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버맨쉬 사색] 프롤로그:
영혼의 무게를 견디는 법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난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

by 사색하는 공학자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난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 니체의 이 서늘한 선언 앞에서 나는 평생을 인내에 서툴렀던 나 자신을 돌아본다. 화학공학 박사로, 전문가로 몰입하며 나름의 성공을 체험하던 시절에도 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일에 늘 취약했다. 성경이 말하는 '믿음의 인내'는 내게 늘 닿을 수 없는 이상적인 성품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최근 1년 반, 삶의 기반이 송두리째 무너져 내리는 경험은 나를 바꾸어 놓았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던 절망의 터널을 통과하며, 나는 나를 둘러싼 상황은 변화시키지 못했을지언정 고난에 대항하는 '내면의 나'는 변했음을 실감한다. 니체의 말대로, 나는 더 강해졌다. 나의 철저한 약함을 마주하고 나서야 비로소 얻게 된 역설적인 강인 함이다.


공학적으로 볼 때, 고난은 재료가 외부 압력에 저항하여 내부에서 견디는 힘인 '응력(Stress)'과 같다. 건축물에서 모든 재료가 기둥이 될 수는 없다. 높은 온도와 복잡한 공정을 거쳐 불순물이 제거된 정금(精金)만이, 그리고 그 혹독한 응력을 버텨내어 강도가 검증된 재료만이 건물의 하중을 지탱하는 핵심 기둥이 된다.


나만의 인생 경로를 코딩하는 밤


수십 년간 글쓰기에 재능이 없다고 믿으며 타인의 문장을 부러워만 했던 내가, 이제 브런치 작가 신청이라는 첫걸음을 뗐다. 고난이라는 연단이 없었다면 나는 결코 이 절박한 도전을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다. 막다른 골목에서 마주한 이 절박함은, 내 속에 숨겨져 있던 '하나님이 주신 또 하나의 능력'을 끌어내는 마중물이 되었다.


이 힘은 남과 비교할 대상이 아니다. 내 안 깊숙한 곳에서 한 번도 꺼내 쓰지 않았던 작은 보물을 찾아내어 갈고닦는 과정일 뿐이다. 만약 이 시련이 없었더라면 나는 안락한 노후의 그늘 아래서 이 보물의 존재조차 모른 채 생의 끝에서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했을지도 모른다.


파이썬(Python) 코딩을 통해 질병의 전파 속도를 그래프로 구현하며 느꼈던 경이로움처럼, 내 삶의 궤적 또한 고난이라는 변수를 통과하며 새로운 그래프를 그려나가고 있다. 비록 아직 모든 코드를 이해하지 못했고, 인생의 다음 장이 어떻게 펼쳐질지 완벽히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나는 이제 기다림의 시간을 견딜 수 있는 인내의 근육을 갖게 되었다는 점이다.


"고난은 나를 파괴하려 찾아왔으나, 역설적으로 나를 재구성했다". 나는 오늘도 나에게 가해지는 삶의 무게를 기꺼이 짊어진다. 그 무게가 나를 짓누르는 압력이 아니라, 나를 더 단단하게 제련하는 신의 손길임을 믿기 때문이다.


[사색하는 공학자 소개] 화학공학(ChE) 박사로 평생 물질의 원리를 연구했습니다. 이후 공중보건학(MPH)과 신학(MDiv)을 전공하며 사회와 영혼의 건강을 묻는 길을 걸어왔습니다. 이제 71세의 문턱에서 파이썬과 니체로 삶을 다시 코딩하며, 광야에서 길러낸 정금 같은 사색들을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