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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타보이 phil Jul 12. 2021

'클럽하우스 현상으로 바라본 우리 시대의 소통'

<소통의 리셋, 클럽하우스 > 김경헌 저자 랜선 모임

저자와 함께하는 랜선 책 모임 세모람에서 지난 6월 29일 <소통의 리셋, 클럽하우스> 김경헌 저자와 랜선 모임을 진행했습니다.


#진행순서

1. 저자의 미니 강연 : 책 소개 및 핵심 인사이트 정리

2. 참가자와 저자의 질의응답 시간

3. 저자의 클로징  


1. 저자의 미니 강연

 #책을 쓴 계기

안녕하세요. <소통의 리셋, 클럽하우스>를 쓴 김경헌입니다. 

제가 평소 굉장히 존경하는 정혜승 전 대통령비서실 디지털소통센터장님께 이번 책 출판사에서 클럽하우스를 주제로 책 출간 제의가 있었나 봐요. 더 나은 적임자로 저를 추천해주셔서 우연한 계기로 책을 내게 됐습니다. 다양한 사용자의 스토리를 풀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김정원, 신영선, 신호상, 이종범 4명의 공저자와 함께 책을 썼습니다. 


저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그리고 정재승 박사와 사이먼 도미닉 인터뷰를 진행했고요. 여러 명이 함께 책 쓰는 과정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어려웠어요. 다른 사람의 글을 교열하는 게 정말 쉽지 않더라고요. (웃음) 그동안 책을 낸 모든 작가님들을 존경하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역설적으로 5명의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고 싶었던 건 클럽하우스 그 자체는 아니었어요. 지난 2월 정도에 대한민국을 불태웠던 클럽하우스 현상의 원인이 뭘까, 우리는 왜 이런 상황을 맞이한 걸까를 분석하고 함께 얘기해보려 했습니다. 


첫 번째 장은 신영선 님이 썼습니다. 쿠팡에서 일하는 프로덕트 오너고요. 실리콘밸리에서도 근무했고 서비스에 관심이 많은 분이어서 클럽하우스 서비스 개요를 써주셨어요.


두 번째 장을 쓴 김정원 님은 아나운서이기도 하고 기업 북큐레이터로도 활동하는 분인데요. 사람들이 왜 클럽하우스에 빠져있는지를 잘 담아주셨고요.


세 번째 저자인 이종범 님은 닥터 프로스트라는 웹툰으로 유명한 분이에요. 심리학 전공자고 원래도 소통에 관심이 많은 분이어서, 사실상 이 책을 통해 담고 싶었던 핵심 결론을 3장에서 거의 다 담았다고 봐주셔도 괜찮을 것 같아요. 


네 번째 저자 신호상 님은 버거킹코리아 마케팅 총괄로 계신 분이고, 클럽하우스를 어떻게 마케팅 플랫폼으로 쓸 수 있을까에 대한 내용을 번외 편 개념으로 써주셨습니다. 


정리해보면 사람들이 클럽하우스에 왜 밤을 지새우며 빠져들었었을까, 지금은 왜 우르르 빠져나가고 있는 걸까의 고민을 담은 책이라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과소 맥락의 힘

클럽하우스 현상을 바라봤을 때 가장 먼저 느꼈던 건, 대부분의 사람이 일상에서 마음껏 대화 나눌 상대가 별로 없다는 거였어요.


우리 일상에 가족도 있고 친구도 있고 직장 동료도 있죠. 그런데 ‘이 사람들과 얼마나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있는가?’를 질문해보면 대부분의 사람이 긍정적인 답을 내놓지는 못한다고 생각해요. 요즘은 더욱이 텍스트 기반의 메신저 시대에 살고 있으니 전화도 불편해하는 분들이 많고요. 쉽지 않은 분위기죠. 


클럽하우스는 잘 모르는 사람들과 목소리를 매개로 소통하는 방식인데요. 낯선 사람들과 목소리로 대화하고 1:1이 아닌 다대 다 대화 경험을 주는 면이 많은 사람의 욕구와 평안감 같은 것들을 자극했던 것 같아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클럽하우스 팔로워를 가진 사람이 사이먼 도미닉(쌈디)인데요. 책을 쓸 때 인터뷰를 진행했어요. 


클럽하우스를 하는 이유에 대한 질문에 이런 답을 내놓더라고요. 


