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봄을 찾습니다.
올해는 봄이 유달리 빨리 찾아온 느낌이다. 4월 초쯤에 한창인 벚꽃도 3월 말쯤에 절정이었고(부산 기준) 일교차가 심해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아침부터 햇살이 쨍쨍한 날씨가 되었다. 봄이 점점 짧아지는 느낌이다.
4월의 날씨를 좋아한다. 4월 태생인 탓도 있고, 무언가 '시작'되려 하는 느낌의 분위기가 세상 곳곳에 떠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설렘의 계절, 한 달 내도록 기분 좋은 날씨였던 4월이 점점 사라지고 있어서 무척 아쉬운 요즘이다.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4월 평균 기온이 0.5도 이상 올랐다고 한다. 1도도 안 되는 기온 차이라 체감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고는 하나, 대기가 점점 따뜻해지는 '지구온난화' 현상은 앞으로 점점 가속될 전망이라고 하니, 농담처럼 말하곤 했던 '봄의 종말'이 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정도는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환경보호를 위한 행동이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편리하다는 핑계로 배달음식을 시켜먹고, 가까운 거리도 걷기보다는 차를 끌고 다녔던 것이 사실이다. 어떻게 하면 되는지는 아는데, 그 불편함을 감수하기가 싫은 것이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 이렇지 않을까.
얼마 전 편의점에서 간식거리를 사고 봉투에 담아달라고 했더니 봉투값이 20원에서 100원으로 올랐다고 하더라. 무슨 이유에서인지 의아했으나 봉투를 받아 들고는 이내 이해하게 되었다. 분리수거도 되지 않고 썩지도 않는 일반 비닐봉투에서 친환경봉투로 소재가 바뀐 것이었다. 정부와 기업에서부터 친환경사업에 대해 적극적으로 인프라를 구성해놓으면, 나 같은 사회의 구성원들은 자연스럽게 친환경 활동에 동참할 수 있게 되는 방식인 셈이다. 이런 경험을 한 번 해보고 나니, 일회용품 사용에 대한 인식이 조금은 바뀐 것 같았다. 물건을 살 때도 한 번쯤은 더 친환경 소재인지, 분리수거가 되는 제품인지에 대해 살펴보게 되었고, 한 번 쓰고 버려야 하는 물건들은 다른 방식으로 재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도 하게 되더라.
산지 6년이 된 내연기관 차도 새 차를 구입해야 할 시기가 온다면 전기차로 바꿀 계획이다. 차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내연기관 차량은 차 자체로서의 장점은 전기차에 비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다만 전기차 시장이 활성화되려면 연료의 공급이 단 몇 분 안에 이루어지는 내연기관에 비해 그 속도가 현저히 느리고 불편한, 충전망의 부족을 어떻게 극복하는지가 관건이다. 전기차를 경험해본 사람들에 따르면 아무리 충전소가 많은 지역이라고 해도, 주차 시에 본인 집에서 충전하는 것만큼의 메리트가 있지 않다면 굉장히 번거롭다고 한다. 이것은 개인이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국가와 기업에서 인프라 구성을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4월 마지막 주에 다녀온 제주도에서, 사람이 자연을 무분별하게 개발하지 않고 공존하는 방식을 조금은 느끼고 왔다. 대도시인 부산처럼 고층건물은 제주시내 이외엔 찾아볼 수가 없고, 한라산과 여러 오름들은 시간제한을 두고 운영하기도 한다. 인간은 편리함을 추구하는 동물이다. '지구의 기생충'이라는 별명을 얻은 인류가 '지구의 수호자'가 되려면 '환경보호'와 '편리함'은 서로 배척되는 단어가 아니라는 것부터 사람들에게 알려줄 필요가 있지 않을까.
2021년의 4월 마지막을 느끼러, 다시 밖을 나설 작정이다. 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