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더웠던 여름을 갈무리하며 - 네 번의 노을 기록
올해 여름은 유난히도 길고 더웠습니다. 30도를 훌쩍 웃도는 낮기온뿐 아니라 열대야 또한 사상 최장이었다고 하더라고요. 평소 같았으면 땀 흘리는 게 짜증스럽고 찝찝해서 잘 나가지 않았을 저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올여름엔 이리저리 많이도 쏘다녔습니다. 오래된 취미였던 사진에 취향을 깨달은 시기여서 그런지 온몸이 땀에 젖고 다음날 몸살이 나더라도 즐거웠어요. 오늘은 이번 여름에 찾은 소소한 행복들에 대해서 제가 찍은 사진들과 함께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낙동강 하류를 따라 부산에는 제법 큰 규모의 생태공원들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북구에 위치한 '화명생태공원'을 오랜만에 찾아 천천히 걸으며 사진을 찍어봅니다.
흔히 '여름'하면 떠오르는 색깔로 초록색, 파란색을 많이 꼽으실 테지만, 여름에는 빨강, 분홍, 주황 같은 색깔의 꽃들이 많이 핍니다. 이곳 화명생태공원에도 여러 색의 백일홍들과 노랑코스모스 군락지가 있어 눈길을 사로잡았어요. 늦은 오후, 해가 눕는 시간에 방문했더니 그 아름다움이 배가 되는 것 같았습니다.
한여름 찌는 날씨에 생각보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지만 가끔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그늘에 앉아 쉬는 사람들, 저처럼 걸어서 세상을 구경하는 사람들을 마주칩니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이 여름을 버티고 있구나' 싶다가도 '여름이 아니면 언제 또 이렇게 땀을 흘리며 걸어보겠어'라는 생각에까지 이릅니다. 구석구석 둘러보고 싶은 호기심이 무더위를 이깁니다. 너무 더우면, 잠시 쉬어가면 되는 거지요. 햇빛이 아무리 뜨거워도, 어디에나 그늘은 있으니까요.
어느새 시간은 일몰시간에 가까워졌습니다. 기왕 늦은 김에 천천히 더 둘러보면서 노을까지 보고 가기로 했어요. 노랑코스모스가 있는 위치에서 남쪽으로 조금 더 내려가다 보면 '구포시장'쪽으로 연결되는 '금빛노을브릿지'가 있습니다. 조금씩 익어가는 하늘을 바라보며 다리에 올라서봅니다.
생각보다 길게 이어지는 다리를 걸으며 내려다본 세상을 또 카메라로 담아봤어요. 어디론가 바쁘게 지나가는 차들, 노을빛에 반짝이는 강물, 목적지를 향해 걷는 사람들. 하루를 마감하는 이런 시간에는 어쩐지 세상이 천천히 흘러가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시라도 빨리 퇴근을 하고 싶은 분들께는 죄송합니다)
다시 화명생태공원으로 돌아오자, 해는 완전히 서쪽 하늘로 잠겨갑니다. 그림자가 가장 진해지는 시간이에요. 아직 돌아보지 못한 길로 들어서 셔터를 누르며, 저 역시 이날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사실 이날 전까지만 해도 부산에 있는 이런 형태의 생태공원들에 대해 큰 감정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가끔은 어떤 경험을 계기로, 대상에 대한 태도가 완전히 바뀌기도 한다는 걸, 이날의 출사를 통해 알게 되었어요. 다음의 계절이 완연해질 때쯤, 다시 한번 찾는 장소가 될 것 같네요.
울산은 부산과 가까운 곳에 있는 대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왜인지 자주 찾게 되지는 않았어요. 울산에 있는 것들은 웬만하면 부산에도 있다는 생각도 있고, 아무래도 울산은 공업도시이다 보니, 사진을 찍는 사람 입장에선 볼만한 장소가 없을 것 같다는 편견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예전부터 울산에 가면 꼭 한번 가봐야겠다 마음먹은 장소가 있었는데, 바로 '대왕암공원'입니다.
첫인상은 부산의 '이기대'와 비슷한 느낌이었지만, 막상 공원에 들어서자 훨씬 규모가 크고 관리가 잘 되어있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주차장도 넓고 입구 쪽부터 식당, 카페, 편의점 등의 시설들이 있어서 좋았어요. (이기대는 조금 더 날것의 분위기입니다) 산책로도 잘 조성이 되어있어서, 가벼운 운동화만 신어도 충분했습니다.
