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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타보이 phil Jun 01. 2021

‘저기에 우리가 담아야 할 이야기 있다!'

<사진이 말하고 싶은 것들> 김경훈 저자의 랜선 모임

저자와 함께하는 랜선 책 모임 세모람에서 지난 5월 27일 <사진이 말하고 싶은 것들> 김경훈 저자와 랜선 모임을 진행했습니다.  

 

#진행순서

1. 저자의 미니 강연 : 책 소개 및 요약

2. 참가자와 저자의 질의응답 시간

3. 저자의 클로징

1. 저자의 미니 강연

안녕하세요. 로이터 통신 도쿄 지국에서 일하는 김경훈입니다. 저의 두 번째 책 <사진이 말하고 싶은 것들>을 읽어주시고 또 랜선 모임에 참여해주셔서 고맙고 반갑습니다. 


어려운 시기지만 인터넷이 있고 또 화상 모임 방식으로 만날 수 있어 다행이란 생각도 듭니다. 벌써 수십 년 전이죠. 어릴 때 신문에서 봤던 소년만화가 기억나요. 21세기 일상이 담긴 내용이었는데 전화기에 서로 얼굴을 보면서 통화하는 장면이 있었어요. 이제 정말 그런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네요.


그만큼 세상이 많이 바뀐 것 같아요. 이 얘기는 우리 책 이야기랑도 연결돼요. 세상이 너무 빠르게 달라졌잖아요. 그 속도만큼 사진을 바라보는 우리 인식도 달라져야 하는데 아직 예전 사고에 머물고 있다는 생각을 해요. 사진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 책을 썼습니다. 


#소개

제 소개와 제가 하는 일부터 이야기해볼게요. 고등학교 때 취미로 사진을 시작했어요. 이때부터 사진기자가 되겠다고 결심했죠.


대학에서 보도사진을 공부하고 한국일보사 일간스포츠에서 1999년부터 사진기자 일을 시작했습니다. 2002년부터는 로이터 통신에서 근무 중이고 지금은 도쿄 지국에 있어요.


요즘은 코로나로 거의 없지만 광화문 광장 같은 곳에서 시위가 많이 열렸잖아요. 커다란 사진기 매고 다니는 사람들 보셨을 텐데 저 역시 그중 한 사람이고요. 다만 퓰리처상을 받아서 좀 더 많은 분들이 찾아주시는 것 같아요. 


두 가지를 먼저 설명드리고 싶어요. 

첫 번째는 사진 기자와 사진작가는 다르다는 것입니다. 저를 ‘사진작가’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요. 사진작가와 기자는 엄연히 다르거든요. 사진작가는 예술 영역의 작업을 하는 분들이고 사진 기자는 언제나 사실 영역에 발을 딛고 있다는 점에서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알고 계신 ‘기자’와 같다고 보시면 되는데 저는 문서가 아닌 사진으로 사실을 기록하고 전달하는 사람이라고 봐주시면 되고요. 


두 번째는 저를 자꾸 위험한 곳에만 다니는 사람으로 알고 계시는 분들도 있어요. (웃음) 

캐러밴(중남미 이주민 Central American migrant caravans) 사진을 찍고 많은 사람이 관심을 주셔서 네이버에서 만나자고 요청이 왔어요. 사진기자 직업에 대해 인터뷰를 했죠. 그랬더니 인터뷰 헤드라인을 ‘목숨 걸고 사진 찍는 일이 직업입니다.’라고 내서 너무 당황하고 놀랐어요. 항의 연락을 했는데 “말씀 들어보니 그런 것 같던데요.”라고 해서 그냥 넘어가기도 했고요. (웃음)

*jobsN 김경훈 기자 인터뷰

물론 급박한 현장에도 많이 갔습니다. 동나마 쓰나미, 홍콩 민주화 시위 현장에도 갔었고요. 중국 취재 갔을 때는 공안한테 잡혀가기도 하고 후쿠시마 원전 현장에 가서는 매일 방사능 측정을 하며 취재도 했고요.


군인들과 함께 항공모함을 타고 인도양을 건너기도 하고 시위 현장에서 노트북을 꺼내 사진을 전송하기도 하고요. 바닥에 뒹굴면서 사진 찍는 일은 너무 많았죠. 


