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워타보이 phil May 17. 2021

'역사는 후퇴하는 법이 없습니다.'

<거의 모든 IT의 역사> 정지훈 저자의 QnA

 저자와 함께하는 랜선 책 모임 세모람에서 지난 5월 11일 <거의 모든 IT의 역사> 정지훈 저자와 모임을 진행했습니다. 


#진행순서

1. 저자의 미니 강연 : 책 소개 및 요약

2. 참가자와 저자의 QnA 시간

3. 저자의 클로징

1. 저자의 미니 강연 : 책 소개 및 요약


#책을 쓴 계기

안녕하세요. <거의 모든 IT의 역사>를 쓴 정지훈 입니다. 이 책은 쉽게 말해 역사책이죠. 어릴 때부터 학교에서 한국사와 세계사를 배워요. 그 역시 중요한 역사지만 현재와 미래의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을 바라보면 인터넷과 IT가 기본인 세상이고 그 영향력은 앞으로 더 커져가잖아요.


그래서 IT의 역사를 아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실질적으로 알아야 하는 역사를 누가 알려주지도 않고 배우지도 못하는 상황에 문제의식을 느낀 거죠. 일상에서 매일 사용하는 제품과 서비스, 그것을 만든 기업과 사람의 이야기가 필요한 시점이란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어떤 사회 분위기와 철학 속에서 우리가 아는 기업들이 탄생했으며 이들은 무엇을 하는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뻗어나갈지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저는 근현대사 중에서도 초 현대사를 굉장히 좋아하고 특히 기술사 쪽에 많은 공부를 한 편이에요. 지금 눈 앞에 보이고 당장 쓰이는 것, 이를 제대로 알아야 미래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는지도 알 수 있는 것일 테니까요.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미래는 역사의 연장이다.’라는 얘길 했어요. 시간상으로 보면 과거에서 온 커다란 흐름이 현재를 관통하고 미래로 간다는 이야기입니다. 과거에서 현재로 흘러가는 절대적 흐름을 읽을 수 있다면 미래의 그림을 볼 수 있겠고요. 


특히 점점 영향력이 커져가는 IT의 역사를 본다면 미래의 역사를 만들어가는 힘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이런 이유들로 <거의 모든 IT의 역사>를 쓰게 됐습니다. 



#책 쓴 과정

처음부터 책으로 기획한 건 아니고 10년쯤 전 개인 블로그에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의 IT삼국지’란 제목으로 연재를 시작했어요. 세 회사의 모습이 마치 우리가 잘 아는 삼국지를 연상케 했거든요.

*정지훈 저자의 블로그에서 만날 수 있는 <거의 모든 IT의 역사>

 

재미있는 건 애플 스티브 잡스, 마이크로소프트 빌 게이츠, 당시 구글의 CEO였던 에릭 슈미트는 1955년생으로 동갑내기들이란 사실인데요.


같은 시대에 같은 시대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중심이 된 이 세 기업이 어떻게 운영되었는지, 어떻게 IT분야를 넘어 전 세계를 움직여왔는지 풀어내려 한 게 ‘거의 모든 IT의 역사’의 시작점이 되었습니다.


글을 쓰다 보니 몇십 편이 나왔고 IT 역사의 커다란 물줄기가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글을 정리하고 엮어 책을 출판했습니다. 


출판 과정에서 우여곡절도 있었어요. 지금은 블로그나 SNS에 모두 글을 공개하고 그것을 엮어 책을 내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아니었거든요. 


책은 돈 주고 사서 봐야 하는 건데 돈 안 낸 사람들도 블로그에서 똑같은 내용을 볼 수 있으니 출판사 입장에서는 문제가 있어 보였죠. 일주일에 한 편씩 글을 쓰던 상황이라 아직 완결이 안된 시리즈였는데 마지막 내용까지 담아 책이 나오면 연재를 중단하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있었어요. 


결국은 책도 나오고 연재도 끝까지 마무리했습니다. 끝까지 빨리 읽고 싶으면 책을 사서 보면 되고 매주 한 편씩 천천히 읽고 싶으면 블로그를 봐도 되는 거였죠. 그렇게 2010년 책이 나왔고 작년 11월에 10주년 기념 개정 증보판을 냈어요. 


