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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타보이 phil Jul 31. 2021

판교의 젊은 기획자들

이윤주 저자와 함께하는 랜선 책 모임

'저자와 함께하는 랜선 책 모임' 세모람에서 지난 7월 20일 <판교의 젊은 기획자들> 이윤주 저자와 랜선 소통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진행순서

1. 저자의 미니 강연 : 책 소개 및 핵심 인사이트 정리

2. 참가자와 저자의 질의응답 시간



1. 저자의 미니 강연

안녕하세요. <판교의 젊은 기획자들>을 쓴 이윤주입니다. 11년째 IT 업계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궁금하셨거나 좀 더 설명을 듣고 싶은 내용들을 편하게 이야기하는 시간이면 좋겠습니다. 


#책을 쓴 이유

먼저 책을 쓴 계기를 짧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회사 생활을 하며 새로운 서비스들을 기획해왔습니다. 여러 사람이 함께 고민할 때 더 좋은 결과가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았어요. 개발자나 디자이너는 각자의 역할과 업무에 전문성을 가지지만 시장과 고객을 공부하는 기회는 많지 않았을 거고요. 기획자도 사실 처음 들어오면 조율하거나 확인해야 할 업무가 많아서 기획 자체를 배울 시간은 부족한데요.


기획 그리고 효과적인 업무 프로세스와 관련한 핵심적인 내용들을 어떻게 빠르고 쉽게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주말 반나절 정도면 읽을 수 있는 책을 쓰게 됐습니다.


#왜 기획인가?

오늘은 모두에게 ‘기획’이 필요한 이유를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이면 좋겠어요. 특히 IT회사에서 일하거나 신사업부에서 일을 해보신 경우라면 경험해보셨을텐데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싸울 일이 참 많잖아요. 각기 다른 배경에서 다른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일 거예요.


‘To the Moon.’


이 짧은 문장을 읽고도 사람들은 각자의 생각으로 각기 다른 상상을 해요. 실제로 우주에 가는 걸 상상하기도 하고 재테크를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영화나 음악, 게임을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모든 프로젝트는 한 문장으로 시작한다고 볼 수 있는데요. 비전과 목표라 할 수 있죠. 스타트업이라면 대표가, 일반 회사라면 프로젝트 매니저 등 리더가 제시할 거예요. 비전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략과 계획이 필요하고요. 


비전과 목표는 우리가 하려 하는 일이 달성된 이후의 상태를 의미해요. 특히 서비스 사용자의 감정과 상태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어요. 


전략이나 실행 계획은 자원을 의미합니다. 한정된 자원이 있고, 우리의 비전과 목표는 저곳에 있으니 전략적으로 실행계획을 세워야 하고요. 


그 모든 걸 가능케 하는 이유와 동기는 시장에서 찾아야 하고요. 우리가 주목하는 시장은 어떤 상황에 있으며 어떤 문제가 있고 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우리가 서비스를 만들었을 때의 기대효과는 무엇인지 살펴야 하는 거죠. 


정리해보면 

1) 기획은 비전이나 목표의 상태를 구체적으로 설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고요. 

2) 이후에 시장에서 우리 서비스의 타당성을 찾아야 하고, 이게 정말 해야 할 일이라는 판단이 서면 

3) 우리가 가진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활용해서 최적의 전략을 세울까를 고민해야 합니다.


기획파트에서 이 업무들을 주도하지만, 새 서비스를 만들다 보면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그 해결 주체는 모두 다르잖아요. 기획적인 문제일 수도 있고 디자인 또는 개발의 문제일 수도 있죠. 고객 대응 차원의 문제도 발생하고요.


그래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모두가 기획 업무의 프로세스를 알 수 있으면 문제가 발견됐을 때 그것을 해결하기까지의 과정이 짧아지고 더 효과적인 대응을 할 수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정교하게 설계된, 업무 수행을 돕는 유명한 방법론도 여럿 있어요. 방법론을 공부하면 도움이 되지만 문제는 지금 해야 할 업무가 많고 책도 최소 2~3권은 읽어야 하는 등 제대로 익히기가 쉽지는 않아요.