“클럽하우스는 집에 왔지만 여전히 집에 가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라 생각해요. 집이라는 공간에 들어왔지만 정말 집에 온 평안함을 느끼지 못했을 때, 여전히 외로움이 남아있을 때 들어가고 싶은 곳. 저에게 클럽하우스는 집 같은 공간이고 우리 시대에는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이 현상에 대해 이종범 저자는 ‘과소 맥락의 힘’이란 표현을 썼어요. 어떤 대상의 정체나 정보를 제대로 알지 못할 때, 이 사람을 인간대 인간으로 마주했을 때 우리는 생각보다 편견이나 섭입견 없이 소통할 수 있다는 의미인데요. 저도 많이 공감했습니다. 


클럽하우스 계정을 보면 그 사람의 인스타그램을 볼 수 있도록 해놨어요. 클럽하우스에서 대화를 나누고 인스타 계정에 들어가 보면 평소에는 절대 만나거나 대화할 일이 없을 것 같은 분들이 종종 있기도 해요. 이런 경계를 허문 만남들이 사람들의 흥미를 낳았다고 생각합니다. 


#커뮤니티 문화

또 하나의 흥미 요소는 ‘수평어’ 였다고 봐요. 쉽게 말해 말을 까는 거죠. 수평어방, 반모방에 들어가면 사회에서 어떤 자리에 있든 모두 친구가 되는 거예요. 유명한 사람이든 기업 임원이든 여기 들어오면 ‘왔어?’, ‘요즘 뭐하면서 지내?’가 되는 거죠. 이게 굉장히 파워풀했어요. 언어가 가진 힘이 굉장히 큰 것이죠.


우리 사회는 한 두 살 차이만 나도 학교에서부터 수직적 위계질서를 경험하는데요. 그것을 굉장히 쉽게 허물어 버리면서 흥미로운 발상과 교류가 편하게 이뤄질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거예요. 대학생, 사회 초년생, 큰 회사 임원도 격 없이 소통하는 상황이 펼쳐진 거죠.


이 상황들을 보면서 원활한 소통을 가로막는 요소들이 우리 사회에 꽤 많구나를 느꼈어요.  수직적 관계도 그렇고 서로가 가진 선입견이나 편 가르기, 그것들이 이어져서 현재 혐오 문제까지 낳고 있는 걸 목격하고 있고요. 


클럽하우스는 큰 원칙들이 있어요. 예를 들어 상대를 배려해야 한다, 타인의 의견을 폄훼해선 안된다 등. 이 내용을 서비스 화면 제일 위에 붙여 놓았어요. 클릭하면 원칙과 규칙이 쭉 나오고요.


실리콘밸리에서 서비스를 만들고 운영하는 사람들이 일주일에 한 번씩 타운홀을 열어서 그런 문화를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건강한 소통 문화를 만들기 위해 이들도 많은 대화를 나누는 중이죠. 


올해 4월, 5월 되면서 보이는 이용자들의 숫자가 많이 줄어들었는데요. 창업자들이 자신들의 원칙을 세우고 지켜나가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결과라 봐도 될 것 같아요. 굉장히 독특한 사람들인데, 이들은 클럽하우스가 한 방에 수 천명씩 모이는 광장 같은 곳이 되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해요. 


서비스를 기획하고 사용자 반응을 추적할 때도 중요한 지표로 보는 것이 얼마나 많은 리스너가 스피커로 전환했냐 하는 부분이래요. 상호 대화하는 자리가 더 많이 만들어지길 바라는 거죠. 


결론적으로 한 방에 들어와 있는 사람 수를 줄여야 했어요. 한 방에 몇 백 명, 몇 천 명씩 있으면 리스너에 있는 사람이 무대로 올라와 제대로 말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니까요. 그래서 유명인이 들어오는 방은 예전에는 초대를 통해 사람들을 끌어 모았는데요. 그 기능을 없애 버렸어요. 


이후에는 10명, 20명 방으로 쪼개져서 퍼지는 방식으로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죠. 예전처럼 수 천명씩 함께하는 방은 이제 없어요. 비건의 일상을 얘기하고, 동물의 숲 같은 게임 얘기도 하고, 연애 상담도 하면서 밤을 지새우는 소규모 모임이 많아지고 있는 상황이에요. 


결국 클럽하우스가 우리에게 준 선물은 새로운 친구들인 것 같아요. 저에게도 그랬는데요. 책 집필 과정에서도 제가 실제로 알고 있던 사람은 이종범 작가님 뿐이었어요. 책 쓰면서도 본 적이 없고 회의도 클럽하우스로 했고요. 출판사에서 유튜브 설명회 영상을 찍을 때 다들 처음 만나 봤습니다.


