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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Apr 26. 2021

<신, 만들어진 위험> 1부 서평

- 무수히 많은 신 중 왜 당신이 믿는 신만이 옳은가?
- 성서 속 신은 선한 인물인가?
- 성서를 역사책이라고 할 수 있는가?
- 어떻게 신 없이 고도로 복잡하고 다채로운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가?


 도킨스 형님의 최신작이 얼마 전에 번역되어 국내에 출간되었다. 번역판의 제목은 <신, 만들어진 위험>이다. 지속적으로 이러한 주제로 책을 내시는 것을 보면 어쩌면 그 누구보다도 신을 사랑하시는 분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신과 종교에 대한 열정이 참으로 대단하시다. 그야말로 '어둠의 기독교인'이라고 이름 붙이고 싶을 정도다. 수많은 기독교인들도 본받아야 할 '신실함'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그래서 그럴까? 도킨스는 이번 책에서 그 '신실함'의 정점을 찍어주었다. 책은 1부와 2부로 나뉘는데, 1부는 종교 전반에 대해 쓰였고 2부는 진화 전반에 대해 쓰였다. 적어도 1부까지만 본 입장에서는 솔직히 종교학 개론 과목의 부교재로 활용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잘 쓴 작품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여태까지 배운 종교학을 아주 얇게 요약한 서브노트로 써도 크게 손색이 없을 정도다. 이번 책에서 도킨스는 종교에 대한 성실한 자료조사와 그에 따른 성숙하면서도 정제된 논지 전개를 훌륭하게 보여주고 있다. 책을 읽다보면 도킨스는 섬세함 따위는 없이 그저 종교에 대한 호전적인 비난만 한다는 세간의 흔해빠진 인식을 단박에 깨뜨려줄 것이다.


 게다가 각 장마다 주제 의식이 명료하고 필력도 그에 따라서 독자들을 금방 몰입할 수 있게끔 훌륭하다. 그래서 책이 술술 읽힐 정도로 가독성이 좋다. 1장은 종교에 대한 개괄, 2장은 종교 경전이나 구전을 통해 접한 기적을 문자 그대로 믿는 근본주의에 대한 비판, 3장은 신화에 대한 해체(특히 흄의 논증)와 현대에도 여전히 만들어지고 있는 신화들(모르몬교, 화물 숭배 등)에 대한 이야기, 4장은 기독교 성경에 등장하는 신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리 선한 신이 아니라는 비판, 5장은 바로 그러한 4장의 결론에 기초해서 종교를 믿는 것은 오히려 해가 된다는 반대신론(anti-theism), 6장은 도덕철학에 대한 간단한 소개까지 하면서 1부를 마친다.


 각 장의 주제들은 지각 있는 사람이라면 기독교의 교리를 접하고 한번쯤은 생각해봤을 법한 내용들이다. 설령 도킨스가 해석한 기독교가 다소 나이브하거나 거칠게 느껴지는 구석이 있다고 하더라도 순전히 그를 탓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내용들은 수많은 대형 교회에서 크게 광고하며 퍼뜨리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전세계의 교회들이 더 이상 썩어빠진 고인물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이러한 문제들을 충분히 숙고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그리고 적어도 미국이나 한국 사회에서 교회의 타락은 단순히 종교만의 타락만으로 볼 수 없는 지경에 다다랐다. 이제 기독교의 문제는 정치경제학적인 분야와 뗄레야 뗄 수 없는 중대한 문제로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이다. 그러한 점에서 볼 때 건강한 교회의 형성은 건강한 사회의 형성을 위해서라도 매우 중요한 핵심 과제라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책은 무신론자 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수많은 기독교인들에게 종교에 대한 건강한 가이드가 되리라 생각한다. 이제 우리는 좋든지 싫든지 도킨스의 말에 귀 기울일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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