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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타보이 phil Jul 16. 2021

'익숙한 것을 깨부수는 힘'

<디즈니플러스와 대한민국 OTT 전쟁> 김종원 저자 랜선 모임

'저자와 함께하는 랜선 책 모임' 세모람에서 지난 7월 6일 <디즈니플러스와 대한민국 OTT 전쟁> 김종원 저자와 랜선 소통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진행순서

1. 저자의 미니 강연 : 책 소개 및 핵심 인사이트 정리

2. 참가자와 저자의 질의응답 시간

3. 저자의 클로징  


1. 저자의 미니 강연

안녕하세요. <디즈니플러스와 대한민국 OTT 전쟁>을 쓴 김종원입니다. 현재 SK브로드밴드에서 임원으로 재직 중이고 미디어 산업에는 20년 정도 종사 했습니다.


미디어 산업도 기술 변화로 많은 것이 달라진 상황입니다. 넷플릭스나 티빙, 웨이브 등을 많이 이용하고 계실텐데요. *OTT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현재의 흐름이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 우리나라 OTT가 글로벌 서비스들과 경쟁하는 상황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성장하는 산업에 20년을 근무하면서 느꼈던 것들을 정리하는 의미로 책을 냈습니다.

*OTT : Over The Top. TV가 아닌 인터넷 위에서 동영상을 보는 것.


#디즈니의 시작

요즘 디즈니플러스가 9월에 한국에 출시한다는 뉴스가 나오면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디즈니는 1923년 세워졌어요. 잘 아시는 것처럼 창업자 월트디즈니 이름을 따서 만든 회사고요. 벌써 100년 가까이 되었죠. 특히 미디어 산업에서 이렇게 오랜 시간 생존하고 있는 것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고 보입니다.


미디어 산업은 그 특성상 기술 변화와 시대 변화에 매우 민감한데요. 100년 사이 많은 기업이 사라졌음에도 디즈니는 시대별 큰 변화와 위기를 잘 극복하고 미디어 제국의 자리를 굳건히 세워왔습니다.


그런 디즈니가 디즈니플러스라는 OTT를 새롭게 출범했습니다. 왜 그랬을까? 이 질문에서부터 제 고민은 시작되었습니다. 여러 자료와 책을 읽으며 공부를 시작했어요. 디즈니는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떻게, 어떤 위기를 극복하며 지금 순간까지 오게 됐는지를요.


책 서두에 이런 얘길 썼습니다. ‘디즈니 태동 당시에는 애니메이션도 뉴 미디어였다. 디즈니는 당대의 뉴미디어를 만들어 업을 시작한 회사이다.’ 


1928년에 미키마우스의 원조격인 <증기선 윌리>라고 세계 최초 유성 애니메이션을 만들었어요. 1930년대에는 세계 최초 장편 애니메이션도 만들었고요. 혁신 DNA를 담고 기업이 출발한거죠.


이후 1957년, 월트 디즈니가 역사적인 메모 하나를 남깁니다. 메모를 보면 모든 비즈니스의 중심은 콘텐츠예요. 원소스멀티유즈(One Source-Multi Use)라고 하는데요. 하나의 애니메이션을 통해 어떻게 디즈니의 전체 비즈니스가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메모라고 할 수 있어요.

1957년 월트 디즈니의 메모


월트디즈니의 가장 큰 업적은 이 메모 아닌가 싶어요. 10년 뒤 그가 세상을 떠났지만 현재까지도 이 메모는 디즈니 전략의 축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모든 기업이 그렇듯 창업자 월트디즈니의 사망 후 회사는 큰 위기를 겪어요. 형제간 경영 다툼도 있었고요. 또 시대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면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비디오와 DVD, 케이블매체 등 새로운 뉴미디어가 출현했는데요. 콘텐츠가 잘 대응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면이 많았어요. 자신들의 콘텐츠를 움켜쥐고 새로운 미디어에 올라타지 못하는 시간을 겪었던 거죠.