그렇지만 위험한 일이 매일 있는 건 아니에요. 대부분 여러분이 신문이나 언론에서 보시는 여러 뉴스들을 취재하는 것이 제 일이라 보시면 될 것 같아요. 



#3가지일

1) 진실을 전달하는 일

요즘 제 업의 본질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봐요.


솔직히 대학에서 처음 보도사진을 배울 때만 해도 제 일은 신문에 나오는 사진 한 장 찍는 일이라 생각했거든요. 업력이 점차 쌓이면서 제 업의 본질은 결국 ‘진실을 전달하는 일’ 이란 걸 더 알아 가고 있는 중이에요. 


사진 한 장을 보시죠. 최루탄이 터져 있고 한 어머니가 두 딸의 손을 꼭 잡고 급박하게 피하는 상황이에요. 미국과 멕시코 국경 도시 티후아나 앞의 온두라스 난민인데요. 

김경훈 기자는 이 사진을 보도하여 2019년 퓰리처상을 수상한다.

취재 당시 이야기를 해볼게요.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있던 2018년도에 중남미 난민들 수 천명이 무리를 지어 미국으로 향했습니다. 대부분은 온두라스,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출신이었어요. 힘들고 먼 길을 떠난 이유는 자국에서 갱들의 폭력이 너무 심하니까 살 수가 없었기 때문이에요.  


또 하나의 문제는 빈곤이었어요. 몇 년 동안 흉작이 있었기 때문에 진짜 먹고살 수가 없으니까 조금이라도 나은 삶이 있을거란 기대로 미국으로 향한거죠.


트럼프는 이들을 계속 이렇게 얘기했어요. ‘위험한 범죄자 집단이 미국으로 오고 있다.’ 인도주의적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할 생각은 없고 군대를 동원해 이들을 막겠다는 태도만을 보였죠. 아주 강경하게요.


이에 로이터 통신에서도 특별 취재팀을 꾸렸고 저도 일원으로 참여했어요. 멕시코시티에서 미국과 멕시코 국경지대까지 약 3,000km를 같이 이동하면서 취재했습니다. 


긴 여정 끝에 드디어 미국 국경 앞에 도착했고 평화 시위를 벌이는 중 우발적 사태가 벌어지면서 수 천명이 국경 앞에 모여들기 시작한 거예요. 그랬더니 국경수비대가 최루탄을 발사했고 그 순간에 이 사진을 찍게 됐죠. 


저는 이런 상황이 펼쳐질 거라 100% 예견한 건 아니지만, 유사한 현장에서 오래 일했기 때문에 뭔가 일이 터질 것 같다는 기분을 느끼긴 했어요. 언제나 카메라를 두 대 가지고 다니거든요. 


하나는 멀리 있는 걸 가까이 찍을 수 있는 망원렌즈와 가까이에서 넓은 화각으로 찍을 수 있는 와이드 앵글을 가지고 다니는데, 몸의 경험에 의해서 와이드 앵글을 손에 쥐고 있었어요. 그때 체류탄이 발사된 거예요. 사진을 찍고 그 자리에서 바로 노트북을 펼쳐서 사진을 전송했죠. 그날부터 당시 전 세계 모든 신문 1면과 언론사 웹사이트에 이 사진이 올라갔어요.


뉴스에서 제 사진을 가지고 계속 떠드니까 백악관 기자들이 트럼프에게 사진을 가져가 보이면서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기도 했어요.


다음날에 사진 속 가족을 찾아가 후속 취재를 했어요. 알고 보니 엄마 혼자서 애 둘이 아니라 다섯을 키우고 있더라고요. 여자 아이 둘은 쌍둥이였고요. 


왜 이렇게 힘든 길을 떠났냐고 물었어요. 직업도 먹을 것도 없고, 남자아이들은 자라면 갱 밖에 할 게 없다는 거예요. 갱에 들어올래 총에 맞아 죽을래 협박 받는 아이들도 있었고요. 도저히 그곳에서 살 수 없어서 미국으로 온 거죠. 