저도 일을 시작했을 때는 이런 방법론들을 익히려고 노력했었는데요. 단점도 있어요. 제대로 익히지 못하고 사용하면 안 좋은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는 것이에요. 잘 배워서 쓸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그게 아니라면 무리해서 배울 필요까지는 없다는 개인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만은 꼭 기억해주세요

그렇다면 방법론을 쓰지 않고도 제대로 기획 업무를 수행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몇 가지를 꼭 기억하고 계시면 좋을 것 같아요. 


가장 먼저 

1) 비전과 목표의 상태를 구체화하는 것

2) 다음으로는 시장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우리 서비스의 타당성을 확인하는 것

3)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가장 효율적으로 자원을 활용하여 최적의 실행계획을 찾는 것입니다. 


구체적인 이야기를 드려볼게요. ‘상태’는 비전과 목표인데요. 현실에 존재하는 사람, 제품, 상황에 대입해서 실제 사용해 보는 것처럼 상상하고 문서화하는 것이 필요해요. 예를 들어 카카오페이 같은 송금 서비스를 기획할 때라면 내 주변 사람들을 대입해보면서 생각하면 좋겠죠. 


새로운 서비스를 좋아하는 사람, 보수적인 사람, 서비스가 있는지 없는지 알기 힘든 연배가 높은 분들도 있을 거고요. 이 그룹들에게 우리의 비전과 목표를 보여주고 어떻게 반응하는지 관찰하면서 최대한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명문화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은 ‘시장’입니다. 시장조사를 할 때 주의해야 할 2가지가 있어요. 첫 번째는 사람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을 주의해야 하고요. 두 번째는 시장과 관련한 보고서들이 많을 텐데 그 내용들을 그대로 받아들여선 안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2014년에 이런 질문을 했다고 생각해 봅시다. ‘친구/동료와 점심식사 후 N빵, 현금이나 계좌이체에 불편함을 느끼시나요?’


대부분 조금 불편하지만 그럭저럭 괜찮다고 말했을 가능성이 높아요. 왜냐하면 더 나은 대안을 생각해보거나 경험해본 적이 없을 테니까요. 정확하게 뭐가 불편한지 알기가 어려운 상황에 있는 거죠.


그런데 해외에서 이미 유사한 서비스를 써봤던 사람들은 같은 질문을 받았을 때 뭐가 안 좋았는지 답할 수 있을 것이고요.


또 하나 주의할 점은 ‘이런 걸 만들면 쓰실래요?라고 묻는 것입니다. 이렇게 물어보면 사람들이 거부 반응을 보일 때가 있어요. 경험해보지 않아서 낯설고 무서운 감정일 수 있고, 유사한 일을 해본 사람이라면 본인의 실패 경험으로 부정적인 피드백을 줄 가능성도 있습니다. 시장조사, 사용자 조사에서 질문을 할 때는 이렇게 고려해야 할게 참 많아요. 


그래서 시장을 바라볼 때는 시장이 말하거나 시장을 대변하는 사람들의 말을 그대로 듣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변화를 바라보고 대상자의 사용을 관찰하며 본인이 발견한 것, 그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자원 측면에서는 더 적은 리소스로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어야 해요. 이 방법대로 만드는 계획을 세워야 하고요. 더 적은 리소스로 더 큰 효과를 낸다는 관점으로 진행할 때 자원을 하나만 놓고 볼 수는 없기에 시간과 인적자원, 실제 비용이라는 3개의 자원을 결합하고 시뮬레이션해보면서 가장 좋은 방법을 선택해야 합니다. 


시간적인 자원은 시장에서의 경쟁도 있기 때문에 빠르게 일을 이어갈 수 있는 관점에서 기준을 세워야 하고요. 


스타트업에서는 더욱 중요한 사람. 가끔 인건비 때문에 고급 인력이 단순 업무를 하는 경우가 있어요. 전문 분야와 무관한 일을 하는 경우죠. 효율성으로 봤을 때 팀과 조직에 매우 좋지 못한 상황을 만들고요. 


그래서 인적자원 측면에서는 가장 적합한 사람이 그 일을 맡고 있느냐를 살펴봐야 해요. 그렇지 못하다면 비용이 늘어도 사람을 뽑는 게 중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마지막으로는 실제적인 비용 부분입니다. 서비스를 만들거나 개발을 하거나 사업을 할 때 직접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이 있습니다. 마케팅 비용도 있을 것이고요.


