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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전문변호사가 본 음주측정거부죄와 그 문제점

by 전상민 변호사

지난번 글에서는 누구나 하기 쉽지만 했을 경우 너무나 치명적인 실수, 바로 ‘음주운전’에 관해 사법부의 처벌 수위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주운전이 반복되는 이유에 관해 저 나름의 진단을 내려보았습니다. 이번글에서는 음주운전 그 자체의 가벌성을 포함하고 있으면서, 결과적으로 음주운전보다 더 심각한 문제와 처벌수위를 가지는 음주운전의 파생범죄들 중 음주측정거부죄에 관해서 살펴보고 아울러 다소 전문적이기는 하나 이 죄의 규정체제가 가지는 문제점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음주측정 거부죄.. 말 자체가 음주측정을 거부하는 것이 죄가 된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우리가 음주측정에 응해야 할 의무는 도대체 어디서 나올까요? 우리나라와 같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가가 국민에게 어떤 의무를 부과하려면 반드시 법률로써 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국민이 주인인 민주주의 국가에서 살고 있고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국민이 투표로 선출한 국회의원, 즉 우리들의 대표들이 우리 대신 만든 '법률'이라는 약속에 따르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관련 법률을 살펴봅니다.

그러면 도로교통법 제44조 제2항에 이렇게 규정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경찰공무원은 교통의 안전과 위험방지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거나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등, 노면전차 또는 자전거를 운전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운전자가 술에 취하였는지를 호흡조사로 측정할 수 있다. 이 경우 운전자는 경찰공무원의 측정에 응하여야 한다.”

우리에게는 법을 지킬 의무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위와 같이 법이 의무를 규정을 하고 있으니 우리는 여기에 응해야 합니다. 경찰공무원이 유흥가 일대에서 대대적인 단속을 하는 경우(교통의 안전과 위험방지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는 물론, 특정한 차량 한 대를 추적해서 단속하는 경우, 또는 술냄새가 난다거나 간이측정에서 알코올반응이 나왔다든가 차량이 지그재그로 진행하는 것과 같이 운전자가 술에 취한 상태라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면 우리는 이런 상황에서 경찰관의 음주측정 요구에 응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면 일반적 단속이나 특정 단속에 의해서 음주측정을 요구받게 되었다고 합시다. 그러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음주측정거부가 되는 것일까요 이에 대하여 경찰이 운영하는 교통단속처리지침은 이렇게 규정해 두고 있습니다.

“주취운전이 의심되는 자가 다음 각호와 같이 음주측정에 불응하는 경우에는 음주측정거부자로 처리한다.

1. 명시적 의사표시로 음주측정에 불응하는 때

2. 현장을 이탈하려 하거나 음주측정을 거부하는 행동을 하는 때

3. 명시적인 의사표시를 하지 않으면서 경찰관이 음주측정 불응에 따른 불이익을 5분 간격으로 3회 이상 고지(최초 측정요구 시로부터 15분 경과)했음에도 계속 음주측정에 응하지 않은 때”

즉 음주측정거부가 되는 행위를 위 지침에 구체화해 두었는데, 1호에서와 같이 음주측정에 응할 의사가 없음을 명시적으로 밝힌다면 그것이 음주측정거부에 해당할 것임은 더 따질 것도 없고, 2호에서와 같이 명시적으로 거부의사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측정현장에서 이탈하려 하거나 손으로 측정기를 쳐내는 행동을 한다면 이 역시 음주측정에 응할 의사가 없음을 보이는 것과 다를 바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음주측정 거부는 보통 호흡측정기에 입김을 불어넣는 시늉만 하면서 불지 않거나 조금이라도 시간을 끌어 혈중알코올농도를 낮추려는 의도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로 3호 위반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 3호의 경우 2017년에 경찰의 교통단속처리지침이 개정되면서 강화되었습니다. 원래는 음주측정 시도 간격을 5분이 아니라 10분으로 규정했었고 따라서 최초 측정요구 시로부터 30분이 경과될 때까지 측정거부죄가 성립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불과 15분으로 이 범죄가 성립되게 된 것입니다.

