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용 저자와 함께하는 랜선 책 모임
'저자와 함께하는 랜선 책 모임' 세모람에서 지난 7월 27일 <네이버 vs 카카오> 홍성용 저자와 랜선 소통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1. 저자의 미니 강연 : 책 소개 및 핵심 인사이트 정리
2. 참가자와 저자의 질의응답 시간
3. 저자의 클로징
안녕하세요. <네이버 vs 카카오>를 쓴 홍성용입니다. 현재 매일경제 디지털테크부에서 3년째 IT분야 전반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책의 주인공인 네이버와 카카오를 비롯해서 구글, 삼성전자 등 다양한 IT기업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작년을 기점으로 사람들이 저에게 가장 많이 했던 질문이 있습니다. 네이버를 사야 하는지 카카오를 사야 하는지. 그 질문이 이번 책을 쓴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오늘은 제3자의 눈으로 두 기업의 내부인들과 가까이 소통하며 얻은 정보와 인사이트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어떤 DNA와 문화를 가진 회사인지, 어떤 사업으로 돈을 벌고 있는지 이야기해보겠습니다.
*홍성용 저자가 매주 토요일에 발행하는 매일경제 ‘홍키자의 빅테크’도 참고해보세요.
#네이버와 카카오의 차이
간단하게 이 회사들이 어떤 곳인지부터 이야기해볼게요. 네이버는 우리나라 1위 인터넷 기업이고 현재 코스닥 시가총액 3위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검색을 시작으로 쇼핑, 콘텐츠, 인공지능 등 안 하는 사업이 없죠. 카카오도 마찬가지고요.
네이버와 카카오의 가장 큰 차이점은 네이버는 검색 회사이고 카카오는 메신저 회사라는 것인데요. 네이버는 구글 같은 회사고 카카오는 페이스북 같은 회사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전 세계 92% 달하는 사람들이 구글 검색을 쓰는데 한국은 네이버 검색 점유율이 50% 이상인 재미있는 나라 이기도해요.
그리고 인스타그램과 메신저 등을 포함한 페이스북의 서비스를 전 세계에서 38억 명이나 사용하고 있다는데요. 한국은 99.2%가 카카오톡을 쓰고 있어요. 놀라운 숫자죠. 영유아나 스마트폰 접근성이 떨어지는 고령층을 제외하면 모든 국민이 카카오톡을 사용한다고 볼 수 있는 거예요. 이렇게 검색과 메신저로 두 회사가 차이를 가진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고요.
또 하나의 차이를 생각해보면 조직이 커가는 방식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네이버는 검색을 기반으로 사업 구조를 다양하게 확장시켜 나가요. 예를 들어 쇼핑을 생각해보면, 물건을 검색할 때 가격순 등으로 내용을 쭉 보여주잖아요. 그래서 쇼핑이 네이버라는 검색 플랫폼에 하나의 콘텐츠로 자리 잡았고요. 네이버 웹툰도 플랫폼 안에서 콘텐츠 역할을 하고 있죠.
네이버에는 2015년부터 시작한 사내 독립 기업 제도가 있어요. 회사에서 사업성 있는 파트에 독립적 권한을 준 다음 자체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책임 예산제를 시행하는 구조입니다. 성과를 많이 낸 그룹에 예산을 배분하고 미래 가능성이 있는 그룹은 따로 분사시키고 있어요.
카카오는 달라요. 일단 다음과 멜론이라는 두 번의 빅딜, 그 이후에도 지속해서 인수 합병을 통해 회사가 성장해왔어요. 2014년만 해도 카카오가 다음을 인수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어요. 메일은 한메일만 쓰던 시대가 있었고 온라인 카페도 다음카페만 쓰던 시절이 있었잖아요. 다음을 만든 이재웅 창업자는 당대에 엄청난 스타이기도 했고요. 그랬으니 다음을 카카오가 인수한다 했을 때 모두가 놀랄 수밖에 없었죠.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아이유의 소속사이기도 했고, 멜론을 서비스하는 로엔엔터테인먼트도 인수했어요. 당시에는 비판도 많았습니다. 카카오의 김범수 의장은 멜론 인수를 강력하게 주장했다고 하는데요. 멜론처럼 현금 창출 능력이 뛰어난 서비스가 어디 있냐고, 그렇다면 우리가 이 회사를 인수해야 한다고 말이죠.
