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테도 오전에 전화하셨길래, 나도 매일 화장실 안 간다고. 최소한 3일 이상 변이 안 나올 때 아니면 응급실 못 간다고 말씀드렸어. “
“말씀 안 드렸겠냐. 소용없어. 너 안 오면택시 불러서 가신다고 난리 치셔서 어쩔 수 없이 모시고 왔어”
“요새 매일 새벽마다 변비약 드시더라고. 포탈락 1봉지, 짜 먹는 약 1 봉지”
“어젯밤에 두 분만 주무셔서 변비가 온 건가”
“글쎄. 그럴 수도…”
엄마의 치매 판정 이후, 아빠의 변비에 대한 강박관념은 점점 강도가 심해졌다.
언제 일을 보셨는지 잘 기억도 못하시고, 일을 봐도 당신이 원하는 양이나 형태가 아니면 안 되고, 하루만 못 봐도 다음날 변이 딱딱해져서 큰일 날 거라는 생각에 겁을 먹고 긴장하시면서, 변비약이 효과를 보이기도 전에 거푸 두세 가지를 드신다. 습관적으로 변비약을 드시거나 관장을 하면 정상적인 장운동이 힘들어지신다고 아무리 설명을 드려도, 니들은 니 몸 아니니 몰라서 그러는 거다. 내가 얼마나 힘든데 하시며 서운해하시니, 아빠 앞에서는 드시지 말라는 말도 꺼내기 어렵다.
분명히 오전에 변을 보시고 나왔는데, 저녁에 오늘 변을 못 봤다고 하시기도 있는데, 이제 약달력뿐만 아니라 변 달력도 필요한가? 이걸 어떻게 다 기록하나. 가족들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가족들과 검색하면서 찾았던 배변달력. 실제로 만들지는 못했다.
일반적으로 노인 변비는 식습관의 변화나 신체활동의 감소, 질병의 영향이 주원인이라고 하는데, 아빠의 경우에는 뇌졸중으로 인한 영향이 가장 크긴 하지만, 갑작스럽게 자식들의 관심이 엄마에게 치우칠 때 나타나는 감정적 병리 현상으로 보이는 측면도 있다.
분당으로의 이사 이후, 자식들에게 정서적으로 갖는 의존감이 더욱 커지고, 소소한 일상의 불편함이 자식들에 대한 서운함으로 이어지고, 이러한 감정적인 불안감이 변비나 어지럼증, 보행장애 등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
다음 날 아침, 단톡방이 다시 바쁘다.
“어제는 화장실까지도 못 걷고, 주저앉고 하시면서 보호사님께 보통 환자들이 이렇게 못 걷다가 죽거나 요양원으로 가는 거냐고 물으시더니, 오늘 새벽에는 혼자 잘 걸어서 화장실 다녀오시고, 아침에 오리백숙 한 그릇 다 드시고, 다시 컨디션 회복 중이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