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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루 MuRu Oct 19. 2015

17. 반복되는 느낌과 생각에서 자유롭기

느껴지고, 떠오른다고 해서 '중요한 것'은 아니다

일상을 살아가는 중에 원하지 않는 느낌이 느껴지거나 생각이 자꾸만 떠오르는 것은 우리를 무척 힘들게 한다. 며칠 전에 나에게 재수없게 굴었던 누구누구의 말과 행동이 자꾸만 떠오른다. 그러면서 그때 느꼈던 모욕감, 분노가 다시 반복된다. '아, 그때 내가 바로 이러저러하게 화를 내거나 반박을 했어야 했는데...' 혹은 '별 것도 아닌 게 나를 무시하다니...',  '그때 그 일은 이렇게 했어야 하는데...' 잊힐 만하면 또 떠오르고, 잊힐 만하면 또 떠오른다.


심지어 몇 달이 지나고 몇 년이 지난 과거의 기억과 상처도 어느 순간 불현 듯 떠오르곤 한다. 혹은 현재의 지인들이나 직장에서의 문제들, 나아가 미래에 대한 걱정이나 불안 등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강하게 반복되는 건 '과거의 것'들이다. 과거의 부정적 경험들, 그때 느꼈던 감정과 생각들. 그것들은 현재에 영향을 미친다. 이미 지나간 것들, 죽은 것들인데도 말이다. 한창 컨디션과 기분이 좋다가도 불현듯 떠올라 내 기분을 망치고, 자신감을 앗아가고, 분위기를 다운시킨다.


이 원하지 않는 느낌과 생각들은 우리의 통제를 벗어나 있는 듯하다. 내가 느끼거나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이 마음대로 내 내부에서 튀어 올라 오는 것 같다. 왜냐하면 내가 느끼지 않으려,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고 해서 멈추진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것들에서 자유로울 방법이 없는 것일까? 이렇게 불현듯 반복되는 느낌과 생각에 계속 시달리기만 해야 할까?


당연히 아니다. 방법이 있다.


이 글에서는, 원하지 않지만 자꾸만 반복되는 느낌과 떠오르는 생각을 어떻게 처리할 수 있는지에 대해 같이 알아볼 것이다. 이 글을 읽고 나서 바로 바뀐다거나 쉽게 해결된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불가능한 것도 딱히 못할 것도 아니므로 함께 해 보자.


어떤 습관이든 그것을 바꾸려면 두 가지 과정이 필수이다. 하나는 '눈치 채기(통찰)'이고 또 하나는 '구체적 방법'이다. 기존의 잘못된 부분을 눈치를 채고, 그리고 구체적 방법을 사용해 바꾸는 것이다.




먼저 첫째, 눈치 채기.

내게 느껴지고 떠오른다고 해서 '중요한 것'은 아니다!


우리 의식은 은연 중에 우리에게 느껴지고 떠오르는 것들은 '중요한 것'이라 믿는다. 다분히 무의식적인 반응이다. 즉, 의도적으로 의식해서 중요한 것이다라고 여기게 되는 것이 아니라 워낙이 어릴 때부터 '내가 느끼고, 내가 생각하는 것. 그리고 내게 느껴지고 내게 생각되어지는 것은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야!'라고 학습되어온 것이다. 이걸 선명히 눈치 채야 한다.


꿈의 내용이 다분히 무작위적이듯 낮 중에 우리 의식에 떠오르는 것들도 거의 무작위적이다. 뇌과학적으로도 그렇게 해석한다. 물론 정말 정말 깊이 들어가 본다면 매 순간에 어떤 느낌, 생각이 떠오르는 것의 근본 이유를 밝히게 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알 수가 없다. 마치 특정 꿈에서 어떤 내용들로 그 꿈이 구성되는 게 왜 그런지 알 수 없듯이 말이다. 여러 해석을 하기도 하지만 엄격히 말하면 모두 추론이다.


특히 과거의 부정적인 경험에서 오는 느낌, 기분, 감정이나 생각은 더더욱 이상하다. 가만히 공부하다가, 길을 걷다가, 일을 하다가, 운전을 하다가 왜 하필 그 이상한 놈이 떠오르고, 그 나쁜 기분이 느껴지고 또 생각이 나는 걸까? 떠올라봤자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 것들이. 이미 말했지만 무작위이다. 랜덤(rendam)이다. 이유가 없다. 그냥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무작위한 것에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혹은 자동으로 '중요한 것이야'라고 후해석을 갖다 붙이는 것이다. 이것을 이해해야 한다. 통찰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을  눈치챈 순간부터는 '비록 지금 나에게 느껴지고 떠오르지만, 중요한 건 아니야!'라고 능동적으로 바꿀 수 있어야 한다.


