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존재성을 타인의 존재성에 의존하는 오류
(소수나 일부가 아닌) 전체의 조화와 이익을 의해 '정의'를 추구하는 것, 잘못된 것을 타당하게 심판하고 비판하는 건 상대적으로 당연히 바람직하다.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해야 한다.
하지만 타인을 '악마화' 혹은 '오류화' 시켜 내 존재성의 우위를 확보하려는 심리는 별로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내 존재성을 타인(의 오류성)에 의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타인을 이상하게 만들거나 악마화 시키면서, '그렇기 때문에 나는 괜찮다, 내가 옳다'고 느끼는 기제는 때론 교묘하고 미세해서, 스스로 눈치채지 못한 채 이 심리에 매몰 혹은 중독되곤 한다.
(반대로 상대가 옳거나 잘났다고 해서 내가 위축되거나 못나게 되는 것도 또한 아니다. 보통 상대방이 옳고 내가 틀리게 될 때 심리적 저항감을 느끼곤 하는데, 그 저항감은 상대방의 옮음이 내 존재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오해에서 비롯된다. 극성이 다를 뿐 같은 행위이다.)
그 비판이나 정의의 심판이 온당한 경우와 온당치 못한 경우 모두 이 부분을 조심해야 한다. 매몰과 중독은 결국 나의 고통과 피해로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때로 오판을 일으키게도 한다.
잊지 말자. 타인들이 잘 났든 못났든 나의 존재성, 존재 의의, 존재 가치는 그와 하등 상관없이 항상 온전함을.
비판과 정의는, 필요에 의해 적절히 행해지는 것이지
내가 그에 의존할 것이 아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