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관계이론과 자기심리학> 제1장 정리

대상관계이론과 자기심리학 개괄

by 바람



SE-603c889e-b6ce-4e2c-ac20-9b69b4e164d9.jpg 출처 - 『대상관계이론과 자기심리학』, Michael St. Clair (지은이), 안석모 (옮긴이), Cengage Learning, 2010

토의할 주제들

1. 대상관계를 간단히 뭐라고 하겠는가?

사실 위 그림 하나면 단박에 끝장 나는 질문이기는 하다. '대상(object)'과의 관계(relation)를 가리킨다. 아니, 이게 무슨 말장난인가! 그저 동어반복(tautology)에 그치는 수준의 답변이 아닌가? 물론 지당한 지적이다. 그런데 정말로 '대상관계'라는 용어의 이름에 거의 모든 것이 담겨있긴 하다. 그러한 의미에서 일단 알기 쉽게 '대상'과 '관계'를 나누어서 논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대상이란 무엇인가? 그에 앞서서 여기서 사용하는 '대상'은 정신분석학적 맥락에서 쓰는 전문 용어라는 사실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그 '대상'은 어떤 비인간적인 사물이라기보다는 대개 어떤 욕구나 행동을 만족시키며 그 목표가 되는 사람을 지칭한다. 현상학의 표현을 빌리자면 일반적으로 의식이 '향하는' 바의 것, 즉 지향성(intentionality)의 대상과 상당히 유사한 개념이라고 봐도 무방해보인다. 그런즉 느낌(feeling)이나 정동(affect)도 당연히 대상들을 지니고 있다. 프로이트는 본능적 욕동(drive)이라는 문맥에서 아기의 최초의 대상은 엄마의 젖가슴이고, 다음에는 엄마 자신,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아기를 만족시켜 주는 타인이나 사물들이라고 말한다.


자, 그러면 관계에 대해서 알아보자. 그런데 이해를 돕기 위해 일단 관계라는 표현 대신에 '표상(representation)'이라는 표현을 통해서 탐구해보도록 하겠다. 표상이라는 용어는 한 사람이 하나의 대상을 어떻게 소유하고 있는지, 다시 말해 사람이 그 대상을 어떻게 심리적으로 구상화하고 있는지를 가리키는 말이다. 대상관계 이론가들은 일반적으로 2개의 세계, 즉 2개의 참조틀(frames of reference)을 구분한다. 관찰이 가능한 대상들로 이루어진 외부세계(external world)와 대상에 대한 정신적 표상들로 이루어진 내면의 심리세계가 그것들이다. 이중에서 후자인 내면세계(internal world)는 주체가 외부세계를 어떻게 경험하고 그리는가에 따라 달려 있다.


이러한 외부세계와 내면세계 각각과 매칭되는 주요한 개념들이 '대상 연관성(object relatedness)''내적 대상(internal object)'다. 여기서는 어머니가 아이를 어떻게 보살피는지와 같은 간단한 예시로 설명을 하도록 하겠다. 전자는 아이가 남들에게도 눈에 띄는 엄마와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가리키는 용어고, 후자는 아이가 엄마에 대해 갖는 정신적 이미지 혹은 표상을 일컫는다. 이 내적 경험과 표상은 관찰자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은 현 실태를 정확하게 반영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아이(주체)가 엄마와 맺고 있는 관계의 경험을 그려주고, 아이의 내면적 심리세계를 말해준다.


바로 이 내적 세계가 대상관계이론을 포함한 정신분석학이 관심을 두는 대상이다. 한 주체가 어떻게 세계를 그리고 자신의 인간관계를 경험하고 이해하는지를 알아야 그 사람의 행동과 동기를 어느 정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점에서 볼 때 대상관계이론은 한 사람의 성격 형성에는 타고난 생물학적 요인들보다 환경의 영향이 지대하다는 것을 강조하며, 전(前)오이디푸스기 발달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위의 그림은 한 사람의 내면세계와 외부세계가 어떤 식으로 관계 맺는지를 잘 나타내주고 있다. 행위자 A는 분명히 그의 내면세계를 바탕으로 대상 B를 대할 것이다. 그런데 A의 내면세계는 그의 부모 C, D와 과거에 어떤 관계를 맺었는가에 의해 영향을 받고 또 왜곡되기도 한다. A는 과거에 내면화(internalization)된 부모와의 상호관계를 자신의 실제 친밀한 인간관계에서 그대로 반복할 경향성이 높다. 그리고 어쩌면 자기 부모 중 한 사람과 자신을 동일시(identification)해서 그 이상화된 이미지를 B에게 투사(projection)할 수도 있다. A는 그렇게 투사되고 이상화된 이미지 속에서 B와 관계를 맺는다. 이와 같이 주체가 내면세계 속에서 대상표상들과 관계를 맺는 방식을 대상관계라 간단하게 이야기할 수 있겠다.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대상'이라는 용어를 대상관계이론 문헌에서 마주칠 때, 그것이 관찰이 가능한 외부세계의 사람을 일컫는지, 아니면 관찰 가능한 그 외부 사람에 대한 정신적 표상인 내적 대상을 가리키는 것인지를 조심스럽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 몇몇 대상관계 이론가들은 이러한 구분에 엄밀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곤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도치 않은 해석상의 혼란이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 멜라니 클라인은 '대상'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때 실제 인물을 들어 말하는 것인지, 내적인 표상으로서의 사람을 말하는 것인지 구분하지 않는다. 이러한 주의점을 어느 정도 알아두고 그의 저작을 본다면 불필요한 혼란이 조금이나마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제목_없음.png 출처: https://blog.naver.com/qkrtodhd/221434368574