이 역시 효과 차원에서 볼 수밖에 없어요. 단순히 우리 서비스만 볼 수는 없고 시장에서의 경쟁 상황으로 판단해야 할 때도 있어요. 우리 업종의 경쟁자 대비 너무 많은 마케팅비를 쓰고 있다면 줄여야 하고 너무 적게 써서 효과가 없다면 비용을 더 늘려야 하고요. 


이렇게 자원을 바라볼 때는 3가지를 꼭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싸움 날 때가 누가 이 일을 해야 하는 거냐, 비용을 우선적으로 어디에 넣어야 하냐 이런 부분들이거든요.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자원 활용의 기준을 명확하게 세워 놓고 판단할 수 있으면 더 효과적인 선택을 내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정리

만약 팀원 모두가 기획 과정에 참여하고 문제 상황을 바라볼 수 있다면 좋은 점은 무엇일까 생각해봤어요. 


일단 사람들이 다양한 관점에서 프로젝트를 바라보고 있을 거잖아요. 어디선가 문제가 발생했을 때 다양한 솔루션이 제안될 것이기 때문에 가장 효과적인 대응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보고요. 기획 과정에서 함께 세운 업무의 기준이 있기 때문에 좀 더 속도감 있게 일을 진행할 수 있는 장점도 있을 거예요.


그리고 일을 하다 보면 문제는 언제나 있고 사람의 실수도 많잖아요. 누구의 탓으로 돌리기보다 서로서로 일의 진행을 확인하고 파악하며 실수를 예방할 수 있고요. 문제가 생겼을 때는 한 번의 해결로 끝내지 않고 재발 방지를 위한 개선과 회고도 잘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조직에서 일을 해보며 느낀 건 이 프로세스가 잘 잡혀있는 곳이 결국 좋은 결과를 가져간다는 거였어요. 분주할 수는 있지만 구성원 모두가 기획적 시각으로 일하기에 과정도 결과도 더 좋지 않은가 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미니 강연은 여기까지고요. 질문을 주시면 더 자세한 이야기드리도록 할게요. 




2. 참가자와 저자의 질의응답 시간


Q. 저자 소개를 보면 이직을 굉장히 자주 하신 것 같은데요. 계기가 있을까요?


A. 일을 시작한 지 11년 정도 됐어요. 이직을 5번 정도 했으니 평균 근무 기간이 2년 정도로 길지는 않네요. 성격이기도 한 것 같아요. 몰입해서 일하다 보면 번아웃도 찾아오고요. 첫 회사부터 신사업부로 가다 보니 일을 굉장히 많이 했어요. 두 번째 회사에서도 마찬가지고요. 


입사 후에 2년 정도 시간이 흐르면 기획한 일들이 시장에 나오고 좋게든 나쁘게든 시장에서 판별이 나거든요. 그러면 회사들에서는 조직 개편도 많이 일어나고 저도 그런 일반적인 상황들에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럴 때마다 아는 분이 다른 회사를 소개해주거나 새로운 자리 제안이 와서 이직을 해왔던 것 같습니다. 



Q. 시장분석을 할 때 고객 설문 조사나 관련 보고서 그대로 받아들여선 안된다는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관련한 내용을 직접 경험해본 일이 있었나요?


A. 책에서도 짧게 언급한 내용인데요. 전에 다녔던 회사에서 스마트러닝 태블릿을 만들 때가 있었어요. 당시 회사가 3세 경영으로 이어지는 과정이라 야심 차게 준비한 프로젝트였고요. 굉장히 유명한 글로벌 UX 리서치 그룹에게 컨설팅을 받았는데 비용도 2개월에 8억 정도나 들어갔어요.


컨설턴트 3명이 와서 당시 회사의 고객들과 회사 내부 사람들, 학계 사람들까지 많은 사람을 인터뷰하고 결과를 만들었습니다. 당시에는 근사한 결과물이었어요. 내 아이가 이걸 가지고 공부하면 좋겠다 하는 이상적 모습이라고 할 수 있었죠. 아이들과 학부모, 선생님들 얘기까지 들어서 좋은 형태로 만들었는데요. 


