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관계이론과 자기심리학> 제3장 멜라니 클라인 요약

by 바람
%EC%A0%9C%EB%AA%A9_%EC%97%86%EC%9D%8C.png?type=w966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1RYy2sHGED8 (한국인 절반은 이런 정신성. 유아무의식, Klein 1 [이창재 박사의 정신분석])


0. 멜라니 클라인: 프로이트와 대상관계이론 사이의 가교

멜라니 클라인(Melanie Klein)의 업적을 거칠게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프로이트와 대상관계이론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는 프로이트가 사용했던 본능, 구조, 대상과 같은 용어들을 사용하면서도 그 용어들이 가진 의미를 확대시켰다. 그는 프로이트와 마찬가지로 본능을 강조했지만, 더 나아가서 본질적으로 이 본능을 대상과 관련하여 이해했다. 즉, 본능적 충동은 생애 출발부터 대상관계 상황에서 발생하며 대상을 지향하는 것으로 이해되는 것이다. 유아는 단순히 본능 해소를 위해서만 영양 공급 및 젖가슴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클라인의 이론은 실제 외부 대상보다는 개인의 무의식적 환상이나 충동에 내재된 대상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한계점에 대해서는 훗날 위니컷이 어느 정도 잘 보충해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1. 죽음 본능

그렇다면 멜라니 클라인이 생각했던 본능이란 과연 무엇일까? 그는 일단 프로이트를 계승해서 본능을 생의 본능(libido)과 죽음 본능(thanatos)으로 나누었다. 그리고 유아 불안의 주된 근원을 죽음 본능의 기능에서 유래한 것으로 본다. 죽음 본능은 대개 죽음이나 소멸에 대한 두려움으로 경험된다. 또한 박해를 받거나 파괴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의 형태로도 나타난다. 아이는 자기(self) 안에 있는 이러한 파괴적인 충동에 대한 두려움을 판타지(phantasy) 속에서 자기로서는 통제 불가능하고 매우 강력한 대상에게로 귀속시켜 버린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유아는 이러한 판타지들을 정신적으로만이 아니라 신체적으로도 경험한다는 것이다. 이는 유아가 이 단계에서 현실과 판타지를 구분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아는 모든 불쾌함과 좌절을 적대적인 세력이 자기를 공격한 것이라고 느낀다. 이 시기에 양육자의 과제는 유아의 죽음 본능을 어떻게 잘 담아줘서 처리할 것이냐가 큰 관건이라고 할 수도 있다.


2. 부분대상(partial object)

유아는 왜 이렇게 대상들과 판타지 성격의 비현실적인 관계를 맺게 되는 것일까? 그것은 유아의 자아 및 지각적 능력이 미성숙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한 번에 한 사람의 일부분이나 일면에만 관심을 둘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유아는 맨 처음에는 부분대상과 관계를 맺는다. 유아는 발달의 초기 단계에서 만족 아니면 박탈만을 경험한다. 양육자의 젖가슴은 유아에게 만족을 주든지 아니면 거부하든지 둘 중 하나다. 양육자의 젖가슴과의 관계에서 유아는 만족하든지 아니면 거절당한다든지, 좋든지 아니면 나쁘든지 하는 양극단의 느낌을 경험하게 된다. 유아의 부분대상에는 젖가슴 뿐만 아니라 자신의 신체의 일부, 타인, 그리고 무생물적 대상들까지 포함된다. 생후 2~3개월 동안의 대상세계는 현실세계의 만족스러운 부분들과 현실세계의 적대적이며 박해적인 부분들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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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심리기제: 분할·투사·내사·투사적 동일시

유아들은 자신들을 보호하며 안전한 느낌을 가지기 위해 분할(splitting) 기제를 사용한다. 분할은 자기의 감정들과 모습을을 나누어 떼어 놓는 것을 의미한다. 유아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자기와 대상을 좀 더 다루기 쉬운 모습들로 분할시켜 놓는다. 즉 좋은 면들과 나쁜 면들을 분리해 놓고 계속적으로 이 상태를 유지시킨다. 분할기제는 엄마와의 복잡한 관계를 여러 가지의 단순한 관계들(사랑하는 대상과 만족스런 자기, 미워하는 대상과 좌절된 자기, 사랑스런 젖가슴과 사랑받는 자기, 좌절시키는 젖가슴과 미움 받는 자기)로 정형화시킴으로써 문제를 단순화시킨다. 이렇게 해서 분할은 만족스런 감정들로부터 위험한 감정들을 분리시켜 놓음으로써 위험한 감정들을 흩어 놓는다.