2. 본능의 관점으로 보면 인간의 발달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가? 이것을 대상관계의 관점으로 본다면 어떠한가?

주로 본능을 중심으로 인간의 발달을 설명하는 관점은 전통적인 프로이트 학파다. 프로이트의 발달 모델은 본능적 에너지가 차례로 나타나는 신체적 영역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구강기, 항문기, 성기기에 따른 신체 부위가 발달의 중심이다. 프로이트에게는 오이디푸스기가 대충 3~5세에 걸쳐 나타나는데, 이때 아이는 두 사람 사이의 관계(엄마-아기)로부터 세 사람 사이의 관계로 들어가는 혁신적 변화를 겪는다. 프로이트에게는 오이디푸스의 위기 이해가 대상관계(대상에 대하여 리비도를 투여하는 것) 및 신경증적 패턴을 이해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


반면에 대상관계이론은 오이디푸스기 이전의 발달 및 인간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페어베언, 말러, 클라인, 그리고 코헛 모두 발달 위기가 프로이트가 생각한 때보다 먼저 온다고 보았고, 이 위기를 각기 다른 용어를 가지고 설명하였다. 이들은 발달에서 제일 중요한 과제가 아이가 엄마와의 융합 및 의존관계를 벗어나 보다 진전된 독립 및 분화 상태를 성취함에 있다고 보았다. 아이는 이 생애 초기에 엄마와의 융합 및 공생을 통하여 자존감의 '탱크'를 채운다. 이때 입은 상처는 이후 아이로 하여금 고갈되고 공허한 느낌을 갖게 한다. 대상관계이론은 자기의 출현을 대상과 보다 성숙한 관계를 맺을 때 일어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말러(1968)는 관찰이라는 실험적 모델을 활용하여 아이가 공생관계를 벗어나 분리 및 개별화로 나아가는 것을 기술하고 있다. 말러와는 달리, 코헛은 치료 중인 성인들에게서 얻은 자료를 가지고 자기가 자기대상에게 초기에 어떻게 의존하고 있는지를 추적하였다. 그는 응집적 자기1가 어떻게 자리 잡는지, 그리고 자기의 형성 중 발달 정지가 어떻게 일어나는지 기술하였다. 그리고 컨버그는 위에서 설명된 동일한 분화 과정들을 자기표상이 대상표상과 융합되어 있다가 자기표상이 대상표상으로부터 서서히 분화하면서 어떻게 자체를 명확하게 확립해 나가는지 설명하고 있다. 생애 초기, 오이디푸스 이전, 그리고 오이디푸스 동안에 아이의 대상관계는 원초아와 대상 혹은 자아와 대상 간에 일어나는 것 같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자기(혹은 그것의 정신적 표상)와 대상(혹은 자기 안에 위치한 대상의 정신적 표상) 간에 일어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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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심리 내적 갈등과 발달적 결손 사이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전통적 프로이트 모델은 심리적 장애가 본능적 욕구와 현실적 욕구 사이의 갈등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본다. 이것은 곧 원초아, 자아, 초자아 사이의 갈등이기도 하다. 아동기에서 비롯된 해소되지 않은 갈등, 특히 해소되지 않은 오이디푸스 갈등은 무의식상으로 계속될 수 있고, 성인기에 가서도 나타난다. 자아가 위협적인 사고나 리비도적 감정에 대해서 방어적으로 반응할 때 신경증적 타협이 생겨나고, 그것이 신경증적 증상으로 나타난다. 프로이트 학파 분석가는 이런 갈등들을 없애려 할 것이고, 신경증적 증상들의 무의식적 원인들을 찾아내려 할 것이다.


