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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똥찬 아이디어를 내는 것, 실현하는 것, 그리고...

그리고 그를 통해 떼돈을 버는 것에 이르기까지의 과정들에 대하여

엄청 좋은 아이디어를 실현하고 그걸로 돈을 존나게 벌어들인 사람들을 바라보고 아 시발 저거 내가 생각했었는데 내가 먼저 할걸 이라고 얘기하는 사람이 있는데 솔직히 말해서 개소리 하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아이디어는 언제나 널려 있고 아무리 기똥찬 아이디어라도 그것을 동일한 형태로 생각하는 사람은 전 지구를 통틀어 적어도 만 명은 있다. 그것을 실행해서 돈을 벌어들이는 사람은 단지 그것을 진짜로 만들고 또 그걸 통해 사업을 구상하고 회사를 차리고 마케팅을 하고 사람을 고용하는 개 귀찮은 짓을 직접 한 사람이다. 또한 그짓을 할 만한 자금을 가지고 있는 금수저여야 하며 무엇보다도 그 지랄을 해도 받아줄 만한 시장이 있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사람이라야 한다.


팔릴 만한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것은 가느다란 줄에서 외줄타기를 하는 곡예사와 같다. 우리는 삶에서 어떤 불편한 점을 느끼고 그것을 해결하려 할 때 수만 가지의 매우 기똥차면서도 매우 허황된 해결책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빨래가 하기 귀찮다 하면, 안빨아도 되는 신기능 소재의 섬유를 생각해 낼 수도 있고, 빨래를 대신 해 주는 손발 달린 인공지능 로보트를 생각해 낼 수도 있고, 옷에 먼지가 묻지 않게 해 주는 초 슈퍼 울트라 마그네틱 전자기적 포터블 방어 필드(usb 급속 충전됨)를 생각해낼 수도 있다. 이딴 허황된 공상과학 소설들은 역사적으로 수백만 가지나 계속해서 이야기되어, "아 시발 내가 먼저 만들걸"의 끝없는 원천이 된다.


그러나 그렇게 내지르는 사람들이 간과하는 한 가지는 이 세상에는 자원이라는 게 있고 그것이 무엇인가를 만드는 데 큰 제약을 가한다는 것이다. 자원이란 전기, 배터리 용량, 석유, 자금, 시간 뿐만 아니라 동시대 기술의 한계, 인지적 주의 집중의 한계, 인간의 인체공학적 능력의 한계 같은 무형의 것도 포함한다. "UX적으로 말이 되는지 봐주세요" 하는 것들의 상당수가 UX적이기 이전에 자원의 한계에 부딪치는 것들이다. "버튼 하나 더 달고 기능 더 넣으면 좋지 않을까요?" 물론이다. 기능이 많으면 많을 수록 더 좋다. 단지 인지적 주의 집중이라는 자원의 한계에 부딪치기 때문에 만들어 봤자 똥같을 뿐이다.


실무에서 흔하게 기능을 더 넣은 제품을 얘기하고 난 다음에 "기능 없는 거랑 비교해서 어떤 걸 더 사고 싶나요?" 라고 묻는 어리석은 설문조사를 한다. 설문조사 최고점을 받고 싶으면 빨래랑 청소랑 요리까지 해 주는 인공지능 로보트를 항목으로 넣어라. 자원의 한계를 고려하지 않으면 우리는 아무 거나 다 만들 수 있다. 슈퍼 울트라 AI 탑재 아이언맨을 만들어서 빨래를 시키면 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아이디어는 외줄타기에서 나온다. 공상과학의 영역에서 노는 것도 문제 있지만 하찮은 쓰레기같은 사소한 것들도 별로다. 새로운 아이디어 우리 주위를 둘러싼 테두리를 인지하고 그 테두리를 밀어 붙이는 것이다. 테두리 안에는 하찮은 개미같은 아이디어가, 테두리 밖에는 슈퍼 울트라 공상과학 아이디어가 있다. 이러한 경계면을 카오스이론에서는 '테두리'라고 한다. 또는 만델브로트 집합의 경계면이라고 한다. 단지 소수점 십만 분의 일의 차이로 0이 십만으로, 십만이 0으로 바뀔 수 있다.



아이디어 성공과 실패의 차이는 운빨의 차이다. 그들은 성실함도 창의성도 아닌 운빨에 의해 결정적인 성공을 거머쥐었다. 스티브 잡스가 무엇이 위대한가? 그는 운에 의해 미국에서 태어났고 단지 운에 의해 자신과 똑같은 아이디어를 가진 수많은 사람을 멸망시키고 거부가 되었다. 물론 잡스는 어릴 적 자신의 차고에서 뭔가를 하긴 했다. 그런 점에서 존경한다면 그건 오케이다. 스티브 잡스가 실패를 한 번 겪은 것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자신이 차린 Apple에서 쫒겨나고, NeXT라는 회사까지 말아먹었을 때의 시점이다. 2004년 그는 암 수술도 했다. 만약 그가 총체적으로 실패 후 암으로 일찍 사망했는데, 그런 상황에서도 누군가가 잡스를 존경할 수 있다면 나도 납득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최종적으로 실패하고 이세상을 떠난 잡스라는 사람을 존경할 수는 없다는 것을 나는 안다. 성공하기 직전의 잡스와 비슷한 정도의 성취를 보였지만 실패(=돈을 못 범)한 사람도 많고 이 모두가 다 존경받지는 않기 때문이다. 잡스의 성취보다는 돈을 존경하는 것이 아닌지 돌이켜 보라. 


그러므로, 성공이란 아이디어가 아니다. 아이디어는, 성공의 아주아주 작디 작은 부분일 뿐이다. 우리는 잡스의 아이디어가 아닌, 모든 성공한 사람들의 반짝이는 똑똑함이나 천재성이 아닌, 그리고 그 운빨로 이뤄 낸 성공 그 자체가 아닌, 가난한 시절의 실행력대한 존경심을 보내야 한다. (굳이 '존경'이라는 쓰잘데 없는 행위를 하고 싶다면 말이다) 그리고 우리는 '아이디어'라는 요행으로는 절대로 무엇인가를 이룰 수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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