제 사진이 아주 가끔 반향을 얻을 때가 있는데 이 사진이 그중 하나고요. 트럼프가  워낙 떠들어서 반대급부의 영향이 있었던 것도 같은데, 


다양한 지국에서 온 동료들이 1년 넘게 순환 근무로 취재했고, 저는 그 중 3주 정도 취재를 함께했는데요. 유독 이 사진이 주목받은 이유를 에디터들과도 이야기해봤어요. 


결론은 트럼프 대통령과 많은 사람이 캐러밴(중남미 이주민 Central American migrant caravans)을 객체화했었다는 거였어요. 어떤 이들은 캐러밴을 위험한 사람일 거라 생각하고 불청객이라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그들은 우리와 같이 아이들을 키우는 평범한 사람들이구나, 그런 그들이 그 먼길을 떠나 우리나라로 왜 왔지 생각하는 계기를 이 사진이 준 것 같아요.


이후 사진이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어요. 인권단체들과 미국 민주당 의원들 도움을 받아 약 3주 뒤에 이 가족의 미국 망명 신청이 받아들여졌거든요. 그래서 지금은 볼티모어에 살고 있고 얼마 전에도 연락을 했습니다. 

마리아 메자와 그녀의 다섯 아이들

가운데가 제가 만났을 때 사진이고 아이들은 그새 성장해서 미국 청소년이 되었어요. 엄마는 멕시코 식당에서 일을 한대요. 미국 오면 꼭 한 번 찾아오라 하더라고요. (웃음)


이렇게 제가 생각하는 업의 본질은 ‘사실 전달’이라 생각하고 여기에 사진의 힘이 있다고 보고요.



2) 사실과 예술의 균형

또 하나 업의 본질은 사실과 예술의 균형입니다. 아까 사진작가와 사진 기자의 차이를 말했는데요. 저는 이 두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사람이란 생각도 해요. 한 발은 뉴스 전달을 위한 사실에 또 한 발은 미학적이고 예술적인 영역에 딛고 있다는 생각. 


왜냐하면 언제나 공정한 사실을 전달해야 함과 동시에 사진으로 ‘이야기’를 전달해야 해서 때로는 강렬하고 아름다워야하며, 시처럼 감성적인 예술적 영역도 필요하거든요. 그래서 둘 사이의 균형을 잘 맞춰야 한다고 보고 있어요.


너무 사실에만 치우치면 사진이 재미가 없어져서 사진에 주목 안 할 테고, 사실전달보다 미학적인 것이 앞서 있으면 사실과 진실이 가볍게 전달될 수 있으니까 균형이 필요한 거죠. 


저는 사진이 언어이며 통번역이 필요 없는 만국 공통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제가 찍은 사진이 ‘달변가의 언어’이기를 바래요. 달변가의 이야기에 사람들은 귀를 기울이게 되니까요. 



3) 비주얼 스토리텔러

제가 하는 일의 또 하나의 영역은 비주얼 스토리텔링이에요. 비주얼로 이야기하는 사람.


왜 사진이 아니라 비주얼이란 언어를 썼냐면 이제는 사진기자들도 동영상을 찍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에요. 사진을 메인으로 찍지만 하드웨어의 발전 때문에 동영상도 찍고 3D  VR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고요. 그래서 ‘사진기자’라는 명함으로 제 일을 다 설명할 수 없는 시대가 됐어요. 

제가 20년 전 처음 사진기자 할 때는 신문 1면에 들어가는 사진을 잘 찍는 게 내 일이라 생각했는데요. 이제는 뉴스 취재가 절반, 나머지 절반은 제가 직접 스토리를 찾는 데 시간을 쓰고 있어요. 스토리 찾아서 기획안 만들고 혼자 사진과 동영상, 기사 쓰기 위한 리포팅까지 할 때도 있고,


제 기획안을 가지고 멀티미디어 취재할 수 있는 팀을 만들어서 프로듀서 역할까지 하는 경우도 있고요. 그래서 제 일이 점점 뉴스 취재와 비주얼 스토리텔링의 5:5 비중을 맞춰가는 것 같아요.


사진 하나를 더 같이 보시죠.

Japan’s Veteran Rugby Players

언론 분야에서 일반 대중이 많이 알고 있는 상은 퓰리처상일 텐데요. 사진 기자들 사이에서 가장 유명한 상은 세계보도사진전이에요.