#아름다웠던 순간

클럽하우스를 경험하며 저에게도 귀중한 순간이 많았는데요. 그중에서도 아름다웠던 한 순간을 소개하고 싶어요. 클럽하우스는 음성서비스이다 보니 시각장애인을 위한 접근성, 기능 개선 등에 굉장히 공을 많이 들이고 있어요. 사람들이 차별 없이 모여서 대화할 수 있도록.


본인이 말하지 않으면 시각장애인인걸 알 수가 없죠. 방 하나에 마술사 최현우 님이 와서 언어로만 하는 마술을 해준 적이 있었어요. 굉장히 재밌었는데, 마술이 끝나고 한 친구가 사실 나는 시각 장애인인데 마술을 처음 경험해봤다는 얘기를 하는 거예요. 


방에 있던 모두가 엄청 소름 돋고 울컥한 경험을 했어요. 말 그대로 너무 아름답고 따스한 순간이었어요.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는 방과 모임이  여전히 많아서 사람들이 떠나지 않고 지금도 모여서 대화하는 것 아닐까 생각해요. 


클럽하우스 방중에 클럽하우스 사람이 줄고 있다, 걱정된다를 주제로 대화하는 방도 있는데요. 누가 남의 회사 서비스 망한다고 걱정해주나요.(웃음) 애착이 많이 가는 공간을 만들었고 위에서 말한 여러 요소들을 잘 정착시켜서 클럽하우스를 새로운 소통의 장,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는 공간으로 만들어 냈다, 이런 것이 유행의 이유였다고 말하고 싶네요. 


반면, 점점 사람이 줄어드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역설적으로 사람들이 많이 만나고 자주 만나다 보니 처음에 얘기한 과소 맥락이 줄어드는 부분이 생긴 것 같아요. 상대방의 더 많은 정보를 알게 되면서 안 맞는 부분도 생기고 굳이 얘기 안 하고 피하는 경우들도 생기고요. 동시에 잘 맞는 사람들끼리는 실제로 만나서 삼삼오오 어울리기도 하고요. 클친, 실친 이런 표현도 생겨났죠. 


클럽하우스 현상을 보면서 페이스북을 필두로 음성 기반 서비스가 나오고 카카오도 3달 만에 서비스를 론칭하는 걸 보면 또 하나의 SNS 영역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생각은 들어요. 앞으로 어떻게 풀어갈지는 잘 모르겠지만, 계속해서 작은 커뮤니티 중심으로 새로운 친구를 만드는 역할과 기능으로 잘 작동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만 일대다 소통이나 강연은 대체재가 많으니 이런 성격을 가진 방들은 클럽하우스에서는 힘을 못 쓰지 않을까 라는 게 저의 조심스러운 예측이고요. 


미니 강연은 여기서 마치고 질의응답에서 더 많은 얘기 나눠보면 좋겠습니다. 



2. 참가자와 저자의 질의응답 시간

Q. 아직 클럽하우스를 제대로 해보지는 못했습니다. 검색을 해보니 꼰대하우스라는 말이  곧잘 보이더라고요. 이건 어떤 의미인가요? 이런 말이 왜 생겨났나요?


A. 꼰대하우스 얘기가 많이 나왔어요. 기본적으로 제가 경험한 클럽하우스는 가볍고 신나고 재미있는 요소보다는 진지한 부분이 많았었는데요.


쉽게 만날 수 없는 투자, 마케팅, 라이브 커머스, 블록체인 등등 말도 안 되는 분들이 많이 들어와 있었고, 이분들의 이야기를 친구처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았어요. 그러다 보니 클럽하우스가 엘리트들의 놀이터 아니냐 라는 얘기를 많이 받기도 했고요.


처음에는 이미 가입한 사람들이 자기 친구들을 초대하는 방식이기도 했습니다. 인당 초대장을 2장 주고 월에 10장도 받지 못하다 보니까 유명인들과 그 지인 위주로만 가입했던 거죠. 초기 한국 커뮤니티만 봐도 인플러언스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20대 초반 친구들이 들어오면(클럽하우스는 미성년자는 가입을 못함) 성대모사 방 같은 건 재미있게 느껴졌겠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고리타분한 느낌, 이미지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이런 요소들이 꼰대하우스라는 말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Q. ‘과소 맥락의 힘’이란 말이 많이 와닿았어요. 이 요소가 잘 유지되면 좋을 것 말씀을 들어보니 어려운 상황도 있는 것 같네요. 앞으로 서비스가 잘 이어지기 위해 어떤 부분을 계속 지켜가면 좋을까요?