증보판을 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역시 IT 세상의 빠른 변화 때문입니다. 10년 사이 수많은 새로운 기업이 나왔고요. 그래서 3분의 1 정도 내용이 달라지고 또 새롭게 ‘거의 모든 동아시아 IT의 역사’ 챕터를 썼습니다. 전에 읽으셨던 분들도 더 풍성한 내용을 새롭게 접할 수 있을 거예요.



#책 내용 요약

책을 읽을 때 가장 중요한 건 제가 IT 역사의 ‘물결’이라 표현한 시대별 주요 내용을 하나하나 이해하는 것이에요. 그것만 잘 기억하면 이 책을 충분히 읽었다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물결은 개인용 컴퓨터라 하죠, PC 혁명에서 찾을 수 있어요. 1970년대와 1980년대도 그렇고 지금도 똑같이 적용되는 내용이 있는데요. 큰 변화가 일어나기에 앞서 그걸 눈으로 보고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계’의 등장이 중요한 시발점이 된다는 것. 

1977년 세상에 나온 애플 II. 사진출처 : 위키피디아

언제나 첫 번째 물결에는 하드웨어의 역사가 있어요. 처음에는 소수만 쓰다가 다수가 쓰면 변화가 일어나는 거죠. PC 역사에서도 대중에게 컴퓨터라는 하드웨어가 쥐어질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였는데 이때 혜성같이 등장한 회사가 애플입니다.


당시 컴퓨터 하면 IBM이었어요. 이 회사는 국방이나 금융 쪽의 일을 하며 커갔던 곳이고요. 1977년 애플 2가 처음 나오는데, 작은 회사 그것도 스티브 잡스라는 당시 한국 나이로 23세 살에 불과한 청년이 만든 컴퓨터가 전 세계에 돌풍을 일으켰어요.


1980년에 기업공개(IPO)도 했는데 포드자동차 이래 가장 많은 투자자가 몰린 기록적인 사건이었고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IBM도 PC 시장에 참전을 하고, 일반 대중이 문명의 이기라고 할 수 있는 컴퓨터를 다루게 된 첫 번째 물결이 나타나는 것이죠.


어쨌든 컴퓨터는 제조품이잖아요. 그러니까 전통산업의 제조산업 원칙을 거의 대부분 따랐어요. 가전제품처럼 성능 좋은 물건을 잘 만들고 합리적인 가격을 내세워서 파는 형태로.


그러다가 IT 역사의 두 번째 물결인 소포트웨어 혁명이 일어납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회사는 마이크로소프트예요. IBM PC가 등장하면서 개인용 컴퓨터 시장에 큰 변화가 나타났는데요. 


IBM PC의 특징은, 당시에 8비트 컴퓨터라고 하는데 컴퓨터가 가전제품 하고 똑같아서 한 회사 제품을 사면 소프트웨어든 부속품이든 그 회사 제품만 썼어요. 예를 들어 지금도 계산기를 사면 그 안에 들어있는 소프트웨어를 갈아 끼지는 않잖아요. 


그래서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의 부속처럼 여겨졌어요. 소프트웨어의 가치를 인정해 주지 않았다는 거예요 사실상. 이런 상황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부상한 이야기가 흥미롭죠.


IBM이 PC 시장에 진입하면서 애플을 따라잡아야 하니 일을 급하게 진행했어요. 원래 하던 대로 자기네 하드웨어를 만들기보다 개방형 아키텍처를 선택해요. 쉽게 말하면 컴퓨터 하드웨어 설계도를 공개한 거죠. 


보다 많은 사람이 IBM과 관계한 컴퓨터를 많이 만들길 바랬고 그런 힘을 통해 PC 시장을 지배하겠다 생각한 거죠. 이때 컴퓨터 제조사로 휴렛팩커드, 컴팩, 델 같은 회사들이 떠오르죠.


이렇게 IBM 호환기종을 만드는 회사들이 늘어났고 이때 소프트웨어, 특히 운영체제가 중요해졌어요. 이 시점에 빌 게이츠가 세기의 계약을 만들어 냅니다.


IBM과 운영체제 협상을 하면서, 운영체제를 특정 기업에 귀속시키는 게 아니라 소프트웨어 자체를 판매하는 권리를 비독점적으로 획득해요. 원래 IBM이 이런 계약을 절대로 하지 않는데 기한을 맞추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사인을 한 거죠. 


