물론이고 몇몇 생물학 교과서에도 집단선택설의 관점에서 진화를 설명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동물행동학의 아버지중 하나라고도 불리는 콘라트 로렌츠(Konrad Lorenz)도 예전에 집단선택설에 대해서 옹호하는 책을 냈을 정도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도킨스는 이러한 지적인 위기를 타개하기 위함과 동시에 유전자 선택설을 대중들에게 설득력있게 제시하기 위해서 이 책을 썼다.


 그렇다면 집단선택설은 도대체 어떠한 방식으로 매력적인 오답으로 둔갑한 것일까? 즉, 어떠한 점이 대중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으며 그것은 왜 잘못되었을까? 일단 집단선택설은 개체간의 이타적 행위로 여겨지는 현상을 ‘종의 이익’이라는 개념으로 쉽게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타적 행위라는 현상은 다윈이 죽을 때까지도 해명하기 힘들었던 문제였기 때문이다. 도킨스가 내린 이타적 행동의 정의상 자신을 희생하여 다른 생물체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그런 행동을 한 개체가 어떻게 자연선택을 받을 수 있겠냐는 말이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종의 이익이라는 개념은 자연선택의 단위를 개체가 아닌 종으로 해석해서 문제를 일견 해결하는 것처럼 보였다. 개체가 이타적인 행동을 하는 이유를 종의 이익을 위해서 희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는 것이다.

출처 : <만화로 배우는 곤충의 진화23 : 필연적인 사회성>  http://www.ddanzi.com/ddanziNews/527376303

 그러나 집단선택설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도킨스는 그 이유에 대해 두 가지를 이야기한 듯하다. 우선 집단에서 종의 이익을 위해 희생하는 개체들이 가득한 ‘이타적 집단’이 존재했다고 쳐도(그런 집단이 존재했을 리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단 하나의 이기적 돌연변이 개체가 나오거나 이웃의 이기적 집단에서 이기적 개체가 유입만 되어도 그러한 무임승차자(free rider)들이 금방 판을 망쳐놓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집단의 무한확장’이라는 문제가 생긴다. 개체들이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 존재한다면 왜 그것이 반드시 종이어야 하는가? 자연선택의 단위가 속, 목, 강 등이 되어서는 안되는가? 무임승차자 문제와 집단의 무한확장이라는 귀류법으로 인해 집단선택설은 커다란 난항과 직면한다.


 그렇지만 아직 유전자 선택설을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아마도 ‘이타적 행위’라는 현상에 대해서 집단선택론보다 더욱 설명력있는 해명을 내놓아야 유전자 선택설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특정한 가설을 지지하는 것하고 그 가설과 반대되는 다른 가설이 틀렸다는 것은 서로 별개의 논의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책을 읽기 위한 가장 좋은 가이드라인은 이타적 행위가 유전자 선택설이라는 방식으로 얼마나 설득력있게 설명되는지 평가하면서 읽어내려가는 것이다. 이제 그는 유전자 선택설을 설득력 있게 풀어나가기 위해서 2장에서 생명의 기원부터  차근차근 논의를 전개해나가기로 한다.



* 위 글은 예전에 네이버 블로그에 포스팅했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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