#전문 경영인 시대

이 위기를 1990년대 들어와 전문 경영인을 들이며 극복해갑니다. 마이클 아이즈너, 밥 아이거 CEO를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이 기업의 경영을 맡으며 새로운 시각으로 사업을 일으키게 되는데요. 그 과정에서도 모두 월트디즈니의 전략적 메모의 핵심, 콘텐츠가 일어나지 않으면 디즈니의 생명력은 오래 갈 수 없다는 전략을 중심으로 비즈니스를 펼쳐갑니다.


마이클 아이즈너는 1990년대 초에 애니메이션를 부활 시키고 ABC라는 지상파 방송국 인수도 단행합니다. 영화 만드는 회사가 방송국을 인수한 셈이죠. 이런 선택들로 위기를 극복했지만 2000년대에 인터넷이 등장하며 또 한 번 위기를 맞게 됩니다. 이 시점에 2007년 넷플릭스도 등장하고요. 애플의 아이팟, 아이튠즈, 아이폰이 등장한 시기이기도 한데 결론적으로는 제대로 대응을 못했습니다.


그래서 토이스토리로 유명한 픽사와 제휴를 했는데요. 이때 픽사 회장은 스티브 잡스였고요. 픽사 애니메이션을 디즈니가 유통하면서 애니메이션 부문을 부활시키기도 하는데 마지막에는 마이클 아이즈너와 스티브 잡스가 크게 싸웠어요. 협력에 위기가 찾아 온거죠. 이때 디즈니는 CEO를 밥 아이거로 교체했고 스티브 잡스와 다시 좋은 관계를 이어갑니다. 디즈니도 새로운 기술에 올라타는 계기를 마련한거죠. 픽사도 인수했고요.


밥 아이거는 15년 정도를 CEO로 재직했어요. 새로운 기술에 올라타는 전략을 쓰는 동시에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마블, 루카스필름, 폭스 등을 인수하면서 디즈니가 콘텐츠 제국으로 입지를 굳건히 하는데 큰 역할을 합니다. 콘텐츠 생태계를 통째로 디즈니화 하는 일을 단행한 거죠.


#새로운 전환점, 넷플릭스의 등장

그렇지만 2016년 쯤 다시 위기가 닥칩니다. 앞서 말한 넷플릭스의 등장 때문이라고 볼 수 있어요. 방송쪽에서도 디즈니 영향력이 제일 컸는데 넷플릭스로 고객이 이동하면서 시청률은 점점 떨어지고 ESPN 등 디즈니가 가지고 있는 서비스들의 가입자도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이때 디즈니플러스의 등장으로 이어지는 다이렉트투컨슈머(Direct to Consumer) 전략을 2017년 발표하게 되고요. 원래 디즈니는 직접 고객에게 콘텐츠를 전달하는 회사가 아니었어요. 방송 채널이나 극장을 통해서 콘텐츠를 전달했죠. 그런데 OTT를 만들어서 콘텐츠를 고객에게 직접 전달하겠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이 선언 후에 가장 먼서 ESPN+를 만들고 훌루를 인수했고 디즈니플러스도 만들었고 폭수도 인수하죠. 이렇게 미디어제국 디즈니가 다시 한 번 새롭게 변신을 시작합니다. 다이렉트투컨슈머 전략과 선언을 하며 CEO인 밥 아이거가 한 기자회견에서 이런 말을 했어요.


“이 전략은 우리 손으로 방송산업을 무너뜨리는 것과 같습니다.”


넷플릭스의 등장으로 기존 디즈니 서비스들에서 가입자가 빠지는 상황이었고요. 여기에 디즈니플러스까지 만들면 기존 사업의 상황은 더 악화될텐데 넷플릭스로 빠질거면 차라리 우리 OTT를 만들어서 가입자를 이동시키겠다, 한 마디로 전환의 관점으로 위기를 넘어서겠다는 전략을 세운겁니다.


기사를 보셨는지 모르겠는데요. 디즈니가 우리나라 IPTV 채널에도 콘텐츠를 공급했었는데요. 콘텐츠 제공 중지를 했어요. 디즈니플러스가 한국에 들어오기 전에 상황을 정리하고 있는거죠. 수익은 빠지겠지만 신사업으로 더 큰 수익을 올리겠다는 전략이자 선언입니다.