IBM은 마이크로소프트에게서 운영체제를 공급받고 이를 PC-DOS라 불렀고요. 같은 운영체제를 마이크로소프트는 MS-DOS로 판매하게 된 거죠. 어떤 컴퓨터에서도 이 소프트웨어만 설치하면 사용할 수 있는. 

추억의 MS-DOS. 사진출처 : 위키피디아


이제 시장에 IBM 호환기종이 많아졌고, 값이 더 싸고 성능도 떨어지지 않게 됐어요. 왜냐하면 마이크로소프트의 MS-DOS를 쓰면 어차피 할 수 있는 게 같아지니까요. 자연스럽게 소프트웨어의 힘이 가장 커졌죠. 또 소프트웨어를 컨트롤하는 CPU도 중요해졌습니다.


본격적으로 도스에서 윈도우 시대가 열리고, 윈도우는 CPU 성능이 더 중요했는데 이를 인텔이 독점했어요. 그래서  ‘윈텔 시대’라고도 말하고요. 이 두 회사가 사실상 PC 시장의 독점 체제를 형성하고, 윈도우가 운영체제 시장의 90%를 먹었으니 역사상 가장 큰 기업이 탄생한 순간으로 볼 수 있고요. 이것이 IT 역사 두 번째 혁명의 물결입니다.


세 번째 물결은 인터넷이에요. 인터넷만으로도 정말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자세히 알려면 제가 쓴 또 다른 책 <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를 참고해 보시면 좋겠어요.


오늘은 간단하게 요약해 볼게요. 인터넷은 사실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나온 기술이었어요. 1970년대 애플 같은 개인용 컴퓨터가 나오기 전부터 대형 컴퓨터를 중심으로 20~30년 가까이 특정한 사람들만 쓰고 있던 거죠. 


그러다가 1990년대로 들어와 드디어 인터넷이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 인기를 얻게 됩니다. 결정적 계기가 웹이라고 말하는 월드와이드웹이 나오면서부터에요. 인터넷 익스플로러, 크롬 같은 웹브라우저로 사용하고 있죠. 이건 포인트 앤 클릭이라고 화면을 누르기만 하면 쓸 수 있는 아주 편리한 방입니다. 

초창기 월드와이드웹. 사진출처 : 위키피디아

서너 살 아이부터 80세 노인까지 사용할 수 있는 편리한 기술이고 네트워크 인프라까지 제공되니 굳이 컴퓨터 프로그램을 배우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죠. 사람들이 워드나 액셀 같은 프로그램을 안 써도 클릭 클릭 해가면서 굉장히 많은 정보에 접근하는 계기를 만들어줘요. 


이제 누가 지식서비스를 잘 만들어내느냐, 서비스 패러다임의 시대가 온 거예요. 이때 제일 중요한 기능이 검색이 된 거죠. 정보를 빨리 찾고 연결하고 보여주는. 인터넷 패러다임의 꽃이 검색이 됐고 본격적인 지식기반 사회로 변화합니다.


야후를 비롯한 포털을 비롯해서 구글이나 한국에서는 네이버 같은 포털/검색 회사들이 급부상하기 시작했고 동시에 돈 버는 과정도 중요해졌어요.


인터넷 시대 전에 ‘비즈니스 모델’이란 말을 거의 쓰지 않았거든요. 비즈니스 방식이 거의 비슷했기 때문이에요. 제조품을 잘 만들고 유통을 거쳐 판매하는 구조로 돈 버는 방식은 정해져 있는 거였죠. 제조 모델은 비슷하니까요. 심지어 소프트웨어도 CD에 넣어 물건으로 팔았고 책도 마찬가지잖아요. 


그래서 비즈니스 모델이란 말이 특별히 쓰이지 않았는데, 인터넷은 다 공짜잖아요. 사용자가 공짜로 쓰지만 인프라 비용과 운영 비용 등 돈은 엄청나게 들어가니 돈 버는 모델을 찾는 게 중요해진 거죠. 이런 상황에서 비즈니스 모델이란 말이 나온 거예요. 


결국 광고모델을 야후와 구글 같은 기업이 찾았고 우리나라에서도 네이버가 도입하죠. 많은 사용자를 모으고 거기에 광고를 넣으면 돈을 벌 수 있다는 방식을 만들어 낸 것인데요. 이게 인터넷 혁명의 또 하나의 큰 이정표라 볼 수 있습니다. 


