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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hil lee Feb 14. 2019

10년 차 커플이 던진 도발적 질문, 사랑일까 파국일까

영화 <퍼미션>이 묘사한 연인 관계, 그 자체로 화두가 될 만


▲영화 <퍼미션>의 포스터.ⓒ 에스와이코마드

 
'열린 연애' 혹은 '자유연애'. 단어 자체만으로 묘한 느낌을 준다. 반드시 한 사람과만 연애하는 게 아닌 보다 열린 관계로 다양한 사랑의 모양을 꿈꾸는 이들에겐 지지를 받겠지만 그 반대 지점에 있는 이들에겐 상당히 불편할 수 있는 개념이다. 

폴리아모리(다자 연애)를 추구한다며 한 마을을 이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왕왕 해외토픽 등에서 소개되곤 했을 때 당신은 어떤 기분이었는가. 혹은 연인과 관계를 이어나가면서 흔히 말하는 권태기를 경험한 적이 있는가. 십중팔구 비슷한 상황과 감정 상태를 겪어 봤을 터. 그렇다면 오는 27일 개봉하는 영화 <퍼미션>이 좀 더 와 닿을 것이다.

책임 회피 혹은 방종

이야기는 남자 친구와 10년째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애나(레베카 홀)의 제안에서 시작한다. 서로의 마음을 확신하고 있다고 믿지만, 이 둘을 잘 알고 있는 한 친구가 '다른 사람을 못 만나서 서로가 최고인 줄 아는 것 같다'이 도화선이었다. 그럴 리 없다며 남자 친구 윌(댄 스티븐스)에게 애나는 다른 상대를 경험해보자고 한다.

이 낯설고 이상한 제안을 윌 역시 받아들인다. 두 사람 모두 겉으로는 아무 문제 아닌 듯 내색하진 않지만 내심 그 금단의 열매의 달콤함을 인지했을지도 모르는 일. 영화는 서로에 대한 묘한 기류를 눈치채고 위험한 제안을 몸소 실천해나가는 두 사람과 이들의 심리 변화를 꽤 밀도 있게 묘사한다.
   

▲영화 <퍼미션>의 한 장면.ⓒ 에스와이코마드

    

▲영화 <퍼미션>의 한 장면.ⓒ 에스와이코마드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기라는 덕목은 이상적 연애를 위한 필수라지만 많은 이들이 스스로를 속이거나 혹은 상대를 속이곤 한다. <퍼미션>의 애나와 윌 역시 암묵적으로 자신들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상대에게 전가하려 한다. 이 역시 드러내진 않는다. 애나가 낯선 사람과의 섹스에 성공한 뒤 윌은 그에 대한 복잡한 심정을 들키기 싫어 애써 쿨한 척한다. 그리고 그 직후 마치 복수하듯 다른 여성과 관계를 갖는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합리화, 그럴수록 위태로워 보이는 이들의 관계는 영화 속에서 충분히 긴장감을 자아낸다. 여기에 더해 동성 커플이자 애나와 윌을 동시에 알고 있는 리스(모건 스펙터)와 헤일(데이비드 조셉 크레이크) 간 관계 또한 뭔가 수상하다. 아이 입양을 두고 티격태격하는 이 남성 커플의 이야기 또한 관객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지게끔 한다. 

영화의 주요 배경은 뉴욕이다. 꿈과 희망을 품은 젊은이들의 도시, 동시에 변화가 빠르며 트렌드에 민감한 공간의 특징 또한 영화와 잘 어우러진다. 여기에 타악기로 시작해 몽환적 멜로디로 귀결되는 음악 또한 젊은 관객층의 귀를 유혹하기에 충분하다. 

다만 애나와 홀, 리스와 헤일 간 관계 설정이 도식적이고 사건 전개를 위해 만들어진 격이라 관객의 마음 깊숙한 곳까지 건드릴지는 의문이다. 배우들이 저마다 캐릭터를 꽤 훌륭하게 소화하지만 관계에 대한 질문만 던지고 어떤 식으로 해결하지 않는 결말 또한 호불호가 갈릴 여지가 크다. 물론 진짜 사랑에 대한 질문을 현실로까지 안고 가서 지인들과 토론할 수만 있다면 이 영화의 존재 이유는 충분할 것이다.

참고로 주연을 맡은 레베카 홀은 이 영화의 프로듀서를 맡았다. 상대역 댄 스티븐스와는 실제로 10년이 넘는 친구 사이라고 한다.

한 줄 평 : 시의적절했던 도발적 질문, 유효하다
평점 : ★★★☆(3.5/5)
             

영화 <퍼미션> 관련 정보


감독 : 브라이언 크라노
장르 : 로맨스, 드라마
출연 : 레베카 홀, 댄 스티븐스, 프란시스 아노드
수입 및 배급 : 에스와이코마드
제공 : 에스와이코마드
관람등급 : 청소년관람불가
러닝타임 : 96분
개봉 : 2019년 2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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