팬데믹으로 디즈니플러스가 원래 세웠던 계획보다 3년 정도 앞서 1억명 가입자를 끌어들이기도 해서 현재까지는 이 전략이 성공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고요.

• 2021년 3월, 출시 15개월 만에 구독자 1억만 명에 도달


#대한민국 OTT 전쟁

이제 한국 상황을 살펴봐야해요. 디즈니는 가족 단위로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도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고객들의 선택 폭이 굉장히 넓다고 볼 수 있어요. 겨울 왕국의 인기는 여전히 아이들에게 엄청나고요.


마블 콘텐츠는 전 세대에 인기가 많지만 특히 20~30대 팬들이 워낙 많습니다. 넷플릭스가 굉장히 큰 영향력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디즈니플러스까지 들어온다면 국내 미디어 진영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주목해봐야겠죠.


글로벌 OTT 등장으로 한국의 콘텐츠 제작 산업이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데, 이는 긍정적일까 부정적일까도 큰 논쟁거리 중 하나입니다. 1인 가구가 증가하고 2030세대의 IPTV 이탈 현상도 가속화 하는 상태니까요. OTT가 대세인 시대에 앞으로의 상황은 어떻게 전개될까요?


OTT는 문화를 담는 그릇이라 볼 수 있습니다. 한국적 콘텐츠가 많이 소비되었으면 하는 바램도 있고요. 사실 사업적으로 보면 여러 문제도 있지만, OTT가 문화 생활의 큰 틀에서 사람들에게 도움되는 방향으로 갔으면 하고요.


한국과 글로벌 OTT가 건강한 경쟁을 통해 산업 자체의 파이를 키우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지면 좋겠습니다.


이제 질의응답으로 더 자세한 이야기 나누어 볼까요?




2. 참가자와 저자의 질의응답 시간


Q. 글로벌 OTT가 한국에 속속 들어오고 있는 상황, 한국에는 득일까 실일까요. 저자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A. 먼저 우리 일상을 살펴보면요. 지금 우리 모임은 구글 미트로 진행 중이고 모임 운영자께서 페이스북 메신저로 저에게 연락을 해왔고, 여기 계신 분중 다수가 넷플릭스로 콘텐츠를 보고 있습니다. 미국 빅테크 서비스들이 이미 우리 일상에 굉장히 밀접하게 다가온 상황이죠.


이 서비스들의 득과 실을 생각해보면, 우선 고객 입장에서는 득인 경우가 많아요. 사용이 편리하고 무료로 쓸 수 있는 부분도 있고 비용을 내더라도 저렴하니까요. 그런데 시간이 흐를 수록 국내 사업 보호 측면이나 개인정보 문제 등이 커질거라고 생각합니다.


넷플릭스의 <거대한 해킹>이라는 작품이 떠올라요. 페이스북의 데이터를 활용해서 영국 20대에게 거짓 뉴스 광고를 퍼뜨리고 브렉시트가 통과되는 상황들이 나오는 다큐멘터리입니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도 트럼프가 당선될 될 때 페이스북 데이터가 활용되었다 하고요.


우리가 무심코 쓰는 빅테크 기업의 서비스가 뒤에서는 우리가 원치 않는 방식으로 작동하구나를 느낄 수 있죠. 편리성 아래에 무서운 이데올로기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지만 이것이 막을 수 없는 대세라 본다면, 국내 서비스를 양성하면서 산업적 균형을 맞추는 것이 필요한 것 아니냐 하는 생각이 듭니다.


득과 실, 이분법적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겠지만 글로벌 서비스가 워낙 막강해서 우려하는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Q. 책 내용에 2017년에 디즈니플러스 추진 발표가 있었고, 그 5~6년 전 한국이 먼저 OTT 서비스를 만들었다고 나와 있습니다.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글로벌 측면에선 대응이 잘 안되었다고 보이는데요. 어떤 면이 가장 미흡했다고 보시나요?


