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글1편 같이 써요:)
'쓰고 싶은 글을 꾸준하게 써보자'를 목표로 지난 6월 온라인에서 글쓰기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4주씩 3번 모임을 진행했는데요.
42명이 신청했고 취소자는 6명. 총 36명이 이 과정에 함께 했습니다. 3개월 동안 많이 배우고 느꼈습니다. 그중 3가지를 정리해봤습니다.
#순서
1. 매주 글 1편 쓰기
2. 글쓰기, 가장 기본의-궁극의 기술
3. 미래, 글쓰기 습관과 방식의 변화
3개월 동안 이런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꼭 글만 써야 할까. 그림도 그리고 사진도 찍고 요즘 동영상이 대세니까 그런 것도 해보면 좋겠는데..'
그러던 중 백종원의 골목식당 이란 프로그램을 보게 됐습니다. 항상 하는 말이 '메뉴를 1~2개만 집중하세요. 메뉴판을 정리하세요.'더군요.
사장님들은 다른 메뉴 찾는 손님들을 놓칠까 봐 굉장히 초조해하고 망설였습니다. 제 주변을 한 번 살펴봤습니다.
반년을 매일 출근했고 이후 반년은 일주일에 1번씩 출근하고 있는 동네가 있습니다. 회사도 많고 바로 앞에 대학 캠퍼스도 있어 식당들이 밀집해 있는 곳입니다.
'그 동네에 장사가 가장 잘 되는 집은 어디야?'라고 물어보면 저는 주저 없이 '닭갈비집이지!'라고 대답할 것 같습니다. 작고 허름하지만 매번 줄을 서야 먹을 수 있는 집이기 때문입니다.
점심 메뉴는 닭갈비 딱 1가지-
사장님이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말을 걸어오고, 음료는 무제한으로 제공하고, 메뉴가 1가지라서 밖에서 대기를 했어도 자리에 앉으면 음식을 바로 먹을 수 있습니다. 가격도 적당하고 맛도 좋습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수 없이 조언하는 내용들을 이미 잘 지키고 있는 곳으로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어느새 '오늘 매콤 달콤한 게 땡기는데? 닭갈비 먹을까?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집이 되어 있더라고요.
상상해봤습니다. '나 꾸준하게 글을 쓰고 싶어' 했을 때 누구나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이 Meeji가 된다면? 그래서 메뉴판에 1가지만 넣기로 했습니다.
Meeji - 매주 글1편 같이 써요:)
앞으로 매주 글1편 쓰며 자기 일상과 생각을 정리하도록 돕는 일에만 집중하려고 합니다. 매주 1편씩만 써도 1년이면 50편을 쓰는 거더라고요.
분량을 정해주진 않지만 참가자들 대부분이 A4 1장 반~2장 정도의 글을 쓰는데요. 이 정도 분량의 글 80편이 모이면 보통 책 1권을 만들 수 있다고..
참가자가 많아질수록 글의 소재가 다양해지고, 넓은 공감대를 가진 글도 많아지고 있음을 느낍니다. 이 일만 잘해도 흥미로운 결과를 많이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생깁니다.
유명한 소설의 첫 문장을 떠올리며 시작하는 서비스, 작은 서비스가 어떤 방식으로 성장할 수 있는지 다시 한번 되새겨봤습니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
-소설 '안나 카레니나' 중
온갖 미디어에 둘러싸여 살고 있습니다. 소통 방식도 훨씬 다양해졌습니다. 이때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쓸모 있는 기술이 뭘까 생각해봤습니다.
저의 대답은 '글쓰기였습니다. 메신저를 쓰든, SNS에 짧은 글을 쓰든, 블로그에 포스팅을 올리든, 영상 스크립트를 짜든 기본은 글쓰기라 봤기 때문입니다.
글쓰기는 자기 언어로 생각을 표현하는 수단입니다.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점점 사라지고 협업이 중요한 때이니 더욱 중요해 보입니다.
그런데 현재의 교육 시스템 안에서 우리는 글쓰기를 제대로 배울 기회가 없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글쓰기를 더 어렵게 느끼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2015년 글쓰기와 관련해서 직장인 57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가 있었습니다.
이들 중 88.4%는 보고서와 문서작성에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있으며, 77.7%는 글쓰기 능력이 성공과 상관관계가 있다 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직장인만 글쓰기가 스트레스고, 직장인만 글쓰기 능력이 성공과 관련 있을까 싶습니다. 이제는 자영업자도 자신의 SNS와 블로그에 직접 사업을 홍보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같은 직업을 가졌고 비슷한 일을 비슷한 기간 동안 해왔어도 자기 생각을, 참여한 프로젝트를, 본인의 전문성을 글로 남기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경력에 큰 차이가 나타나는 사례를 숱하게 목격할 수 있습니다. 예술가든 요리사든, 대학 교수든 회사 대표든, 의사든 학생이든 마찬가지로요.
내 것을 기록하고 알리는 과정 자체가 '기회'의 측면에서 훨씬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주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글쓰기란,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기술'인 동시에 나이를 먹고 경력이 쌓일수록 '궁극의 기술'될 수 있음을. 지속해서 시간을 내어 연습하고 배우고 훈련할 가치가 있는 것임을.
