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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J Jul 29.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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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어느 날의 기록 5


정말 오랜만에 자기 전 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줬다.

시작은 두 권 읽고 치카하고 자자 였는데 연달아 5권을 더 가져오더니 아예 책장 속 책을 다 끄집어낼 기세였다.

천만 다행으로 7권째 책의 마지막 문장이 '너도 스스로 양치할 수 있니?' 였기에

당연하지 우리 현이가 양치 얼마나 잘하는데!!보여주자 우리!!하며 애를 번쩍 들어올려 화장실로 냅다 튀며 그림책 읽기 시간을 마무리 했다.


 양치 후 자리에 누운 현이는 몇 번 뒤척이다 스르륵 잠이 들었는데 그 모습에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은건 이번엔 평소처럼 내게 자기 옆에 와 누우라고 우는 소리를 해대지 않아서였다.

아직 엄마 품이 당연한 두 돌이 채 되지 않은 동생을 먼저 재워야 했기에 늘 자기 자리에서 징징 울음소리로 기다림을 대신했던 아이인데 오늘 그러지 않고도 편히 잠든건 방금의 그림책 7권, 45분 가량의 시간으로 엄마품이 충분했기 때문이었다는걸,

 그동안 잘 시간만 되면 옆에 와달라 숱하게 떼를 썼던건 기다릴 줄 모르는 아이여서가 아니라 그 날의 엄마품이 부족했고, 고프다는 뜻이었다는걸 이제서야 슬그머니 눈치를 챈다.


내게 던져지는 아이의 마음들을 하나 하나 열어보고 그 속이 맑은 샘물인지 고인 흙탕물인지 알아내는 것에 내가 아주 느려터졌다는걸 절로 인정하게 되는 그런 고개 숙인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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