A. 여러 원인이 있었겠죠. 일단 미국 상황에서 넷플릭스의 성공 요인이 몇 가지가 있어요. 그 중 하나가 저렴해서입니다. 유료 방송을 보려면 우리나라 돈으로 6~9만원 정도를 내야 했는데 넷플릭스는 1/5 비용으로 서비스를 제공했으니까요. 반면 우리 나라는 유료 방송 시청료가 15,000원 정도로 싼 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OTT가 차별화를 만들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고요.


또 하나는 방송국에서 OTT를 주도했어요. CJ ENM이나 jtbc 같은 방송국은 기존 TV 매출 하락을 원하지 않았어요. 결과적으로 적극적으로 OTT 서비스를 밀지 않았죠.


앞선 미니강연에서 언급한 디즈니가 다이렉트투컨슈머 전략 선언하는 날, 넷플릭스의 디즈니 콘텐츠 제거 발표도 같이 했거든요. 그 수익만 약 5,000억 정도가 된다 하고요. 굉장히 큰 수입원을 포기한거죠.


새로운 혁신 서비스를 키우기 위해서 기존의 것을 포기할 수 있어야 하는데 국내에서는 둘 다 지키려 하다보니까 확실한 OTT 서비스를 만드는 일에 실패했다고 생각합니다.


국내의 좋은 콘텐츠를 넷플릭스에 팔기도 했고요. 넷플릭스는 자연스럽게 콘텐츠 백화점 같은 서비스가 된거죠. 지금도 넷플릭스 탑텐을 보면 방송 중인 콘텐츠가 많거든요. 액기스를 넷플릭스에 주고 장사를 하고 있는 거죠.


이런 부분이 OTT의 주도권을 갖지 못하게 한 이유들이라 생각합니다.



Q. 향후 국내 미디어 산업은 어떤 부분에서 경쟁력을 갖춰가야 할까요?


A. 경쟁은 결국 기업에 큰 자극을 주는 요소인데요. 팬데믹 기간 동안 국내 OTT보다 글로벌 OTT가 더 성장하는 부분들을 보면서 방송국 등에도 자극을 많이 줬다고 생각합니다. 국내에서도 큰 규모로 오리지날 콘텐츠 투자에 힘을 쏟는 움직임이 많이 보이고요.


콘텐츠가 가장 중요하다고 볼 때 오리지널 투자를 늘리고 있는 부분들, CJ가 네이버와 제휴하고 네이버가 티빙에 투자하는 이런 모습들은 좋다고 봐요. 국내 업체들이 연합해서 경쟁력을 키워가는 구도.


그리고 CJ ENM과 jtbc가 넷플릭스 계약이 올해말~내년이면 종료해요. 예를 들어 미국 워너미디어가 가지고 있는 프렌즈를 넷플릭스에서 작년에 제거 했거든요.(미국에서 제거, 한국에서는 볼 수 있음)


당장 눈 앞의 수익을 보기보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런 작업이 이뤄지면 국내 OTT 서비스의 강점을 가져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더 좋은 콘텐츠, 재미있는 콘텐츠가 있는 곳에 사용자가 모일 테니까요. 그래서 본격적인 경쟁은 내년이지 않을까 싶고요


규제 측면도 필요한데 이런 부분은 잘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이 있어서 정부가 지능적으로 나서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앞 질문 답변에서, 정부가 지능으로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셨는데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A. 규제 부분에서는 가장 크게 보면 방송법으로는 통합방송 프로그램, OTT 쿼터제 등이 있는 상태고요.


예를들면 지금 넷플릭스를 볼 때 영어 자막 켜놓고 보는 분들도 많은 것으로 나타나요. 프렌즈를 영어 자막 켜놓고 영어 공부 한다든지, 부모가 아이에게 애니메이션 틀어주면서 영어를 보여준다든지 하는 경우죠. 한쪽에 한글, 한쪽에 영어가 나오게도 할 수 있거든요. 이런 작업에는 고비용이 들어갑니다.


굳이 한 개 한 개 사업자가 투자해서 할 일은 아니라고 보이는데, 이와 같은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이는 인프라를 국내 OTT에서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방통위 등에서 지원해주는 정책이 있으면 좋겠어요. 오리지날 콘텐츠에 투자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세제혜택 등을 줄 수도 있겠고요.