처음으로 영업부에 계시는 선생님들께 보여주니까 ‘이런 거 못 팔아요’라는 반응이 오더라고요.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애들이 한 번 던지면 깨질 것 상품을 어떻게 판매하냐는 거였죠. 


리서치 그룹도 학부모와 아이들한테 공부할 때의 ‘이상적 모습’만 물어보고 아이들이 실제로 어떻게 공부하고 대체적인 습관과 성향은 어떤지 파악을 못했던 거예요. 


글로벌 그룹에서 방법론에 따라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분들이었지만, 이런 사람들도 시장에서 통하는 무언가를 제대로 만들기는 어렵다는 것을 굉장히 크게 느낀 경험이었어요. 이때를 계기로 사람들의 얘기를 그대로 듣기보다, 예를 들어 아이들을 위한 서비스라면 이 친구들이 실제로 공부하는 모습을 심도 있게 관찰하는 것이 훨씬 중요함을 배웠습니다. 그때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있어요.



Q. 서비를 만들 때 엔지니어에게 기술적 한계라는 말을 들었다면 기획자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A. 기술적 한계로 개발을 이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렇다면 우리가 설정한 이상적인 모습을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또 서비스를 만들고 운영하다 보면 기술을 적용하지 않더라도 비슷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는데요. 예를 들어 사람이 그 일을 대신한다든지 사람과 기술이 같이 그 일을 하는 등의 방법으로요. 이것마저도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현재 상황에서 결과물의 조정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회사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이런 일들이 반복적으로 일어나요. 신사업부서나 기획 쪽에서는 크게 그림을 그리고 실제 타당성을 검토해보면서 지금 구현할 수 없다면 그 부분은 제외시켜 가는 거죠. 이 부족한 부분들을 어떻게 채워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도 기획자의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Q. 공공기관에서 시장 변화를 예측하고 대응하거나 시대 변화에 맞게 내부 커뮤니케이션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A. 공공기관에서 일을 해본 적은 없어서 정확한 답을 드리기는 어려운 질문인 것 같아요. 페이 서비스를 만들 때 잠시 금융당국과 일을 해본 적이 있는데요. 그때 생각했던 것을 짧게 말씀드려 볼게요. 


공공기관은 나라 전체 또는 행정 구역 안에서 모든 일이 안정적으로 이뤄지기를 바라고 또 그렇게 해야만 하는 영역이잖아요. 그래서 IT스타트업과 같은 선상에서 뭔가를 하긴 어렵다고 보고요. 


그렇지만 대기업들도 사내 벤처 방식을 장려하기도 하잖아요. 시장 상황을 이해하고 파악하는 차원에서 운영을 한다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공공기관 안에서도 작은 팀, 의사결정 라인에서 조금은 벗어나 자유롭게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부서를 운영해보는 건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의견을 말씀드려 보아요. 



Q. 서비스 만들 때 어떤 프로세스를 따랐는지 궁금합니다. 


A. 회사마다 다르다고도 할 수 있고 같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유는 IT 서비스를 만들 때는 계속해서 의사결정이 이뤄지기 때문인데요. 이 지점에 우리 리소스를 이 정도 투입하자, 이 기간 동안에 개발을 끝내자, 우선순위를 정해서 순차적으로 진행하자 등 많은 의사 결정 순간이 있어요.


의사결정을 내리는 순간순간이 기획 프로세스를 만드는 과정이란 생각을 해요. 어떤 회사들에선 탄탄하게 문서로 만드는 곳도 있고요. 반면 기획단계에서는 중요한 부분만 담고 문서로는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우니 작게라도 서비스를 만들어 테스트해보면서 가자 이렇게 진행하는 회사들도 있고요. 


현재까지 IT 업계에서 좋다고 인정하는 방법론은 후자에 가깝기는 해요. 제조업처럼 시설이나 장비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사람만 있으면 빠르게 만들어서, 예를 들면 사용자가 화면 어떤 곳을 누르는지, 어떤 기능을 많이 사용하는지를 바로 확인해 볼 수 있으니까요. 


이때는 서비스 범위가 너무 넓으면 빨리 만들어 볼 수도 테스트할 수도 없으니까 MVP(최소 기능 제품 Minimum Viable Product)라고 하는 핵심 기능만을 담아 테스트를 진행해요. 예를 들어 카카오톡이라고 하면 메시지 보내는 것, 당근마켓이라고 하면 중고거래 게시물 올리는 게 핵심 기능이겠죠. 