대왕암공원의 명물(?) 출렁다리도 감상하고, 이런 기암절벽 느낌의 공원에는 어쩐지 세트로 딸려오는 '해녀촌' 포장마차도 지나가며 구경해 봅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는 맥문동이 절정일 시기였어서, 햇살에 보랏빛으로 반짝이는 꽃밭을 운 좋게 찍을 수도 있었네요.
대왕암공원에 왔으니 '대왕암'을 안 보고 돌아갈 수는 없어서, 산책로를 따라 끝까지 걸어가 봅니다. 맥문동과 소나무가 있던 숲에서, 점점 기암절벽과 푸른 바다가 보이는 풍경으로 바뀝니다. 파도소리가 바다의 색만큼 짙어지고, 바람에서는 비릿한 향이 납니다. 이곳 대왕암은 신라 문무왕의 왕비가 묻힌 무덤이라는 설화가 있다고 해요. 과연 왕비의 무덤으로 선택될 만큼의 웅장함을 갖추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물론 2024년 여름의 이곳은 사냥과 더위에 지친 갈매기들의 쉼터에 더 걸맞았지만요.
대왕암공원을 다 둘러보고 난 뒤 찾은 곳은 바로 근처에 있는 '일산해수욕장'입니다. 대왕암공원과 딱 붙어있는 해변이라, '핫플레이스'일 거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사람도 적고 소박한 느낌의 바다였어요. (이기대와 자꾸 비교하게 되는데, 이기대 주변의 바다 = '광안리'라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너무 사람이 많은 장소를 선호하지 않는 저는 오히려 이 작은 해변이 더 정감이 가더라고요. 천천히 해변을 따라 걸으며,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바다와 함께 사진에 담아봅니다.
취미로 사진을 10년 넘게 찍으면서도 한 번도 사진취향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 없었던 제가, 올해 봄에 후지필름에서 나온 'X-T5'라는 모델을 구매하고, 줌렌즈에서도 최대망원 화각만 사용한다는 사실을 깨닫고나서부터는 대상의 전체를 넓게 찍는 '광각사진'보다, 일부분을 자세하게 들여다보는 시선을 더 선호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예전의 저라면 바다에서 사진을 찍는다면 해변 전체를 넓게 담으려 했었을 텐데, 이번에는 파도의 질감을 표현해 보려 가까이에서 찍고 있더라고요. 저는 세상을 조금 더 가까이에서 들여다보고 마주하고자 하는 요즘의 제 사진이 좋습니다. 그래서 요즘에 사진생활이 즐겁고 신이 나는 것 같아요.
이날 원래 계획은 일산해수욕장까지만 둘러보고 집에 오는 거였는데, 퇴근시간에 애매하게 출사가 끝나는 바람에 한 군데 더 가볼 곳을 찾다가 예전에 가보려고 체크해 둔 '선암호수공원'이 눈에 들어왔어요. 망설일 것 없이 바로 차를 몰아갑니다.
제2주차장에 차를 대고 호수를 따라 난 둘레길을 걸어봅니다. 들어서는 입구부터 초록의 풍경이 눈을 확 사로잡았어요. 사진을 찍다 보면, 세상과 사랑에 빠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다시는 오지 않을 것만 같은 순간을 담아냈을 때의 두근거림 같은 것 말이죠. 예정에 없던 이곳에 와서 처음 마주한 장면들이 바로 그런 장면들이어서, 또 예정에도 없던 '호수둘레길 한 바퀴 돌기'를 결심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생각보다 꽤 넓은 호수를 돌다 보니 어느새 해가 저물어갑니다. 하늘도, 그를 비추는 거울 같은 물결도, 조금씩 붉은색으로 물들기 시작했어요. 저뿐 아니라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라면 아마 가장 좋아하는 시간대가 아닐까요. 햇살이 가장 강한 시간은 한낮일지 몰라도, 가장 눈부신 시간(비유입니다)은 저물기 직전인 것 같다는 생각을 이날, 이 순간에 했습니다. 오랜만에 마주한 예쁜 노을이었어요.
다시 원래 자리인 주차장 근처에 도착해 보니, 한 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호숫가를 돌았더라고요. 가장 더운 시기에 세 군데의 출사지를 돌아다녔더니 입고 왔던 옷이 땀에 흠뻑 젖어, 그 무게가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이날의 짧은 출사여행이 너무나 만족스러웠던 것은, 이렇게 다시 그때를 떠올리며 흐뭇해지는 감정 덕분이겠지요. '노잼도시 울산'이 저에게 '대유잼도시'가 된 날이었습니다.
