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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작가 윤부장 Nov 09. 2021

(슬봉생) Ep 4. 엄마가 사라지다

슬기로운 봉양생활


“큰일 났다. 엄마가 안 보인다.”

“네? 엄마 혼자 나가셨어요? 아빠는 어디신데요?”

“엄마랑 둘이 아파트 단지 산책하려고 나왔는데, 뒤돌아보니 엄마가 없어.”

“어디 멀리 가셨겠어요? 경비실로 가 보세요. CCTV로 엄마 어디 있는지 금방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주말에 분당 집에 가보니 도토리가 베란다에 잔뜩 놓여있다. 요양사님 말씀이 산책을 나가면 엄마가 그렇게 도토리를 열심히 주우신다고 한다.


“엄마. 도토리는 왜 그렇게 주웠어?”

“말려서 묵 쑤어 먹으려고 그랬지.”

“보니까 다 썩어서 먹을 것도 없던데. 이제 그만 주워. 내가 요 앞 슈퍼에 가서 맛있는 묵으로 종류별로 사다 줄게."

“놀이터 옆에 도토리가 엄청 많아.”

“엄마. 아파트 단지에 있는 도토리는 함부로 주우면 안 돼. 농약도 많이 쳤고,  관리사무소에서 게시판에 도토리 주우면 안 된다고 크게 붙여놓았어.”

“아주  천지가 도토리야.”

“잠깐 나가더라도 아빠한테 꼭 얘기하고 가고. 혼자 찾아올 수 있지? 우리 집 몇 동 몇 호인지 알지?”

“몰라. 기억 안 나. 이제 안 나갈 게”


사건이 벌어지기 몇 주 전부터 온 식구들이 돌아가면서 엄마에게 도토리 좀 그만 주워 오라는 말을 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도토리를 줍는 일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는데, 혹시라도 엄마가 혼자 나갔다가 집을 못 찾아오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5분 정도 지났을까? 다시 아빠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 찾았다. 놀이터 옆에서 도토리 줍고 있어.”

“저번에도 요양사님과 나가서 도토리 잔뜩 주웠다고 하시더니. 경비 아저씨한테 떨어져 있는 도토리는 절대 주우면 안 된다고 따끔하게 얘기 좀 하라고 하세요.”

"니 엄마가 말을 듣냐. 내가 정말 못 살겠다. 주저앉아서, 혼자 일어나지도 못하고. 경비가 엄마 일으키느라 엄청 고생했어. 한두 번도 아니고, 진짜 니 엄마 어쩌냐. 니들이 와서 제발 엄마 좀 챙겨라. 내가 너무 힘들다.”



(5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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