핵심 기능만 담아서 서비스를 출시해본 후에 사람들 반응을 보는 거고, 반응이 큰 쪽으로 서비스가 이어져야 하고요. 이후에 다음다음 기능들을 붙여보면서 서비스를 성장시켜 갑니다. 시장에서 이게 진짜 먹힐 것인지, 우리가 이 서비스를 만들면 사람들이 왜, 어떻게 쓰고 무엇을 얻게 될지 파악하는 과정을 따라 일을 진행한다고 이해하시면 좋겠어요. 



Q. 스스로 가장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한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A. 카카오페이에서 송금 기능 업무를 했었거든요. 굉장히 어려웠어요. 금융결제원과 시중 은행과도 협력이 필요했고요. 안될 것 같다는 순간도 있었는데 결국 잘 만들어져서 많은 사람이 사용하고 있잖아요. 


서비스가 만들어진 후에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사람들이 사용하는걸 눈으로 직접 보기도 했는데 그럴 때 참 신기했던 것 같아요. 지인들도 제가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단 걸 알고 잘 사용하고 있다고 말해주면 뿌듯했고요. 


많은 사람이 알고 사용하는 서비스여서 어려웠지만 스스로도 가장 많이 성장한 프로젝트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집요하게 시장과 고객을 관찰하는 것을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어떤 식으로 관찰하는지 궁금합니다. 


A. 계속 ‘왜’를 생각하는 게 필요해요. 커머스를 생각해 보면 결제하고 구매까지 가야 하는데 거기까지 안 가는 경우가 있을 거잖아요. 상품이 별로여서일 수도 있고, 과정의 번거로움이 있을 수도 있겠죠. 이런 상황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반응을 살펴봐야겠죠.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면 물건은 팔릴 테니까요. 그래서 ‘왜’라는 질문을 계속 생각하고 단계 단계마다 문제를 찾아가는 것이 필요하겠고요. 


또 하나는 프로토타이핑이라고 하죠. 최소 기능만 담아서 빠르게 서비스를 출시하고 고객 반응을 살피거나 배너 광고처럼 간단한 방식으로 테스트를 해볼 수도 있고요. 가만히 앉아서 뭔가를 지켜본다기보다는 내가 원하는 답을 찾기 위해 실행을 해가면서 점점 더 구체적인 고객과 시장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Q. 기획 업무에는 창의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창의성을 높이고 유지하기 위한 저자의 방법이 있을까요?   


A. 기획 일을 하지만 저는 창의성 없는 편이거든요. 서비스도 보면 다양하잖아요. 젊은 세대의 트렌드에 맞추거나 엔터테인먼트 영역에 가까운 B2C 서비스도 있고요. 저는 대부분 규제 산업 영역의 서비스를 만들었는데, 여기는 규제나 가이드라인을 잘 지키면서 서비스를 만들어 가는 쪽이에요. 제가 성격도 재미있진 않아서 이쪽이 더 맞았다고도 보이네요. (웃음)


기획자라고 다 창의성이 높아야 하는 건 아니라고 봐요. 더 중요한 건 문제 상황이 무엇이고 그것을 어떻게 해결하느냐 인 것 같아요. 그래서 다양한 상황의 정보를 잘 흡수하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요. 


예를 들어 송금 서비스를 기획한다고 가정해보면, 기존 은행 서비스만 보는 게 아니라 메시징 서비스, 선물 주기 등 카테고리 밖에 있지만 유사한 속성을 가진 사례들을 보면서 아이디어를 얻고 우리의 핵심을 정리해 가는 거예요. 그와 관련한 세부적인 자료도 찾으면서 우리의 상황을 돌아볼 수 있고요.  


또 하나는 문제를 파악했는데 해결방법을 못 찾을 때가 있어요. 이럴 때는 결정에 시간을 좀 두면서 생각해보는 방법이 있고 시간이 없을 때는 이 영역과 전혀 관계없는 상황의 사람에게 문제를 이야기해보는 방법도 있어요. 제 사고방식으로는 생각하지 못한 의외의 답이 나올 때가 있거든요. 