투사(projection)는 판타지의 과정으로써, 이를 통해 유아는 실제로는 그것이 유아 자신의 감정인데 마치 어떤 대상이 그 독립된 감정이나 충동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믿게 된다. 예를 들어, 젖을 잘 먹고 배가 부른 유아는 만족감을 얻고 이것을 대상에게 돌리며 그 젖가슴은 좋은 것이라 믿는다. 따라서 이 좋은 젖가슴은 평생에 걸쳐 좋고 이롭다고 느껴지는 모든 것들의 원형이 되고, 나쁜 젖가슴은 사악하고 박해하는 모든 것들을 대표하게 된다. 아이가 욕구를 채워주지 않는 나쁜 젖가슴에 대하여 자신의 좌절감과 미움을 쏟게 될 때, 그 아이는 자기 자신의 미움을 모두 나쁜 젖가슴 탓으로 돌린다.


매우 어린 유아들이 가지고 있고 사용하는 또 하나의 중요하면서도 원시적인 방어기제로 내사(introjection)가 있다. 내사는 외부세계로부터 인식한 무언가를 자기 안으로 끌어들이는 정신적 판타지다. 따라서 외부세계로부터 비롯된 어떠한 위험이나 박탈도 내면으로 들어온 후에는 내적 위험으로 변한다. 비록 유아 외부에 존재하는 것일지라도, 좌절시키는 대상 및 불안의 요소들은 내사의 기제를 통해 공포에 떠는 유아의 내적 박해자로 바뀌게 된다.


마지막으로 위 세 가지 심리기제를 종합하여 이루어지는 방어기제로 투사적 동일시(projective identification)가 있다. 투사적 동일시는 자신의 내적 세계를 외적 대상에 쏟아 놓고 이 대상을 재내면화시키는 (또는 이 대상과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판타지 과정이다. 유아는 판타지의 단계에서 용납되지 않는 자기의 일면을 분할하여 다른 대상에게로 보낸 후, 그것과의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계속해서 통제하려 한다. 예를 들어, 유아가 배고픔의 고통을 경험하게 될 때 배고픈 느낌을 따로 떼어 이것을 어떤 대상, 이를테면 젖을 주지 않고 좌절시키는 젖가슴에게로 투사시킴으로써 자기 자신을 보호한다. 그러나 고통을 외부의 대상 탓으로 돌리는 것은 그리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유아는 분할되어 투사된 자기의 일부분과 대상의 결합체를 다시 내사하여 되돌아오게 하는 좀 더 발전된 과정을 계속한다. 즉, 상처 입히고, 좌절시키며, 유아를 집어삼키던 젖가슴이 이제는 유아의 내부에 존재하게 되고, 그로 인해 그것은 계속 유아와 연결되어 있다.


이렇게 자신의 욕구와 두려움을 처리하려고 계속 노력하는 유아는 마치 젖가슴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나는 고통스럽고 당신을 필요로 하는데 당신은 나에게 먹을 것을 주지 않는다. 따라서 당신은 나쁜 존재다. 나를 공격하고 있으며, 나를 잡아먹고 있다. 나는 지금 기분이 안 좋다." 비슷한 과정이 만족스러운 상황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따뜻한 우유로 배가 불러 만족스러운 유아는 다음과 같이 생각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당신은 나에게 먹을 것을 주었기 때문에 매우 좋은 사람이고, 나를 기분 좋게 해준다. 따라서 당신은 이제 내 안에 존재하며서 나를 이렇게 기분 좋게 해주어야 한다." 성인이 되어서도 이러한 투사적 동일시는 일상 속에서도 누구나 자연스럽게 활용된다. 그러므로 상담 현장에서도 환자는 무의식적으로 분석가에게 투사하고 있는 것을 유도해내려 한다. 특히 구강기에 고착된 정신구조를 지닌 편집증 환자와 경계선 성격장애 환자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투사적 동일시를 많이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아이나 환자는 실제로 이 모든 것들을 의식적으로 이해하며 행동하지는 않는다. 여담으로 생물철학자 데닛의 용어를 잠시 빌리자면 이는 '부유하는 합리적 근거(free floating rationale)'1로 설명할 수 있다.



