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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타보이 phil Jan 13. 2021

로봇배달원 시대-인간의 미래는?<뭐든 다 배달합니다>

책 소개 인터뷰 | 저자 김하영

18년을 기자로 일해온 <뭐든 다 배달합니다>의 저자 김하영. 2020년 1월 회사를 그만두고 2월부터 플랫폼 노동 현장에 뛰어들었습니다. 물류센터 일용직, 배달대행, 대리기사로 200여 일을 살며 그야말로 몸으로 책을 썼습니다.


김하영은 2003년 취재한 화물연대 소속 트럭 기사들의 파업 현장을 기억합니다. 특히 부산에서 만난 트럭 기사와 25톤 트럭을 타고 서울로 올라오며 나눴던 대화를.

 

"우리도 이렇게 머리띠 두르고 열맞춰 가며 구호 외치는 일을 상상이나 했겠어요? 이거라도 안하면 누가 우리 같은 사람한테 관심이나 가졌겠냔 말이지. 그래도 모여서 집회도 하고 보도자료도 낼 수 있으면 힘있는 사람들인거잖아요.

오늘 우동 값은 내가 낼테니 앞으로 기자생활 하면서 보도자료 한 장 내지 못하는 힘 없는 사람들 목소리도 꼭 들어주세요."


꼬마 기자 김하영이 발로 뛰는 기자로 살겠다고 마음 먹은 순간입니다. 그리고 시간이 많이 흘러 2020년 겨울, 우리 시대 삶의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플랫폼 노동자를 위한 보도자료 <뭐든 다 배달합니다>가 세상에 나왔습니다. *

(-> 저자의 안내로 함께 읽는 ‘뭐든  배달합니다보기))

책 표지. 책 속 삽화도 모두 저자가 그렸다.



1. 기자 김하영, 플랫폼 노동에 뛰어들다.


-기자 생활은 언제부터 했나요.

2002년부터 2014년까지 <프레시안>에서 기자 생활을 했어요. 이후로도 계속 글을 써 왔고요.



-무엇을 취재했었나요.

사회부로 시작해서 사회 큰 갈등 현장에 많이 있었죠. 2003년 노조에 대한 손배가압류, 화물연대 파업, 비정규직 문제, 새만금 간척사업, 평택 미군기지 이전 등을 다뤘습니다. 국회 출입도 하고 경제부 쪽 일도 했고요.

2009년 국회 출입기자 시절. 모 국회의원 인터뷰를 기다리며 질문지를 다시 보고 있다.


-기자는 왜 그만뒀나요.

기자 일이 쉽지 않아요. 항상 사회 갈등 현장에 있어야 하고 우리 시대 어두운 부분을 늘 보다 보니 지치는 게 있었어요. 그래서 회사를 그만두고 휴식 겸 시야도 넓힐 겸 아내와 함께 1년 반 동안 세계 일주를 떠났습니다. 이후에는 ‘이야기경영연구소’와 ‘피렌체의 식탁’이란 매체에서 편집장으로 일고요.



-2020년 초부터 물류센터 일용직, 배달, 대리운전 등 플랫폼 노동에 뛰어들었습니다.

플랫폼 노동에 관심 가진 계기가 있어요. 세계여행을 하던 2015년 LA에 갔는데요. 다음 날 아침 비행기여서 숙소 주인에게 택시를 불러달라고 부탁했죠. 근데 여긴 너무 외곽이어서 새벽에 택시가 올지 모르겠다고, 가격도 더 싼 우버를 타보면 어떠냐고 추천하더라고요.


앱을 받고 다음 날 우버 드라이버를 불렀습니다. 현대 소나타를 몰고 왔더라고요. 부업으로 시작했는데 수입이 쏠쏠해서 전업으로 바꿨고 드라이버 평점을 좋게 하려고 차도 새로 뽑았다 하더라고요. 미국은 카풀, 히치하이킹 문화가 있으니 우버 같은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생각했어요. 모르는 사람 차를 타도 거부감이 없는거죠.