이런 차이들이 있다고 보시면 좋겠습니다.
#플랫폼의 속성과 네트워크 효과
두 회사는 플랫폼 기업이라는 공통점도 가지고 있어요. 플랫폼 기업은 4가지 속성을 가집니다. 독자적 기술력, 시장 선점, 네트워크 효과, 규모의 경제.
오늘은 네트워크 효과를 얘기해볼게요. 간단합니다. 사람이 많이 모일수록 가치가 커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네이버 쇼핑을 같이 생각해보죠. 네이버쇼핑에 스마트스토어를 개설한 참여자가 많을수록,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이 서비스의 가치는 커집니다.
2016년에 네이버가 스마트스토어를 만들 때 연간 1만 창업자 유치가 목표였다고 해요. 그런데 올해 기준으로 45만 명의 사업자가 모였다고 합니다. 쇼핑 사업자 중 압도적 1위 서비스가 된 거예요. 네트워크 효과의 결과인 거죠.
플랫폼은 사람을 많이 모으는 게 정말 중요해요. 이것을 위해 플랫폼 기업은 뭐든 하는 중이고요. 네이버 한성숙 대표가 이런 말을 했어요. 네이버가 문어발식 사업을 한다고 비판의 말이 많은데 그것은 플랫폼 기업의 속성 같은 것이라고. 한 분야라도 갖지 못하면 무너질 수 있는.
#플랫폼 기업이 돈 버는 방식
플랫폼 기업은 3가지 방식으로 돈을 벌어요. 일단 광고로 돈을 법니다. 네이버와 카카오도 마찬가지죠. 구글만 봐도 올해 1분기 실적이 작년 대비 30%가 늘었다고 해요. 코로나 영향이 있었지만 글로벌 거대 기업이 여전히 전년 대비 이 정도 실적을 낸다는 건 엄청난 거죠.
카카오톡을 열어볼까요? 두 번째 테마 상단에 광고가 보입니다. 이걸 2019년 말에 들여놨는데 이때부터 카카오도 돈을 벌기 시작했어요. 네이버도 앱에 들어가면 바로 배너광고가 보이고요.
두 번째는 콘텐츠입니다. 웹툰도 음원도 영상도 다 넣고 있어요. 그래야 사람들이 많이 오니까요. 네이버는 예전부터 뉴스 서비스를 했는데 모두 같은 이유입니다.
마지막은 물건을 파는 거예요. 올해 4월부터 카카오가 놀라운 일을 하나 하는데요. 카카오톡 4번째 메뉴에 카카오쇼핑을 넣었어요. 광고나 콘텐츠는 있었지만 쇼핑 서비스로 직접 물건을 팔진 않았는데 이제 쇼핑도 카카오톡에 넣어버린 거죠. 이게 참 중요해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카카오톡은 전 국민의 99.2%가 이용해요. 새롭게 뭔가를 시작하려면 여기에 붙이기만 하면 되는 거죠. 네이버도 할 수 있지만 접근성이 카카오가 훨씬 뛰어나죠. 항상 로그인이 되어 있으니까요.
#콘텐츠
다음은 콘텐츠 이야기를 좀 더 구체적으로 해볼게요. 드라마 스위트홈 많이 보셨죠? 대표적인 예라고 볼 수 있어요. 유명 웹툰이 영상으로 만들어지고 영상을 본 사람들은 다시 웹툰을 보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죠. 여기에 웹소설의 영향력도 커지고 있습니다. 서로가 큰 시너지를 내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어요.
이걸 IP(지적재산권, Intellectual Property Rights)라고 하는데요. IP를 많이 모을수록 회사 가치가 점점 커지고 있죠. 그래서 요즘 전 세계적으로 큰 화두가 IP 모으기예요.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하고 네이버와 카카오도 많은 힘을 쏟고 있죠.
