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을 보며

집필에서 끝이 아니다

by 워타보이 phil

이번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을 보며 대학생 때 들은 하나의 수업이 떠올랐다. 일제 식민 시대를 바라보는 몇 가지 관점과 그것을 주장하는 학자들 각각의 근거와 논리에 대해 배운 수업이다. 같은 사안을 보고도 이렇게 다른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것이구나 싶었다. 그중에는 일반적인 우리나라 사람의 정서에서 봤을 때 쌍욕이 튀어나올만한 주장을 펼치는 학자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 수업에서 '정답'은 없었다. 다만 교수님은 그동안 연구된 여러 관점을 소개하고 학생들이 그 시대를 객관적이고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안내할 뿐이었다. 사실 공부를 아주 열심히 한 학생은 아니었기에 배운 내용 자체에 대한 기억이 많이 남아있지는 않다. 하지만 그 당시에 느꼈던 몇 가지 깨달음이 있다.


첫 번째는 내가 평소에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의 의견을 무작정, 조금 심하게 표현하면 쓰레기 생각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주 경솔했던 나의 모습을 마주한 기억이 난다. 두 번째는 어떤 사안을 바라보는 관점은 누구나 다를 수 있는데, 그것을 반박하고 가장 지혜로운 합의에 이르기 위해서는 상대가 주장하는 핵심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근거와 논리의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있어야 함을 알았다. 세 번째는 진실, 정말로 일어난 그 사실에 대해 끊임없이 사고하고 의심하고 탐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논란은 현 정권의 뿌리가 되는 과거의 사건을 왜곡하려는 의도가 있기에 문제가 있다. 또한 국민의 정서가 정부에 크게 반대하고 있는데도 어떠한 소통과 합의 없이 일방향의 결정을 내리고 있는 점도 문제다. 현재 일어나는 논란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이미 알고 있으니 내가 더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사실 깊은 내용 까지는 공부하지 못했다.) 한 가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교과서' 문제이니 만큼 학생들을 교육하는 관점의 논의도 더 심도 있게 해봐야 한다는 점이다. 내가 위에서 말한 수업을 통해 느낀 바에 의하면, '집필'문제의 해결이 모든 역사 교육 관련 쟁점의 해결이 아니라는 것이다.


역사는 우리에게 교훈을 준다.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인생을 살아가는 방식을 안내하기도 한다. 역사도 결국에는 특정한 사람이 쓰고 그의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내가 현재의 사안을 보며 참으로 안타까운 점이 있다. 역사 교육을 떠나서 한 가지의 사고 방식과 관점을 학생들에게 주입시킨다는 생각의 결과가 얼마나 따분한 사회를 만들까에 대한 걱정이다. 솔직한 심정으로 '재미'라는 게 없어질 것 같다. 말은 잘 들을 지언정 새로움을 향한 도전이나 갈망 같은 것을 가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런 현상은 지금 학생들이 역사를 배우는 목적과 가르치는 방식, 평가 방법을 통해 국정화 교과서가 아니라 현행 검인정 체제에서도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검인정 체제의 교과서에서도 학생들은 하나의 교과서로 공부한다. 그것에 대해 배우고 달달달 암기해서 시험을 보고 점수로 평가를 받는다. 교과서가 여러 개여도 대부분의 학생들은 하나의 교과서로 공부를 하게 된다. 내가 중. 고등학교 때 잘 몰랐을 수도 있겠지만, 과거의 사건을 이야기하는 내 교과서 외의 다른 의견이 있다는 것을 학생들이 궁금해하거나 탐구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수업에서 배우거나 다른 의견들을 비교해 보지 않는다. 일단 진도 나가고 시험을 보기 바쁘니까.. 이에 앞서 역사가 왜 중요하고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정확하게 학생들을 이해시키고 교육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내가 알기로는 점수를 좀 더 잘 받기 위해 수능 과목을 선택하는 것이 현행 교육 제도 안에서의 현실이다. 역사 과목은 어려워서 많이 선택을 안 한다고 한다.


역사 과목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학생들이 각 과목을 교육받는 목적, 방식, 평가 방법 등 전반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 한 번에 다 바꿀 수는 없다. 이번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과 관련하여, 교과서 집필 문제 그 자체에 대한 관심으로 모든 것이 끝나면 안 된다고 본다.. 역사 과목부터 '아이들의 교육'이라는 관점에서 다양한 부분의 개선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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