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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로소픽 Jul 04. 2019

왜곡된 미투운동의 본질

경희대 철학과 최성호 교수의《피해자다움이란 무엇인가》

이 책은 최근 사회적 쟁점으로 부상한 몇몇 성범죄 재판(대표적으로 안희정 성폭행 사건)에 대한 한국 여성운동 단체와 주류 언론사의 공식적인 입장과 반대되는 입장을 옹호한다. 그들은 성범죄 고소인의 행위가 피해자다운지 묻는 것이 또 하나의 가해라고 성토하지만, 나는 이 책에서 그것이 객관적 사실에 근거한 공정한 재판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라고 주장할 것이다. 


이 책에서 이런 ‘반시대적’ 입장을 옹호한다는 이유로 나는 책을 출간할 마땅한 출판사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걱정 어린 조언을 들어야 했다. 미투 운동에 저해가 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언론기고문 발표를 거절당해 본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그 걱정 어린 조언이 기우로만 들리지는 않았다. 

아마도 나는 미투 운동을 지지할 것이다. 침묵하던 성범죄 피해자들이 함께 목소리를 내며 피해의 아픔을 공유하고 나아가 성범죄에 대한 사법적 정의를 바로 세우자는 운동에 반대가 있기 힘들다. 그러나 미투 운동을 지지하는 것이 한국 여성운동 단체와 주류 언론사의 주장에 무턱대고 박수치는 것을 뜻하지는 않을 것이다. 

혹시라도 누군가 그렇게 박수치는 것이 미투 운동의 진정한 본질이라고 고집한다면 나는 미투 운동에 반대한다. 그들의 주장이 어떠한 정당성도 없는 비상식과 억지의 논리일 뿐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거짓과 비이성에 근거한 사회운동은 결코 보편적인 동의를 얻을 수도, 지속성을 가질 수도 없기 때문이다.



객관적 사실관계에 대한 명확한 확정 없이 사법적 정의는 존재할 수 없다. 성범죄 재판 과정에서 고소인의 진술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올 수도 있고, 그것이 당사자에게 하나의 가해로 경험될 수도 있다. 그러한 가해는 안타까운 일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객관적 사실관계를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그런 사실관계에 근거하여 가장 공정한 판결을 내린다는 재판의 대의에 비추어 고소인의 그러한 고통은 우리 사법 제도가 감내할 수밖에 없는 필요악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고소인이나 피고인이 숨기고 싶은 지극히 사적인 사실 관계가 재판에서 쟁점이 되고, 그로부터 재판 당사자가 상당한 심적 고통을 호소하는 풍경은 굳이 성범죄 재판이 아니라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우리 사법 제도가 그런 고통을, 재판 당사자에 대한 일종의 가해를 용인하는 것은 그것을 통하여 좀 더 진실에 부합하고, 재판 당사자들에게 공정한 판결을 내릴 수 있다는 대의에 대한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객관적 진실을 찾는다는 대의는 재판정의 존립 근거라는 말이 부족하지 않을 만큼 사법적 판단의 정 
수라 할 수 있다. 

나는 성범죄 고소인의 행위가 피해자다운지 묻는 것을 포기하는 것은 객관적 진실을 찾는다는 이 중차대한 대의를 포기하는 것이라 믿는다. 이것이 바로 수많은 여성단체와 주류 미디어의 여론몰이에도 불구하고 사법부가 '피해자다움'을 따져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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