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레 들이닥친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세상이 온통 어지럽습니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입니다. 어디서 들리기로는 다시는 이전과 같은 삶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도 합니다. 그래서 여태까지 우리가 살아온 방식을 하나부터 열까지 싹 다 갈아엎어야 할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를 어찌 하나요... 도무지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 할 지 난감할 정도로 아는 게 아예 없습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조금이나마 잡히는 게 있다면 좋을 텐데, 이거야 원. 이대로 속수무책으로 끌려가야만 하나 싶은 기분에 무기력하기만 합니다. 아마도 꽤나 많은 분들께서 이와 비슷한 상태를 겪고 있지는 않을까 조심스레 추측해봅니다.
그러한 연유로 저는 이번 서평집의 시작으로 <코로나 사피엔스>라는 책을 여러분들께 소개하고 싶습니다. 책과 그리 친하지 않은 분들을 포함한 누구나 가볍게 후루룩 넘기며 쉽게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접근성이 좋기 때문입니다.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진행한 석학들과의 인터뷰를 거의 그대로 수록한 책이라서 그렇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지금도 유튜브에서도 시청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제가 여러분들께 소개하고자 하는 분야들 각각의 기초적인 이야기들을 다루어주기 때문에 가볍게 짚고 넘어가기에 좋은 책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특히 저는 이번 장에서 생태, 자본주의, 적정만족 등에 대해서 간단하게 언급하며 운을 떼고 싶습니다. 이 세 가지 주제들을 포함한 다양한 주제들은 이후에 본격적인 장에서 더욱 깊게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코로나 사피엔스>의 인터뷰에 출연한 6명의 석학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잠깐 스쳐지나갈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 인류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를 건드리고 있다고 말입니다. 일단 생태학자 최재천 선생님께서는 단순한 '화학백신'만으로는 지금과 같은 전염병의 문제들이 절대로 원만하게 해결되지 않으리라는 통찰을 던져주십니다. 결국 근본적인 문제는 생태계 파괴라는 것입니다. 언젠가부터 생태계 파괴로 인해서 바이러스의 창궐 주기가 5년, 3년 등으로 점점 짧아지고 있습니다. 어쩌면 매년 바이러스가 우리를 공격하게 되는 상황이 된다면, 그때는 개발에 시간이 한참 걸리는 백신으로는 버티기에 역부족이 될 것입니다. 고생고생을 해서 백신 개발을 이루어냈다 싶으면, 그때 다시금 새로운 바이러스가 우리를 공격해올 테니까 말이지요. 그러니 궁극적으로는 '생태백신'이 답일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자연을 향한 착취를 멈추고 자연과의 '생태적 거리두기'를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그런데 도대체 왜 생태계 파괴가 바이러스의 창궐 주기를 좁힌다는 것일까요? 도대체 생태계와 바이러스는 서로 무슨 상관이 있길래 이렇게나 많이 회자가 되는 것일까요? 확실히 생태계 파괴가 근본적인 문제라는 이야기는 언론이나 유튜브 등 각종 미디어 매체에서 자주 듣는 것 같긴 합니다. 그런데 언뜻 보기에 그 둘의 관계가 확 와닿지 않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이와 관련해서 조금 더 명료한 설명이 필요할 수도 있겠는데요. 그 문제에 대해서는 책을 조금만 넘기시면 나오는 '생태' 파트에서 간단한 설명을 참고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게다가 이러한 생태계 파괴는 단순히 개인적인 일탈만으로 발생하는 사건이 아닙니다. 누구 하나가 쓰레기 분리수거 제대로 하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지요. (물론 그것도 똑바로 잘 처리해야 할 문제겠지만요.) 그 무엇보다도 바로 자본주의의 무한한 욕망추구와 그로 인한 착취가 생태계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친 결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자본주의는 그 무엇이든지 당장 돈이 될 수 있는 상품으로 만들고자 끊임없이 그 영역을 확장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어떤 면에서는 팬데믹과 같은 재난을 이용해서 기존 체제가 더욱 공고해지는 '재난 자본주의' 현상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와 관련된 내용은 책에 나온 홍기빈 소장님의 인터뷰를 참고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짧은 인터뷰의 특성상 그리 깊이 있는 내용까지는 들어가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자본주의 및 경제와 관련된 내용을 다룬 본격적인 장에서 더욱 깊은 내용을 여러분들께 소개하고자 합니다. 아무튼 중요한 포인트는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의 질서가 무엇인지 잠깐이라도 멈추고 생각해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이란 무엇일까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많이 소유하고 소비하면 할수록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행복한 삶을 가질 수 있는 걸까요? 부유계층의 자살 시도가 늘어나는 것을 보면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게다가 행복은 '가질 수 있는' 성질의 것으로 표현하는 것도 어불성설이지요. 우리가 꿈에 그리던 무언가를 이루어서 성취감을 느꼈다 하더라도 그 느낌은 얼마 가지 않아 사라져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주대학교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교수님은 '코로나 사피엔스' 신인류에게 필요한 건 '지혜로운 만족감'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저는 이것을 '적정 만족'이라고 이름 붙이고 싶습니다. 김경일 교수님은 이를 위해서 사회적 '원트want'가 아닌 나만의 '라이크like'를 행복의 척도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리고 코로나 사태로 인해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된 사람들이 자기만의 라이크를 찾게 되었다고 말하죠. 이제는 적정만족을 누릴 수 있는 지혜로운 방법을 구체적으로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그에 대한 방법은 마음 다스리기와 관련된 장에서 본격적으로 이야기하려 합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따로 동떨어진 독립적인 문제가 아닙니다. 하나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른 문제들까지 서로 얽혀있는 복합적인 문제라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이것들은 하루 이틀 전부터 나타난 문제가 아니라 굉장히 오래 전부터 불거진 뿌리깊은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아무리 생각해봐도 지금까지 언급한 문제들이 그저 조금 기다린다고 해서 끝날 문제는 아니라는 결론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어쩌면 이것들은 인류에게 있어서 생사의 기로가 달려있는 문제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이상 전문가들에게만 맡겨둘 수 없고 모두가 힘을 모아 고민을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잠시 위기를 모면하고자 하는 회피는 문제를 눈덩이처럼 키울 뿐입니다. 우리는 문제를 제대로 깨닫고 해결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제가 이렇게 책을 쓰기로 결심한 이유이기도 하고요. 다음 장에서는 최재천 선생님께서 저술하신 <최재천의 인간과 동물>을 통해 "알면 사랑한다"는 정신을 느껴보며 지금 이 시국의 생태적 원인을 살펴보기 위한 기본 개념들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