-이후 캘리포니아에서 우버 근로자 지위인정 소송이 벌어졌잖아요.

맞아요. 캘리포니아 법원은 우버한테 근로자 인정 판정을 내렸죠. 우버가 부업일 땐 괜찮은 일자리인데 전업이면 문제가 생겨요. 연금이나 건강보험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없잖아요. 결론적으로 우버 드라이버는 괜찮은 수입원이 아닌 거죠.


우버 외에도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노동 형태가 늘다 보니 미국에선 관련 책도 많이 나오고요. 제가 확인하기로는 2~3달에 한 번씩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상황보다 좀 더 앞서 큰 이슈가 되었던 거네요.

그렇죠. 우리나라도 배민, 쿠팡, 타다 등 플랫폼 기업이 크고 빠르게 성장하는 상황에 있었잖아요. 지금도 그렇고. 그에 비해 문제 상황에 관한 관심은 부족한 게 아닌가, 특히 저널리즘적 관점에서 심층취재나 탐사보도가 약한 것 아닌가 생각하고 있었어요.


기사가 나와도 일일 체험 해보고 돈 안 된다거나, 요즘 라이더는 월 5백을 벌 수 있다든가 하는 극과 극 내용이 주를 이뤘죠. 자세한 배경이나 실제 그 자리를 채우고 있는 사람들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내가 한번 해보자 해서 시작한 거죠.



-취재를 위해 플랫폼 노동을 시작했군요.

반반이죠. 취재를 위해서, 생계를 위해서. (웃음)

2015년 4월 세계 여행 중 에콰도르, 적도. 여행을 하며 적도를 두 번 넘었다. 한 번은 바다로, 한 번은 육로로. 아내와 함께.




2. 몸으로 쓴 책, <뭐든 다 배달합니다>


-책에서 말하는 플랫폼 노동이 정확히 뭔가요.

플랫폼 기술 발전으로 생겨난 노동이라 말할 수 있어요. 여기서 말하는 플랫폼은 중개 역할을 의미해요. 예를 들어 카카오 대리운전의 경우 술 드신 분들과 대리 기사들 사이에서 대리운전 호출을 하는 업체인 거고, 쿠팡 같은 온라인 쇼핑은 물건을 파는 사람과 사려는 소비자 사이를, 배민이나 쿠팡이츠는 음식을 파는 사람들과 음식을 주문하는 사람을 중개하는 거죠.


플랫폼 노동자는 그사이를 연결하는 사람들이고요.



-스스로는 이 책을 ‘몸으로 썼다.’고 소개했습니다. 어떤 일부터 시작했나요.

: 2020년 1월 13일까지 회사에 다녔고, 2월 8일 쿠팡 물류센터 일용직으로 첫 출근을 했습니다. 쿠팡은 풀필먼트 서비스라 하죠, 미리 물건을 다 사서 쌓아놓고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바로 꺼내 배달하는 시스템. 물류센터 일용직은 크게 입고(IB), 출고(OB), 상·하차(HUB) 3가지 업무를 해요.


입고는 트럭에 물건이 실려 오면 물류센터에 배치하는 업무고요. 출고는 주문이 들어오면 상품을 찾아 카트에 담고 포장대에 갖다 주는 일, 포장 후에 송장을 붙여 컨베이어벨트에 올리는 일을 해요. 상·하차는 화물차에 실려온 물건을 물류센터에 내리거나 배달 갈 상품을 분류해 화물차에 싣는 업무고요.


저는 출고 일을 했어요. 출근하면 안전교육 30분, 직무교육 30분 후 PDA를 하나 받아요. 화면에 ‘자동할당’을 누르면 내가 가져와야 할 물건이 하나씩 나타나죠. 게임 같더라고요.(웃음) 물건이 나올 때마다 미션을 수행해야 하는 거죠, 하루 종일. 예를 들어 A131 구역에 세제 두 박스가 나오면 거기로 가서 바코드를 찍어요. PDA에 바코드 기능이 있거든요. 물건을 담고 담아서 카트에 가득 차면 포장대에 가져다주고 다시 할당량이 뜨면 같은 일을 반복하는 거죠.