Q. OTT 환경이 일반화되면서 만들어진 문제도 있을까요?


A. 사진을 하나 보여드릴게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들입니다. 엘리트, 루머의 루머에 루머, 그리고 인간 수업입니다.


3개의 콘텐츠에는 공통점이있는데요. 첫 번째는 고등학생들이 등장하고요. 두 번째는 마약과 섹스가 주제고요. 그래서 세 번째는 굉장히 파격적인 내용을 담은 콘텐츠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넷플릭스를 가장 많이 보는 단말은 TV예요. 그런데 위 콘텐츠들은 고등학생이 나오지만 청소년 불가 콘텐츠거든요. TV에서는 규제 때문에 원래 볼 수가 없는 것들이죠. 그런데 이용자들은 넷플릭스를 TV로 볼수 있으니 규제 사각 지대가 만들어지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똑같이 TV 단말을 이용해 콘텐츠를 보지만 어떤 콘텐츠는 규제 안 쪽에, 어떤 콘텐츠는 규제 바깥쪽에 있다는 거죠.


이런 부분들은 아직 담론화 되지 않았는데 문제가 많다고 봐요.



Q. 외국 자본이 한국 콘텐츠 제작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문제점도 많을 거라 보여지는데요. 이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A. 외국 자본이 나중에 발을 빼는 등의 문제 상황을 지적하신 것 같은데요. 이런 부분도 문제일 수 있지만 제가 보는 문제는 따로 있어요.


좀전에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3가지를 말씀드리고 공통점을 이야기했는데요. 한국적인 소재 발굴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철저하게 넷플릭스 컨텐츠 제작 문법에 따라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스위트홈이나 킹덤도 마찬가지겠죠.


여기엔 이유가 있어요. 넷플릭스는 인구통계학적 타겟이 아니라 취향 집단이라고 하는 새로운 자신들의 데이터를 가지고 구독자도 모집하고 콘텐츠도 제작하거든요. 즉 유사한 콘텐츠를 만드는 거에요. 한국적 소재를 다루지만 스토리 라인 등은 넷플릭스가 가지고 있는 데이터 분석에 의해서 만들어진 가이드 라인을 따르는 것이죠.


즉 넷플릭스 문법에 의해 한국형 콘텐츠가 만들어지는 부분들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시간이 갈수록 한국 제작자와 한국인 창작자의 온전한 아이디어로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있나? 질문했을 때 그렇지 못할 경우가 생긴다는 거죠. 콘텐츠 종속성을 가질 수도 있다는 우려의 시각이 제작 입장에서 분명 존재하고요.  


지금 흐름으로 볼 때 당분간은 여전히 넷플릭스를 통한 오리지날 콘텐츠 강세가 이어질 것 같은데 안타까움이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Q. 책 내용에 2015년 당시 ‘넷플릭스는 콘텐츠냐 플랫폼이냐?’ 하는 논쟁이 있었다는 얘기를 담아주셨습니다. 넷플릭스를 디즈니로 바꿔 같은 질문을 드린다면 저자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A. 과거를 회상해보면요. 미디어 업계에는 C - P - N - D 라는 전략적 프레임이 있었어요. 콘텐츠, 플랫폼, 네트워크, 딜리버리를 의미하는 말이죠. 콘텐츠가 독자들에게 전달되는 벨류체인을 말하는 건데요. 그래서 논쟁이 이분법 적이었던 것 같아요. 플랫폼이냐 콘텐츠냐, 콘텐츠면 경쟁이고 플랫폼이면 제휴다 이런 식으로요.


지금은 사실 큰 의미가 없는 질문으로 보여요. 현재의 디즈니는 콘텐츠이자 플랫폼이라 볼 수 있으니까요. 그 짧은 몇 년 사이 기술이 발전하고 시대가 변하면서 예전과 같은 시각으로 현재의 모습을 담기 어려워진 것 같습니다.