올 3월에 네이버가 6,500억을 들여서 전 세계 1위 웹소설 서비스 왓패드를 샀습니다. 미래 세대가 열광하는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한 투자인 거예요. CJ와도 지분 교환을 했는데 이건 기생충을 만든 CJ ENM이나 스튜디오 드래곤 같이 영화와 드라마를 잘 만드는 회사와 협업하기 위함이고요.
카카오도 북미에서 각각 웹툰과 웹소설 1위 업체 타파스와 래디쉬를 총 1조 원 이상을 들여 인수했어요. 여기에 이병헌과 현빈 같은 스타 배우가 소속된 연예기획사들도 통째로 인수해서 배우들까지 영입하고 있습니다. 연기할 사람까지 식구로 만들어서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가겠다는 겁니다. 최근 유재석이 안테나로 이적했는데 이곳도 카카오 관계사죠. 이제 유재석이 카카오TV에 나오는 걸 예상할 수 있죠.
카카오도 IP를 8000개 정도나 가지고 있는데요. IP를 기반으로 소속 배우들까지 있으니 시너지를 내서 아시아, 더 나아가 할리우드까지 나갈 수 있는 확장성까지 생긴 겁니다.
반도체나 자동차를 팔아야 돈을 벌 수 있다고 말하는 분들이 여전히 많은데요.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를 보면 알 수 있죠. 돈 벌 수 있습니다. 킹덤 같은 경우 넷플릭스가 만들었지만 이미 전 세계적으로 K컬처의 영향력이 크니 만들어 낼 수 있는 결과였고요.
그리고 카카오재팬 이야기를 꼭 드려야 할 것 같아요. 카카오를 내수용으로만 바라보시는 분들도 많아요. 그런데 일본 만화 앱 매출 1위를 차지하는 곳이 카카오재팬의 픽코마입니다. 북미 시장보다도 큰 콘텐츠 시장이 일본이라고 해요. 일본은 특이한 것이 여전히 종이 만화 시장이 커서 웹툰 시장 비율은 한 자리 수라고 하는데요.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으니 앞으로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거죠.
하나만 더 소개하자면 무신사입니다. 여기는 플랫폼과 콘텐츠 모두 잘하는 곳이에요. 옷 파는 곳인데 콘텐츠를 많이 만들어서 젊은 세대들이 이 공간에서 ‘놀 수 있게’ 만들어요. 물건을 안 사더라도 어떻게 우리 공간에서 사람들이 놀 수 있을가를 고민하는 거죠.
플랫폼의 핵심은 콘텐츠를 어떻게 얹어서 사람들이 잘 놀 수 있게 만드느냐 인데요. 무신사는 이 둘을 아주 잘하는 회사라고 보실 수 있습니다.
여기 계신 여러분도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일단 플랫폼을 만드는 것은 굉장히 복잡하고요, 쉽지 않습니다. 그러면 콘텐츠를 잘 만드는 전략을 세워볼 수 있겠죠.
이승희 마케터가 쓴 <기록의 쓸모>라는 책이 있는데 꼭 추천하고 싶어요. SNS를 활용해서 어떻게 내 콘텐츠를 누적시켜갈 수 있는지 등을 잘 담아놓은 책이거든요.
#쇼핑
쇼핑은 그야말로 전쟁터입니다. 네이버와 쿠팡을 이마트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해서 쫓고 있고요. 카카오도 사업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전체로 보면 네이버가 점유율 18%로 국내 1위 사업자고요. 그 뒤로 13%의 쿠팡, 지마켓 옥션 등을 가지고 있는 이베이코리아가 12%고 이마트의 쓱닷컴이 3% 정도인데요. 최근 이마트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해서 2위 사업자로 올라섰고요.