작년에 이곳에서 스포츠 스토리 부문 상을 받았어요. 2019년에 일본에서 럭비 월드컵이 열렸습니다. 영국과 영국 식민지였던 나라들에선 축구만큼 인기가 있는 스포츠 종목이기도 해요. 


제가 일본에 있으니까 럭비가 일본에서는 어떤 의미일까 생각해봤어요. 일본 사회의 큰 키워드가 고령화 사회인데, 노인들이 럭비도 하지 않을까 라는 상상력으로 기획을 시작해본 거죠. 일본 언론에도 소개되지 않은 소재였고요. 


주변 반응은 별로 좋지 않았어요. 럭비가 얼마나 위험한 운동인데 그걸 노인들이 하냐는 거죠. 근데 찾아보니 있더라고요! 그래서 취재를 나갔죠. 주인공으로 담은 분은 의사로 활동하셨고 이제 부인은 돌아가신 독거노인이셨어요. 


노년을 럭비 하는 낙으로 사는 분이었고 그분의 팀을 취해하며 고령화 사회 속에서도 스포츠의 열정을 담고 있는 사람들을 카메라에 담았죠. 그 사진을 가지고 제가 슬라이드 쇼를 만들었는데 이걸 보면 제가 말한 비주얼 스토리텔링이 어떤 건지 이해가 되실 거예요.

*Japan’s Veteran Rugby Players 전체 사진 보기  



#모두가 사진의 생산자 그리고 소비자 입니다

1) 모두가 1인 미디어인 시대

AI 가 가장 많이 쓰이는 곳 중 하나가 스마트폰이라고 해요. 제가 사진 공부했을 때 자동 노출, 자동 초점이 처음 나오기 시작했는데 부정확했거든요. 이제 기술이 발달해서 누구나 좋은 퀄리티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환경이 됐어요. 식당이나 좋은 동네 가서도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사진 찍는 일이고요. 


사진 기자는 이제 소수 직업군이지만, 모두가 사진기자인 1인 미디어가 된 시대에 살고 있는 거죠. 그래서 생산자로서의 우리, 나를 더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사진으로 이야기 전달하는 건 과거엔 사진기자만 할 수 있었어요. 이제는 사진을 찍을 뿐만 아니라 누구나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죠. 그 가까운 예를 찾자면 조지 플로이드 사건을 볼 수 있어요. 지난 5월 25일이 사건 1주기였고요. 

조지 플로이드를 과잉 진압하는 경찰관

이 사진으로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 시작됐어요. 경찰 폭력과 인종차별을 반대하는 전 세계적 시위를 촉발시켰죠. 사진을 찍은 사람은 사진 기자가 아니었고요. 사실 사진이 아닌 동영상의 한 장면이죠. 17살의 여고생이 찍었어요. 사촌동생의 간식을 사러 마트 가는 길에 이 장면을 목격하고 동영상을 찍어서 소셜미디어에 올린 거예요.


만약에 이 소녀가 영상을 올리지 않았다면 플로이드는 누구에게도 기억되지 않고 사라지는, 한 명의 흑인 용의자와 경찰 사이에 오해가 생겨 목숨을 잃은 사건 정도로 기억되고 끝났겠죠.


예전에는 사진 기자나 할 수 있었던 일을 이제 누구나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과 카메라로 할 수 있게 된거죠.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얻게 된 거에요.



2) 사진은 언제나 보이는 사실만을 말할까요?

다음 사진에는 물에 빠진 소녀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딱 봐도 상황이 안 좋아 보여요. 이 사진은 프랑스 기자 프랑크 푸르니에가 찍었고, 이 사진으로 1986년 세계보도사진전 올해의 사진상을 수상했어요. 

콜롬비아 소녀 오마이라 산체스

그런데 아직도 사진을 오해하는 사람들로 부터 많은 비난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요?


1985년 콜롬비아 시골 마을에 엄청난 화산 폭발의 영향으로 대홍수가 시작됐어요. 마을은 폐허가 됐고 수많은 사람이 사망하는 비극적인 일이 벌어졌죠. 사진 속 소녀의 이름은 오마이라 산체스인데요. 구조대가 도착했을 때 발이 콘크리트에 꽉 끼어 얼굴만 겨우 내놓은 상태였죠. 


