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두려워하지 말지니
누구라도 지금 죽어 가는 중이며
단지 그 시간이 이르냐 늦으냐의
사소한 차이만 있을 뿐
가까운 시일에 죽느냐와
먼 훗날에 죽느냐의 차이일 뿐
알고 죽느냐
모르고 죽느냐의 차이일 뿐
그 차이를 크게 여기면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커지지만
그 차이가 소소함을 알아차리면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소소해지리니
그 '차이'와,
그 차이의 '소소함'을 바라볼 뿐
죽음 자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아무것도 아님을
/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지니
약견제상비상(若見諸相非相)
: 모든 상이 상이 아님을 보면
약견제'죽음'비'죽음'(若見 諸죽음 非죽음)
: (모든) 죽음이 죽음이 아님을 보면
'약견제상비상'을 하기 전에 먼저 봐야 할 것은
우리 인간이 평상시에
약견제상'사실'상,
약견제상'실재'상,
약견제상'실체'상을
무의식 중에, 습관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
'비상'을
'사실상, 실재상, 실체상'으로 보고 있다는 것
'비상'을 보는 것, '비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사실, 실재, 실체로 보고 있다는 것
이것이 착각이라는 것
사실상, 실재상, 실체상으로 보는 것이
인간 인식의 오해, 무지, 무명, 고집, 중독이라는 것
물 속에 있으면서
물 속에 있음을 알지 못하고 있음
/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지니
그것은 실재하는 게 아니라
애초에 허공 중에 만들어진 것임을
'죽음'이라는 개념만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죽음이라고 인식되어지는 그 모든 '현상'도
실재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진 것임을
어떤 현상이 실체의 현상으로서 존재하려면
그를 뒷받침하는 여러 분별(개념, 앎, 생각)이
먼저 실체로 존재해야 한다
어떤 현상이 사실이 되려면
그를 뒷받침하는 앞선 사실들이
먼저 존재해야 한다.
그러나
그 앞선 분별들,
앞선 사실, 실체들마저도
하나 예외 없이 역시 모두 '만들어진 것'들
모두 만들어진 분별이고
앎이고 생각이고 개념일 뿐
앞선 것들이 아무리 생각이라고 해도
우리는 끝끝내
그 바닥에는 뭔가 '사실'이
'절대적인 무엇'이, '실체'가, '실재'가 있을 거라고
여기고(믿고, 생각하고, 분별하고) 있지만
있는 것은 오직 그 '뭔가가 있다'는 분별(앎, 생각, 개념) 뿐
그 '한 생각' 뿐
/
'죽음'도 마찬가지
'삶'도 마찬가지
'나'도 마찬가지
/
주의
'아무것도 없다'가 아니다
'없음'마저도 없다임을
'있다, 없다'로 따지는 게 아니라
이러한 제 현황을
돌이켜지지 않을 자각으로
깨우치는 것
알아채는 것
각성하는 것
눈치채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