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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칠우쟁론기 (庭園七友爭論記)

- 고전 '규중칠우쟁론기'의 형식을 빌리다

by philosophers needlework


정원칠우쟁론기(庭園七友爭論記)


서문

세상에 정원을 가꾸는 도구들이 있으니, 각각 제 재주를 자랑하며 서로 다투는 것이 마치 선비들이 학문을 논하는 것과 같도다. 하루는 정원 한 모퉁이에서 일곱 벗이 모여 앉아 누가 주인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인지를 두고 격론을 벌이니, 그 광경이 가히 장관이라 할 만하였다.


본문

잔디깎이가 먼저 나서며 말하되

"그대들아, 내가 없다면 정원이 어찌 정원다울 수 있겠는가? 나는 넓은 뜰의 풀들을 고르게 다듬어 마치 비단 융단처럼 만드는 것이 내 소임이니라. 주인이 손님을 맞을 때면 제일 먼저 내 솜씨를 자랑하게 되거늘, 누가 감히 나와 견줄 수 있다 하겠는가?"

이에 톱이 비웃으며 대답하되

"허허, 그대의 말이 가소롭구나! 나는 큰 나무의 굵은 가지를 베어내어 정원의 골격을 세우는 자이니, 마치 대들보가 집을 떠받치는 것과 같도다. 그대가 다듬는 것은 겨우 풀잎에 불과하니, 어찌 나무를 다루는 나의 공과 비교할 수 있겠는가? 나야말로 정원의 설계자라 할 것이다."

호미가 땅을 치며 분개하여 말하되

"아아, 그대들의 견식이 참으로 좁구나! 나는 땅을 파고 씨를 뿌리며, 잡초를 뽑아 화초가 자랄 터전을 마련하는 자이니라. 생명의 근본이 흙에서 나는 것을 모르고서야 어찌 정원을 논할 수 있겠는가? 내가 없다면 그대들이 다듬을 것조차 자라지 못할 것이거늘!"

전지가위가 우아하게 몸을 일으키며 말하되

"벗들아, 너무 거칠게 다투지 말라. 나는 세밀한 가지치기로 나무와 꽃들의 아름다운 모양을 만드는 예술가이니, 마치 화가가 그림을 그리듯 자연을 조각하는 것이 내 역할이라. 힘만으로는 아름다움을 만들 수 없고, 섬세함이 있어야 진정한 품격이 나오는 법이니라."

트리머가 기세등등하게 일어서며 외치되

"하하! 그대들은 모두 손으로 하는 일에만 매달려 있구나. 나는 전기의 힘을 빌려 빠르고 정확하게 울타리를 다듬고 형태를 만드는 현대의 명장이니라. 옛것만 고집하며 느린 일에 매달리는 것보다 효율성이야말로 이 시대의 덕목이 아니겠는가?"

고지가위가 길게 팔을 뻗으며 당당히 말하되

"그대들은 모두 낮은 곳만 보고 있구나! 나는 높은 가지까지 닿을 수 있는 긴 팔을 가졌으니, 키 큰 나무의 꼭대기까지 다듬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라. 시야가 높아야 전체를 조망할 수 있고, 그래야 참된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법이거늘!"

마지막으로 예초기가 힘차게 소리 내며 말하되

"벗들아, 그대들의 말이 모두 일리는 있으나, 나야말로 가장 먼저 나서는 개척자가 아니겠는가? 거친 풀밭을 헤쳐 나가며 길을 내고 터를 마련하는 것이 내 소명이니, 나 없이는 그대들이 설 자리조차 없었을 것이니라!"


결론

이렇게 일곱 벗이 저마다 자신의 공을 내세우며 다투는 것을 보니, 마치 각기 다른 재주를 가진 선비들이 모여 학문을 논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생각해 보니, 정원의 아름다움은 어느 하나의 도구만으로는 이룰 수 없고, 이들이 각각의 때에 맞춰 조화롭게 쓰일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리라.

잔디깎이는 넓은 면을 다듬는 호방함이 있고, 톱은 큰 일을 해내는 담력이 있으며, 호미는 기초를 다지는 성실함이 있고, 전지가위는 세심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품격이 있으며, 트리머는 시대에 맞는 효율성이 있고, 고지가위는 높은 곳을 바라보는 원대함이 있으며, 예초기는 개척하는 용기가 있으니, 이 모두가 정원지기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벗들이라 하겠다.

아, 사람도 이와 같지 않겠는가? 각자의 재주와 성품이 다르지만, 서로 돕고 보완할 때 더 큰 일을 이룰 수 있는 것이리라.


- 정원거사 기록 -



※ 고전 '규중칠우쟁론기'의 형식을 빌려 우리 집 정원에서 가장 많이 쓰는 도구 일곱 개를 의인화한 '정원칠우쟁론기'를 써보았습니다. 원작처럼 각 도구들이 저마다 자신의 장점과 역할을 내세우며 누가 가장 중요한지 다투는 형식으로 구성했고, 마지막에는 각각이 모두 고유한 가치를 지니며 조화롭게 사용될 때 진정한 아름다움을 만들 수 있다는 교훈으로 마무리했습니다. 고전 수필의 문체와 어조를 살려 '-하되', '-하거늘', '-이니라' 같은 고어체 어미를 사용하고, 각 도구의 특성을 잘 드러내는 성격과 말투를 부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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