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성장시킨 혼자 여행
얼마 전 혼자 국내 여행을 다녀왔다.
외향의 MBTI를 가지고 있으나, 혼자만의 시간이 꼭 필요한 반쯤은 내향형 인간인 나였기에 문득 힐링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문득 떠나고 싶었다.
너무 오랫동안 기다리기는 싫어서 여행을 혼자 가겠다고 마음을 먹고 나자마자 바로 게스트하우스와 기차 예약을 했다. 처음 타는 KTX의 우등석을 예매하고 여자들의 평이 좋은 게스트하우스도 알아보고 예약했다. 처음으로 혼자가는 여행인지라 두려움이 조금은 있었지만, 이때 아니면 언제 또 시간내어 여행가보겠냐는 생각으로 좀 무섭더라도 용기를 내보자 결심했다.
결과부터 먼저 말하자면 너무 성공적인 여행이었다.
가족, 친구들 단위로 삼삼오오 여행을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서 가끔은 외롭기도 했지만 그 외로움마저 즐거웠다. '혼자'라는 사실을 철저히 즐겼다.
내가 여행을 갔던 주간이 하필이면 장마철이었으나, 다행스럽게도 날씨가 너무 좋았다.
처음 간 강릉은 너무나도 예뻤다.
안목해변의 반짝반짝 빛나는 바다색깔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오지 않는 버스를 한참을 기다리다가 생판 모르는 사람과 택시를 동행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
뭔가 그렇다할 인연을 만들고 온 것은 아니지만 소소하게 내가 '혼자'의 시간을 보냈다는 것이 마음에 큰 위안이 되었다.
가져간 도화지에 그림도 그리고 책도 좀 읽고 좋아하는 카페에서 커피도 홀짝이는 그런 여행.
길을 가다가 미술관 표지판이 보이면 미술관에 들러 잠시 구경할 줄도 아는 그런 여행.
나는 평소 철저히 계획형 인간이지만 이번만큼은 즉흥적 여행도 너무 좋았다.
혼자 여행을 하면서 자신감도 한 뼘 자라고 자존감도 좀 더 높아졌다.
나는 요즘 인생이란 계속해서 하나하나의 퀘스트를 깨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 판이 끝나고 나면 또 다른 판이 기다리지만, 그러기에 더 재밌고 의미있는 그런 여행.
인생이란 그런 게임이자 여행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렇듯 하나하나씩 퀘스트를 정복하고 나면 언젠가 게임도 끝나있을 것이다.
게임이 끝이 날 무렵에 후회가 조금 덜 하길 바랄 뿐이다.
다음에는 비행기를 혼자 타는 여행도 꼭 해보고 싶다.
사색하며 혼자 하는 여행은 이토록 중독적이고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