글쓰기는 어떻게 잘할 수 있을까요? 유명 작가와 글쓰기를 가르치는 대학교수들 이야기를 많이 살펴봤습니다. 거의 비슷한 조언을 하더라고요.
그중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미국 소설가 스티븐 킹의 말을 인용해봅니다.
‘많이 읽고 많이 써야 한다. 이 두 가지를 슬쩍 피해 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지름길도 없다.'
앞으로 '매주 글1편 쓰기'를 돕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려고 합니다. 꾸준하게 글을 쓰기 위해 스스로 찾아온 사람들은 어떤 필요와 욕구를 가지고 있는지 3개월 동안 관찰해봤습니다.
우선 글을 쓰는 각자의 목표를 설정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했습니다. 그에 따라 시간 확보와 안정적인 공간도 필요했고요.
글감을 찾는 능력과 어느 정도의 글쓰기 실력도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감성적인 측면의 도움이 중요했습니다. 예를 들어 칭찬과 응원, 공감과 격려 등의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그래서 함께하는 동료와 안내자의 존재가 커 보였습니다. 여기서 기억해야 할 것은 부담스럽거나 귀찮지 않을 정도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
지금은 모든 것을 하나하나 수동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해야 하는 일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과정에서 반복적이고 사람보다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일에는 기술의 도움이 꼭 필요함을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규모를 만들기 위해서도요.
그러던 중 건강 및 체중 관리를 돕는 서비스 눔(Noom)의 기사를 읽었습니다. 눔은 AI로만 서비스를 제공하다가 회원과의 교감을 높이기 위해 2014년 사람코치 1명이 20명의 회원을 함께 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는 350명 까지 관리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런 진행이 가능한 이유는 반복적인 93%의 일은 AI가 처리하고, 7%의 감성적인 업무만 사람코치가 수행해서라고. 2020년까지 사람코치 1명이 회원 500명을 담당하는 것을 목표로 AI 알고리즘을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눔의 이야기를 보면서 Meeji의 미래는 어떤 방식으로 가야 할지 여러 측면에서 고민해봤습니다.
일단 현재 Meeji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의 상당 부분은 AI를 사용하지 않고도 처리가 가능할 것으로 보였습니다.
지정한 시간에 글쓰기 알람을 주는 것, 모임 참가자가 쓴 글의 목록을 정리하는 것, 지난주 자기 활동을 평가하고 이번 주 계획을 정하는 것 정도의 일을 하고 있거든요.
다만 메신저, 블로그, 클라우드 문서 도구 등 여러 서비스를 조합해서 사용하는 번거로움이 있는데 전용 서비스가 있다면 위 내용과 더불어,
어느 시간 정도를 글쓰기에 집중했는지, 일주일에 몇 번 글쓰기를 시도했는지, 몇 자를 썼는지 그 추이도 파악해서 제공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사실 기술은 잘 모르지만 AI를 도입하면 더 정교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 같고요. 예를 들어 이런 경우를 보면서요.
글쓰기 알람을 신청한 분께 특정 시간에 연락을 드렸는데 대체적으로 '제대로 못 써서 죄송해요..'라는 대답들을 하시더라고요.
도움을 드리려고 연락했는데 '죄송하다'는 말을 자꾸 들으니 서로가 미안해지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이럴 때 기계가 그 사람의 성향과 습관에 맞게 메시지를 만들어 알람메시지를 보내준다면? 비록 그 시간을 잘 지켜 글을 쓰지 못한다 하더라다도 서로 미안하고 죄송한 상황은 없지 않을까.. 생각해봤습니다.
기술이 '관리의 측면'에서 글쓰기 활동을 도울 수 있음과 동시에 '생산의 측면'에서도 큰 변화를 만들 것으로 예상해봅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앞으로는 단어나 문장을 주면 AI가 글을 완성시켜주거나, 인간과 AI 대화하며 글을 쓰는 방식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아무튼 신나는 일들이 계속해서 펼쳐질 것 같아 많은 기대가 생깁니다.
돌아보면 3개월 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배우고 깨지고 멘붕도 오고.. 이 과정에서 약간의 성장도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무엇보다 딱 1가지의 작은 방향성, '매주 글1편 쓰기를 돕는다'를 찾았고, 이 1가지를 잘하기 위해서도 할 일이 엄청나게 많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이제부터는 함께 할 동료 찾기에 많은 시간을 쏟으려고 합니다. 좀 더 긴 호흡을 가지고 제대로 서비스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요.
많은 이야기를 늘어놓았지만 당장의 목표는 매월 100명이 참여할 수 있는 서비스 구조를 갖추는 것입니다^^
다시 고독한 삽질의 시간으로 들어가 보려고 합니다. 다음번 소개에서 좀 더 성장한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9월에는 '스타트업 경영진을 위한 글쓰기 모임'(파일럿)을 처음으로 진행합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와 응원 부탁드려요!
https://brunch.co.kr/@philstori/127
#참고
-직장인 글쓰기 학습 열풍... 관련 도서 판매 늘어 (조선비즈 2015.06.09)
-"포기하지 말라"는 인간 코치의 위로. AI 기술과 정서적 교감 만나 감동이 되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019.07 Issu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