그다음 네 번째 물결은 2007년을 기점으로 얘기하는 모바일 소셜 혁명입니다. 애플이 2007년 아이폰을 발표하면서 다시 큰 변화의 물결을 일으켰죠. 드디어 모든 사람들 손안에 컴퓨터가 들어가기 시작했어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더 직접적으로 연결되고 그 안에서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미디어인 시대가 된 겁니다. 이를 연결하는 플랫폼 회사들이 큰 부상을 하죠. 


일단 하드웨어 측면에서 보면 1997년 스티브 잡스 복귀 이후 음악 시장을 평정한 애플이 다시 한번 혁명의 중심으로 돌아왔고, 구글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제공하면서 또 하나의 축을 가져갔죠.


그리고 킬러 소프트웨어에 해당하는 트위터, 페이스북이 등장했고 한국에는 카카오가 나왔죠. 현재 우리는 모바일 소셜 혁명 후반부에 살고 있다고 보시면 돼요. 


여기까지가 지난 1970년대부터 2010년대 까지, 40~50년 가까운 IT의 역사를 말씀드린 것이고요. 대략 10년에서 15년 주기로 큰 물결의 변화가 일어난 걸 볼 수 있어요.


이제 2007년 모바일 소셜 혁명 이후 14년이 지났고 또 한 번의 큰 변화가 다가오고 있죠. 그 새로운 시기로 들어가는 가는 상황 속에 인공지능, 메타버스, 블록체인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거고요. 


특히 VR디바이스인 오큘러스 퀘스트 2의 경우 2007년의 아이폰 판매 추이와 비슷하고 그래서 주목해야 해요. pc와 스마트폰 혁명으로 큰 변화가 만들어졌듯 다시 한번 *메타버스를 중심으로 변화하는 큰 역사적 상황 속에 와있는 거죠. 앞으로 10년 정도 다시 한번 굉장히 큰 변화가 있을 거예요. 

*메타버스 : 가상·초월(meta)과 세계·우주(universe)의 합성어로, 3차원 가상 세계를 뜻한다.


언제나 하드웨어가 충분히 공급되면 소프트웨어 에코시스템이 동작해요. 그 안에서 다양한 소프트웨어가 만들어지고 이를 잘 만드는 사람들이 돈을 벌고요. 또 그 서비스를 잘 활용하는 개개인이 참여하는 경제시스템이 돌아가는 선순환이 만들어집니다. 


새로운 기술의 등장으로 변화하는 우리 일상과 크게는 경제 시스템, 그 흐름을 이해하고 앞으로의 상황을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며 <거의 모든 IT의 역사> 책 소개를 마무리하겠습니다. 



2. 참가자와 저자의 QnA 시간


- 미래에 주목할 기업은 어디가 있을까요?


책 소개 미니 강연에서 큰 혁명에 앞서 언제나 하드웨어 보급이 먼저 이루어진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 맥락에서 페이스북이 만든 VR디바이스 ‘오큘러스 퀘스트 2’의 등장을 눈여겨봐야 해요. 우선 아이폰이 등장한 2007년으로 가보죠. 그해 6월부터 12월까지 아이폰 약 140만 대가 팔렸어요.

메타버스에서 탁구를 치는 저자의 모습..

2008년에 1,000만 대를 팔았고 이후로는 2배씩 성장합니다. 2009년에 2,000만 대 2010년에 4,000만 대 2011년에 8,000만 대를 팔고 이후에 1억 대가 넘게 팔렸어요. 우리나라에는 2009년 처음 들어왔고요. 스마트폰 시대가 열린거죠.


과거 아이폰의 판매 추이와 오큘러스 퀘스트 2의 모습이 비슷해요. 오큘러스 퀘스트 2가 2020년 10월에 발매되고 3개월 동안 100만 대 정도 팔렸다고 추정하고 있어요. 올해도 2월까지 전 세계적으로 250만 대 정도가 팔렸다고 하는데, 바이럴 효과가 있으니까 2021년에 1,000만 대는 무조건 넘는다고 예상하고 있거든요. 우리나라에서는 SK 텔레콤이 정식 판매하고 있고요. 


또 퀘스트 2가 판매되는 스토어에 소프트웨어 매출도 급등하고 있어서요. 모바일 게임 이상으로 돈 버는 회사들이 등장하기 시작했고요. 그러면 새로운 경제시스템이 돌아가게 되는 거죠.