-다른 일도 해봤나요.

배민커넥트와 카카오 대리운전도 했습니다. 배민커넥트는 요즘 정말 많이 하죠. 지원서에 전자 사인하고 온라인으로 교육받고 배달가방 주문하면 시작할 수 있어요. 배달가방은 돈 주고 사야 하고요. 처음엔 어리바리했죠. 콜이 왔는데 잡아야 하나 고민하는 사이 사라지더라고요. 다른 분이 가져간 거예요.(웃음) 콜 오면 ‘조리요청’ 누르고 식당에서 음식 받고 배달해 주면 수수료를 3천 원이든 4천 원이든 받는 거죠.


카카오 대리운전도 간단해요. 카카오 드라이버 앱을 깔고 운전면허증 인증, 프로필 사진 업로드, 보험가입 승인 떨어지면 그때부터 운전을 시작해요. 콜모양이 나오면 콜을 잡고 운전해 드리는 방식이죠. 말로 하니까 되게 쉽네요.(웃음)  

지난 12월 배달 중 팔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수술하고 깁스 풀고 이틀 뒤, 인터뷰 당일.



-많이 고된 가요?

힘들죠. 그동안 제가 몸 쓰는 일을 하진 않았잖아요. 물류센터에서 비교적 몸이 덜 힘들다는 출고를 했는데도 첫날은 집에 와서 끙끙 앓으면서 잤던 것 같아요. 상·하차는 반나절만 하고 사람들 도망간다고도 하고요. 환경도 그리 좋진 않죠. 물건이 쌓여있으니 먼지도 많고.


배달도 힘들어요. 저는 자전거로 했는데 우리 동네 언덕이 그렇게 많은지 몰랐어요. 배민커넥트 한 달 하니까  8kg이 빠지더라고요. 배달할 땐 신호등 걸리면 어찌나 고마운지.


대리운전은 몸은 안 힘든데 심리적 스트레스가 커요. 자동차라는 고가의 남의 물건을, 술 먹은 낯선 사람을 태우고 매일 밤 낯선 곳에 가는 거니까요. 물류센터는 온종일 한 공간에 있고 배달도 익숙한 동네에서 하는데 대리운전은 그날 밤에 내가 어디로 갈지 알 수가 없는 거죠.  



-팔이 부러졌다고 들었습니다.

책 나오고 몇 주 뒤에 배달하다 사고가 났어요. 작년 12월 19일인데 영하 5~6도 정도로 엄청 추웠고요. 저희 동네 제일 높은 언덕 있는 곳에 배달을 갔다가 내려오는데 블랙아이스라 하죠, 눈에 보이지 않는 빙판길이 있었나 봐요. 자전거로 배달한다 했잖아요. 내려가는 길에 미끄러져서 팔꿈치가 부러졌어요. 지금은 수술하고 깁스 푼지 이틀 됐고요. 2주 후에 병원 가서 재활을 시작해요.




3. 기자의 눈으로 바라본 플랫폼 노동의 현실


-많은 사람이 궁금할 것 같아요. 플랫폼 노동으로 생계유지는 가능한가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봐요. 요즘 기사에 이런 말들 나오잖아요. 배달 라이더 월급이 크리스마스 연휴에만 몇백만원 씩 된다고. 물론 그렇게 버는 분들이 있어서겠지만 이게 가능해지려면 정말 쉼 없이, 미친 듯이 일해야 하거든요. 지역별 배달료도 다르고요.


제 경험을 바탕으로 배달료를 3천 원으로 할게요. 배달 콜 잡고 식당 가서 음식을 픽업하고 배달지까지 가는데 최소 15~20분이 걸려요. 1시간에 꽉 채워 3, 4건 배달하면 9천 원, 1만 2천 원이죠. 그럼 한 달에 사백 오백 하려면 1시간에 몇 건을 해야 할까요?