펌프로 물을 제거하고 집 더미를 치워서 구조해야 했는데 당시에 기술적 한계도 있고 상황이 많이 좋지 않았어요. 프랑크 푸르니에는 사고 3일 후 현장에 도착해서 힘겨워하는 소녀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습니다.


현장의 구조대는 최선을 다해 소녀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할 수 있는 것은 소녀를 위로하고 함께 노래하는 일 밖에 없었다고 해요. 프랑크 푸르니에가 도착하고 몇 시간 지나지 않아 결국 소녀는 저체온증으로 사망하게 됩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전 세계에 이 상황을 알리려는 목적으로 사진을 찍어 보도했는데, 사진 뒷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들은 여전히 사진만 보고 기자를 비난하는 상황에 있는거죠.


시대가 변했고 엄청난 기술 발전으로 세상이 달라졌는데도 여전히 사진은 언제나 진실만을 기록하고 보여준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이제 포토샵 등의 기술로 연출할 수 있는 부분도 많아졌는데 말이에요. 


20~30년 전만 하더라도 하루 종일 볼 수 있는 사진이 신문에 나는 사진 몇 장 정도였어요. 지금은 포털이나 인스타그램만 봐도 10분 만에 100장 넘게 볼 수 있을 거예요. 자연스럽게 엄청난 사진의 소비자가 된 우리의 관점이나 생각이 변할 필요가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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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야기를 나눠봤어요. 이런 저의 생각과 우리의 상황 속에서 역사적으로 유명한 사진들의 뒷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어 <사진이 말하고 싶은 것들>을 쓰게 됐어요. 사진을 통한 보여주는 이야기의 생산자와 소비자가 된 우리의 역할도 생각해보면서요.



2. 참가자와 저자의 QnA 시간


Q. 아이들을 만나 교육 활동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사진을 비롯한 미디어 활용 및 교육 관련해서 조언을 구하고 싶습니다. 

A. 저는 학교에서도 사진을 가르쳐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해요. 잘 찍는 방법뿐만 아니라 잘 소비하고 생산하는 방식을 배워야 하는 것이죠. 


사진을 비롯해서 비주얼로 정보 전달받는 일이 더 많아졌고 이에 따라 가짜 뉴스 이슈도 큰 상황인데요. 그래서 속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사람들에게 많은 것 같아요. 


우선 ‘사진은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는 고정관념과 오해를 내려놓는 것이 중요하겠고요. 말씀해주신 것처럼 사진을 찍고 포토샵을 활용해서 다양한 표현을 해보는 교육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것을 잘 사용하면 우리에게 재미도 주고 정보를 더 풍성하게 만들 수도 있지만 반대 용도로 사용하면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는, 양날의 검일 수 있다는 이야기를 꼭 해주면 좋겠어요.


또 미디어나 사진 자체를 잘 다루는 것뿐만 아니라 폭넓은 식견과 안목을 갖추도록 지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경우 가짜 뉴스나 사진을 보면 뒷 이야기를 듣지 않고도 판별할 수 있는 경우가 있거든요. 


사진 속 사람들의 행동이나 사용하고 있는 장비, 풍경만 보고도 진짜인지 가짜인지 금방 구별이 가는 거죠. 

그래서 아이들이 다른 사람, 세상과 소통하는 하나의 언어로 사진과 미디어를 잘 다룰 수 있도록 도와주시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Q. ‘특종보다 남에게 피해 주지 않는 취재와 보도를 하는 것이 목표다’라는 말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앞으로의 취재 방향성이나 목표도 궁금한데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A. 제가 가장 답하기 어려운 2가지 질문 중 하나를 물어보셨네요. (웃음)  앞으로의 목표와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을 골라달라고 물으실 때 답변이 조금 힘들더라고요. 


사실 목표가 구체적으로 있진 않아요. 왜냐하면 제가 하는 일은 목표를 가지고 무엇을 만든다기보다 이야기를 쫓아다니면서 그것을 기록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라는 생각 때문이에요. 