페이스북은 원래 SNS잖아요. 이제 페이스북 호라이즌이라 해서 가상세계를 제공하고, 페이스북 쓰는 분들은 알 텐데 3D 아바타 만들기도 유도하고 있죠. 한마디로 메타버스 열풍이 불고 있다고 보시면 돼요. 


이렇게 하드웨어가 빠르게 공급되면서 우리한테 주는 경험의 폭이 점점 넓어지고요. 그래서 페이스북을 계속 주목하고 있습니다. VR 기기뿐만 아니라 VR 소프트웨어 유통도 가장 앞서있으니까요.


이렇게 가상세계 경험이 커질수록 그 안의 소프트웨어도 중요해지겠죠? 전에는 프로그래밍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갔는데요.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 앱들을 보면 이해가 쉽죠. 이제 메타버스 세계가 오면 가상세계를 많이 만들어야 합니다. 


논리적인 프로그래밍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어떤 공간에서 어떻게 만나고, 만나서 어떤 행동을 하는지, 무엇을 하면 재미있을지 아는 게 중요해진 거죠. 3차원 세상에서 이걸 만들고 관리하고 공유하는 플랫폼이 중요해지는 거예요. 프로그래밍과 다른 것은 예술가적 역량이 더 필요해진다는 것이죠.


이걸 구현해주는 서비스를 만드는 대표적인 두 기업이 있어요. 유니티를 만드는 이미지 테크놀로지와 언리얼 엔진을 만드는 에픽게임즈입니다. 


점유율은 유니티가 80% 언리얼 엔진이 20% 정도 될 텐데, 이 소프트웨어를 예전에는 게임 엔진이라 불렀어요. 게임 개발을 돕는 소프트웨어로 본거죠. 근데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이제 일반 소프트웨어 환경을 만들고 제공한다는 것으로 인식이 달라지고 있죠. 


메타버스로 가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인프라가 갖춰지면 세 번째로 블록체인 기술이 중요해진다고 생각해요. 이유는 가상세계 경험이 활발해지면 그 세상 속에서도 경제 활동이 필요해질 테니까요. 


가상세계의 경제 인프라는 특정 국가에 국한될 수 없을 것이고, 전 세계를 잇는 경제 시스템이 나와야 할 텐데 그런 것을 제공할 것으로 보는 기술이 블록체인이에요. 요즘 *NFT 이야기도 많이 들어보셨죠? 다 이 맥락에서 보시면 됩니다. 

*NFT : 대체 불가능 토큰(Non-fungible token)은 디지털 자산의 일종으로 이더리움에서 발행하고 있는 대체 불가능한 특정 암호 디지털 자산을 의미한다.


그다음에 인간이 하고 있던 상당 부분의 일을 AI가 담당해줄 테니 인공지능 분야의 회사도 역시 중요하겠죠. 


결론적으로 지금보다 훨씬 디지털화가 많이 이루어진 세상, 그런 미래로 가게 될 거예요. 지금처럼 빨리 변화할 거라 보지는 않았는데 코로나 19로 이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졌어요.


지금 함께하고 있는 랜선 책 모임도 수도권 외 지역에서 참여를 많이 하셨는데, 시. 공간의 제약이 사라진 걸 느낄 수 있죠. 전 세계가 연결된 세상에 살고 있는 겁니다.


속도가 너무 빠르지만 나쁘지만은 않아요. 다양한 경험의 혜택에서 소외된 사람들에게도 기회가 돌아가고 그 비용은 더 낮아지고 있으니까요. 전에는 디지털 기술,  IT 기술이 기존에 하던걸 도와주는 역할 쯤으로 생각했어요. 


이제 디지털 퍼스터라 그러죠, 아이들은 게임이나 이야기한 메타버스 세상, 미디어 콘텐츠 세상에서 그냥 살거든요. 이런 세상의 변화를 주시하고 준비하고 참여하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요. 그걸 만드는 회사들을 주목해야겠죠.



- 메타버스 등 새로운 세상 변화에 기대도 있지만, 준비 안된 사람들이 겪을 고립감이나 소통의 부재 같은 상황이 두렵기도 합니다. 어떤 마음으로 변화할 세상을 맞이해야 할까요?


가장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가상 세계라고 해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사람들이 어울리는 기능이나 활동이 절대 약해지지 않는다는 거예요. 아이들 경우는 이미 그 안에서 정서적 유대를 느끼고 적응하며 살고 있고요. 가까운 친구뿐만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며 살고 있죠. 이 사람들과 실제로 만나기도 하는데, 관계 형성의 방식이 달라질 수는 있다고 봐요.


