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ul 15. 2020
단죄(정죄) 근본주의
타인을 죄인(틀림)으로 만들어야만 자기 존재의 정당성이 확보되는 심리
인간에게는 타인을 죄인으로 만들어야만, 타인이 틀렸다고 해야만 자기 존재의 정당성이 확보되는 심리가 있다. 이 심리는 망상이다.
("나는 정의와 원칙을 위해 그러는 것이다. 나만을 위해 그러는 것이 아니다"라고 할 때, 물론 그 부분도 들어 있지만 본질적으론 이 정죄, 단죄 의식이 항상 깔리게 된다. '그 정의를 원하는 나'를 위한 부분을 눈치채야 한다. 정죄, 단죄를 무조건 하지 말아야 한다가 아니라, 어떤 심리가 들어 있는 지 봐야 한다는 말이다.)
무의식적으론 자기 역시 그 '죄인(틀림)'의 틀을 결코 벗어날 수 없음을 알기에 타인에 대한 그 단죄(정죄) 의식은 멈출 수가 없다. 다다를 수 없는 자신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끝없이 타인을 정죄해야 한다.
'저 사람을 단죄했는데, 저 사람이 죄인이 되었는데 왜 끝나지 않지?'
'상대가 틀린 게 명백해졌어. 그런데 여전히 느껴지는 이 찜찜함은 뭐지? 왜 완전히 없어지지 않는 거야?'
'죄인인 타인을 처리했으므로 나는 괜찮아져야 해. 그런데 안 괜찮아지네. 왜 끝나지 않는 거야!'
우리 마음은 이 괴로움을 없애 줄 다음 희생양을 계속 찾는다.
정죄의 순간에 잠시 마음이 시원하고 뭔가 해결된 듯이 느끼지만, 그 느낌은 곧 사라진다. '끝'이 없는 이 과정은 무한히 계속된다. 일방향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행한다. 상호 마녀사냥이다.
인간의 마음에게는 자기도, 타인도 모두 '대상'이다. 타인만 대상이 아님을 주의하라. 자신도 그 단죄와 정죄의 대상인 '죄인'이라는 것. 그래서 '타인 정죄'와 '자기 정죄'는 결국 같은 행위가 된다. 타인 정죄만이 아니라 자기 정죄도 많은 이들이 빠지는 함정이다. 보통은 이 구도를 모른 채 진행된다. 그래서 스스로도 답답한 것이다.
/
그럼 타인만이 아니라 자신도 죄인임을 인정하면 이 과정이 끝나는가.
아니다.
왜냐하면 애초에 그런 '죄, 죄인'은 없기 때문이다.
(없는 것을 없애는 건 불가능하다)
여러 원인에 의해 만들어진 판타지이다.
어릴 때의 경험, 과거의 학습, 종교적 교리, 현 인간 문명 자체 등등.
'너(나)는 잘못했어. 너는 잘못 되었어. 너는 틀렸어. 너는 죄인이야. 너는 부족해. 너는 더 잘해야 해. 너는 더 나은 존재가 되어야 해. 지금 이대로는 아니야.'
여기서 '너' 혹은 '나'가 이제 '사람들, 인간들'로 확장된다.
자기에게 적용되던 외부(부모, 어른, 사회, 문화)의 기준이 어느 새 '내 기준'이 되고, 이것을 자기와 타인 모두에 적용하기 시작한다. 타인만이 아니라 자신도 그 판타지의 대상이자 피해자이다. 가해자이자 곧 피해자가 되고, 피해자가 가해자가 된다.
/
판타지를 다른 판타지로 없애는 것은 실제 효과가 없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판타지가 판타지임을 눈치채야 비로소 끝난다.
망상은 망상일 뿐임을 아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