여기에 아마존이 SK텔레콤과 손잡고 한국에 들어오는 상황입니다. 그러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이 회사가 국내 직구 시장을 다 먹을 수도 있겠죠. 지금은 네이버페이, 삼성페이, 카카오페이에 밀리고 있는 SK페이가 크게 부상할 수도 있고요. 할인 등의 혜택을 줄 수 있을 테니까요.
쇼핑, 이커머스는 앞서 말한 네 회사의 경쟁으로 흘러가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최근 네이버는 CJ대한통운과 물류역량 강화를 위해 풀필먼트 센터 구축을 준비 중이고 신세계와도 손잡은 상황이죠.
카카오도 흥미로운 시도를 많이 하고 있어요. 특히 틈새시장인 선물하기가 급성장하고 있죠. 지금은 롯데나 신세계도 하지만 선물하기야 말로 메신저 기반의 자동로그인 서비스인 카카오톡에 강점이 큰 영역이에요. 일단 쉽게 보낼 수 있잖아요.
모바일로 검색하고 주소만 넣으면 바로 선물할 수 있고요. 또 선물하기의 재미있는 점은 사람들이 단가 생각을 크게 안 한다는 점이에요. 가성비를 많이 따지고 최저가 등을 검색하려면 네이버를 쓰지만, 선물은 이런 세세한 부분보다는 내가 선물할 대상에게 좋은 것을 주고 싶으니까 단가가 좀 높아도 구매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놀라운 건 애플이 들어가 있다는 거예요. 애플은 깐깐해서 쇼핑몰에 안 들어가는 곳인데요. 카카오톡 선물하기에는 들어가 있어요. 프리미엄 상품들도 들어오기 시작한 거죠. 앞으로 흥미롭게 지켜볼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금융이야기
금융도 할 얘기가 정말 많지만 간단히만 이야기해볼게요. 우선 네이버가 엄청난걸 하나 하고 있습니다.
‘배송 완료 다음 날 판매금 100% 정산’
이건 네이버만이 할 수 있는 혁신입니다. 보통 물건을 판매하면 배송 완료 후에 판매자가 바로 판매금을 가져가지 않아요. 구매자가 구매 확정까지 눌러야 하고 그다음에도 한 달 정도 있어야 정산이 완료되는 구조예요.
플랫폼이 판매금을 가지고 있다가 정산하는 시스템인데요. 판매금을 가지고 있으면 이자 수익이 발생할 거잖아요. 그런데 네이버가 배송 완료 다음날에 판매금을 정산해 준다는 거예요. 굉장히 큰 금액일 텐데 이걸 포기하겠다는 거죠.
좋은 물건을 쉽게 판매하고 작은 업체들의 현금흐름을 잘 만드는 게 우리 목표야 라고 말하는 거라 볼 수 있어요. 구매확정 전에 배송 실수가 나올 수도 있는데 그것까지 네이버가 감수하겠다는 거죠.
쿠팡은 한 달 이상이 걸려요. 아직 적자 회사이기 때문에 이자 수익을 받고 정산을 하는 거죠. 아마존도 2주는 걸린다는데 그야말로 네이버만 할 수 있는 서비스라 볼 수 있어요. 스마트스토어에서 판매자를 더 모으면 네트워크 효과를 낼 수 있으니 그 전략으로 밀어붙이는 거죠.
카카오도 카카오뱅크의 활약이 눈부시죠.(8/6 기업공개)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있겠어라는 말도 있지만 숫자를 살펴보면 무서움이 더 느껴집니다. 우선 금융 모바일 앱 부문에서 MAU(월간 활성 사용자) 1,335만 명으로 1위에 올라 있고요. 그다음이 국민은행인데 1,000만 수준이에요.
이런 현상을 보고 다양한 분석이 있지만, 앞서 네트워크 효과를 말씀드렸듯이 말 그대로 많이 쓰면 장땡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플랫폼 기업은 많은 사람이 쓸수록 가치가 올라가고 그것이 장기적으로 주가에도 반영되고요.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로 예쁜 카드도 계속 만들 테니 일반 카드보다 젊은 세대에게 메리트도 크고요. 이런 이미지 하나하나가 카카오를 더 친근하게 만들어 줄 거고 모임통장 서비스, 저금통 서비스 등 금융에 쉽게 다가가는 장치들이 이미 많이 들어있죠.