누구에게나 그렇지 않겠냐만은, 전통가옥과 자연을 좋아하는 저에게 경주는 국내여행지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선호하는 지역입니다. 무엇보다 제가 사는 부산에서 한시간 정도 거리에 있어서 가깝기도 하고요. 한때는 1년에 꼭 한두 번씩은 경주에 가서, '경주테라피'를 하고 와야 갑갑한 도시의 삶을 버틸 수 있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대릉원과 첨성대를 거쳐, 경주박물관을 구경한 후에 안압지의 야경을 보는 코스는 한동안 저의 고정 경주여행지였어요. 그러나 근래 몇 년 사이에 '황리단길'을 중심으로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현상이 발생했고, 사람들이 많은 곳을 좋아하지 않는 저는 한동안 경주 여행은 쳐다보지도 않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지난봄에 오랜만에 경주의 변두리 여행지를 다녀오면서, 모두가 가는 핫플레이스가 굳이 아니더라도 골목여행을 좋아하는 저에게 맞는 장소는 충분히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래서 이번 여름의 경주는 사람들에게 잊힌, 그렇지만 충분히 매력적인 곳으로 다녀와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경주 배동에 위치한 '포석정'은 고등학생 시절 수학여행으로 왔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후로 정말 오랜만에 방문하게 됐어요. 경주를 수도 없이 방문하면서도 항상 익숙한 곳만 다녀왔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평일 낮의 포석정엔 저 말고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슬비가 조금씩 내리는 포석정에서 빗소리와 새소리를 들으며 고요한 산책을 했습니다.
경주엔 유달리 배롱나무가 많습니다. 진분홍색의 작고 예쁜 꽃이 이 지역 사람들에게는 취향인지도 모르겠네요. (글을 적으며 알게 된 사실인데, 배롱나무는 경상북도의 도화道花라고 합니다) 포석정뿐 아니라 대릉원, 오릉 등에도 배롱나무가 많아요. 이날 방문한 다른 장소들에서도 한 그루 이상의 배롱나무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비가 오는 날씨에 더욱 채도가 진해진 배롱나무를 멀리서 혹은 가까이에서 사진에 담아 갑니다.
다음으로 '김춘추'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한 '무열왕'의 무덤을 찾았습니다. 무열왕릉 또한 경주시내와는 거리가 좀 있는 서악동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역시 방문자는 저 혼자였고, 느긋한 마음으로 천천히 둘러볼 수 있었어요. 날씨가 그 사이에 개어서 배롱나무, 커다란 무덤, 파란 하늘과 뭉게구름을 사진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무덤의 크기만 봐도 얼마나 위대한 인물이었는지 느껴질 정도로 웅장했어요.
기왕 무열왕릉까지 오신 분들이라면 이곳만 보고 돌아가시기보다 서악동 골목을 구경하시는 것을 추천하고 싶어요. 저도 잠시 카페에서 쉬었다 가려고만 생각했다가, 제가 제일 좋아하는 여름꽃인 능소화가 핀 집을 발견하고는 들어선 골목이었는데, 동네가 참 아기자기하면서도 예뻤습니다. 이번의 경주 여행에서 가장 마음에 든 장소였어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능소화는 sns에서 검색하면 나오는 유명스팟보다는 이렇게 주택이 있는 골목에 핀 친구들이 훨씬 예쁘더라고요!
이날도 집에 갈 타이밍을 놓치는 바람에 반 강제로 노을까지 보고 가기로 했습니다. 황성동 일대를 서성거리다가 황성동과 서건동 사이를 흐르는 북천을 따라 무작정 걸었습니다. 계획엔 없던 즉흥 산책이었지만 해질 무렵의 주황빛 낭만이 더해지자 어느새 콧노래가 나오는 즐거운 걸음이 되었어요. 예정된 목적지가 없는 여행은 때론 불안하지만, 그래서 설레기도 하는 것 아닐까요.
걷다 보니 어느새 일몰시간이 다가왔습니다. 그러고 보니 8월은 노을을 본 날이 무척이나 많았었네요. 이날 만난 노을도 여전히 아주 아름다웠습니다. 사실 사진을 많이 남기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가만히 세상의 흐름을 바라보는 시간들이 더 많았어요. 하루 중 잠깐의 짧은 시간 특별한 색으로 칠해지는 하늘이 아름다운 건, 당연하게도 그것이 흔치 않은 순간이기 때문이겠지요. 낮과 밤이 스쳐 지나가는 시간을 바라보며, 낭만이 가득했던 여름 경주여행을 마무리했습니다.