사람 간의 어울림이나 일하는 방식이 달라지겠지만 말 그대로 달라지는 거지 사라지는 건 아니라는 거예요. 


예전에는 동네에서 시간 맞는 사람들끼리 동호회를 비롯해 다양한 활동을 즐겼는데요. 지금은 항상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건 아니지만 더 많이 어울리고 필요할 때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형태로 관계를 이뤄가고 있죠.


직장생활도 마찬가지로 부분적으로 재택근무가 늘고 있고, 어떤 스타트업들은 분기에 한 번씩 휴양지에 워크숍을 개최해서 그때만 만나기도 해요. 다양한 업무의 방식이 생기는 거죠. 


그렇다고 사람들과 못 어울리거나 동료애가 사라지거나 하지는 않죠. 어쩌면 더 많이 만나고 어울린다고 보이기도 해요. 


말씀하신 두려움이나 걱정은 변화의 방향이 하나로 갈거라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어떻게 보면 IT 기술의 핵심은 접근성을 높이고 가격을 낮춰 과거에 못 했던 것을 더 잘하게 만들어 주는 데 있거든요.


물론 새로운 변화와 그 기술에 접근해서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사람에게 점점 기회가 많이 가는 건 확실한 사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뒤로 물러나는 것보다는 앞으로 한 걸음씩 다가서는 게 더 나은 선택이겠죠.



- 메타버스 세상이 일상화되기 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릴까요? 다수가 그 세계에 적응할 수 있을까요?


시간적인 준비는 생각보다 금방 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제가 관련 일을 많이 하기도 했고, 특히 접근성 부분이 문제인데 기술 도입과 변화의 초창기에 어려움이 가장 크죠.


여기에는 공공의 역할이 중요해요. 스마트폰 처음 보급하는 시기에도 NIA(한국정보화진흥원) 같은 정부 기관에서 다양한 활동으로 기술의 혜택을 받지 못하거나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지원했거든요. 특히 지역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 많았는데요.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죠 잘 활용할 수 있을지.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요? 우리나라에도 2009년부터 스마트폰이 점차 보급됐는데, 4~5년이 지나고부터는 따로 교육 활동이 필요 없어졌죠. 어떤 면에서는 어르신들이 스마트폰을 더 잘 쓰고 있어요. 그 전 시대의 PC보다 사용도 훨씬 쉽고 편하거든요. 


누구나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줘야 하죠. 교육과 함께 디바이스 가격이 너무 비싸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지원도 필요하고요. 무엇보다 우리나라 정부를 포함해서 이런 상황은 각 나라의 정부가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 큰 문제는 없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제가 항상 하는 얘기가 있는데요. 안 좋은 쪽으로 보면 안 좋은 것들만 계속 보인다는 거예요. 안 좋은 게 있으면 그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이 따라온다는 것을 기억해야 하고 공공이든 시장에서든 그런 시도는 항상 있어왔습니다.


역사는 절대로 뒤로 가는 법이 없다는 것,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을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 고등학교 물리교사입니다. 세상은 이렇게 빨리 흘러가는데 학교에서 아이들은 여전히 점수 몇 점, 좀 더 나은 등급 때문에 경쟁하는 상황에 있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면 좋을까요?


우선 교사가 다 가르쳐줘야 한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봐요. 이제는 더 이상 지식을 가르치는 시대가 아니고, 아이들이 스스로 필요로 하는 지식을 찾는 능력을 키우고 본인들이 관련 기술을 쌓아가는 방식으로 성장하는 시대니까요. 새로운 기술과 미래 방향과 관련해서는 아이들이 더 잘 알고 있는 것도 같고요.


누군가와 비교하고 경쟁하는 게 아니라 나는 이런 분야에 관심이 있고 재능이 있는 걸 발견해야 하고요. 그 방향성에서 실질적인 능력과 경험을 키워가야 하죠. 또 요즘엔 SNS 같이 자기 활동을 어떤 사람이든 쉽게 공유할 수 있잖아요. 이 내용들이 이어져 창업을 하기도 하고 일자리도 얻는 시대고요.


구글은 채용 과정에서 일찌감치 학력을 안 보기 시작했어요. 창업 초창기에는 스탠퍼드 출신의 우수한 인재들만 뽑았지만 지금은 고졸이어도 상관없이 입사할 수 있죠. 데이터 기반으로 역량과 업무 성취를 측정해 보니 학력이 큰 영향이 없었던 겁니다. 