4. 대상관계의 내적 세계

클라인에 따르면, 첫 번째 대상(the first objects)은 외적 대상에게로 투사되었다가 다시 내적 대상에게로 되돌아온 자기의 분리된 모습이거나 감정이다. 이렇게 내사와 투사는 내적 대상과 외적 대상, 내적 본능과 환경 사이를 매우 강하게 연결시킨다. 여기서 내적 대상은 자기와 외적 대상의 결합물이다. 외적 대상은 대상 자체로서보다는 그것이 어떻게 투사를 통하여 달라지는가에 중요성이 있다. 유아는 자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판타지 과정을 통해 그 자신의 내적 세계를 외부세계에 투여하고, 다음에 그 세계를 재내면화한다. 한마디로, 유아는 자기만의 세계를 창조하는 것이다.


클라인의 심리학에서는 양육하는 부모와 같은 외부세계의 역할보다는 본성과 본능을 더 많이 강조한다. 전통적인 정신분석학에서는 이러한 클라인의 심리학은 환경을 구성하는 부모와 같은 대상의 영향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유아의 내적 세계의 중요성을 과도하게 강조했다고 비판받기도 한다. 즉 유아 자신이 공헌하는 바를 너무나 강조한 것이다. 클라인에게 장애는 외적인 영향을 받아서라기보다는 유아의 본능으로부터 비롯하는 것으로, 좋지 않은 것과 공포는 유아 내부에서 유래한다고 설명된다.


5. 자아와 초자아

자아 기능은 실질적으로 태어나면서부터 존재한다. 또한 클라인에 따르면, 자아의 형성은 유아가 최초의 좋은 대상인 엄마의 젖가슴을 내사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좋은 젖가슴(좋은 대상)은 자아발달의 핵심 근거가 된다. 좋은 대상은 유아의 내적 세계를 채우고 자아가 동일시하려는 측면들이 된다. 이렇게 내적으로 투사된 대상들은 앞으로 있을 심리발달의 전초기지가 되고 끊임없이 다른 대상들에 의해 수정된다. 유아들은 자기보호적 측면에서 죽음의 본능과 생의 본능인 리비도를 좌절시키기도 하고 만족을 주기도 하는 외적 대상인 젖가슴에게로 전가시킨다. 이러한 보호 장치를 통해서 유아는 자아와 대상의 결합체를 이루어내고 이것이 자아발달의 핵심을 이룬다.


자아발달의 초기 단계에 있는 유아의 내적 세계는 부분 대상들의 이미지 및 자아의 이미지들로 가득 찬 혼란스러운 상태다. 이러한 내적 세계에 대처하기 위해 유아는 생후 1년 동안 부분대상에서 전체대상으로, 단편적인 자아에서 좀 더 통합된 자아로 나아간다. 조직화되지 못한 판타지들은 점차로 통합되고, 자신이 대상에 대해 전능적으로 통제력을 가지고 있다는 잘못된 생각을 극복하게 된다. 즉 투사적이고 내사적인 기제는 감소하고, 정확한 인지력이 증가하는 것이다.


