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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루 MuRu Oct 24. 2015

'울보 등소평' 이야기

사람들과 같이 울어 줄 수 있는 이가 진짜 정치인이다

이 이야기는, 한 10여 년 전에 아는 한 역사 선생님께 직접 들은 것이다. 그분은 한 때 EBS에서 유명한 역사 강사이시기도 했다. 은퇴하셔서 시골로 귀농하신 선생님 댁을 찾아가서 며칠 묶는 중에 들었다. 중국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으셔서 여러 말씀을 해 주시는 중에 이 이야기가 나왔는데, 너무 인상 깊어서 두고두고 기억하고 있다가 여기에 한 번 적어본다. 기억을 더듬어 쓰는 것이므로 상세 내용에서 다소 차이는 있을 수 있다.


그 선생님은 결코 아무 말씀을 함부로 하시는 경우는 아니시기에 나는 이 이야기를 내용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사실 여러분 중에서도 나름 중국 전문가 들이 많으실 것이고 또 이 이야기의 상세 내용 등에서는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도 있겠다. 그래서 이것을 꼭 실존인물 등소평 개인에 대한 이야기라기 보다는 하나의 아름다운 메타포(비유, 이야기)로 들어도 좋겠다. 우리에게 뭔가 교훈을 주는 옛 이야기인 셈이다.(그런데 혹시라도 다른 중국 전문가나 혹은 이 이야기의 상세 내용을 아는 분이 계신다면 그러면 또 더 알고 싶기도 하다. 아마 공식적으로 나온 등소평 전기 등에 보면 나올 수도 있겠다.)




등소평이 중간 관리직에 있을 때의 일이란다. 아마 나이도 그렇게 많진 않았을 듯 싶다.


어느 날 그가 관계한 한 농촌 지역에서 농민들의 소요가 일어났다고 한다.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었다고 하는데 결국 등소평이 파견되었다. 일단 농민들과 등소평이 농민 회관 같은 곳에 모두 모였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농민들이 성토와 하소연을 시작했다. 아마도 관료들의 부정, 부패 그리고 부당하고 비합리적인 여러 정책들이 주된 내용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본인들의 정말정말 힘든 삶과 고통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으리라.


그런데, 한참을 농민들의 이야기를 듣던 등소평이 갑자기 펑펑 울기 시작했단다. 농민들의 상황과 전해 들은 사연들이 너무 딱하고 가슴 아팠던 것이다. 그래서 그 이야기를 듣다 듣다 결국 등소평도 울음이 터져 버린 것이다.


아무리 자신이 공격을 당하는 처지이고 그리고 농민들의 요구에 고분 구분할 수도 없고 오히려 설득할 건 설득하고 해야 할 입장이었겠지만, 등소평은 자신도 그리고 농민들도 같은 인간임을 잊지 않았던 듯 싶다. 그래서 일단 인간대 인간으로 그 힘들고 기가 막힌 여러 내용들을 듣다 안타까움과 탄식에  통곡하듯이 울음을 터뜨려 버린 것이다.




그 후에 정확히 어떤 일들이 진행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지금 상세히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대략적으론, 그렇게 해서 등소평의 진심을 확인한 그리고 서로 마음이 열리고 통한 농민들과 등소평은 그 믿음과 신뢰를 바탕으로, 어떤 면피나 회피 혹은 책임 씌우기나 거짓 약속 등이 아니라 진짜 제대로 문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과정을 거쳤다고 한다.(물론 실제 인간 등소평의 전체 인물이 어떠했는 지는 이 이야기와는 별도로 봐야 할 것이다.)


소위 '정치'를 하겠다면 이래야 한다. 자기나 자기 집단의 이익을 취하겠다면 사업이나 기타 다른 사적인 영역에서 열심히 하면 된다. 누가 뭐라 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대중을 위한 정치와 행정을 하겠다면 그러면 실제 그것을 할 사람이 해야 한다.


물론 실제로야 각종 잇권과 그에 연관된 수 많은 권력들이 연결된 게 정치의 장이라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현실이 그렇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언제까지나 그럴 순 없다. 덴마크나 핀란드 등에서는 자기 이익이 아니라 정말 대중과 공동체 전체를 위하겠다는 이들이 행정가나 정치가로 나선다고 한다. 오랜 노력을 거쳐 불필요한 특권도 없애고, 법제와 시스템도 고치고, 급여 구조 등도 바꾸고 해서 그렇게 되도록  만든 것이다.


우리도 물론 그들과 같이 노력하고 또 시간도 필요할 것이다. 그래서 그러한 것을 목표로 해서 계속 사회 시스템과 개인들의 변화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그 전이라도, 지금부터라도 '진짜 정치인'들에게 투표를 해야 하고 또 '진짜 정치인'들만 실제 정치의 장으로 나오도록 같이 노력해야 하겠다.


'울보 등소평'의 저 에피소드는, 실제 그의 모습이 어땠는지는 별도로 하더라도, 이러한 '진짜 정치인'에 대한 하나의 상징적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옛 기억을 되살려 잠시 이야기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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