창의성에 대한 설명은 아니지만 새로운 방식으로 일을 하시길 고민한다면 위의 예를 참고해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Q. MVP를 만들어서 잠재고객을 만날 때 어떤 지표를 눈여겨보시나요?


A. 어떤 서비스냐에 따라 다를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상품이라면 구매에 대한 고객의 의사 결정이 궁금한 건지, 이 상품이 가지고 있는 특. 장점이 있는데 거기에 대한 반응이 궁금한 건지 등을 나눠 생각해볼 수 있을 거고요.


앱이라면 다운로드 반응을 보는 경우, 가입이 이뤄지는지를 보는 경우, 가입을 한 후에 몇 차례나 반복해서 사용하는지 등을 단계별로 살펴볼 수 있어요.


그래서 지표를 정하기 전에 각 단계별로 알고 싶은 내용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정의하는 것이 첫 번째 단계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Q. 창업 경험 없는 사람이 스타트업을 시작하려면 멤버는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요?


A. 창업 초기에는 사람이 정말 중요해요 보통 4~5명이 회사를 시작하고요. 제가 느끼기에는  멤버가 20명 정도 될 때까지도 구성원 한 명 한 명은 정말 중요하다고 봐요. 


소수가 모여 기업을 성장시켜 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서로가 특정 영역의 전문가라고 생각해야 의지하고 신뢰하며 일할 수 있거든요. 서비스를 만들다 보면 의견 대립의 순간도 많은데 서로 신뢰할 수 있어야 상대방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고요. 


가장 좋은 방법은 아는 사람들 안에서 찾는 것 아닐까 생각해요. 그래서 관심이 비슷한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꾸준하게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아이디어를 보편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사업화 아이템으로 구체화시키는 노하우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생각보다 쉬울 수 있어요. 한 문장으로 아이디어를 구체화해보는 거죠. 물론 처음에는 굉장히 어려워요.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서도 핵심을 담아야 하고 보는 사람이 단번에 무엇인지 알 수 있어야 하니까요. 


문장의 요소들이 있잖아요. 주어 서술어 목적어 부사어 등. 이 요소들을 최소화시켜 한 문장으로 정의하다 보면 가장 매력적인 형태가 보이게 돼요. 그렇게 했을 때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사업 목표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모두가 기획자가 될 수 있는 조직 구조를 만들 수 있을까요? 어떤 요건이 필요할까요?


A. 조직 안에서 문제는 탑다운으로 떨어져도 되지만 과제가 탑다운으로 떨어지면 안 될 것 같아요. 문제를 내릴 순 있지만 방법 자체를 내리면 기획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없애버릴 수 있거든요. 정해진 걸 실행만 하면 되니까요. 


예를 들어 우리 회사가 당면한 문제는 이렇다, 이런 이유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방법을 찾아보자 하는 방식이 있을 것이고요. 반면 배경 설명 없이 언제까지 이걸 해오세요 방식이 있을 거예요. 전자로 운영되는 조직이 모두가 기획자 될 수 있는 조직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자 이윤주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하고 KAIST에서 정보경영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어린 시절부터 SF 판타지를 좋아했다. 대학 시절까지는 스토리작가가 되기를 꿈꿨으나, 처음 스마트폰을 접한 후 큰 충격을 받아 IT업계로 급전향했고, 판타지를 현실화하는 신기술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새롭고 재밌어 보이면 일단 뛰어든 탓에 핀테크(카카오페이), 블록체인(빗썸), 바이오AI(디어젠) 등 IT업계 최전선에서 대한민국의 라이프스타일을 변화시킨 새로운 시장의 탄생을 생생하게 경험했다. 


이 책은 그의 10년 경력을 한 차례 정리하는 개인적인 기록인 동시에, 지난 10년 대한민국은 어떤 시장에 열광했고 어떤 시장을 외면했는지를 주목한 ‘새로운 시장 관찰기’이다. 아무도 해본 적 없는, 선배도 없는, 그래서 알아서들 만들지 않으면 안 되는 시장에서 오늘도 고군분투하고 있는 ‘미션 드라이버’들에게 시도해봄직한 추천 경로가 되기를 바라며 이 책을 썼다.




세모람 - 저자와 함께하는 랜선 책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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