카카오뱅크와 기존 은행 앱 써본 분들은 말 안 해도 이게 어떤 의미인지 아실 거예요. 기존 은행들의 앱은 직관적이지 않고 사용이 너무 불편해요. 그런 점에서 카카오뱅크의 미래가 레거시 기업의 미래보다 더 밝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은 조직 문화
네이버 이야기는 여기서 자세히 하지 않으려고요. 관련해서 최근 안 좋은 소식들도 있었고, 네이버는 IT 1위 기업이고 이제 20년이 넘었기 때문에 우리가 아는 대기업 같은 모습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카카오는 여전히 스타트업 분위기가 있고요.
투자에서도 차이가 나는데요. 네이버는 CFO가 네이버라는 회사의 투자를 한눈에 내다보면서 상하가 명확한 체제를 이루고 있어요. 카카오는 각 계열사마다 독립적인 구조가 있고요.
예를 들어 카카오뱅크가 상장하는데 카카오페이도 상장을 하잖아요. 둘 다 종합금융 플랫폼을 지향하고 나중에 경쟁 관계가 될 수 있는데도 따로 상장을 해요. 비용도 많이 들어갈 수가 있는데 이렇게 가고 있는 거죠. 충돌할 수 있는 자유도 보장하는 문화가 있는 거죠. 물론 합병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카카오는 특히 애자일 문화가 발달한 곳이라 할 수 있어요. 애자일 문화를 쉽게 이야기하면 큰 물고기가 작은 물고기를 잡는 게 아니라, 빠른 물고기가 다른 물고기를 잡아먹는다는 것인데요.
카카오는 서비스가 완벽하지 않더라도 일단 출시하고 봐요. 예를 들어 카카오의 인공지능 스피커. 첫 버전을 써보신 분이 있을 거예요. 성능이 너무 안 좋았어요. (웃음) 그런데 계속 업데이트를 하면서 지금은 매우 좋아졌습니다. 최근에는 삼성전자에서 카카오i를 가전에 넣겠다고 했어요. 그 정도로 좋아진 거죠. 애자일 문화이기에 가능한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조직이 보통 기능적으로 나눠져 있잖아요. 개발자는 개발자끼리 기획자는 기획자끼리 디자이너는 디자이너끼리. 그런데 카카오는 목적 조직으로 나뉜다고 해요. 서비스 별로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을 한 팀으로 묶어 놓은 거죠. 바로바로 만들고 빠르게 서비스를 이어가는 문화가 자리 잡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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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문화와 혁신 이야기는 배달의민족 김봉진 대표 이야기로 마무리하려고 해요. <배민다움>이란 책에도 잘 나와 있고 ‘송파구에서 일 잘하는 방법 11가지’는 굉장히 유명하죠.
2019년 12월 배민 인수 발표 며칠 후에 김봉진 대표와 만나서 인터뷰를 한 적이 있어요. 그때 혁신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는데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사람들은 혁신을 얘기할 때 인공지능, 빅데이터, 로봇 이야기하기를 좋아하지만, 결국 시장은 고객이 평가하는 것이고 일상에서 고객을 편리하게 해주는 것이 혁신의 핵심이다 라는 말을 하시더라고요.
이제 음식 주문할 때 전화 거는걸 잘 생각 안 하잖아요. 비가역적 변화라 말할 수 있을 것일 텐데요. 한 번 만들면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건조기를 써보면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기 힘든 것처럼요. 이렇게 고객의 일상에서 불편하고 부족했던 것을 채우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수 없고 그런 과정을 혁신이라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함께 곱씹어보면 좋겠습니다.
제가 준비한 미니 강연은 여기까지고요. 질의응답으로 더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면 좋겠습니다.
