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hil lee Sep 25. 2020

빚 독촉하러 왔다가 아이 데려간 두 남자가 주는 감동

[미리보는 영화] 영화 <담보>에 담긴 1990년대 감성들




최근 국내외에서 일종의 대안 가족을 정면으 내세운 영화들이 눈에 띈다. 혈연으로 이어진 전통 가족이 아닌 지인 혹은 낯선 사람들로 이뤄진 유사가족들은 각 영화에서 저마다의 감동을 주곤했다. 


이런 대안 가족 모티브에 한국형 코미디와 신파가 만났다. 배우 성동일-김희원이 채무를 독촉하는 추심원으로 등장하는 영화 <담보>는 두 남자가 빚을 독촉하다 한 아이를 대신 데려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리고 있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 납치의 대상이 됐던 박소이가 이 영화에 승이 역을 맡았고, 하지원이 성인 승이를 맡아 이야기 후반부를 책임진다.


영화는 1990년대와 2010년대를 오간다. 시간상 20년의 시차를 두고 인물의 과거와 현재를 교차로 제시하는 식인데 소품이나 세트의 활용이 눈에 띈다.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에 출연한 성동일의 후광효과일까. 1990년대 시대 배경의 이야기에선 추심원의 삶을 살던 두 어린 두석(성동일), 종배(김희원)가 어느새 승이에 대한 애정을 품게 되는 과정이 꽤 따뜻하게 다가온다.


설정만 놓고 보면 몇 가지 걸리는 지점이 있긴 하다. 아이를 일종의 담보물로 그것도 조선족 엄마와 아이라는 점에서 너무 대상화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1990년대라는 시대 배경으로 그런 위험을 상쇄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일부 관객에 따라선 불편할 수도 있다. 두석과 종배 사이 관계도 다소 강압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데 이건 캐릭터의 성격과 코미디 요소를 통해 다소 중화시킨다.



한 아이를 향한 두 사람의 애정

   

    


▲ 영화 <담보> 관련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두석과 종배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결혼하지 않았다. 한 집에서 이 두 남자가 왜 같이 살게 되었는지, 연애나 결혼은 왜 하지 않게 됐는지 영화에서 설명하는 대신 승이에게 감정이 흔들리고 결국 가족 비슷하게 애정까지 느끼게 되는 과정에 집중한다. 제작사인 JK필름 특유의 신파 코드가 담겨 있어 몇몇 장면에서 눈물샘을 자극한다. 


한 아이를 향한 두 사람의 애정, 두 사람 각각이 겉으로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 등은 직접적인 표현이 아닌 간접적인 방식으로 제시되는데 이 역시 한국 특유의 정서와도 연결된다. 내리사랑, 말없이 뒤에서 챙기는 사랑의 모습은 기성세대에겐 익숙한 전통적 부모의 상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담보>는 추석 연휴를 그 누구보다 겨냥하고 있는 작품이다. 여러 세대가 모이는 명절에 부담 없이 함께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코로나19 재확산 흐름에서 얼마나 많은 관객이 극장으로 발걸음을 옮길 지는 미지수다.


한줄평: 깨알 대사가 묘미, 가족 영화로는 손색없다 
평점: ★★★☆(3.5/5) 


             

영화 <담보> 관련 정보


감독: 강대규
출연: 성동일, 김희원, 박소이, 하지원, 나문희, 김윤진
각본: 손주연
제공 및 배급: CJ엔터테인먼트
제작: (주)JK필름, (주)레드로버
공동제작: CJ엔터테인먼트, 영화사 연
러닝타임: 113분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개봉: 2020년 9월 29일

 



매거진의 이전글 1등이 되고 싶었던 처절함, 참극으로 끝난 우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