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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루 MuRu May 11. 2020

외롭다고 죽는 거 아니다

외롭다고 해서 굶어 죽거나 호랑이에 먹혀 죽는 이는 아무도 없다

외롭다고, 외톨이가 된다고

아무도 죽지 않는다.

위험하게 되지도 않는다.


"나는 외로운 게 두렵고 불안한 것이지

'외로우면 죽는다'는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요."

라고 반문할 수 있다.


아니다.

스스로 속고 있는 것이다.

내가 무의식적으로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지

눈치채야 한다.


우리는 모두 외로움을 두려워 한다.  

그러나,


외로움, 외톨이가 되는 게

정말 그렇게 견디기 힘든 일일까?


/


뇌과학에 따르면 사람의 뇌는

아직 원시시대의 무의식적 반응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외로우면, 외톨이가 되면

여전히 원시 시대 때의 본능적 회로가 발동하여

무의식적으로 '죽을 듯이 위험하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그것을 감정적, 심리적 괴로움과 불안 등으로

한번 더 왜곡해서 느끼는 것이다.


원시 부족 시대에는

왕따와 외로움은 치명적인 것이었다

외로운 것은 곧 죽음이 될 수도 있었다.


무리 혹은 부족에서 따돌림을 당하면

수렵, 채집한 것을 나눠 먹을 수 없을 수도 있었다.

외롭게 되면 굶어 죽을 수도 있었던 것이다.

혹은 포식 동물로부터 부족 공동의 보호를 받지 못해

잡아 먹혀 죽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대에는

아무리 외로워도, 아무리 따돌림당해도

나는 마음껏 먹을 수 있다!

육식 동물에게 먹히지도 않는다!

현대에는 외롭다고 위험해지거나 죽는 게 아니다.


몇 가지 불편함은 있겠지.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는,

아무리 외로워도

나도 모르게 그걸 두려워하거나 걱정하는, 불안해하는

내 마음 외에는 사실 실제 두려워하거나 걱정할 것은 없다.

나는 계속 자~알 살 수 있다.

내가 쓸데없이 걱정하거나 불안해하지 않는다면.




물론 우리는 불필요하게 외로울 필요 없다.

외톨이가 될 이유도 없다.


그러므로 할 수 있다면 나를 변화시키며

삶의 기술, 관계의 기술, 대화의 기술 등을 더 배우고

그리고 나만 변화하는 게 아니라

나에게 부당하게 대하는 타인들에게

정당한 요구와 대응을 하는 힘을 키워 나가자.


나도 계속 더욱 성숙하게 변화하고,

타인들도 성숙하게 되도록 변화시키자.

이게 우리가 할 일이다.


다만, 그 과정 중에

내가 외롭게 된다거나, 외톨이가 될 때에

그것을 너무 크게 느끼거나 괴로워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외로움에 대한 두려움이나 걱정은

실제라기보다는 다분히 우리 뇌의 원시적 반응일 뿐이기에.


외로움이 괴로운 이유가 몇 가지 더 있을 수 있겠지만,

여기서는 의도적으로 이 요소에 집중하자. 이게 맞다.


아픔은 물론 있다.

어려움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아픔과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별 것이 아님을 자각하며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것.

그 아픔과 어려움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큰 것이 아님을 눈치채기.




우리는 모두 부족함이 있는 같은 인간이다.


나도 부족하지만 너도 부족하다.

부족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과 상대를 좀 더 이해하고,

서로를 품어주며 함께 할 수 있다.

나도 너를 좀 더 이해하고,

너도 나를 좀 더 이해하자.


외로움은,

없어져야 하는 무엇이 아니라

'있음이 당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잘 살 수 있는'

자연스러운 것임을.


우리,

결국엔 이 외로움도 넘어설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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