A. 클럽하우스는 커뮤니티의 힘을 믿는 사람들이 만들고 있어요. 그래서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 운영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각 나라별로 봉사자들이 운영진으로 참여도 하고요. 


한국 커뮤니티도 있는데 매일 저녁 9시에 신입생 환영회를 열었어요. 5명이든 500명이든 매일이요. 어떤 문화와 원칙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대화를 하면 좋고 주의할 점은 무엇인지 클럽하우스 생활을 하나하나 알려드리는 시간인 거죠. 


기능적으로는 가입 후 처음 일주일 동안 프로필 사진 아래에 폭죽이 달려 있어요. 신입생 표시를 해주는 거예요. 새로 들어온 분들을 축하해주자는 의미죠. 또 1인 1계정 실명제 참여라는 중요한 원칙도 가지고 있는데,  이런 부분들이 다른 서비스와 차별점을 만드는 경쟁력이라 보여요.


물론 클럽하우스가 모든 사람을 위한 플랫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음성 서비스를 좋아하는 사용자가 있을 거고, 유튜브나 아프리카티비처럼 시각적으로 더 자극적인 매체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거고요. 


그렇지만 커뮤니티 기반의 문화와 소소하지만 사용자에게 신뢰와 평안감을 주는 기능들이 강조되고 잘 지켜지면 클럽하우스가 앞으로도 잘 성장해가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저자의 질문

저도 질문을 하나 하고 싶어요. ‘여러분이 세모람에 참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 동기가 클럽하우스를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부분과 아닌 부분도 있는 것 같아서 궁금하네요. 말씀해주시는 내용을 들어보고 이야기를 이어가면 좋겠어요. 


=> 세모님

저도 클럽하우스 맥락과 비슷했던 것 같아요. 회사에서 독서모임을 비공식적으로 하려고 했는데요. 서로 너무 잘 알다 보니 책 얘기보다는 일상이나 회사 뒷담화 얘기로 끝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웃음)


그렇다고 친구들과 관심 분야나 커리어 개발에 도움되는 책을 읽기에도 애매한 부분이 있었고요. 너무 무겁지 않으면서 도움되는 모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참여하고 있어요. 무언가 강요하지 않는 분위기와 자기 오픈도 선택할 수 있어서 좋다고 보고요. 편한 분위기에서 말할 수 있는 점도 세모람에 계속 참여하는 이유라고 생각해요.


=> 동그라미님

분야별로 잘 알려진 작가들과의 만남이 좋다고 생각해요. 기존 독서 모임은 책을 쓴 작가를 제외하고 나와 우리의 생각을 이야기하잖아요 그런데 내가 읽은 책을 쓴 작가와의 만남은 저한테 대단하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왜 그 책을 썼는지 들을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고요. 


다양한 관심 분야의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는 점도 강점이고요. 걱정되는 점은 계속해서 다양한 연령의 사람들이 함께했으면 좋겠는데요. 대개의 경우 그렇지 못하는 상황도 생겨서, 지금의 분위기가 잘 이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 다시 저자

두 분 얘기를 들으면서 생각났던 게 있어요. ‘클럽하우스는 사용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곳이다.’ 클럽하우스를 해보시면 방에 들어왔다가 나갈 때 버튼이 ‘leave quite’라고 쓰여있어요. 그냥 편하게 누르고 나가라는 거예요. 


클럽하우스는 메인 화면을 복도라 하고요. 복도에서 여러 방들을 보여줘요. 방에서 말을 듣고 있다가 복도로 나가면 방이 화면 아래로 내려가고 다른 방들을 볼 수 있어요. 다른 방을 누르면 뿅 사라져서 이동할 수 있고요. 다양한 주제의 모임을 들랑 달랑 거리라는 거예요. 


그러다가 마음에 드는 방 들어가서 손들기 버튼을 누르면 모더레이터가 무대로 올려 얘기할 수 있게 해 주고요. 또 말을 다 하고 내려가고 싶으면 무대 내려가기 버튼이 있어서 쉽게 내려갈 수 있고요. 한 마디로 이동이 너무나 편하죠. 


