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낭만작가 윤부장 Nov 09. 2021

(슬봉생) Ep 1. 아빠의 뇌졸중

슬기로운 봉양생활




40대 중반. 지금 내 나이의 아빠는 본인이 50세를 넘기지 못하고 돌아가실 거라는 말씀을 입에 달고 사셨다. 아빠의 아빠와 작은 아빠, 즉, 나의 친할아버지와 작은할아버지가 모두 40대에 돌아가셨다는 게 그 이유였다.


60세를 넘기면서 아빠는 잦은 어지럼증을 호소하셨는데, 지병인 고혈압 외에, 혈소판 수치가 현저하게 낮아, 출혈이 생길 경우 피가 빨리 응고되지 않는 특이 질환을 오랫동안 앓으셨다. 어지럼증의 주된 원인은 뇌혈류가 너무 많이 막힌 때문이었다. 신경과 의사는 아빠의 나이와 다른 지병 등을 감안할 때, 뇌혈관 수술은 불가능하며, 꾸준히 약물 치료를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최근까지도 아빠는 크고 작은 뇌경색을 여러 번 겪으면서, 뇌졸중 집중치료센터 입퇴원을 반복하셨다. 말씀이 갑자기 어눌해지고 걸음걸이가 조금씩 불편해지는가 하면, 뇌경색으로 인한 시신경 손상으로 한쪽 시력을 상실하는 일도 있었다.


최근에는 외래 담당교수가 뇌경색 처방약을 바꾼 이후 갑자기 눈에 실핏줄이 터져, 시력이 손상이 되는 사건이 있었는데, 신경과 담당교수는 아빠의 뇌혈관이 새로 내린 처방약을 버티지 못할 정도로 약할 줄은 몰랐다고 설명했다.


눈에 실핏줄이 터져 응급실에 누워 계신 아빠


의사는 아빠에게 사과를 하지 않았다. 그냥 본인의 처방이 그랬다는 설명을 할 뿐이었다. 10년을 넘게 아빠를 진료해 온 의사에게 우리가 할 수 있는 행동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빠는 의사의 진심 어린 사과를 받고 싶었지만, 의사는 그럴 생각이 별로 없어 보였다. 아빠는 10년을 넘게 만난 주치의가 멀쩡한 눈을 다치게 해 놓고, 사과 한 마디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에 크게 상처를 받으셨다.


협진을 맡은 안과 의사는 시력 손상의 이유를 노화로 인한 황반변성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했다. 신경과 교수님이 갑자기 처방전을 바꿔서 생긴 일이라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설명이었다. 현재 상태는 수술이 가능한 상황은 아니고, 주사치료 방법으로 최대한 시력 회복을 시도해 봐야 하며, 주사치료는 한 달에 한 번, 총 3번 정도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진료실을 나와 주사치료 일정을 잡던 중, 담당 간호사는 교수님께서 신경과 주치의 선생님과 상의했고, 산정특례가 적용되었으니, 주사 치료에 따르는 본인 부담금 크게 줄어들 거라고 했다. 이런 걸 두고 '병 주고, 약 주고'라는 하는 건가, 의사들도 좀 미안했던 거겠지. 씁쓸했다. 주사치료 후 진료비 내역서를 보니, 전체 진료비용은 1백만 원이 훌쩍 넘었는데, 본인부담금은 10만 원이 조금 넘게 나왔다.


주사치료를 시작한 지 이제 3개월.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시력이 완전히 손상되는 최악의 상황은 넘겼다. 하지만 아빠는 눈앞의 사물이 계속 어른어른거려서 큰 글씨를 읽는 일 너무 힘들고, 투약일지, 가계부, 전화번호부 등 본인이 지금껏 빼곡히 관리하시던 공책에 글을 쓸 수도, 읽을 수도 없는 것이 너무 힘들다고 하신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제 엄마다. 


(2편에서 계속)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