배달대행 업계에서는 하루 30건은 해야 최저임금 수입이 나오고 50건은 해야 250~300만 원 번다고 얘기해요. 근데 음식 배달이라는 게 9시 출근 6시 퇴근도 아니잖아요. 점심시간, 저녁시간, 야식시간 처럼 배달은 피크타임에만 몰리는 거죠. 이 시간 동안 배달을 많이 해야 하는데, 그래서 ‘묶음 배달’이란 것도 나오고요. 한 번에 4~5개 음식을 받아서 돌아다니는 거예요. 신호 위반도 하고 인도 주행도 하고, 그러다 사고도 나고 문제가 계속 일어나는 거예요.


제일 중요한 건 안전인데, 교통법규 다 지키고 묶음 배달도 안 하면서 만족할만한 수입을 얻기 힘든 구조인 거죠.


-안정적인 수입을 지속하긴 어렵네요.

아쉽지만 맞아요.. 또 이번 코로나19로 배달이나 물류센터 일은 폭증했어요. 그에 비해 대리운전은 일이 반 이상 줄었고요. 대리운전하시던 분들도 배달 업계로 많이 가셨는데 그러다 보니 배달 대행 업계에도 경쟁이 심해지고요. 음식 주문은 늘었지만 개별 라이더, 플랫폼 노동자들의 수입은 크게 늘지 않는 상황이 또 만들어지는 거죠.



-일을 해보면서 기업들에 아쉬운 점도 많았을 것 같아요.

상생에 대해 많이 생각했어요. 예를 들어 자동차 대기업을 예로 들어보죠. 갑질 논란이 있기도 하지만 어쨌든 부품업체에서 부품을 사고 자동차를 만들고 소비자에게 팔아요. 자동차 회사와 부품 업체가 함께 가는 구조인 거죠.


근데 지금 한창 성장 중인, 제가 경험해본 플랫폼 기업들은 조금 다르다고 생각해요. 동네 식당과 라이더, 대리운전 기사님들이 있어서 서비스가 유지 되는 거잖아요. 그러면 기업 이익이 났을 때 수많은 자영업자와 라이더들도 한 식구란 생각을 좀 해줄 필요가 있는데, 그런걸 안 하더라고요.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주실 수 있을까요.

최근까지도 큰 이슈가 된 사건이 있었잖아요. 우리나라 배달 업계 1위 회사가 독일 회사에 조 단위로 팔린. 그러면 몇조 원에 달하는 기업 가치가 한 회사의 힘으로만 이뤄진 게 아니잖아요. 한시적이라도 식당한테 받는 수수료를 좀 깎아 준다거나 자기들이 얻은 이익을 생색이라도 낼 수 있을 텐데 그걸 안 한단 말이죠.


오히려 배달 수수료 올린다 해서 난리가 났었잖아요.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플랫폼 기업, 기술 기업들이 사회적 감수성이 좀 떨어지지 않나 싶어요. 뛰어난 기술과 혁신적 발상, 실행도 중요했지만 그게 전부가 아닌데. 생태계 전체를 같이 키워나가는 일에 좀 더 신경 써주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2020년 10월 배달.



-긍정적으로 본 부분은 없나요.

물론 잘하고 있는 일도 있죠.(웃음) 제가 팔을 다쳤잖아요. 배민 커넥터 하면서 두 가지 보험료를 내고 있었어요. 운전자 보험과 산재 보험. 산재 보험료는 처음엔 불만이 있었어요. 일주일에 3,200원 내거든요. 한 달이면 1만2천800원이고 1년이면 10만 원이 훌쩍 넘죠.


다친 상황에서 보니 다행인 거죠. 어쨌든 가장 중요한 건 안전이고, 좋지 못한 상황에 처했을 때도 보호받는 게 필요한 거니까. 배민은 보험 관련 정책을 철저하게 했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보호받을 수 있었던 거고, 아마 기업마다 업종마다 정책이 다 다를 거예요.


결론은 생태계를 위한 상생의 노력을 좀 더 민감하게 해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어요.