구글이 이렇게 하니까 많은 기업, 우리나라 회사들도 학력을 안 보는 경우가 많이 생기고 있죠. 조기 교육, 사교육 문제는 결국 좋은 대학 가서 좋은 회사에 취업하기 위함인데 그 연결고리에 점차 균열이 생기고 있는 거예요. 


누가 정말로 무엇을 제대로 해내느냐가 가장 중요해지는 거죠. 답답한 부분도 당연히 있어요. 교육 분야는 보수적이어서 가장 늦게 달라지거든요. 후행지표인 거예요.


언제나 사회가 먼저 달라지고 그다음에 고등교육, 대학이 바뀌죠. 그래서 지금 큰 위기를 겪는 대학이 많아지고 있죠. 앞으로 더 심해질 거고요. 대학 안 간다는 친구들이 계속해서 더 많이 나올 겁니다. 이 비중이 점점 높아질 거고, 또 사회에서 성공한 애들 중 학력 안 좋은 애들 비율도 높아질 거고요.


자연스럽게 고등학교, 중학교도 달라지겠죠. 부모의 생각도 변할 수밖에 없고요. 이 변화의 시간을 어떻게 바라보고 준비하느냐가 중요하긴 해요. 


그래서 교육 현장의 역할, 교사의 역할도 달라져야겠죠. 이전처럼 지식 전달자가 아니라 아이들 성장의 안내자 그리고 더 촘촘한 네트워크 사회 안에서 아이들이 살아갈 테니 인성과 품성을 더 강조해야 하고요. 진로의 전반적인 부분을 상담할 수 있고 정서적인 부분, 윤리적인 부분을 잘 이끌 수 있어야 하겠죠. 


미래 교육과 관련해서는 제가 몇 년 전에 쓴 <내 아이가 만날 미래>를 참고해주시면 좋을 것 같네요.



- '미래는 만들어 가는 사람들의 것이다'라는 말이 인상 깊었습니다. 어떤 의미인지 좀 더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미래를 접근하는 방식을 movement(운동)로 보고 있어요. 더 많은 사람이 바라고 그리며 행동하는 방향의 미래가 현실이 된다고 믿는 거죠. 그래서 부정적인 상황, 문제가 많은 모습을 생각하기보다 어떻게해서든 긍정적인 미래를 상상하고 수많은 어려움을 해결하며 결국에는 우리가 원하는 미래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 마디로 우리가 그릴 수 있는 가장 좋고 긍정적인 미래를 함께 성취하자는 이야기를 하는 거죠. 제가 글을 쓰고 책을 내는 것, 강연을 하고 방송을 하는 것, 오늘 같은 모임에 참여하는 것 역시 그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활동의 일환이라 생각하고요. 


긍정적이고 밝은 미래를 함께 상상하고 그것을 반드시 성취하는 우리이면 좋겠어요.



3. 저자의 클로징

이 책 <거의 모든 IT의 역사>에 독자가 사인을 요청하시면 늘 적어드리는 문장이 있어요.


‘함께 만들어 가는 미래의 역사’

역사의 중요성, 그중에서도 IT 역사의 중요성을 오늘 말씀드렸습니다. 역사는 후퇴하는 법이 없다는 것도요. 긍정적인 미래를 그리고 상상하며 반드시 그 미래를 함께 쟁취하는 우리이면 좋겠습니다. 




저자 정지훈

학부에서 의학을, 석사는 보건 정책을, 박사 학위는 의공학으로 받으며 독특한 지식적 배경을 쌓았다.  

지상파 방송사와 주요 일간지에 IT 트렌드와 전망을 강연과 칼럼으로 제공하고 있다. 또한 수십 개의 스타트업에 투자자로 활동할 정도로 창업가에 관심이 많다. 

지은 책으로는 <거의 모든 IT의 역사>, <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 <내 아이가 만날 미래>, <무엇이 세상을 바꿀 것인가>, <미래자동차: 모빌리티 혁명(공저)> 등이 있다. 



세모람 - 저자와 함께하는 랜선 책 모임

매주 새로운 저자와 만나 소통하세요 :)

홈페이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매거진의 이전글 '두루마리 휴지는 어느 방향으로 걸면 좋을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