초자아도 자아와 마찬가지로 외적 대상들이 이전에 행했던 기능들을 담당한다. 이러한 초자아도 역시 투자와 내사 과정의 결과물이다. 유아는 파괴적이며 요구만 해대는 자기 내면의 특성들을 젖가슴이라는 대상에 투사하고, 자기 자신과 대상이 결합체를 이루어 만든 그 대상 이미지를 재내면화시킨다. 이를 통해 유아 자신의 탐욕이 탐욕스런 젖가슴의 이미지로 변형되고, 이 탐욕스러운 젖가슴의 이미지가 유아 내면에서 지나친 요구를 하는 초자아가 된다. 그러니까 초자아는 유아의 탐욕의 결과물이고, 지나친 요구와 함께 좌절을 가져다주는 나쁜 젖가슴이 투사된 후 박해적인 대상으로 내면화된 것이다.


d.png?type=w966 출처: https://blog.naver.com/europa-rose/221306717595 (멜라니 클라인 "에르나 사례" 이만우박사/ 한국정신분석상담학회)


아이들은 초자아와 관련해서 자기 안에 비현실적이고 판타지적인 부모상을 창조한다. 이 상들은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고, 몸을 자르며, 삼키고, 물어뜯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렇게 위험한 대상들은 사나운 야수나 괴물과 같은 것으로 내면화되고, 아이들은 이렇게 내적으로 투사된 초자아에 의해 파괴되고 먹힐까봐 두려워한다. 클라인은 이러한 사납고 무자비한 초자아를 당시 33개월이었던 리타를 치료하는 중에 보게 되었다. 그는 이러한 놀이 치료를 통해 초자아가 매우 이른 시기에 나타난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리타는 놀이치료에서 매우 잔인하고 사납게 벌을 주는 엄마의 역할을 맡았는데, 이것은 인형으로 표상되는 자기나 엄마로 상상되는 클라인에게 향한 것이었다. 클라인은 리타가 보여주는 양가감정적인 모습(벌을 받고자 하는 극단적인 욕구 및 죄책감, 그리고 자다가 겪는 공포)을 보면서 프로이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이른 시기에 초자아가 나타난다는 결론을 내렸다.


클라인은 본능적 에너지와 심리 구조의 요소들을 분리시킨 프로이트의 입장에 반대했다는 점에서 페어베언과 입장이 같다. 클라인은 판타지가 본능을 표상하는 것이라 보고, 그것을 대상과 관계하려는 노력으로 이해했다. 근본적으로 성격은 이러한 내적 대상들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하는 판타지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이론은 자아와 원초아 사이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들고, 이 둘을 한 심리적 기관의 다른 측면으로 바라보는 경향성이 생기게 만든다. 결국 이러한 입장에서 일관적인 추론을 통해 가장 초기의 발달 단계에서도 심리적 갈등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그리고 클라인은 삶의 초기에도 자아가 방어적인 기능을 가지고 작용한다는 사실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런데 클라인은 좋은 젖가슴과 나쁜 젖가슴 둘 다 내사된다는 점에서 페어베언과 의견을 달리한다. 페어베언은 좋은 젖가슴은 내면화할 필요가 없고, 오직 나쁜 젖가슴만이 내면화된다고 주장했다. 왜냐하면 내사의 과정은 방어적인 과정이기 때문에 오직 위협하는 나쁜 대상만 방어할 필요가 있고, 좋은 대상은 방어할 필요 없이 외부세계에 그대로 남아 있도록 허용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반면에 클라인은 좋게 내면화된 젖가슴은 삶의 자원으로 자아의 중요한 일부가 된다고 믿었다. 클라인은 유아가 좋은 젖가슴을 내면화할 때 자기를 보호해주고 활력있게 하는 굉장히 좋고 이상적인 대상을 자기 안에 세우거나 보존하는 방식으로 내면화한다고 주장한다.


%EC%A0%9C%EB%AA%A9_%EC%97%86%EC%9D%8C.png?type=w966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90x_HMu7Xk8 (중간이 없는 인간 :편집분열자리 2. Klein 7 [이창재의 정신분석])


6. 발달상의 두 자리

클라인은 '자리(position)'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정신의 발달을 이야기했다. 이러한 정신 발달 자리에 따라서 세상 경험 방식과 내용이 달라진다. 그가 특별히 '자리'라는 용어를 쓴 이유에는 어떤 특별한 심리적 기제들의 집합이 아이의 생후 첫 몇 해 동안 발생하고 또 재발생한다는 뜻이 있다. 클라인은 발달상의 두 자리를 이야기했는데, 여기에는 '편집-분열적 자리(paranoid-schizoid position)'와 '우울적 자리(depressive position)'가 있다. 예를 들어, 생후 4~5개월 동안 유아의 자아는 주로 부분대상과 관계를 맺다가, 이후 점차적으로 전체대상과 관계를 맺어간다. 부분대상 관계에서 전체대상 관계로의 이동은 편집-분열적 자리에서 우울적 자리로의 이동을 의미한다.