-특히 배달은 다양한 사람을 만나잖아요. 에피소드가 있었나요.

배달 하다 보면 재미있는 일 많죠. 요즘에는 사람들 인식도 많이 바뀌어서 감동받을 때도 있고요. 다들 음식 시켜보셨잖아요. 배고프니 음식만 기다려요.(웃음) 초인종 소리 들리면 사람들 표정이 아주 밝죠. 특히 아이들 있는 집은 난리가 나고요. 늦게 왔다고 화내는 분위기도 아닌 것 같고.


하루는 비 오는 날이었는데요. 비대면 배달이라 음식을 놓고 가려는데 문이 열리더니 누가 막 뛰어나오시는 거예요. 비 오는 날 음식 시켜서 정말 미안하다고, 비타민 음료라도 하나 가져가라고 손에 쥐어주시더라고요. 고맙고 따뜻했죠.


그리고 음식점 사장님들도 계속 만나잖아요. 이분들은 우리 동네 주민분들인데, 코로나 상황에서도 참 열심히 살고 계시 구나를 갈때마다 느껴요. 가장 힘들어하실 때가 주문은 들어오고 배달할 사람은 없을 때. 그런데 저라도 음식 받으러 가면 이분들한테 도움이 되겠구나 뿌듯하기도 하고요. 사람과 사람이 만나 교감할 때 따뜻한 희망을 느낄 수 있었어요.




4. 기술 발달로 정해진 미래.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책에 '생각은 인공지능이 하고 인간은 그들의 팔·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는 표현이 담겨있습니다. 구체적인 일화가 있나요?

쿠팡 물류센터는 랜덤스토어 방식이에요. 일반 마트에 가면 물은 물끼리, 휴지는 휴지끼리 쌓여 있잖아요. 랜덤스토어는 물 옆에 기저귀, 세제 옆에 문구가 있어요. 사람이 보기에 규칙이 없죠. 사람이 물건 주문할 때를 생각해보세요. 하나만 사는 게 아니라 여러 물건을 한 번에 사잖아요. 그 데이터들을 쌓고 활용해 인공지능이 최적의 동선을 짜서 PDA로 사람에게 지시하는 거예요.


물류센터 첫 출근 때 물건들 위치를 빨리 파악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쓸데없는 생각이었던 거죠.



-사람은 인공지능 지시만 따라 일하면 되네요.

그렇긴 한데 지시받고 움직이는 일도 곧 로봇이 대체하겠죠. 지금도 일정 부분 가능고요. 문제가 몇 가지 있는데 현재는 사람보다 로봇이 비싼 점 그리고 포장표준화 등이 있어요. 쌀포대, 물 박스, 라면 박스 모두 규격이 다르니 아직까진 사람이 판단해서 물건을 날라야 하는 상황인 거죠. 이 문제들은 금방 해결될 것이고요.


그리고 쿠팡은 물류센터에서 아직 사람이 카트를 끌고 물건을 담아오는데, 미국 아마존은 물건 선반이 통째로 사람한테 오는 시스템이라고 해요. 사람이 일하는 절차를 더 간소화시킨 단계까지 간 거죠.



-배달이나 대리기사 일은 자율주행차가 나오면..

다 사라지겠죠. 변화는 빠르게 일어나고 있어요. 이미 건물 안에서 배달하는 로봇들도 있잖아요. 배달에서 제일 신경 쓰이는 게 건물 안에서 과정이거든요. 고층 건물 꼭대기가 걸리면 엘리베이터 기다리는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려요. 라이더들 마음이 참 초조해지죠. 이제 로봇이랑 엘리베이터가 통신해서 문 앞까지 음식을 가져다주는 거예요.


배달 단계를 퍼스트 마일, 미들 마일, 라스트 마일로 나누는데요. 라스트 마일은 이미 대체가 시작된 거죠. 미들 마일은 자율주행차가 나오면 달라질 거고 퍼스터 마일은 라스트 마일과 개념이 비슷하니 이것도 곧 로봇으로 대체할 거고요. 나쁜 것만은 아니에요. 사람이 다칠 수 있고 위험한 일을 인공지능과 로봇이 해주는 거니까.



