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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필록 Dec 15. 2020

야경의 바다, 광안리

부산을 대표하는 청춘의 공간

연차 전 날인 수요일 저녁, 퇴근 후 버스를 타고 야경을 보러 바다로 향했다. 전국에서 야경이 예쁜 바다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바로 광안리이다.


광안리는 서쪽으로는 남천동 삼익 아파트께부터, 동쪽으로는 민락동 회센터까지의 약 1.4Km 길이를 따라 펼쳐져 있다. 이곳은 광안대교가 지어지기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까지 큰 관광지는 아니었지만 지금은 해운대보다 광안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현지인뿐 아니라 외지인들도 많이 찾는 바다가 된 곳이다. (부산 사람들은 바다를 간다 해도 해운대를 잘 찾지 않는다.)


사실 광안리를 제대로 느끼려면 낮보단 밤에 찾아가야 하는데, 바닷길을 따라 걸으며 광안대교의 야경을 바라보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광안대교는 이제 '부산'하면 떠오르는 상징적인 건축물이 되었다. 광안대교가 개통하기 전에 걸어서 광안대교를 올라가는 행사를 진행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만 해도 이 기다란 다리가 광안리를 '평범한 부산의 바다'에서 '전국적인 명소'로 바꾸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광안리에서 바라본 광안대교의 야경. 우리나라 바다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화려한 광경이 아닐까.


애초에 관광 목적으로 지어져 대형 호텔들이 즐비한 해운대와 달리, 광안리는 자생적으로 번화가가 된 곳이라고 한다. 그런 탓인지 광안리 앞에는 다양한 업종의 가게들이 많다. 횟집을 비롯한 각종 음식점, 카페, 술집 등이 건물 하나에 촘촘히 들어서 있다. 최근 들어서는 '오션 뷰'를 자랑하는 중소형 숙박업소들도 많이 생긴 모양이다. (심지어는 모텔 건물 1층이 횟집인 곳도 있다!) 관광지라기보다는 번화가에 바닷가가 껴 있는 듯한 느낌이라고 보면 되겠다. 코로나 사태로 자영업자들에겐 힘든 시기라고 하는 이야기는 이곳에서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늦가을의 평일 저녁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가게들의 명당자리는 이미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고 산책을 나온 주민들, 바다를 보며 사진을 찍는 친구 무리들, 손을 잡고 걷는 연인들은 바닷길을 따라 가을 바다에 취한 것만 같았다.

 

광안리 해변가에 위치한 각종 가게들. 바다 바로 앞이 제일 화려한 번화가 거리인 곳이다.


해변길을 따라 광안리를 둘러본 후 카페에 들러 음료를 마셨다. 운 좋게도 창가 자리가 생겨 광안대교를 바라보며 잠깐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바다에도 각자의 캐릭터와 얼굴이 있다. 해운대가 대형 기획사에서 '각 잡고' 키운 아이돌이라면, 광안리는 나만 알고 싶던 인디밴드가 방송을 타게 되면서 유명해지게 된 케이스라고 할까. 이제는 너무 유명해져서 살짝 아쉽긴 해도, 그래도 잘 돼서 내심 좋은 그런 이중적인 기분이 드는 바다라는 생각이 든다.


광안리의 바다는 그래서, '젊음'의 냄새가 나는 곳이다. 또한 타지에서 온 사람들에게 바다를 소개시켜주고 싶을 때면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곳이기도 하다. 부산을 대표하는 바다가 어디냐고 묻는다면, 아마 반 이상은 광안리를 대답하지 않을까. 바다 관련 에세이를 써야겠다고 생각하면서 가장 처음 생각한 바다이기도 하니, 부산 토박이이든 타지 사람이든 아마도 부산 대표 바다로 어느정도는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해운대가 어떤 면에서는 외국같은 느낌이 든다면, 광안리는 실제로 '부산'이라는 느낌을 가장 강하게 느낄 수 있는 바다인 셈이다. 한국전쟁의 피난민들이 모여 자생적으로 발전한 도시처럼, 광안리 또한 자생적으로 발전한 바다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계획적으로 사는 것에는 소질이 없는 내 성향과도 비슷한 탓에, 계절마다 흥미로운 광안리를 다음 계절에도 찾게 되지 않을까. 




* 이 글은 20년 11월 19일 작성한 '바다도 각자의 얼굴이 있어'를 각색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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