또 재미있는 게요, 방 제목은 검색을 못하고 사람과 클럽만 검색할 수 있어요. ‘일단 너랑 잘 맞는 사람을 찾고 그 사람이 있는 방에 들어가 봐.’ 이런 구조예요. 예를 들어 같은 위스키나 책을 주제로 검색해도 누가 그 방에 들어와 있냐에 따라 대화의 결이 많이 다르잖아요.


그래서 메인 화면에 보이는 방들이 모두 다르게 보여요. 내가 팔로우 한 사람 위주로만 큐레이팅 되어 있는 거죠. 누구를 팔로우하냐에 따라 복도의 방 목록이 달라지는 거예요. 관심 있는 사람들을 팔로우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 거죠.  


심지어 그 사람이 들어 있는 방 알림 설정도 할 수 있어요. 이런 부분 때문에 클럽하우스를 인물 중심, 사람 중심 플랫폼이라 소개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카카오에서 만들었다고 소개한 음은 그렇지는 않아요. 방 검색도 가능하고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걸 지향하는 서비스죠. 그러다 보니 대화 내용도 좀 더 날카롭고 덜 부드러운 느낌이에요. 이에 반해 클럽하우스는 사람들에게 따뜻함을 주는 목적이 있지 않나 생각하고 있어요. 



Q. 카카오 음과의 구체적인 차이점이 궁금하네요. 


A. 가장 큰 차이는 익명성을 보장하냐 안 하냐 라고 생각해요. 클럽하우스도 실명을 강요할 순 없어요. 다만 문화와 압박으로 ‘너로 임해라, 실명을 써라’ 이런 부분이 있습니다. 반면 카카오는 전혀 그렇지 않아요.


UI 부분에서도 클럽하우스는 백색, 음은 블랙이에요. (웃음) 


음은 기존 카카오 플랫폼과의 연동으로 오픈 채팅방 활용을 잘할 수 있는 장점들도 있고 누구나 들어올 수 있게 만들어놔서 클럽하우스가 직면했던 엘리트주의적이다 라는 비판을 받진 않죠. 


그리고 클럽하우스가 미국은 유료화 됐거든요. 말하는 사람에게 직접 돈을 쏠 수 있어요. 우리에게도 익숙한 별풍선 쏘는 것처럼요. 카카오는 음에 페이먼트를 좀 더 빨리 붙일 생각이 있고, 페이먼트가 붙는 상황이 오면 지금의 상황이 역전될 수도 있다고 봐요.

 

다만 다른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봤던 것처럼 너무 자극적이고 웃긴 콘텐츠들을 주류로 한 서비스로 흘러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있어요. 



Q. 청각장애인도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이 질문은 클럽하우스의 타운홀, 미국 개발자들이 참여하는 회의에서 많이 나왔어요. 일단 대답은 노인데요. 구조 자체가 음성 서비스이기 때문에 그 정체성 자체를 버리면서 시각화하지는 않고 있어요. 


클럽하우스는 철저하게 서비스 본질에 집중하는 팀이라 보여요. 시각적으로 무언가 공유하는 건 다 막아놨어요. 유일한 게 내 프로필 사진을 바꾸는 거 정도?


와인 관련 방을 만든 적이 있는데요. 프사를 와인 사진으로 바꿔가며 보여준 적이 있어요. 굉장히 불편하죠. 온전하게 음성에만 집중해라, 이곳은 음성 기반 SNS이다 라고 말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청각장애인 분들께는 너무 죄송하지만, 클럽하우스는 목소리로 소통하는 플랫폼 입니다로 가고 있는 거죠.


아쉬우면서도 모든 토끼를 다 잡지 않으려는 날카로움 있다고 생각해요. 음성 기반 SNS에서 클럽하우스가 치고 나가고 이유이기도 하고요. 실제로 음성기술도 매우 뛰어나서 세네 명이 동시에 말해도 잘 들려요. 


 우리 일상이랑 비슷하죠. 열 명이 한꺼번에 말하면 안 들리는 것과 비슷한 모습이에요. 서비스 본질에 집중하면서 자기들 장점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구나 느껴졌어요. 



Q. 클럽하우스를 사용해보니 관계적인 부분에 문제들이 생기기도 했어요. 목소리로만 소통하는 장점도 있지만 어쨌든 익명성이 있으니 그에 따른 어려움들도 있더라고요. 현재 보이는 단점들은 어떻게 보완 해갈 수 있을까요?


A. 많이 이야기하는 주제가 건강한 모더레이터에 대해서 인데요. 방에서 분위기 깨는 사람들 쳐내는 역할도 해야 하고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챙겨야 할 때도 있고요. 우리 일상에서도 같은 상황이 많이 일어난다고 봐요. 술자리만 가봐도 한 마디도 못하고 앉아만 있는 사람이 있는데 그런 상황을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있죠. 자연스럽게 질문도 하면서. 