우리에겐 음주측정에 응해야 할 의무가 있고 어떻게 하면 음주측정을 거부하는 것이 되는지 알아보았으니 이제 이렇게 음주측정을 거부하면 어떻게 처벌되는지도 알려드리겠습니다.


도로교통법은 음주측정거부를 이렇게 처벌합니다.

“ 제148조의 2(벌칙) 술에 취한 상태에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으로서 제44조 제2항에 따른 경찰공무원의 측정에 응하지 아니하는 사람은 (초범인 경우)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상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것은 지난번 살펴보신 음주운전 초범의 경우에 비추어볼 때, 초범의 최고 처벌구간이었던 혈중알코올농도 0.2% 이상인 경우(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상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와 법정최고형이 동일합니다. 즉 음주측정거부는 바로 최고 수준의 혈중알코올농도의 음주를 한 것으로 본다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10년 내 재범인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10년 내 음주운전 경력이 있는 사람이 음주측정거부를 할 경우 1년 이상 6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상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것 역시 10년 내 음주운전 재범인 사람의 최고처벌구간인 혈중알코올농도 0.2%인 경우(2년 이상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와 법정최고형이 동일합니다.

결국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음주측정거부를 할 바에야 음주측정을 하는 것이 남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워낙 음주를 많이 했다고 생각되는 분들이나, 반대로 음주운전에 해당할지 말지 경계선에 있는 분들이 시간을 끌기 위해서 측정거부를 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잘못 알고 계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리고 측정에 응하면 끝장이다 일단 버티거나 도주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결과는 음주측정을 하여 음주운전으로 처벌받는 것보다 항상 참혹합니다. 왜냐면 이 죄에는 적법한 공무집행에 대한 도전이라는 괘씸죄가 숨겨져 있다는 것이 양형에 반영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음주측정거부는 그 처벌수위가 음주운전 그 자체보다 높고 이것은 곧 실형의 가능성도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초범이라도 바로 실형이 선고될 수 있는데 이전에 한 번이라도 음주운전 전과가 있었던 분들이 음주측정거부를 한다면 더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그러니 일단 잠정적 결론을 내려드립니다. 음주운전 자체를 하지 않아야 하겠지만 설령 음주운전을 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음주측정거부는 절대 하지 마시고 음주측정에 응하셔야 합니다.


이제부터는 조금 전문적인 이야기입니다. 제가 봤을때 우리나라의 음주측정거부죄에는 상당히 커다란 잠재적 문제가 있습니다. 그것은 이것이 죄도 아닌 행위를 처벌한다는 뜻이 아니라 이 죄의 규정형식과 운용방식에 죄형법정주의를 위반할 소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죄형법정주의라는 것은 범죄라는 것과 그것의 법률효과인 형벌이라는 것은 반드시 법률에 미리 규정되어 있어야 한다는 형사법의 대원칙인데, 이 세상에서 어떤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처벌하고자 한다면 미리 국회가 그 행위와 처벌정도를 법률로 정해두어야 하지, 높은 사람이 말로 어떤 행위를 하지 말라고 해서 그것이 죄로 되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범죄라는 것은 이렇게 국회가 법으로 규정해서 명확하게 만들어 놔야 어떤 행위가 죄가 되는지 국민들도 미리알 수 있고 그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예측가능성'과 '법적안정성'이 생긴다는 것인데, 위에서 이미 보셨지만 우리나라의 음주측정거부죄에는 음주측정거부행위가 무엇인지가 ''에 규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경찰의 '교통단속처리지침'이라는 행정청의 내부준칙에 규정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즉 음주측정거부를 처벌하는 법률인 도로교통법의 처벌규정에는 '경찰공무원의 측정에 응하지 아니하는 사람'이라고만 적혀있고, 정작 '경찰공무원의 측정에 응하지 않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는 경찰의 재량권행사를 일정한 방향으로 통제하기 위해 제정된 재량준칙인 '교통단속처리지침'에 규정해 두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범죄의 구성요건은 반드시 법률에 명시되어야 하며, 경우에 따라 예외적으로 대통령령이나 부령과 같은 하위 법령에 위임되는 경우가 있지만, 사실 일개 재량준칙인 지침에까지 위임되는 경우는 없습니다. 따라서 형사전문변호사가 볼 때 우리나라 음주측정거부죄의 규정형식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다분합니다.