반면에 대상관계이론가들과 자기심리학자들은 갈등과 혼란을 다르게 정의한다. 이들은 병리 현상을 심리 내부의 다른 곳에서 찾아내려 한다. 심리적 혼란은 자기 및 심리 구조에 손상이 간 것으로 여겨진다. 발달 초기의 결손이 응집적 자기의 형성을 방해하고, 심리 구조의 통합을 저해한 것으로 본다. 이런 전오이디푸스기의 발달 결손은 자기애적 성격이나 경계성 성격을 만들어 낸다. 이런 병리들은 고전적인 신경증보다 훨씬 더 심각한 혼란 상태다. 페어베언에게 있어 갈등이란 자아와 다른 심리 구조 사이에 존재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자아안에 존재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페어베언은 갈등을 분할되어 떨어져나간 자아(즉 나쁜 대상들)가 자아의 여타 부분과 전쟁 중인 것으로 말한다.


대상관계이론가들과 프로이트 사이의 또 하나의 논쟁은 공격성의 역할을 두고 벌어진다. 대상관계이론가 및 자기심리학자들은 공격성을 본능이라기보다는 어떤 병리적 상황에 대한 일종의 반응 내지는 반동이라고 본다. 발달 초기의 결손 및 어릴 적 관계상의 좌절이 공격성을 자아낸다. 코헛은 자기애적 격노를 '원시적 자기(archaic self)'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 때 나타나는 반응이라 본다. 컨버그 역시 초기의 공격성은 관계적 좌절에 따른 반응임을 지적하고 있고, 이런 반동적 공격성이 대상관계 단위체들의 통합을 방해한다고 본다. 그는 섭식과 연관된 비유를 들어서 아이가 초기의 대상관계적 감정과 이미지 단위체들을 어떻게 소화하고 통합하는지 설명한다. 엄마와 아기 관계에서 일어나는 좌절은 대상관계 단위체들(자기이미지와 대상 이미지들)을 '소화되지 않은 채' 그냥 남아있게 만든다. 그리하여 아이의 소화되지 않은 측면들은 원시적 느낌 상태로 혹은 통합되지 않은 감정으로 후에 자신에게 다시 돌아온다. 경계성 성격장애자들은 강렬한 유아기적 감정 상태를 계속 지니고 있고, 이것이 그들로 하여금 어른이 되기는 하였지만 감정상으로는 아이 같이 반동적 행동을 하게끔 만든다.


4. 자기와 자기표상 간의 차이를 설명하라.

유아의 내적 정신세계에는 대상에 대한 이미지나 표상 말고도 또 다른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계속해서 발달하고 있는 유아의 자기표상이다. 유아는 주변환경 속의 대상 혹은 자기 주변의 중요하고 의미있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자신을 경험하는데, 이를 통해 자기에 대하여 갖게 되는 정신적 표상이 바로 자기표상이다. 유아는 처음에는 자기와 대상을 구별할 능력이 없다. 이때 대상은 자신의 한 부분이거나 한 측면으로 여겨지는 듯하다. 따라서 유아는 아주 어려서는 어머니의 젖가슴과 자기 손가락을 구분하지 못한다. 엄마의 젖가슴을 찾다가 우연히 자기 손가락을 발견하게 되면 그 손가락을 빤다. 그러나 점차적으로 유아는 자기와 대상, 자기와 자기 아닌 것, 그리고 자기표상과 대상표상을 구별할 수 있게 된다.


* 나머지 내용들에 대해서는 아래 블로그 포스팅들에 매우 잘 정리가 되어있으니 나는 이 정도로 흥미를 돋우게 하는 선에서 그치려 한다.

https://blog.naver.com/secretman_jkh/221419173546

https://blog.naver.com/between_days/221440328194

1 『대상관계이론과 자기심리학』, Michael St. Clair (지은이), 안석모 (옮긴이), Cengage Learning, 2010, pp.24~25 인용

"응집적 자기는 코헛이 변이적 내면화(transmuting internalizations)라고 부르는 과정을 통하여 구축되는데, 이것은 자기가 자신을 위해 대신 기능을 수행해주던 대상으로부터 점차 자기애적 투여를 철회하고, 이제는 그 기능을 스스로 수행할 수 있게 되면서 생겨난다. 자기가 스스로 수행하는 이런 심리적 기능에는 현실 검증, 자존감 조절 등이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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