부산은 아시다시피 '바다의 도시'입니다. 그만큼 다양한 얼굴을 한 바다들이 많은 것은 당연하고요. 화려한 고층빌딩 사이로 우아한 아치형태로 뻗은 해운대도 있고, 부산을 대표하는 랜드마크인 광안대교를 바라보며 여름밤을 만끽하기에 좋은 젊음의 바다 광안리도 있습니다. 대한민국 공설 1호 해수욕장인 송도와 매년 서핑 피플들이 찾는 송정도 빼놓을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누군가가 저에게 부산 최고의 바다가 어디인지를 묻는다면, 저는 주저 없이 이곳을 꼽을 겁니다. 바로 '다대포해수욕장'입니다.
부산 사하구에 위치한 다대포는 사실 찾아가기 쉬운 곳은 아니에요. 지금은 그나마 지하철역이 생겨서, 대중교통이 조금 더 편리해지긴 했습니다만, 부산의 끝자락에 있는 곳이라 타 지역에서 관광을 오기에 적합한 곳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이곳이 최고의 바다인 이유는, 어느 계절에 오든 표정이 그리 다르지 않은 무던함에 있다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여름엔 뜨겁고 겨울은 스산한 느낌을 주는 여타의 바다들과는 달리, 다대포는 언제 가도 그리 편차가 크지 않습니다. (방문하는 사람들의 숫자도 그렇고 말이죠) 마치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그리 살갑지도, 그렇다고 냉랭하지도 않은 표정으로 '어, 왔어?'하며 인사를 건네는 느낌입니다. 그 솔직함이 좋아서, 어쩌면 매년, 매 계절 이곳을 찾게 되는 걸지도 몰라요.
(사실 어느 시간에 방문해도 좋지만) 이날도 해질 무렵에 맞춰 다대포를 방문했습니다. 해변을 가기 전에 우선 근처에 있는 '아미산전망대'에 주차를 했어요. 이곳에서 보는 다대포의 특별한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데크길 산책로를 따라가다 보면, 멀리서 내려다보는 다대포의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 나옵니다. 다대포를 수도 없이 방문했지만, 이런 곳이 있었다는 것을 저도 얼마 전에 알았어요. 다대포를 걷는 사람들의 모습이 점처럼 보이는 게 새롭습니다.
'다대포'하면 '노을'이 세트처럼 따라다니는 곳이에요. 대부분이 동해에 속하는 부산 바다들과는 달리 남해인 까닭에 수심이 얕은 편인 이곳은 물때가 잘 맞는 경우엔 바다가 노을을 비추는 거울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 시간대의 다대포는 마치 마법을 부린 것처럼 세상의 색깔이 변해요. 사람들은 저마다의 온도로 이 시간을 기억합니다. 선선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저도 이날의 노을을 맞이해 봅니다.
어느 정도 사진을 남긴 후에, 해변에 앉아 노을을 감상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사진을 오랫동안 찍으면서, 새로 깨달은 게 있다면 사진을 찍는 시간만큼 중요한 것이, 내가 찍는 대상을 '사진을 찍지 않고 바라보는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사진이 아니라,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보여주려는 세상이니까요. 그래서 모순적이게도, 어쩌면 사진으로 꼭 남기고 싶은 순간을, 사진을 찍지 않고 눈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어쩌면 가장 멋진 사진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네, 그냥 헛소리입니다)
8월 한 달간, 부지런히 세상을 쫓아다녔던 것 같아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만큼, '내가 그 정도에 당할쏘냐'하며 이곳저곳을 들쑤시며 사진생활을 했습니다. '역대급'이라는 말이 어울렸던 한여름,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사진'이라는 취미를 통해 나 자신의 취향을 하나 알게 되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하나 배울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세상 뜨겁던 계절에 담아 온 네 번의 노을여행은 오래도록 저에게 남을 것 같아요.
이번에 글을 쓰고 사진을 고르면서 알게 된 건, 의도를 가지고 정해진 장소에서 찍은 사진보다 잠깐 물도 마실 겸 쉬려고 한 자리에서 우연히 발견한 순간들을 찍은 사진들이 더 마음에 든다는 사실이었어요. 어쩌면 여름 덕분에, 쉽게 놓치고 지나쳤을 그런 장면들을 만날 수 있어서, 마음이 벅차올랐던 계절이었습니다.
- 2024년 8월의 마지막 날, 최필록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