그래서 건강한 모더레이팅은 무엇인지에 대해 매주 수요일 밤 11시에 이야기해보기도 했어요. 여기서 이야기한 부분들이 우리 일상의 소통에도 적용된다는 점이 좋았던 것 같아요. 우리 일상에서도 온라인 소통에서도 과정 중에 여러 문제들이 생길 텐데 이때 좋은 모더레이터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단 생각이 많이 들어요. 


오늘 계속 이야기했던 클럽하우스가 강조하는 문화와 원칙이 잘 유지되는 부분이 단점을 보완하는 가장 중요한 방향성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클럽하우스에는 공개 방도 있고 비공개 방도 있고 소셜 방도 있는데요. 비공개 방은 내가 초대하고 싶은 사람만, 소셜 방은 내가 팔로우 한 사람한테만 방이 보여요. 아예 맞지 않는 사람들이 오면 피곤할 수 있으니까 잘 아는 사람, 지인 위주로도 소통이 이뤄질 수 있게 하는 거죠. 이런 기능들을 잘 활용하면 좋을 것 같아요.



Q. 현재 싱가포르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이곳 친구들은 클럽하우스를 잘 모르기도 하고, 저도 투자 관련한 방에 초대받아서 들어가 본 적이 있는데 문화적으로 잘 안 맞는 부분들도 있더라고요. 각 문화권마다 소통 방식이나 분위기가 다를 텐데요.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말씀하신 것 많이 공감이 됩니다. 클럽하우스는 미국의 소셜 교류를 많이 담고 있는 것 같아요. 칵테일파티에서 편하게 얘기하고 경험해본 거 얘기하고 그런 게 많다고 보여요. 미국 사회가 엘리티즘이 더 심하고 그들만의 리그가 좀 더 있을 수 있는 것 같은데요. 그래서 한국에서 카카오 음이 조금 다른 방식으로 돌파구를 만들어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한국의 익명 커뮤니티가 가진 단점들도 있지만, 짤이라고 하죠. 그런 부분을 만들어내는 창의성 수준 같은 건 어마어마하잖아요. 실명으로는 잘 안 풀리는 요소들도 있어서 한국에서도 우리 문화에 좀 더 편안하고 잘 맞는 방식의 음성 기반 SNS 서비스들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 역시 카카오 음도 꾸준히 사용해보고 있어요.




3. 저자의 클로징

무엇보다 시간 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처음에 말씀드렸듯이 이 책은 클럽하우스를 깊게 파헤친 책은 아니에요. 우리 시대의 소통과 단절, 그것을 회복시키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원활한 소통을 위해 ‘나’는 어떤 원칙들을 일상에 적용해보면 좋을지 함께 고민해보는 책이라 생각해주시면 좋겠어요. 


‘나부터 건강한 소통을 시작해보자’ 이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목표였고요. 나의 소통에는 어떤 패턴이 있고 내 소통에서 아쉬움은 무엇인지 책을 읽은 여러분도 함께 고민해보시면 좋겠어요. 


세모람 모임도 건강한 소통의 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더 많이 퍼지면 좋겠어요. (웃음) 이 말을 끝으로 오늘 순서를 맺어보려 합니다. 




저자 김경헌

카이스트를 졸업하고 다국적 컨설팅 전문 회사인 맥킨지McKinsey에서 컨설턴트로 일했다. 컨설턴트로 3년 가까이 일하다가 과감히 사표를 쓰고 모잠비크와 남수단에서 수개월간 봉사하며 지냈다. 이후 에티오피아 국무총리실 산하 농업진흥청에서 근무했고, 귀국 후에 창업한 사회적 기업이 망해 폐업의 쓴맛을 보았다. 두 번째 창업 도전으로 ‘빅데이터’ 관련 IT 벤처기업을 시작해 운영하다가 매각했다. 그 후 IT 기업 임원직, 비영리 재단인 엔씨문화재단 사업팀장을 거쳤고 현재는 ESG 컨설팅 및 투자사인 ‘HGI’에 몸담고 있다.



세모람 - 저자와 함께하는 랜선 책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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