Q. 책에 소개한 이해진, 김범수 창업자 이후에 주목할 만한 리더가 또 있을까요?
A. 김봉진 대표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흙수저 성공신화를 좋아합니다. 요즘에는 보기 어려워서 이기도 하고, 돈 없고 힘없으면 성공할 수 없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역전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주는 분들이니까요.
김봉진 대표도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예술고등학교가 아닌 공고에 들어갔고 뒤늦게 디자인 학원을 다니며 서울예대에 진학한 사람인데요. 배민을 만들기 전에는 수제 가구 사업을 했다가 실패도 했었고요. 이후에 전단지를 직접 주워가며 배민을 만들어서 현재 자리까지 오른 인물입니다. 그래서 김봉진 대표가 떠오르고, 더 자세한 이야기는 <배민다움>이란 책을 참고해보시면 좋겠어요.
그리고 최근에 나온 <일의 격>이란 책이 있는데요. 이 책을 쓴 신수정 KT 부사장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곳에 노출된 분은 아닌데요. SNS에 써온 글이 페친들의 강력한 요청으로 묶여 책으로까지 나왔어요. 직장 내 리더십과 인생 이야기들이 잘 담겨 있고 현직 IT기업의 리더로 살고 계시기에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Q. 반도체처럼 물건 팔아서 수익을 내는 회사도 아닌 카카오가 네이버까지 넘어 시가총액 3위까지 갈 수 있는 상황이 벌어졌는데요.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었던 걸까요?
A. 우선 카카오에는 몇 가지 호재가 있었죠. 3위로 올라서기 전부터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카카오모빌리티 그리고 카카오엔터까지 상장이 언급된 자회사만 4개나 있고요.
좀 더 구체적으로는 무형 자산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요. 일단 유형자산과 무형자산을 구분해볼게요. 유형자산의 대표적인 예로 현대자동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를 들 수 있어요. 지금은 값이 몇 배나 올랐지만 한전부지를 10조 원이나 주고 사서 욕하는 사람도 굉장히 많았잖아요. 이런 거를 유형 자산이라 합니다.
그런데 현대자동차가 R&D로 미래를 위한 수소차, 전기차를 개발하겠다 하면 이건 무형자산이에요. 분류가 그렇다는 겁니다. 앞서 말한 IP도 무형자산이죠. 얼마 전부터는 대표적인 무형자산으로 데이터도 들 수 있죠.
여기서 생각을 해봅시다. 작년에 코로나19로 경기가 안 좋다 안 좋다 했어요. 근데 경기가 정말 안 좋았냐는 생각 해봐야 해요. 왜냐하면 이커머스 시장이나 비대면 서비스 시장은 엄청나게 커졌으니까요. 온라인 세계가 확장된 거죠.
그런데 경기가 좋다 안 좋다를 말할 때 나오는 지표에 ‘데이터’는 없어요. 실업자 지수, 물가 지수 같은 건 있지만, 지금도 글로벌 빅 테크 기업들이 엄청난 데이터를 만들고 있는데, 이것을 측정하는 경기 지표는 판단이 어려운 상태입니다.
측정은 못하고 있지만 이렇게 무형 자산의 가치를 크게 만드는 기업의 주가는 크게 오르거나 미래 성장성이 커서 새로운 모멘텀을 가져올 수 있는 것이라 보시면 돼요. 레거시 기업들도 마찬가지죠. 이것이 다가오는 미래라 볼 수 있고 그것이 카카오 주가에도 반영되었다고 생각합니다.
Q. 네이버와 카카오가 가진 기술력과 그들의 서비스가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관련 사례들을 좀 더 들어보고 싶습니다.
A. 개인적으로 있었던 일입니다. <네이버 vs 카카오>를 출간하고 친구들한테 소고기를 한 턱 쏘겠다고 얘기했어요. 제가 돈이 많지는 않으니 (웃음) 장정들이 몇십 만원씩 먹으면 안 되니까 종종 가는 무한 리필 소고기 집으로 가려고 카카오맵 링크를 보냈어요. 그런데 30분 정도 지나서 단톡방에 불이 나는 거예요.
