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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작가 윤부장 Nov 09. 2021

(슬봉생) Ep 2. 엄마의 치매

슬기로운 봉양생활

*치매(): 의학, 대뇌 신경 세포의 손상 따위로 말미암아 지능, 의지, 기억 따위가 지속적ㆍ본질적으로 상실되는 병. 주로 노인에게 나타난다. (표준국어대사전)




새벽 5시, 부엌에서 인기척이 느껴진다.


엄마가 찬밥에 물김치 하나를 꺼내 놓고 밥을 먹고 있다. 엄마는 요즘 부쩍 새벽에 일어나 화장실을 간다거나, 다시 눕거나 거실을 배회하는 일이 잦아졌다. 며칠 전에도 새벽에 혼자 일어나 맨밥에 소금을 넣어서 드시다가, 아빠가 뭐라 하니까 밥그릇을 들고 방으로 들어간 일이 있었다. 그 사건 이후 밤에 부모님 집에서 자는 사람은 자기 전에 간단히 먹을 만한 걸 식탁 위에 올려놓기로 했었는데, 오랜만에 내 순번이 돌아오다 보니 내가 까먹고 그냥 잠든 탓이다.


“엄마, 배고파서 깬 거야? 국이랑 다른 반찬도 좀 꺼내서 먹지.

“아냐, 밥 안 먹었어. 저녁 먹고 상을 아무도 안 치웠네. 나 때문에 깼구나. 얼렁 들어가서 더 자.”

엄마는 화들짝 놀라면서 방으로 급하게 들어간다.




엄마는 몇 년 전 인공관절 수술을 받다.

의사는 수술이 잘 되었다고 했지만, 엄마의 걸음걸이는 좀처럼 아지지 않았다.


지난겨울, 아빠는 엄마가 자꾸 집에서 넘어지는데, 체중 때문에 나는 네 엄마를 이제 일으키기도 힘들다며 어디 큰 병원에 좀 데려가 보라고 하셨다. 정말 엄마가 자꾸 넘어지는 것이 인공관절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데 있는 건 아닐까?


종합병원 의사는 엄마에게 치매 진단을 내렸다. 다행히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치매는 아니고, 뇌혈관이 약해지면서 오는 혈관성 치매이고 아직 초기 상태인데, 잠자는 시간이 많으면 정신이 흐려지면서 상태가 나빠지니까, 절대적으로 낮잠과 초저녁 잠을 금지하고, 밤 11시 이후 숙면을 취하라고 했다. 또한, 치매는 완치되는 병이 아니고, 장기적으로 치료를 해야 하는 병이니, 환자의 케어와 보호자들의 케어가 동시에 잘 이루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나 가득 엄마 약을 안고 돌아오는 길. 치매라는 단어가 주는 공포감이 온몸을 엄습해 온다.


아빠와 엄마, 이제 두 분만 생활하시는 불가능한 상황인데, 무엇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3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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