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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hilosophers needlework Apr 16. 2024

어머니는 왜 죽고 싶어 했는가

- 《본심》을 읽고


 “어머니를 만들어 주셨으면 합니다.”     


 이 문장으로 소설이 시작된다. 아들이 돌아가신 어머니를 VF(virtual figure)로 만들어 달라고 주문하는 장면이다. 사쿠야가 근근이 살아가면서 어머니가 남긴 사망보험금의 거의 전부를 들여서라도 어머니의 VF를 만들고자 한 것은 그리움 때문이다. 어머니가 살아있을 때는 사랑을 표현하지 못하다 갑자기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애틋함이 커져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시작은 VF를 통해 자신의 고독을 위로받고자 함이었으나 나중에는 어머니의 본심을 이해하게 됨으로써 성장을 이루게 된다.

《본심(히라노 게이치로 글, 양윤옥 옮김, ㈜현대문학 펴냄, 2023년)》은 가까운 미래 일본이 배경이다. 사쿠야는 리얼 아바타로 다른 이의 바람을 대신 실행하는 것을 직업으로 살아가고 있다. 리얼 아바타는 물건을 배달해 주기도 하고 의뢰자가 갈 수 없는 먼 곳이나 위험한 곳에 대신 다녀오기도 한다. 시간이 없어서 다녀온 듯한 기분이라도 내고 싶은 사람, 병들어서 갈 수 없는 사람이 주요 고객이다. 인간 드론이라고 표현하는 의뢰자도 있다.

 어느 날 어머니는 의뢰자로서 사쿠야에게 폭포에 찾아가 풍경을 보여달라는 부탁을 했다. 그 폭포에서 아들에게 자신이 ‘자유사’를 결정했으니 들어달라고 부탁한다. 사쿠야는 어머니에게 우울증 기미도 없고 알츠하이머 같은 병의 징후도 없었기 때문에 본심이 아닐 거라고 크게 화를 낸다. 결국 어머니는 사쿠야가 출장 중일 때 사고로 죽고 만다. 갑작스러운 어머니의 죽음은 사쿠야에게 큰 상실감을 주었고 어머니가 자유사를 원한 까닭을 더 궁금하게 만들었다. 

 소설 속에서 쓰이는 ‘자유사’라는 말은 ‘영속적인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나 ‘그에 대한 합리적인 해결책이 없는 경우’와 같은 본래의 부정적 요건뿐만 아니라 ‘인생에 대한 완전한 만족감’이나 ‘납득’과 같은 긍정적 요건을 더한 것이다. 자기 결정권을 바탕으로 ‘생명 종결과 자사自死’를 의사에게 요청한다는 의미다.

 어머니 VF를 어머니처럼 되도록 학습시키면서 생전에 가깝게 지냈던 직장 동료 미요시를 만나고, 어머니가 좋아했던 작가 후지와라도 만난다. 그들과의 만남에서 어머니가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갔고 왜 자유사를 선택하게 되었는지 생각을 정리해 간다. 

 미요시는 아무리 의학이 발달하고 사회 안전망이 잘 갖추어졌어도 마지막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 ‘자유사’를 원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 말에 이피는 죽고 싶은 것이 아니라 죽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이피는 아바타 디자이너로 하반신 장애인이다. 사쿠야를 통해 장애가 없는 자유로움을 대리 경험하게 되면서 인연을 맺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약한 처지의 사람이 가족에게 폐가 된다고 생각해서 죽는 것이 더 낫다고 스스로를 책망하게 되는 일은 없어야 된다고 주장한다.

 사쿠야는 어머니가 생전에 좋아해서 자주 읽었던 후지와라 료지의 소설을 읽고 어머니가 죽는 그 순간에 아들과 함께 있고 싶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죽음을 앞둔 후지와라는 죽어가는 사람의 손을 잡아줌으로써 죽는 사람의 두려움을 덜어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어머니는 가장 확실하게 아들 곁에서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자유사를 원했던 것이다. 사쿠야는 이런 본심을 알았더라면 하고 안타까워한다. 어머니와 충분한 이야기를 나누며 어머니가 죽음을 두려워한다는 것을 이해했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어머니는 자유사를 철회했을지도 모를 일이었을 테니. 또한 사쿠야는 어머니가 자신을 얼마나 사랑했는가를 깊이 깨닫고 가슴 벅차한다.


 500쪽 소설책을 줄거리 위주로 요약해 보았다. 이 책을 읽고 아주 오랫동안 감상문을 쓰고 싶었다.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정면으로 들여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고 싶은 말이 꽉 차서 어디서부터 무슨 말을 풀어내야 할지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감상문을 쓰려했고 나 혼자서 그 중압감을 견디느라 힘들었다. 내용이라도 정리하면서 책의 무게를 좀 내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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