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신입생 때, 정말 쓸데없어 보이는 과목 중간고사를 공부하다가 이것저것 외우는 게 너무나 쓸데없어 보이고 짜증나서 교재를 책상 위로 던지며 선배한테 하소연했다.
"대체 이런 걸 어따가 써먹을 수 있다고 공부해야 되는 거죠?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보여요."
그러자 선배는 옛날 이야기 하나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옛날 옛적에 드래곤 때려잡는 기술을 가르쳐주는 학원이 있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 학원에서 단계별 코스들을 밟았고, 각 코스들마다 어마어마한 비용을 들이며 수련에 수련을 거듭해서 훈련받았다고 한다. 드래곤을 잡기만 한다면 그 누구라도 순식간에 부와 명성을 손에 쥘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학원에서 그렇게 광고하던 것을 사람들이 곧이 곧대로 믿은 것일 수도 있겠다. 그런데 어떤 학원생이 졸업 후에 드래곤을 잡기 위해 여행을 다니다가 충격적인 사실을 하나 깨닫게 되었다. 정말 놀랍게도 그동안 학원에서 배워온 기술을 사용해 때려잡을 드래곤이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다는 사실이다. 학원에서 그토록 설파했던 드래곤은 허상이었다. 이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려야 하는 것일까? 그동안 밟았던 코스들과 어마어마한 비용들은 다 허투로 돌아가게 되는 것일까? 그 순간 번뜩이는 졸업생의 머리.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너무나 대견한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뭘 걱정해. 드래곤 잡는 학원이나 세우면 되는 거지 뭐."
"그 뒤로도 드래곤 잡는 학원은 아무런 문제 없이 쭉 내려져왔다고 해요. 우리도 할 거 없으면 드래곤 잡는 학원이나 세우면 되는 거죠 뭐."
요즘 상당수의 '교육'이랍시고 진행되는 것들이 이딴 구조로 돌아가고 있는 세태를 바라보며 이 이야기를 회상한다.
* 위 글은 예전에 네이버 블로그에서 포스팅했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