물론 어떤 사람이 명시적으로 측정을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거나(1호) 측정행위에 전혀 응하지 않는다면(2호) 그런 행위를 하는 사람은 누가 봐도 '경찰공무원의 측정에 응하지 아니하는 사람'으로 볼 수밖에 없겠지만, 아까 측정거부가 문제 되는 대부분의 사안이라고 했던 3호를 보시면 '명시적인 의사표시를 하지 않으면서 경찰관이 음주측정 불응에 따른 불이익을 5분 간격으로 3회 이상 고지(최초 측정요구 시로부터 15분 경과)했음에도 계속 음주측정에 응하지 않은 때'라는 것은 도로교통법상 처벌규정의 문언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도저히 예측해 낼 수가 없는 정말로 문제가 많은 규정입니다.


현재의 위 규정은 2017년 4월에 '교통단속처리지침'이 개정되면서, 음주측정 불응에 따른 불이익 고지를 기존의 10분 간격 3회에서 5분 간격 3회로 강화한 것이 유지되고 있는 것인데, 이 변경은 종전에 30분 만에 범죄가 되던 행위를 15분 만에 범죄로 만든 것으로, 예를 들면 20분간 뜸 들이다 측정에 응한 사람을 가정하면 종전에는 처벌되지 않았을 사람이 이제는 형사처벌된다는 것이니, 이것은 새로운 형벌규정을 국민의 대표들이 모인 국회가 아닌 경찰청에서 만들어낸 것과 동일한 것입니다. 극단적 예이기는 하나 만약 경찰이 오늘이라도 단속의 효율성을 높인다며 음주측정 요구를 5초간 3회, 즉 최초요청 시로부터 15초 경과로 측정거부의 기준을 바꿔버린다면 지금과 같은 운용방식으로는 15초 만에 이 죄가 성립하는 것을 막을 길이 없습니다. 규정체제뿐 아나라 운용해나가는 방식에도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음주운전 단속에 있어 경찰에게 많은 재량을 부여해야 하고 사안의 성격상 신속한 대응이 필수적이라고 해도 이것이 죄형법정주의보다 우선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위 도로교통법 제44조 제2항을 개정하여 무엇이 음주측정을 거부하는 행위인지 국회가 규정하면 됩니다. 즉 국회가 음주측정거부에 해당하는 행위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형성해야지, 단속의 편의를 위해 존재하는 교통단속처리지침이란 것에 불안정하게 의지해서는 안됩니다. 비록 국회의원들이 당리당략이나 그때그때의 여론에 따라 서로 싸우고, 법률안 통과를 막고, 고치고, 마지못해 통과시켜 늘 욕을 먹는 것이 현실이지만, 그것이 우리 민주주의가 하나의 법률이라는 것을 만들어 내는 방식이지 국회 이외의 기관이 행정편의에 의한 내부지침의 제정이나 개정으로 국민의 기본권에 손을 대서는 안됩니다. 이것은 위헌이자 동시에 정의로부터 멀어지는 것입니다. 참고로 이 글은 고생하시는 경찰에 대한 비난이 결코 아니며 제도운영에 관해 국회에 대한 법률가로서의 제 요청임을 다시 한번 밝힙니다.


"Injustice anywhere is a threat to justice everywhere."

"어디에서의 부정의든 그것은 모든 곳의 정의에 대한 위협이다." - Martin Luther King J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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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7. 18. 이글의 모든 저작권은 전상민 변호사에게 있습니다.>


법무법인 흥인 전상민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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