Q. OTT 서비스가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만들지 않으면 경쟁력을 가지기 어려울까요? 한국의 왓챠플레이 상황도 궁금합니다.


A. 굉장히 훌륭한 서비스고 선전하고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점유율 측면에서 어렵지 않을까 보고 있습니다. 쿠팡플레이도 불과 몇 개월 만에 왓챠를 따라잡았거든요. 네이버와 티빙도 제휴를 해서 네이버멤버십에 가입하면 티빙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요.


20~30대에게 왓챠플레이가 큰 인기를 얻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큰 힘을 가지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콘텐츠 유통과 제작의 힘을 결코 무시할 수가 없는데, 그런면에서 왓챠플레이는 고립된 서비스라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는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코로나 이후에도 OTT 성장세가 이어질까요?


A. 미디어 시장은 자연스럽게 멀티구독시대로 흘러가고 있어요. 지금도 2.7개 정도의 서비스를 사용한다고 해요. 유튜브를 기본으로 통신사로 가입하는 OTT, 구독료 내고 쓰는 넷플릭스나 왓챠플레이 등이 있겠죠.  


미국에서는 팬데믹을 거치며 OTT를 선택하는 기준도 많이 달라졌다고 해요. 특히 가족들이 함께 볼 수 있는 콘텐츠가 어느정도 있는지, 내 취향에 맞는 콘텐츠가 많은지가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하고요. 결국 선택적인 측면에서 시간보다 질이 중요한 방향으로 간다는 겁니다.


최근 마블의 블랙위도우가 개봉했는데요. 영화관 개봉과 동시에 디즈니플러스에도 콘텐츠를 제공하거든요. 극장 개봉작을 OTT에서 바로 볼 수 있는 거죠. 그러면 한 달 더 구독해서 이거 보면 어때? 하는 전략도 나올 수 있겠죠.


팬데믹이 지나가면 오프라인에서의 경쟁도 커지니까 구독자는 줄 수 있지만, 앞서 말씀드린 멀티 구독시대에 콘텐츠 경쟁력은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성장세는 여전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Q. 국내의 OTT 서비스가 글로벌 서비스와 경쟁하기 위해 앞으로 무엇이 필요할까요?


A. 최근에 쿠팡이 쿠팡플레이를 만들고, 네이버멤버십에 가입하면 티빙을 볼 수 있도록 해주고, 미국에서는 아마존이 MGM을 인수하는 등 미디어와 커머스가 결합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할 수 있는데요. 미디어 측면에서도 굉장히 중요한 트렌드라 보고 있습니다. 결국 고객과의 관계를 어떻게 맺느냐가 중요한 포인트인 거죠.


이런면에서 서비스 편의성을 높이는 실질적인 장치들이 세심하게 필요할거라 생각합니다.

넷플릭스에서 부분 다운로드도 가능하게 했거든요. 이 정도 배려는 사용자의 굉장히 말단의 니즈라 볼 수도 있을텐데요. 서비스 기획 회의 때 ‘그 짧은 시간 정도를 누가 다운 받겠냐?’ 할 수도 있는데, 그런면에서 넷플릭스는 서비스 개선 레벨이 굉장히 디테일 하다고 느껴집니다.


OTT 서비스에서 구독자 확보와 유지 전략이 중요한데, 유지 쪽에도 힘을 많이 쓴다는 거거든요. 이런 측면에서 국내 OTT가 사용성 측면에서 많은 개선이 필요하겠고요. 아까 말한 자막 지원도 그렇고 현재 TV앱에 접근하기 어려운 부분도 빠른 개선이 필요하겠죠.


디즈니플러스를 써보면 넷플릭스와 거의 같아요. 전혀 불편함이 안 느껴져요. 그런데 넷플릭스를 쓰다가 티빙이나 웨이브를 쓰면 조금 멈칫 거리게 되거든요. 그래서 편의성 측면의 노력도 국내 OTT 진영에서 많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Q. 우리나라 OTT 서비스를 대기업 위주로 만들고 있어서 기술력이나 디자인 역량 등은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요. 서비스 편의성에서 현격한 차이가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A. 저 스스로도 반성하는 부분입니다. (웃음) 우리나라 대기업은 빼기를 잘 못하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실시간 방송과 vod를 처음부터 함께 제공했어요. 기초적인 복잡도가 생긴건데, 사실 분리가 되어야 했고요.