내용이 뭐였냐면, 소고기 사준 대놓고 일반 식당에 오라 그랬다는 거예요. 무슨 소리지 하고 식당에 전화를 해보니까 3개월 전에 업종이 바뀌었다는 거예요. 카카오 지도에는 이게 반영이 안 된 거죠. 그런데 친구들이 검색한 네이버 지도에는 바뀌어있었고요. 이런 일이 일어난 이유가 OCR이라고 광학문자인식 기술이 네이버가 뛰어나서거든요.
네이버는 영수증 리뷰 사업도 해요. 영수증을 핸드폰으로 찍으면 이 내용 안의 문자를 네이버 앱이 인식해서 바로 네이버 지도에 업데이트하는 거예요. 특정 가게가 업종이나 메뉴 등을 바꾸면 영수증을 활용해 즉각 정보를 수정할 수 있는 거예요. 카카오는 아직 이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고요.
카카오 사례도 이야기해볼게요. 요즘 티맵에 보면 우티라는게 있습니다. SK의 티맵과 우버가 손잡고 만든 서비스인데요. 혹시 티맵 택시 써보신 분 있나요? 잘 안 써보셨을 거예요. 카카오 택시는 많이 쓰죠.
티맵 수뇌부에서 카카오는 가끔 직선으로 가는데 우리 내비는 자꾸 돌아가는 것 같으니 확인해보라고 했나 봐요. 티맵이 1위 사업자 이기도 하고 성능면에서도 카카오 내비가 티맵보다 좋은 건 아니거든요. 그러다 이유를 발견했어요.
택시 때문이었다고 해요. 카카오 택시가 핵심인 거죠. 택시기사님들이 골목을 뚫고 달려서 최단거리 데이터가 계속 쌓였고 이것이 네비에도 반영되어 직선으로 길을 안내할 수 있었던 거예요.
현재 택시 가맹사업의 80%를 카카오가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SK도 티맵 택시를 하는 건데 이게 아무리 해도 MAU가 안 올라가니까 우버까지 데려와서 우티라는걸 하는 거라 볼 수 있어요.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데이터를 쌓고 네트워크 효과를 만들어서 점점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 가는 사례로 보실 수 있습니다.
Q. 레거시 은행들이 카뱅을 많이 견제하는데요. 앞으로 금융변화를 어떻게 전망하시고 여기에 전통 은행이 살아남을 수 있는 대안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A. 기존의 거대 금융그룹들의 고민거리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인으로는 카카오 뱅크가 앞으로 더 큰 영향력을 가질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들이 만든 편리함과 카카오프렌즈로 보이는 친근하고 예쁜 이미지가 MZ세대를 사로잡고 있으니까요. 이 말은 기존 은행들도 MZ세대를 확실하게 공략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거죠.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만, MZ세대 관련한 책들을 읽으며 요즘 이런 생각이 많이 들어요. 이 세대들에게는 '유잼과 노잼'이 큰 테마라는 것.
얼마 전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를 돌아봤어요. 정치학적으로 미사여구가 많았죠. 국민의힘의 젊고 새로운 바람이다, 문재인 정권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심판이다 등등. 이런 걸 다 떠나서 MZ세대가 이 결과를 만들었다고 봐요.
주호영 의원과 나경원 의원보다 이준석이란 인물이 유잼이기 때문이라는 거죠. 이 세대의 특징은, 재미있냐 없냐에 따라서 자기가 사용하는 서비스도 바로바로 옮기는 성향을 가지고 있어요. 이 미묘하고 중요한 요소들을 레거시 기업이 어떻게 파악하고 공략하냐가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회사의 조직 문화도 굉장히 중요하겠고요.
Q. 네이버를 네이버 답게, 카카오를 카카오답게 만든 가장 큰 이유를 무엇이라 생각하세요?
A.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창업자의 리더십이라 생각합니다. 네이버의 이해진, 카카오의 김범수 리더십을 통해 기업이 지금까지 성장할 수 있었다고 봐요.