그래서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는 건 아니지만, 이 질문을 많이 받아와서 미디어용 답변을 가지고 있긴 합니다. (웃음)


노무현 대통령 시절 평양에 간 적이 있어요. 나라 전체가 사회주의 박물관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여기저기서 감시를 하고 있으니 사진을 제대로 찍을 수 없더라고요. 그게 많이 기억 남고 취재 기회나 여행을 갈 수 있다면 다시 평양에 가서 북한 사람들의 모습 그대로를 자유롭게 담아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무엇보다도 제가 하는 일을 꾸준히 열심히 해서 인간 드라마의 현장을 잘 기록하고 알리고 싶은 것이 가장 큰 목표이자 꿈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Q. 사진만 보고 오해할 수 있는 경우를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사람들이 그런 사진을 어떻게 봐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A. 옛날에는 정보 부재로 속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인터넷에 수많은 정보가 있고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누구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대잖아요. 언어 번역도 쉬우니 전 세계 정보에 접근할 수 있고요. 


언제나 진실에 다가가는 호기심을 가지는 것, 의심 가는 내용은 물어보거나 찾아보는 부지런함이 필요하겠죠. 


또 한편으로 이런 가짜 뉴스나 사진, 잘못된 정보에 속으면 어쩌나 걱정을 하기도 해요. 그런데 너무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속는다 해도 결국 진실을 찾을 수 있을 테니까요. 


어느 기자분이 쓴 표현인데요. ‘판단 기어를 중립에 놓자.’


속을 수도 있고 오해할 수도 있으니 한쪽으로 판단을 치우치기 전에 의아한 부분이 있으면 이면의 정보를 찾아보자 얘길 하더라고요. 저도 동의하는 부분입니다.



Q. 한국에서 사진 기자를 시작해 해외로 자리를 옮기셨습니다. 어떤 차이점 또는 좋은 점이 있나요?

A. 처음 사진 기자 생활을 한 곳은 스포츠 신문사였어요. 스포츠 사진을 좋아해서 들어간 건 아니고 IMF 직후 여서 신문사 중 사진기자 뽑는 곳이 스포츠 신문사 밖에 없더라고요. 


여러 모로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좋은 선배들을 많이 만난 게 가장 큰 행운이었죠. 지금도 한국 가면 자주 만나 뵙고 하는데요. 한국 신문사, 언론계는 세계에서도 이런 곳이 있을까 싶은 특징이 있어요. 선배들이 후배들 밥 사주고 술 먹여 가면서 일을 가르친다는 거예요. 물론 혼도 많이 나죠. (웃음)


외국은 이런 문화가 없어요. 물어보면 가르쳐주긴 하는데 한국처럼 책임감 있게 옆에 붙어서 알려주거나 하진 않아요. 한국처럼 선배가 밥 사주고 술 사줘가면서 일을 가르쳐 주는 문화는 없습니다. 이런 문화 차이가 있는 것 같고요. 


로이터 통신으로 옮기면서는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전 세계적인 스포츠 이벤트도 취재하지만 모든 영역의 뉴스를 취재하기 때문에 취재 영역이 넓어졌다고 볼 수 있어요. 


그리고 로이터 통신 도쿄 지국 사진 기자가 3명밖에 안되거든요. 이 얘길 하면 다들 놀라세요. 우리나라 주요 일간지에도 10~20명씩 사진기자가 있거든요. 물론 취재마다 프리랜서로 합류하는 분들이 있지만 외신은 고정적으로 나라별로 2~3명 씩만 있어요. 


이유는 모든 뉴스가 아니라 해당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 중 해외에서 관심 가질 뉴스만 취재하거든요. 다른 나라에 큰 사건이 벌어지면 지원을 나가기도 하고요. 그래서 제 경력에 비해 비중이 높은 뉴스를 많이 취재할 수 있었고요. 


한국에서도 선배들. 후배들과 함께 많은 걸 배울 수 있었겠지만 경험면으로 보자면 로이터 통신에서 만큼 다양하진 않았을 것 같아요. 


