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낭만작가 윤부장 Nov 09. 2021

(슬봉생) Ep 3. 노인 장기요양, 요양급여

슬기로운 봉양생활

*노인요양인정: 장기요양급여는 6개월 이상 동안 혼자서 일상생활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사람 중에서 장기요양등급판정에 따라 장기요양급여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하 "수급권자"라 함)으로 판정받는 절차가 필요한데, 이를 "장기요양인정"이라 하며, 수급자는 장기요양등급에 따른 월 한도액 내에서 장기요양급여를 이용할 수 있음.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2조 제2호, 제15조 및 제28조 참조)




치매에 걸린 엄마와 뇌졸중에 시력까지 상실하고 계신 아빠.

부모님 두 분만 집에 계실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우선, 장기요양등급을 신청해서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신청절차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장기요양인정신청서"와 "의사소견서" 제출하면, 공단 직원이 직접 집에 방문해서 조사하는 "장기요양인정 신청에 대한 조사", 마지막으로 "등급판정"의 순서이다.


신청서 제출부터 등급판정까지는 약 한 달 정도가 소요되었는데, 아빠는 장기요양 4등급, 엄마는 장기요양 5등급 판정을 받았다. 장기요양급여 월 한도액은 등급별로 다른데, 4등급은 월 1,189,800원, 5등급은 월 1,021,300원이다. 이 금액이면 대략 하루에 6시간, 월 20일 정도는 요양보호사를 통해 집에서 방문돌봄 요양을 받을 수 있다.


이제 가족회의를 통해 부모님이 살고 계신 시골집을 팔고, 분당으로 이사를 결정했다. 요양보호사가 오는 시간을 제외하고, 부족한 시간은 형제들이 나누어 맡아야 하는데, 분당이 지리적으로 가장 접근성이 유리할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분당서울대학교 병원이 지척이기 때문이었다.




6남매 중 유일한 아들이자 막내인 나는, 큰 누나와 함께 시골집의 매매와 분당집의 전세계약을 게 되었는데, 엄마의 치매 판정 이후 정신적으로 크게 충격을 받으신 아빠는 큰 누나와 나에게 이사와 관련된 전권을 넘기셨다.


생각보다 시골집은 빨리 팔렸고, 분당의 전셋집을 구하는 일도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20년 넘게 분당에서 살고 있는 큰 누나 집 근처 단지에 전세 물건이 나왔는데, 전세 가격이 폭등한 탓에 더 큰 평수의 집을 구하기도 쉽지 않고, 생활 침해를 이유로 1층을 극도로 싫어하시는 아빠 때문에 엘리베이터가 있는 아파트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이것저것 따질 여유가 별로 없었다.


그런데, 막상 이사날짜가 잡히자 엄마는 무척이나 불안해하셨다. 서울에서 아빠랑 결혼해서, 셋째 누나까지 낳고, 이듬 해인 1968년에 이천에 내려오셨다고 하니, 50년을 넘게 살아온 곳을 떠나는 일이 당연히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엄마는 반 백년을 넘게 함께 지내온 이웃과 친척들에게도 이제 여기를 떠나면 살아서 다시 돌아올 수 있겠냐며 연신 눈물을 흘리셨다.


이천을 떠나지 않는 다른 선택지는 정말 없는 것일까? 형제들은 몇 날 며칠을 고심하고 또 고민하였지만, 요양보호사가 집에 없는 시간을 커버하기 위해서는 형제들이 방문할 수 있는 절대적인 거리가 가장 중요하다는 결론을 뒤집을 수 없었다. 형제들이 사는 곳에서 이천집까지는 최소 1시간에서 2시간이 걸리는 반면, 분당으로 이사를 하면 걸어서 10분이면 되는 큰 누나부터 안양에 사는 셋째 누나까지도 1시간 이내에 모두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계획대로 이사는 진행되었고, 부모님 봉양을 위한 시간표를 짜는 일은 막내 누나가 전담하게 되었다. 사실, 형제들 모두 각자 챙겨야 하는 가족이 있고, 생계를 위해 해야 하는 일이 있다 보니, 일정을 촘촘하게 맞추는 일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특히나 심야에는 화장실에서 넘어지시거나, 침대에서 떨어져 못 일어나시는 등 갑작스러운 사건사고가 일어나는 빈도가 높기 때문에, 부모님 집에서 누군가는 꼭 잠을 자야 다. 평일에는 집이 가까운 큰 누나와 매형이 지방에 내려가 있는 넷째 누나가, 주말에는 막내 누나와 내가 야간 당직을 맡기로 했다.


종합병원 정기검진 외에 주중에는 수시로 내과, 정형외과, 치과, 한의원을 가야할 일이 많은데, 요양보호사님 혼자 두 분을 모시고 병원을 가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엄마, 아빠 모두 보행이 불편해서 차가 없으면 동네 병원까지도 이동자체가 어려운 탓이었는데, 문에 병원을 모시고 가는 일은  장 가깝게 살고, 명퇴 이후 시간이 비교적 여유로운 큰 누나가 자연스럽게 맡게 되었다.


부모님 돌봄 스케줄


(4편에서 계속)




매거진의 이전글 (슬봉생) Ep 2. 엄마의 치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