네이버가 일본에서 사업을 오래전부터 해왔는데 현재의 라인이 나온 건 2011년 동일본 대지진 후거든요. 지진 때문에 사람들이 가족들, 친구들과 제대로 연락하기 어려운 상황의 안타까움을 보고 메신저 사업을 키워온 거예요. 해외 사업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이해진 이란 인물이 버텨냈기 때문에 큰 기회를 만났다 할 수 있습니다.
이해진 창업자가 어떤 자리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마지막 순간에 있는 건 외롭고 괴로운 일이라고. 내 뒤를 책임져 줄 누군가가 없는 자리에 있을 때 겪는 어려움을 말한 거라 생각해요. 말 한마디로 설명하기 힘든 수많은 경영적 판단의 순간이 있었다고 보입니다.
카카오도 마찬가지죠. 김범수 의장은 카카오 이전에 만들었던 한게임을 네이버와 합병하고 큰 성공을 거둔 이후에도 모바일 시장에서 다시 기회를 찾았어요. 카카오톡을 만드는 리더십을 발휘했죠. 다음과 멜론 입수합병에도 김범수 의장의 의지가 컸고요. 이런 순간순간의 판단과 리더십이 정말 중요했다고 봐요.
조직 문화나 시장을 향한 도전 정신도 컸겠지만 가장 위에는 이들의 리더십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둘은 삼성 SDS 입사 동기이기도 한데요. 이건희 회장의 빈소를 조문하면서 김범수 의장이 이런 이야기를 해요. 나의 직장 생활 처음과 마지막은 삼성이었다고. 삼성 키즈들이 한국의 새로운 사업을 이뤄냈고 삼성에서 배운 모든 것들이 한게임과 네이버, 카카오로 이어졌다고요. 자신에게 삼성의 DNA가 있음을 밝힌 것이죠.
이들이 입사 2년 차에 그 유명한 1993년 프랑크프루트 선언이 있었어요.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이건희 회장의 말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죠. 삼성 내부에 엄청난 개혁이었고 입사 2년 차에 현장에서 그것을 경험했으니 얼마나 많은 것을 느꼈겠어요. 그 순간에 이미 새로운 시대의 리더십이 탄생한 것 아니었나 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Q. 넥스트 네이버와 카카오는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까요?
A. 저는 카카오가 지금 같은 위치에 올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 중 하나로 고유명사를 만들었다는데서 찾아봤는데요. 카톡 이란 말의 의미, 카톡 할게 라는 말이 우리 입으로 들어왔잖아요. 문화에 반영되는 서비스가 탄생한 것이죠. 구글도 검색한다는 의미의 구글링이란 말이 나왔고요.
최근에 당근이라는 말이 생겼어요. 다들 많이 하시죠? 당근마켓.
기업이 우리 일상과 문화를 지배하는 순간 어떤 기업의 성장 가치나 가능성이 우리가 오늘 이야기한 두 기업의 다음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자발적으로 공부하고 책을 읽는 것, 이런 자리에 참여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 반갑고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네이버와 카카오, 어디 주식을 사면 되냐?라는 반복적인 질문에서 책을 쓰기 시작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투자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워낙 우리 일상 깊숙하게 들어와 있는 서비스고 기업들이기 때문에 이들이 어떻게 시작했고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교양 차원에서 이해하는 것도 의미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 관련 뉴스나 기사를 보실 때도 더 이해가 빠를 테고요. 기술과 경제의 변화 흐름을 더 재미있게 보실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를 가져봅니다.
앞으로 삼성과 현대 관련한 책도 써보려고 구상하고 있습니다. 좋은 기회로 또 만나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매일경제 기자. IT, 테크, 스타트업 이슈를 취재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를 비롯해 삼성전자,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국내외 IT기업을 파헤치는 중이다. 이들 기업의 숨은 뒷얘기를 그득하게 담아낸 〈홍키자의 빅 테크〉 시리즈도 매주 연재한다. IT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앞서 정치부와 사회부 소속으로 각각 국회와 검찰에서 구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