기존의 '중요한 것이야'라는 건 내가 나를 속이는 것이다. 내가 나에게 속고 있는 것이다. 뭔가 이유가 있고 필요가 있어서일 거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더 이상 속지 않고 더 이상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만약 정말 중요한 것이라면, 강하게 느껴지고 떠오르면서 뭔가 나에게 도움이 되고 또 뭔가 더 좋아지고 해결되거나 해야 한다. 그러나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더 혼란스러워지고, 다운되고, 기분만 나빠진다. 이건 아니다.


다시 한번 강하고 선명하게 선언해 보자.

내게 느껴지고, 떠오른다고 해서 '중요한 것'은 아니다!


물론 처음에는 이렇게 말 해도 마음 깊은 곳에서 '에이, 그래도 내가 느끼고 떠올린다는 건 뭔가 이유가 있는 거겠지. 뭔가 중요해서 이겠지'라는 기존의 의식적, 무의식적 감이 계속 올라오게 마련이다. 자그마치 십 수년 혹은 수십 년을 가져왔던 의식적 습관이기 때문에 하루 아침에 바로 바뀌진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제대로 그리고 의식적으로 눈치채면 챌수록 더 빨리 바뀌고 사라진다. 그러니 '그냥 그런가 보다'라고만 하고 있지 말자. 그러면 아무 힘이 없다. 변하는 것도 없다. 그게 아니라 '정말 중요한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왜 중요한 것이 아니지?'라고 의문도 가져 보고 하면서 스스로의 힘으로 자각해야 한다. 그리고 '내가 느끼고 떠올린다고 정말 중요한 것일까? 내가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믿고 있는 게 아닐까? 근데 정말 그럴까?'라고 스스로의 마음의 힘으로 의심하고 격파해야 한다. 이게 안되면  그다음 과정이 진행이 안된다.




둘째, 구체적인 방법.

느껴지고 떠오른 것들에 대해 점점 무(관)심해진다


이제 내게 불현듯 반복해서 떠오르는 부정적 느낌, 기분, 감정과 생각들에 대해, 그것들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는 것이 어느 정도 선명해졌다. 그러면 그다음은?


설사 중요한 것들이 아니라는 게 선명해졌다 해도, 그 자각이 그것들이 계속 떠오르는 것을 바로 완전히 멈추게 하고 막아 주진 못한다. 왜냐하면 아직 나의 뇌 속에는 혹은  마음속에는 그 흔적들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아직 그 느낌과 생각의 뇌신경회로망이 남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어느 정도로 약화되기 전까지는 계속 신호가 흐를 수 있다. 신호가 흘러 활성화되면 나는 또 느끼고 떠올린다.


자, 그래서 이제 구체적 방법이 필요한 것이다.

느껴지고 떠오르는 것들을 제대로 처리하는 방법이.


그건 바로 느껴지고 떠올라도 그것에 대해

심드렁해지는 것이다.

무심해지는 것이다.

무관심해지는 것이다.


그게 쉽냐구? 물론 쉽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못할 것도 없다. 바로바로 되지 않고 쉽게 쉽게 되지 않는다 해도 말이다. 세상에 그런 건 드물다. 바로 되고, 쉽게 되는 것 말이다. 하지만 어렵더라도 '된다는 것'이 확실한 것만큼 우리에게 희망을 주는 것도 없다. 단언컨대, 이건 확실히 되는 방법이다.


이전에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불현 듯 느껴지는 감정, 떠오르는 생각들이 '중요하다'라고 믿고 있을 때는 당연히 그것에 비중을 많이 둘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에게 못되게 굴었던 그 사람과 행동, 나를 힘들게 했던 상황을 다시 떠올리며 그에 수반되는 나쁜 기분도 바보 같이 또 반복해서 느꼈다. 바보 같이.


하지만 이제 의식적으로 그게 하나도 중요하지 않고 또 아무 의미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이 자각은 어느 정도 선명해질 때까지 계속 강화시켜야 한다. 그냥 공짜로 바로 되진 않는다). 그러면 자연스레 그 놈들에게 주었던 내 마음의 관심, 의미 부여, 중요도 부여, 신경 씀, 마음의 에너지 등을 적게 주게 된다.


물론 처음에는 과거의 관성이 여전히 어느 정도 강하게 남아 있으므로, 나도 모르게 또 흥분하고 또 매몰되면서 과거 패턴대로 할 수 있다. 하지만 알면서 하는 것과 모르면서 하는 것은 천지 차이다. 이제는 알고 있다. 그것이 느껴진다고, 떠오른다고 무조건 중요하고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아무것도 아니고, 별 것도 아니고, 별 가치도 없다는 것을 안다. 만약 이 부분이 희미하다면 더욱 선명하게 만들자.