생활로 보면 2007년부터 일본에 있었고 중간에 3년 반은 베이징에 있었는데요. 가족들도 함께 있고 한국이 가까우니까 향수병 같은 것은 없었던 것 같아요. 부모님은 한국에 계시지만, 그래도 여행하는 기분으로 재미있게 즐겁게 살고 있습니다.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하다고 느껴져요. 



Q. 업무 스트레스는 없나요?

A. 아침에 일어나서 회사 가기 싫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웃음) 


대학 졸업 때쯤 IMF 여파가 남아 있어 취직하기가 어려워 보였어요. 토익 점수 준비해놓은 걸로 필름회사 마케팅 팀에 사무직으로 직장 생활을 해봤는데요. 3개월 정도 했는데 너무 힘들더라고요. 밖에 나가서 사진 찍고 그런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이 하루 종일 사무실 책상에 앉아있으니 말이에요. 


그만두고 바로 일간스포츠 시험 보러 가서 지금까지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스트레스가 있다면 외신기자로 일하고 있으니 제가 작은 실수 하나를 해도 그게 전 세계로 나간다는 것. 그 자리에서 바로 오보라고 빨간 글씨가 나가는데 그게 정말 창피하고요. 물론 단순한 성격이라 다음날 실수를 바로 까먹어요. 그래서 그다지 업무 스트레스를 받진 않아요.


사실 하고 싶지 않은 취재나 육체적으로 힘든 일이 생길 때도 있는데요. 그래도 사진 기자라는 이 일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저한테 있다고 생각해요. 긴박한 상황이 찾아오면 몸 안에 아드레날린이 샘솟는 걸 느껴요.


후쿠시마 원전 취재 갈 때는 지진이 크게 나서 도로가 마비되었어요. 일단 헬기를 타고 후쿠시마 공항에 내려서 18시간 동안 동료와 번갈아 운전하며 산길을 빙빙 돌아 현장에 도착했는데 하나도 안 피곤하더라고요. 


‘저기에 우리가 담아야 할 이야기 있다, 우리가 가야 한다.' 그쯤 되면 내가 제일 빨리 보도해야 한다, 하고 싶다, 우리가 제일 앞서가야 한다가 아니라 '빨리 내 눈으로 현장을 확인하고 싶다.' 이 생각만 나요. 


아드레날린이란 것은 주사를 논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주변 환경이나 제가 이 일을 좋아해서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일에서 찾는 보람이나 재미가 스트레스를 잊게 하는 가장 큰 힘이라 생각합니다.



3. 저자의 클로징

오늘 만나서 너무 반가웠고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모임은 사실 저도 처음이에요. 강연은 많이 해봤지만, 비록 화면으로지만 이렇게 가까이에서 얘기할 수 있어서 너무 반가웠어요. 


무엇보다 제가 쓴 책을 읽고 질문도 해주시니 저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 같아 필요 이상 말을 많이 한 것 같기도 하네요. (웃음) 


사진은 너무 쉽고 재미있는 도구라 생각해요. 그래서 즐기시면 좋겠고요. 대학원 강의도 하는데 항상 학생들에게 ‘스트레스 받지 말라'는 얘기를 해요. 언제나 즐거운 마음으로 사진의 생산자 그리고 소비자로 함께해주시면 좋겠고요. 


때로는 사진에 속더라도 너무 기분 나빠하지 마시고요. 사진 속 뒷 이야기를 찾아가시면서 흥미로운 세상의 모습을 느껴보시면 좋겠습니다.



저자 김경훈

1974년 서울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 사진학과와

런던 커뮤니케이션 대학 London College of Communication에서 보도 사진을 공부했다. 


1999년 일간스포츠에서 사진기자로 첫발을 내디뎠고, 2002년부터 현재까지 로이터 통신에서 근무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의 서울, 도쿄, 베이징 지국에서 근무했으며, 동남아 쓰나미 참사,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방사능 유출, 평양 아리랑 축전, 세월호 참사, 중남미 캐러밴 행렬, 북미 정상회담 등과 같은 국제적인 뉴스를 취재했다. 


2019년 퓰리처상, 2020년 세계보도사진전 수상을 비롯하여 다수의 보도 사진상을 수상했으며,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에서 다큐멘터리 사진과 비주얼 스토리텔링을 가르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사진을 읽어 드립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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