편집-분열적 자리(paranoid-schizoid position) 정신구조를 지닌 사람은 세상을 전적인 좋음(all good) / 전적인 나쁨(all bad)으로만 지각한다. 일종의 분열적 방식(schizoid manner)으로 그렇게 감정을 이분법적으로 분할하는 것라고 할 수 있다. 대략 출생에서 4개월까지의 기간인 이 삶의 최초인 순간에 유아의 불안은 자신의 자아를 유지시키기 위해 편집적 성격을 띤다. 유아는 자신의 자아가 파괴당할까봐 두려워하고, 파괴적인 충동과 박해적이고 가학적인 불안이 지배한다. 이 시기에 유아는 이 세계도 자신과 같이 파괴적이고 전능한 특성을 가진 곳으로 이해한다. 그리고 이 시기에 유아는 엄마의 몸으로부터 좋은 성분들을 빼앗기거나 빨아 말린다는 공격적인 구강 판타지를 갖는다. 항문적이고 요도적인 충동들과 관련해서는 위험한 실체와 해로운 배설물을 밖으로 내버린다는 판타지의 형태를 띤다.


두 번째 발달적 자리는 우울적 자리(depressive position)다. 이 자리는 심리적 구조상으로는 성숙한 형태이며 일생에 걸쳐 발달해 나간다. 이 시기는 대략 생후 15개월부터 시작하는데, 그때 유아는 진보된 능력을 가지고 온전하거나 전체적인 대상과 관계를 맺어서 더욱 현실적인 자세를 취한다. 그리고 상징화 능력이 생기기 때문에 엄마가 곁에 없어도 엄마를 대리하는 상징으로 고립·박해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다. 편집-분열적 자리의 시기 동안 유아가 자기 자신의 파멸을 두려워하였다면, 이제 우울적 자리에서의 유아는 좋은 대상이 위험에 처하게 됨을 걱정한다. 유아는 자기가 사랑하는 대상에 대하여 이전에 공격적으로 대하였음에 죄책감을 느끼고, 이제는 그 공격했던 일에 관하여 보상하기를 갈망한다. 여기서 클라인은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를 우울적 자리와 연결지었다. 우울적 자리에서 나타나는 좋은 대상의 상실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고통스러운 오이디푸스적 갈등의 근원이라는 것이다. 성적 충동과 판타지는 공격의 결과를 치료하기 위해 등장한다.


※ 책에 사례로 소개된 멜라니 클라인의 "에르나 사례"는 다른 정신분석학 서적들에도 많이 인용되고 등장합니다. 그러니 웬만하면 통째로 외우고 익혀두시기를 (강제에 가깝게) 권장하는 편입니다.



* 이창재와 성기정이 유튜브에 업로드한 각각의 영상이 멜라니 클라인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1RYy2sHGED8

https://youtu.be/t6osE5O-4Cg


1 『주문을 깨다』, 대니얼 데닛 (지은이), 김한영 (옮긴이), 동녘사이언스, 2010, p.96 참조.

"물론 그 체계가 발전하기 위해 어떤 동물이나 식물도 이것을 이해할 필요는 없었다. 이것은 내가 '부유하는 합리적 근거free floating rationale'라 부르는 것의 예다(Dennett, 1983, 1995b). 진화는 맹목적이고 방향성 없는 과정들을 통해 성공적인 설계들을 '발견'한다. 그 설계들은 저마다 다양한 특징들 때문에 성공을 거두는데, 그 특징들은 돌이켜 봤을 때 마치 미리부터 그 설계의 합리적 근거를 알고 있던 지적 설계자가 의도적으로 창조한 것처럼 묘사하고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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