이게 잘 될 수록 이제 그 놈들에 대해서 심드렁해지는 것이다. 무심해지는 것이다. 무관심해지는 것이다. 잘 안되면 의도적으로도 하라. 그래야 한다. 처음엔 의도성이 들어가야 한다. 이렇게 반복해서 대응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엔가 그 놈들이 느껴져도, 떠올라도 내가 별로 신경 쓰지 않게 되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심드렁, 무관심, 무심해질 때까지 기다리지 말자. 저절로 그렇게 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보다 더 강력한 방법이 있다. 느껴져도, 떠올라도, 자꾸 신경이 쓰여도 그 '느껴짐, 떠오름, 신경 쓰임' 자체에 심드렁, 무관심, 무심해지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아래에 나오는 '2차 화살을 다스리기'의 방법이다. 어디서 날아왔는지, 왜 맞았는데, 이게 뭘로 만들어졌는지 등으로 고민하지 않고, 그냥 화살 뽑아 버리기. 제일 강력한 방법이다.




신경 쓰던 신경 안 쓰던 둘 다 개의치 않기


아주 중요한 노하우가 하나 더 있다. 사실은 신경 쓰던 신경 안 쓰던 둘 다 개의치 않는 것이다. 이게 진짜다.


신경 쓴다고 실망하거나 부담 갖지 말고, 또 신경 안 써야만 한다라고 고민할 필요도 없다. 이것이 오히려 또 하나의 함정이 될 수 있다. 이것을 보통 '2차 감정의 화살'이라고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걸린다.


즉, 뭐에 대해서 신경 쓰지 말랬더니 이제는 그것을 '신경 쓰지 않는 게 잘 안 되는 것'을 또 신경 쓰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걸리고, 붙잡히고, 막히고 하면서 이제는 그게 부담이 되는 것이다. '아, 떠오른 감정과 생각에 마음 잡히면 안되는데. 계속 이것들 때문에 고민하거나 힘들어하면 안되는데' 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2차 화살이라고 한다. 본래의 문제였던 1차 화살이 처리가 안 되는 것 때문에 또 그걸 문제 삼는 것. 아주 교묘한 마음의 혼란이자 장난이다.


그럼 이 2차 화살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답은, 이놈에 대해서도 역시 '심드렁, 무관심, 무심, 무신경' 하는 것이다. '걸림 없음에 걸리지 않기'다. 기존의 감정 처리, 생각 처리가 잘 되든 안 되든 그에 개의치 않는 것이다. 본래의 1차 화살에 대해서도, 또 그게 잘 되고 안 되고에 따른 2차 화살에 대해서도 대응책은 똑같다. 2차 화살의 혼란과 장난에서 점점 자유로워지면 1차 화살도 더욱더 잘 처리된다.




마지막으로,

이런 글을 쓰면 반드시 나오는 질문이나 말들이 있다.


"그래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죠? 구체적인 것을 말해 주세요."

혹은 "두 가지 다 애써 보지만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아요."


모두 이해한다. 맞는 말이다. 그런 질문이나 의문이 드는 것이 당연하다.


그에 대한 답은 이렇다. 위에서도 한번 썼지만, 우선은 '눈치 채기'를 정말 확실하게 해야 한다. 다른 말로 하면 '기존의 잘못된 고정 관념을 깨고, 본래의 맞는 관념을 가지는 것'이다. '재인식' 하는 것이고, 생각을 바꾸는 것이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문제가 되는 기존의 고정 관념도 그렇게 해서 나에게 형성된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그렇게 했으니, 이번에도 또 가능한 것이다. 다만 이번에는 제대로 된 것으로 바꾸는 것이다. 바꿀 수 있다. 주의하자. 그냥 생각을 바꾸는 게 아니다. 기존의 틀렸던 것을 버려서 본래의 맞는 것이 드러나게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바꾸려고 노력하는게 아니라 본래의 것을 잡는 것이다. 


쉽게 되냐구? 당연히 아니다. 그래서 실제 본인이 스스로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능동적으로 바꾸고  재인식시켜야 한다. 이건 본인만이 할 수 있다. 왜? 자기만이 자기 마음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누가  대신해 줄 수 없다. 도움말과 노하우는 전해 줄 수 있지만 결국 직접 해야 하는 건 본인이다. 이것은 만고불변의 진리이다.


그리고, 인식이 바뀐다 하더라도 구체적인 방법으로 과거의 습관, 관성을 처리해야 한다. 이건 분명 반복과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된다는 것이 확실할 때'에는 그 반복과 노력이 그렇게 힘들지만은 않게 된다. 그 통찰과 방법이 확실할 때는 말이다. 그러므로 실제 변화의 임계점을 넘는 그 순간까지 멈추지 않고 계속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것은 변화를 추구하는 모든 과정에 적용되는 원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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