-기술 발전이 플랫폼 기업을 만들었고, 플랫폼 기업은 플랫폼 노동을, 또 다른 기술 발전은 플랫폼 노동을 포함한 인간의 일자리를 없애고 있네요.

과도기라 보여요. 기술 발전과 일자리를 얘기할 때 자주 말하는 게 마부 이야기잖아요. 자동차가 나와서 마부를 그만둔 사람들. 근데 마부들은 일자리를 잃지 않았죠. 길을 잘 아는 사람들이니 자동차 운전을 하며 금방 직업을 바꿀 수 있었어요. 그런데 자율주행차는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버리는 일이라 생각해요.


택시 기사도 생각해보죠. 70~80년대만 해도 택시 기사는 돈 잘 버는 직업이었어요. 중산층 이상으로 쳐주기도 했고요. 운전도 능숙하고 길도 잘 알아야 하고 손님을 잘 찾아 태우는 영업력도 있어야 하고. 상당한 직업 숙련이 필요했던 거죠. 지금은 어때요. 평생 부산 살다 서울에 올라와도 내일이면 택시기사를 할 수 있어요. 내비게이션 보면 되니까. 자율주행차 까지 나오면 어떻게 될지 너무 당연해 보이는 상황이 온 거죠.



-이미 큰 변화이고 다가온 미래인데 너무 여유롭게, 둔감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정해진 미래’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인공지능, 로봇, 자율주행차 시대 안 올거라 생각하는 사람 있나요? 2025년에 오냐, 2030년에 오냐 시점이 문제인 거잖아요. 지금 플랫폼 노동에서도 제도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게 기술이 발전하는 동안, 기업이 저 앞에 달려가는 동안 사회적 논의나 준비가 너무나 부족한 상황이라 생각해요. 이에 대해 환기를 시키고 싶은게 이 책의 목적이기도 하고요.



-어떤 대안이 있을까요.

기본소득과 평생 교육을 강조하고 싶어요. 우선 기본 소득. 제가 플랫폼 노동을 하면서 제일 불만을 느꼈던 게 선별지원이에요. 특수고용노동자, 프리랜서를 위한 코로나19 긴급지원금이 있잖아요. 근데 우리 업계에서 이걸 받았다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정책이란 게 모두를 만족시킬 순 없지만 이런 면에서 이 정책은 대부분 사람을 소외시킨 정책이기도 하거든요.


물론 더 필요한 사람에게 많이 나눠줄 수 있죠. 근데 그 기준을 정하는 것도 불분명하고요. 차라리 기본소득 개념으로 전체를 위해 쓰이는 게 낫지 않나 라는 생각을 했어요.


또한, 양극화 문제도 얘기해볼 수 있죠. 점점 플랫폼 기업, 기술 기업은 돈을 잘 벌고 기술에서 소외된 기업들은 그 힘을 잃어가고 있어요. 영국에서 산업 혁명이 하루아침에 일어난 게 아니라 100년 이상에 걸쳐 일어났거든요. 그 이유 중 하나가 러다이트 운동, 저항 운동이 있었기에 혁명 과정이 더딘 것도 있었어요. 4차 산업 혁명을 준비해야 한다, 인공지능과 로봇 등 기술 발전이 중요하다 많이 얘기하는데요. 이에 걸맞게 그 과정을 저해하는 요소들을 제어하면서 가야 한다고 봐요.


그래서 사회적 소득에 신경 써야 하고 그 방법의 하나가 기본소득이라 보고 있어요. 기본 소득을 제공하되 기술발전이나 경제 변화에 사람들이 소외되지 않게 끊임없이 관련 교육을 제공해야 하고요. 한국처럼 교육 인프라가 잘 갖춰진 곳도 없으니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5. 이 책을 만나는 사람들에게


- <뭐든 다 배달합니다> 누구에게 선물하고 싶나요.

