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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로소픽 Oct 29. 2018

출판사 직원으로서 양보할 수 없는 자존심 '제목'

[마케터의 단상] (1)


아침에 주문 업무를 하다보면 가끔씩 우리 책 제목을 짧게 요약하거나 아예 틀린 제목으로 주문을 하는 경우가 있다. 

보통 긴 제목의 책들이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 필로소픽 책들 중에는 김운하 작가의 <네 번째 책상 서랍 속의 타자기와 회전목마에 관하여>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김운하 저, <네 번째 책상 서랍 속의 타자기와 회전목마에 관하여>


고백하자면, 이 책은 사실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제목이 너무 길어서 마케터인 나조차도 입에 잘 붙지 않았다. 그래서 온라인 서점 MD를 만나는 등 어디 가서 책 설명을 해야할 일이 있을 때마다 입을 떼기 전에 힐끗 곁눈질로 책 제목을 다시 한 번 살펴봐야 할 정도였다. 


그러다보니 열렬한 애독자가 아닌 이상, 이렇게나 긴 책 제목을 기억하고 외운다는 게 쉽지 않다는 걸 머리로는 잘 안다. 그럼에도 남들이 우리 책의 제목을 멋대로 요약하거나 틀리게 표현하는 꼴을 보면 기분이 좋지가 않다. 

그래서 나는 주문서가 들어올 때마다 띄어쓰기 하나까지도 서지정보에 등록된 정확한 제목 그대로 써서 답신을 보낸다. 그렇게 하면 글자 수가 너무 길어 칸을 초과하는데, 글자크기를 줄여가면서까지 띄어쓰기를 정확하게 고수한다. 

내가 결벽증 환자인 걸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건 내 개인적인 성향의 문제를 떠나서 책을 만들고 제목을 정하기까지 수많은 고민을 거듭한 저자와 편집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양보할 수 없는 자존심이기도 하고. (2018.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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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필로소픽 브런치에서 '마케터의 단상' 매거진을 운영합니다.

이 매거진은요,

출판사 직원들은 도대체 어떤 일을 하는 걸까
출판사 마케터는 무슨 생각을 하고 살까


아마 많은 독자 여러분이 궁금해하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필자 역시도 출판사에 들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출판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몰랐거든요. (그냥 앉아서 저자 원고만 받아다 인쇄하는 줄...) 그래서 독자 여러분의 궁금증을 해결해주는 코너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앞으로 이 코너에는 필로소픽의 마케터가 일하면서 느끼는 다양한 단상들을 일기 형식으로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꼭 마케터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옆에서 바라본 동료 편집자의 일상이나 출판사 사무실 내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에피소드들을 가볍게 담아볼까 합니다. (가끔은 쓰잘데기 없는 뻘소리도 종종...)


그러니 브런치를 방문해주시는 누리꾼 분들도 그냥 'like it'만 누르고 가지 마시고, 댓글 많이 달아주세요. "마케터 일 똑바로 못 하냐"라는 비판의 댓글도 괜찮습니다. 무플보다는 악플이 낫다는 말도 있듯이... (그렇다고 진짜 그렇게 달면 곤란한 거 아시죠...? 이거 사장님도 보고 계세요)

그럼, '마케터의 단상'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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