편수를 봐도 넷플릭스보다 국내 OTT가 훨씬 많아요. 예를 들어 2만편 대 5천 편 이런식으로요. 그렇지만 숫자가 적다고 사람들이 넷플릭스에 불만 가지지는 않잖아요.


넷플릭스는 2010년도에 콘텐츠가 천 편 정도밖에 안됐어요. 우리는 시작부터 많은 콘텐츠가 있었고요. 넷플릭스의 CEO 리드 헤이스팅스가 ‘천 편으로 서비스를 할 수 있겠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고 해요.


“편수가 중요한게 아니다. 1천편이라도 제대로 볼 수 있게 하는게 중요하다.”


이때부터 넷플릭스에서는 추천이 중요하게 작동을 했습니다. 기본 철학이 중요한데 우리는 이런 부분에서 미흡했다고 생각합니다.



3. 저자의 클로징

책을 읽어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사실 이번 책은 자기 반성 내용을 담은 책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책을 쓰면서 옛날 서류들을 검토해봤습니다. 케이블시대에 IPTV가 등장할 때 가입자를 3가지로 예측해요. 보수적 가입자, 중도적, 진보적 가입자. 막상 가보니 진보적 가입자 비중이 예측보다 훨씬 더 높았죠. 넷플릭스가 나왔을 때도 마찬가지였고요.


기존에 그 업에 있던 사람들은 새로운 혁신이 등장했을 때 이것이 보수적으로 천천히 가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이유는 내 일자리와 내 밥벌이가 위협 받을 수 있다는 판단이 들어서겠죠. 그래서 원래 업에 있던 사람들은 자기 손으로 기존 사업을 무너뜨리거나 해체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것 같아요. 이런면에서 디즈니의 선택과 판단이 더 대단하게 느껴지고요.


지금 종사하시는 업에서도 자기 영역에서 혁신이 일어나는 모습을 보실 수 있을거에요. 보수적으로 보는게 일반적인 관점이죠. 그런데 이것을 깨야 한다, 그래야 그 업에서도 충분히 혁신적인 사람으로 인정 받을 수 있고 후회 없는 직장 생활을 할 수 있다는 판단이 들고요.


저도 최근에 메타버스를 주제로 새로운 고민들을 하고 있는데요. OTT 역시 또 한 번 진화할거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기 참여한 분들도 관심 분야나 업, 그 변화의 순간 속에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시면 좋겠어요.


혁신의 기회에서 항상 주도적 역할을 하시길 바란다는 말씀을 드리며 오늘 모임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함께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자 김종원

오래전 선배로부터 들었던 기분 좋은 평가는 “센싱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었다. 새로운 기술과 트렌드, 고객의 반응과 평가에 늘 민감했다. ‘최초’라는 타이틀을 달고 미디어 플랫폼을 만든다는 것은 현실과 미래의 완충지대를 찾는 일이었다.


SK The Contents Company, CJ 헬로비전에서 국내 최초 IPTV 시범 사업 및 디지털 케이블 헬로 TV, 국내 최초 OTT 티빙의 플랫폼과 콘텐츠를 기획, 발굴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2014년부터 SK텔레콤, SK브로드밴드에서 임원으로 근무하며 통신회사의 경계를 탈피한 OTT 옥수수의 플랫폼과 콘텐츠를 만들고 사업을 총괄했다.


SK 미디어 플랫폼의 COO, CMO로 IPTV B tv의 VOD 등 플랫폼 사업과 옥수수와 푹의 통합체인 웨이브 탄생에 산파 역할을 했다.


2020년 정보통신 기술 향상에 기여한 바를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경희대학교,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미디어를 전공했다. 현재는 SK그룹에서 소셜 밸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아울러 미디어 분야의 논객으로 씨로켓리서치랩(C-Rocket Research Lab)에서 필명 ‘제레미’로 활동하고 있으며 지은 책으로는 『쓰리 스크린과 소셜 티비』가 있다.



세모람 - 저자와 함께하는 랜선 책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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