첫 번째는 플랫폼 노동 일을 시작하려는 분들. 물론 요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 참 많죠. 근데 약간 허수가 있다고 봐요. 마케팅 차원으로 뿌려지는 정보도 많고요. 저는 거의 1년을 직접 일해보면서 어떤 일이 있고 할 수 있는지, 발생하는 문제나 수입은 어떤지, 직업적 보람은 있는지 같은 현실적인 궁금증을 자세하게 설명할 수 있다고 봐요. 한 마디로 가이드북으로 활용하실 수 있으면 좋겠고요.  


두 번째는 플랫폼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들. 기업이 만드는 기술과 사회 변화가 다수의 사람들, 특히 그 생태계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사회 감수성 측면에서 읽어보면 좋겠고요.


세 번째는 우리 사회에서 의사결정 하는 분들, 정부와 정치권 사람들에게 선물하고 싶습니다. 사실 많이 답답했어요. 노동자도 기업도 하루하루 치열하고 바쁘게 살아가는데 사회제도는 큰 변화 없이 계속 이어지고 있잖아요. 이 책이 의사결정자들의 결정에 도움을 주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소비자, 플랫폼 기업의 경영진, 정부/정치권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남겨주세요.

먼저 소비자들께 하고 싶은 말은, 예전에 한 피자 프랜차이즈에서 30분 배달보증제가 있었어요. 배달 시간이 30분 넘으면 피자값을 할인해주고 45분 넘으면 피자를 공짜로 주는. 시간을 지키려고 사고가 참 자주 났죠. 이때 소비자들이 사회적 압력을 넣어서 이것을 폐지시켰어요. 음식도 물건도 빨리오는 게 중요하지만, 사람들의 안전 문제에 좀 더 관심 가져주시고 사회 문제에 함께 힘을 모아주시면 좋겠고요.


기업들은 사회적 책임에 좀 더 신경 써달라는 말을 드리고 싶어요. 기술 혁신을 중요하게 생각하듯 사회 혁신의 마음을 가져주길 바라죠. 함께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꼭 생각해주면 좋겠고 지속 가능한 수익을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정부나 정치권에서는 생각을 좀 더 빨리해주면 좋겠어요. 물론 법률이란 테두리 안에서 움직이기 때문 한계가 분명 있습니다. 그래도 사람들이 다치지 않도록, 안전하고 정당하게 대우받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이 가장 중요하잖아요. 생각과 실행에 속도를 좀 더 내주길 부탁하고 싶어요.



김하영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2002년부터 2014년까지〈프레시안〉에서 기자로 일했다. 기자로 일하면서 2003년 노조에 대한 손배가압류, 화물연대 파업, 비정규직 갈등, 새만금 간척사업, 평택 미군기지 이전 등 사회갈등 현장을 취재했다. 평소 연암 박지원의 삶을 동경해오다 “21세기 ‘열하일기’를 쓰겠다”는 각오로 2014년 회사를 그만둔 뒤 아내와 함께 1년 2개월 동안 세계일주를 했다. 2015년 여행에서 돌아온 뒤〈이야기경영연구소〉 편집장을 맡아 우리나라 구석구석 숨어 있는 보물 같은 이야기를 발굴하고 알리는 일을 했다. 2019년에는 〈피렌체의 식탁〉 편집장을 지내며 정책 대안을 추구하는 사회비평 업무를 수행했다. 2020년에는 다시 뜻하는 바가 있어 회사를 그만두고 배달과 물류센터, 대리운전 등 이른바 ‘플랫폼 노동’이라 불리는 현장에 뛰어들었다. 직접 노동을 하면서 기자로서는 알 수 없었던 삶의 현장을 기록하고 있다.




저자의 안내로 함께 읽는 <뭐든 다 배달합니다>

책을 더 깊이있게, 흥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저자 김하영 님의 안내가 있는 온라인 책 읽기 프로그램을 준비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해주세요 :)

*프로그램 안내 : https://event-us.kr/semoram/event/28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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